아레나, 이계사냥기 47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47화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은 다들 나가고 없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혼자 조용히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부엌에서 이것저것 반찬을 꺼내 밥을 챙겨 먹는데, 문득 스마트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보조스킬 중에 특수스킬 있는데 그거 먼저 습득해. 예쁜 지수 누나가♡]
유지수였다. 일부러 조언을 해주려고 연락하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예쁜 건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카르마를 얼마나 받았는지 확인을 안 해봤구나.’
나는 석판을 소환해 보았다.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7
-카르마(Karma): +1300
-시험(Mission): 다음 시험까지 휴식을 취하라.
-제한시간(Time limit): 19일 16시간
-카르마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받으려면 석판을 소환한 채 ‘카르마 보상’이라고 말씀하세요.
깜짝 놀랐다. 클래스는 또 두 계단을 점프했고, 카르마는 무려 1300이나 얻었다.
2회차 때 얻은 보상은 900카르마로, 그것만으로도 역대 최고의 2회차 성적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보다 400이나 많이 받았다.
‘하기야 내가 많은 역할을 했지.’
라이칸스로프 12마리를 처치했고, 직접 촌장을 협박해 마을 주민들을 선동하게 만들었다. 분명 상황을 주도했던 것은 팀의 리더였던 나다.
‘팀원을 전부 죽인 주제에…….’
쓴웃음이 나온다.
팀을 전멸시킨 무능한 리더인데 성적은 잘 나오다니.
아무튼 나는 카르마 보상을 받기로 했다.
‘특수스킬을 습득하라고 했지.’
19회차, 이제는 20회차의 베테랑 시험자인 유지수의 조언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은 차지혜의 의견을 먼저 구하기로 했다.
앞으로 한국 아레나 연구소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계약 관계였다. 계약상 내 담당 연구원인 차지혜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카르마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나는 차지혜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카르마 보상을 받으려고 합니다. 특수스킬을 우선 습득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게 맞는 말인가요?]
위잉.
금방 답장이 왔다. 역시 성실한 여자다.
[차지혜: 카르마를 얼마나 받으셨습니까?]
[나: 1100]
살짝 낮춰서 말했다. 앞으로의 관계가 어찌 될지 모르니 전부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차지혜: 정말 많이 받으셨군요. 그럼 특수스킬을 먼저 습득하시는 게 맞습니다. 우선 특수스킬을 습득하시고서 다시 연락 주십시오.]
[나: 알겠습니다.]
나는 석판에 대고 말했다.
“카르마 보상.”
-원하는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1. 스킬: 능력을 습득합니다.
2. 아이템: 무기, 방어구, 기타 물품을 습득합니다.
3. 기타: 현실세계의 물건을 아이템으로 만듭니다. 아이템화된 물건은 시험에 반입할 수 있습니다.
-잔여 카르마: 1300
“스킬.”
-원하는 스킬 종류를 선택하십시오.
1. 메인스킬: 시험 수행에 필요한 시험자의 기본 능력. 시험자의 역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스킬로, 딱 하나만 선택 가능합니다. 시험자의 자질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메인스킬이 한정됩니다.
2. 보조스킬: 메인스킬 이외에 시험자에게 도움을 주는 스킬로,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 가능합니다.
-잔여 카르마: 1300
“보조스킬.”
그러자 익힐 수 있는 보조스킬의 목록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각양각색의 보조스킬이 있었는데, 계속 목록을 넘겨보니 마침내 특수스킬을 발견했다.
25. ???(특수스킬): 특수스킬은 시험자의 체질과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특질입니다. 단 하나의 특수스킬만을 습득할 수 있으며, 어떤 스킬이 생성될지 알 수 없고 취소나 변경도 불가능합니다. (-300)
어떤 스킬이 생성될지 알 수 없다.
즉, 좋은 스킬이 나올 수도, 쓸모없는 스킬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잠깐 망설여졌지만, 유지수도 차지혜도 이걸 먼저 습득하라고 했으니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특수스킬 습득.”
파앗!
석판에서 빛이 새어 나와 나에게 스며들었다.
이윽고 석판에 글씨가 나타났다.
-특수스킬 ‘스킬합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합성(특수스킬): 보유한 ‘스킬’과 ‘스킬’, 혹은 ‘스킬’과 ‘아이템’을 합성하여 새로운 스킬을 창조합니다. 석판을 소환해 ‘스킬합성’이라고 말씀하십시오.
*합성에 사용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스킬합성으로 창조된 스킬은 합성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잔여 카르마: 1000
‘스킬합성?’
내가 보유한 스킬끼리 조합해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같았다.
‘그럼 별도로 카르마를 소모하지 않고도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보조스킬을 하나 습득하는 데 적어도 100카르마가 소모된다. 그런데 스킬합성으로 만든 스킬은 공짜였다.
생각해 보니 대단한 이득이 아닌가!
‘이런 능력이 생기다니! 이래서 특수스킬을 먼저 익히라고 한 거였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나는 일단 이 스킬합성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석판에 대고 말했다.
“스킬합성.”
그러자 석판의 글씨가 변했다.
-합성에 사용할 스킬이나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1. 합성 가능한 스킬: 정령술(실프), 체력보정, 길잡이.
2. 합성 가능한 아이템: 모신나강, 아이템백.
*합성에 사용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아이템은 합성의 재료로 썼다가는 소멸되니 절대 쓰면 안 된다. 일단 스킬끼리 합성해 봐야겠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한 번 순서대로 다 합성해 보면 되지 뭐.
“정령술과 체력보정을 합성한다.”
-정령술(실프)과 체력보정을 합성합니다.
파앗!
석판에서 하얀 불빛이 번쩍거리더니, 이윽고 그 빛이 내 몸으로 빨려 들어왔다. 카르마 보상으로 스킬을 습득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합성 성공. 바람의 가호(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바람의 가호(합성스킬): 신체를 통해 바람을 일으킵니다. 사용자의 집중력과 스킬레벨, 정령술의 스킬레벨의 영향을 받습니다.
*초급 1레벨: 지속시간 15분. 쿨타임 1시간.
‘허…….’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좋은 스킬을 공짜로 습득하다니. 내가 얼마나 좋은 특수스킬을 손에 넣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계속 합성해 보자.’
“정령술과 길잡이를 합성한다.”
-정령술(실프)과 길잡이를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실패라…….’
무조건 합성이 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체력보정과 길잡이를 합성해 보았다.
파앗!
이번에는 성공했다.
-합성 성공. 운동신경(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운동신경(합성스킬):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 향상됩니다.
*초급 1레벨
말 그대로 운동신경이었다. 육체보정과 길잡이가 합쳐지니 운동신경이 되다니 재미있다. 몸이 움직여야 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건가?
어릴 적부터 몸치 소리를 많이 들었던 나로서는 아주 좋은 스킬이었다. 게다가 이건 사용하는 스킬이 아니라 체력보정처럼 효과가 영구히 지속되는 스킬이었다.
‘바람의 가호도 있으니까 운동신경이랑 합하면, 이제 근접거리에서 싸워도 괜찮겠다.’
난 체력보정 초급 4레벨이었다. 특수부대 정예 수준의 강인한 육체였다.
그런데도 워낙에 몸치였던 까닭에 이런 좋은 몸을 갖고도 스파링에서 차지혜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물론 그녀가 전문가였던 이유도 있지만.
그런데 새로 생긴 운동신경은 그런 내 단점을 커버해 준다.
바람의 가호까지 발휘할 수 있으니, 실프가 소총으로 원거리 지원 사격을 하고 나는 지근거리에서 싸우는 방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차지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차. 특수스킬을 얻고서 연락 달라고 했었지?’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특수스킬은 어떻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정령의 가호라는 스킬을 받았어요. 몸에서 정령의 힘을 내는 스킬 같았어요.”
-그렇습니까? 그냥저냥 무난합니다. 좀 더 좋은 스킬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차지혜는 아쉬워했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되는데, 더 좋은 특수스킬도 있나요?”
-특수스킬은 시험자마다 모두 제각각이라 중복되는 법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시험자는 가장 특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활이었습니다.
“부, 부활이요?”
-죽었을 때 300카르마를 지불하고 부활하는 특수스킬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워하는 겁니다. 저는 김현호 씨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인 특수스킬을 얻기를 원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실프의 소환시간이 모두 소진되어도 바람의 힘을 일으킬 수 있는데.”
-나쁘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 특수스킬을 중심으로 카르마보상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800카르마 남으신 것 맞습니까?
“네.”
-그러면 우선은 메인스킬인 정령술에 투자를 해야겠습니다.
“정령술에? 초반에는 메인스킬의 레벨을 올려도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요?”
-레벨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차지혜가 잘라 말했다.
-김현호 씨는 실프와 카사 두 정령과 계약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아, 예.”
-불의 정령 카사를 얻는 겁니다. 그러면 유사시에 실프와 카사 두 정령을 모두 소환해서 싸움에 투입할 수 있고, 정령의 가호라는 김현호 씨의 특수스킬의 옵션도 늘어납니다.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 같았다.
카사를 얻어서 스킬합성의 재료로 사용하면 바람의 가호처럼 불의 가호? 뭐 그런 스킬이 만들어질지도 몰랐다.
“좋은 생각 같네요.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남은 400카르마도 근접전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써야 합니다. 흐음, 일단은 300카르마로 체력보정을 초급 5레벨로 올리고, 남은 100카르마는 보조스킬을 하나 얻는 데 쓰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보조스킬을요?”
-권각술도 괜찮고 체술도 괜찮습니다. 뭐든 김현호 씨의 몸치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무술을 익히는 데 써야 합니다.
“…뭐, 그렇게 하죠.”
역시 이 여자도 내가 몸치라고 생각하는군. 쳇, 정확한 판단이다.
어차피 나는 운동신경이라는 스킬을 얻었기 때문에 필요 없지만 말이지.
-그리고 김현호 씨의 처우에 대해서는 연구소의 상부에 계속 건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노력을 해볼 테니 너무 낙심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십시오.
“예,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럼…….
“예.”
통화를 마치고, 나는 그녀가 말한 대로 체력보정을 초급 5레벨로 올렸다. 300카르마를 써서 레벨을 올리니 내 몸이 더욱 단단해졌다.
몸 곳곳에 세밀한 잔근육이 돌처럼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을 보니 스스로 봐도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손가락 하나로 몸을 지탱한 채 물구나무를 섰다면 믿겠는가?
그런 만화 같은 짓거리를 간단히 해낼 정도로 대단한 육체였다.
초급 5레벨은 인체의 한계라더니 사실 같았다.
계속해서 석판에 대고 카르마 보상을 외쳤다.
“메인스킬을 보여줘.”
-시험자 김현호 님은 현재 정령술 초급 1레벨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정령술(메인스킬): 바람의 하급 정령을 소환합니다. ‘실프’라고 말씀하시면 소환됩니다.
*초급 1레벨: 소환시간 2시간. 실프의 힘 사용 시 소환시간이 소진됩니다.
*초급 2레벨: 소환시간 2시간 15분. (-500)
-다음 정령과 계약할 수 있습니다.
1. 불의 정령 카사 (-400)
초급 2레벨로 올리는 데 500카르마나 소모되고, 그런 주제에 늘어나는 소환시간은 15분밖에 안 된다.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차지혜의 말대로 초반에 메인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건 카르마의 낭비였다.
역시 레벨을 올리기보다는 불의 정령 카사와 계약하는 편이 좋겠다.
“카사와 계약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