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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75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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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75화


“어떻게 한 거냐?”
“쏴 맞췄죠.”
“그건 무슨 무기지?”
데릭은 내 닐슨 H2에 관심을 보였다.
“총이라는 무기입니다. 작은 탄환이 날아가 목표물을 적중시키죠.”
“무언가 날아가는 것이 언뜻 보인 것 같긴 했다. 헛것을 본 줄 알았더니 아니었군.”
아니, 이 양반 지금 날아가는 총알을 봤다고?
오히려 내가 더 경악할 일이었다.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총알을 순간적으로 본 것만으로도 괴물 같은 동체시력이었다.
“요즘 인간들은 그런 무기를 쓰나?”
“아뇨. 저만 가지고 있는 무기입니다. 이걸 만들 수 있는 인간은 딱 한 사람밖에 없거든요.”
“다행이군. 인간들이 다들 그런 무기를 쓴다면 우리에게 너무 위협적이야.”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어때요? 이만하며 저도 싸움에 끼어도 되지 않을까요?”
“흐음…….”
“위험해지면 곧장 몸을 빼서 달아나겠습니다.”
“그럼 좋다. 대신 조건이 있다.”
“뭐죠?”
“내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마라.”
“헉!”
“음? 왜 그러지?”
“아, 아닙니다. 말씀대로 할게요.”
그 중후한 카리스마를 그만 좀 풍기세요. 반할 것 같다고요!
이러다가는 정말로 연장자 어머니의 연적이 될 것 같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라는 데릭의 권유로 나는 마을로 돌아왔다.
오후에 술래잡기 훈련을 하면서 나는 이 사실을 제이크에게 자랑했다.
“데릭 아저씨와?!”
“응.”
“그럴 수가!”
“왜 그래?”
“데릭 아저씨는 우리들의 영웅이야! 누구나 데릭 아저씨와 함께 싸우고 싶어 한단 말이다!”
제이크는 불같이 질투했다.
아, 연장자 어머니의 연적이 이 마을에 한둘이 아니었구나. 데릭은 정말 마성의 남자다.
“우리도 남서쪽 방면에서 아저씨들과 함께 언데드와 싸우고 싶어. 아저씨들이 안 된다고 해서 안전한 북동쪽만 맡고 있는 거지.”
“위험하니까 걱정하시는 거지.”
“그 위험한 곳에 왜 너는 데려간단 말이냐!”
“맞아!”
“우리를 차별하는 거냐!”
엥?
어느새 내 주위에 남성 엘프들이 모여 있었다.
“항의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우리가 킴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
“설마!”
서, 설마 괜히 나 때문에 엘프 마을에 불화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아, 그리고 네가 술래다, 킴.”
한 녀석이 내 등을 툭 쳤다.
남자들이 쏜살같이 뿔뿔이 흩어졌다. 내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그날 저녁, 데릭을 비롯한 나이든 엘프들이 돌아왔을 때, 젊은 남성 엘프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뭐냐.”
데릭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아저씨, 우리도 언데드와 싸울 수 있습니다.”
“왜 우리에게는 허락하지 않으시면서 킴에게는 허락하셨습니까?”
“우리도 자신 있다고요!”
여성 엘프들과 어머니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채 데릭은 입을 열었다.
“킴에게 우리와 싸우는 걸 허락한 이유는 훈련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내 보호를 받으면서 실전 감각을 기를 거다.”
데릭은 젊은 남성 엘프들을 쭉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는 어떠냐. 너희도 내 보호를 받아야 하나? 내 생각에 너희는 믿을 수 있는 어엿한 전사들인데.”
“…….”
“…….”
젊은 남성 엘프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제껏 그래왔듯 북동쪽을 부탁한다, 전사들.”
그러면서 데릭은 유유히 젊은이들의 가로질러 지나쳤다.
숙연해진 젊은 남성 엘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나는 감동에 젖었다. 왜 이렇게 멋있는 겁니까, 데릭 씨!

***

다음 날부터 나는 데릭과 함께 움직였다.
일단은 마을의 생명의 나무에 불꽃을 불어넣고, 데릭과 함께 도착한 소나무에 또 불꽃을 넣었다.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할 거다.”
“네.”
나는 쌍권총을 소환하고 데릭과 함께 움직였다.
남서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그리고 웬 절벽에 이르렀을 때, 다른 엘프들을 볼 수 있었다.
“왔나, 데릭?”
“아아.”
겉보기에는 중년쯤으로 보이는 엘프들이 알은체를 해왔다. 실제로는 200살이 넘긴 분들이겠지.
나이 든 남성 엘프 16명이 절벽 위에 포진해 있었다.
“시작했나?”
데릭이 물었다.
“그래, 오늘도 질리지도 않고 기어올라오는군.”
그 말에 나는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헉!’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군데군데 부패한 시체들이 낭떠러지를 악착같이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인간의 시체였다.
“크르륵!”
“크으으으!”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좀비들.
무언가를 깊이 갈구하듯이, 좀비들은 낭떠러지를 기어올라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
“언데드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존재들이다. 흑마정을 얻어 살아 움직이지만, 생명은 없지.”
나에게 다가온 데릭이 설명했다.
“굶주린 자가 먹을 것을 찾듯이 놈들은 자신들에게 없는 생명을 탐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질투하고 탐한다.”
그 말에 나는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생명의 나무!”
“그렇다. 놈들은 본능적으로 가장 풍부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를 찾아 온 거야.”
“…….”
“그럼 시작하지.”
데릭은 활을 들고 화살을 꺼내 시위에 먹였다.
다른 엘프들도 똑같이 활로 좀비들을 쏘기 시작했다.
쉬쉬쉭―
화살이 날아들어 좀비를 한 마리씩 맞추었다. 머리에 적중당한 좀비는 뒤따라 기어오르던 다른 좀비와 함께 우수수 추락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일단 쌍권총은 집어넣고, 모신나강을 소환했다.
“실프.”
-냥?
“저놈들 쏴.”
고개를 끄덕인 실프는 모신나강을 들고 조준을 했다. 내가 건네주는 총알을 받아 장전하며 사격을 시작했다.
타앙, 탕! 탕, 타앙!
“크에엑!”
“크아아!”
발사될 때마다 우수수 추락하는 좀비들.
“신기한 무기를 쓰는군.”
“저게 그 총이란 거야?”
“정말 무서운 무기인데.”
“저 인간밖에 갖고 있지 않은 무기라니 다행이지.”
함께 활을 쏘던 엘프들은 잠시 나와 실프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이내 다시 싸움에 집중했다.
근데 이건 좀 쉬운데?
그냥 좀비들이 올라오기 전에 쏴서 떨어뜨리면 되는 거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내 건방진 생각이었다.
데릭은 활을 다시 등에 걸며 말했다.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군.”
“네? 뭘요?”
“놈들이 몇 명인 줄 알고 화살만 쏘겠나? 계속 이러면 화살만 고갈된다.”
“그럼……?”
“보면 안다.”
허리춤의 검집에서 두 자루의 검을 뽑아 들었다.
아주 가볍고 가느다란 검이었다.
그걸 양손에 쥔 데릭은…….
“으왓?!”
난 기겁을 했다. 데릭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똑바로 아래로 추락하면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데릭.
함께 회전하는 두 개의 칼날이 회오리처럼 몰아치며 낭떠러지에 매달린 좀비들을 휘갈겼다.
촤좌좌좌좍!
우수수 십여 마리의 좀비를 단숨에 썰어버린 데릭은 검 하나를 절벽에 박아 매달렸다.
그리고는 뽑은 동시에 돌출된 바위를 디디며 오르기 시작했다.
양손으로는 무섭게 칼부림을 하며 두 발만으로 낭떠러지를 올라오는 데릭의 묘기!
촤촤ㅤㅊㅘㄱ!
“크악!”
“아아아!”
“크륵!”
‘데, 데릭 님!’
그는 검술마저도 남자의 로망이었던 것이다!
“휴우, 저건 도무지 흉내 내지 못하겠단 말이야.”
“쌍수검으로 낭떠러지에서 싸우는 건 데릭밖에 못하지.”
“우리도 시작하자고.”
엘프들이 하나둘 검을 뽑았다. 데릭과 달리 다들 한 자루씩만 꺼냈다.
그리고 일제히 뛰어내린다.
촤촤촤ㅤㅊㅘㄱ―
촤ㅤㅊㅘㄱ!
“크르륵!”
“크아아아!”
“아으으으!”
엘프들의 일격에 좀비들이 우르르 추락했다.
그들은 한 손으로 매달려서 다른 손의 검으로 잡초 뽑듯이 좀비들을 베어나갔다.
-냐앙.
나는 실프와 함께 덩그러니 절벽 위에 남아 그 모습을 멍하니 내려다볼 뿐이었다.
“나, 나도 자존심이 있지.”
-냥?
“예전의 내가 아니야. 운동신경이 초급 5레벨이라고.”
-냐앙…….
무리하지 말라는 표정의 실프.
그러나 나는 쌍권총을 꺼내 들었다. 좋아, 목표는 데릭처럼 하기다.
그런데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챘는지 아래쪽에서 싸우던 데릭이 외쳤다.
“킴, 너는 실프와 함께 와라!”
“…네.”
쳇.
나는 모신나강을 소환해제하고 실프에게 말했다.
“내가 균형을 잃고 추락할 것 같으면 받아줘.”
-냥.
고개를 끄덕이는 실프.
일단은 권총은 하나만 쓰기로 했다. 나는 다른 손으로 바위 틈새를 잡으며 낭떠러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파앗, 팟!
가볍게 잡고 매달릴 만한 지점을 옮기며 절벽을 탔다.
생명의 나무 위에서 술래잡기를 한 보람이 있었다. 그 놀이가 이렇게 제대로 맞춤 훈련이 될 줄이야!
가까워진 좀비에게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크아!”
머리통이 터지며 좀비가 추락했다. 뒤따라오던 다른 좀비와 함께 뒤얽혀 떨어지는 걸 보니 짜릿한 희열이 느껴졌다. 원 샷 투 킬이다!
“잘하는군.”
어느 새 옆에 온 데릭이 칭찬했다.
아, 뿌듯하다.
엄마한테 칭찬받은 어린아이처럼 들뜬 나는 더 열심히 싸웠다.
권총만 쓰는 게 아니었다.
발로 차고 손으로 발목을 잡아당기면서 좀비들을 떨어뜨리는 데 주력했다.
술래잡기 할 때 손만 쓰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두 손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발로 상대를 터치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 효과가 지금 톡톡히 나타나고 있었다.
‘한번 해볼까?’
나는 권총 하나를 더 소환해 다른 손에 들었다.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두 발로 낭떠러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으라차!”
마치 와이어 액션을 하듯이 절벽을 달려 내려가며, 나는 쌍권총을 마구 난사했다.
타타타탕!
아무렇게나 난사하는 것 같았지만, 사격 스킬에 의한 감각으로 나는 좀비 네 마리를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4발을 연사한 나는 결국 균형을 잃고 추락했고, 실프가 나를 받아주었다.
“오케이, 땡큐.”
-냥.
나는 다시 안정적으로 절벽에 매달렸다.
“잘하는군. 그렇게 계속 연습하면 나처럼 할 수 있겠어.”
칭찬과 함께, 이번엔 데릭의 질주가 시작했다.
절벽 위를 달리면서 마친 듯이 양손으로 칼부림을 한 데릭.
칼을 휘두를 때마다 몸의 균형에 영향이 갈 텐데, 어떻게 저러면서 절벽 위를 질주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했다.
데릭은 왼손의 검을 절벽에 박아 넣어 몸을 지탱한 뒤, 오른손의 검을 마구 휘둘러 주변의 좀비 다섯 마리를 떨어뜨렸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되어야지.’
실프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낭떠러지를 평지처럼 마음대로 누빌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전투 방식을 시도해 보았다.
쌍권총은 쏘는 손맛이 좋았지만, 아무래도 총알이 좀 아까웠다.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바람의 가호였다.
두 발을 힘껏 차서 바람을 일으켜 좀비들을 우수수 밀어버리는 싸움법이 효과가 탁월했다.
바람의 가호가 적용되는 15분간, 나는 양손으로 절벽을 잡고 누비면서 양발로 발차기를 퍼부었다.
파앗!
“크아아아!”
파파팟!
“크르륵!”
“끄흐!”
발차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압에 좀비들이 추락했다.
다 같이 좀비들을 천 마리 가까이 잡은 것 같았다.
싸움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면서 엘프들이 나를 칭찬했다.
“제법이더군.”
“절벽에서 균형을 잘 잡던데, 인간 같지가 않았어.”
“평지에서 발을 제대로 딛고 서지 않으면 인간은 힘을 쓰지 못하는데, 킴은 다르군.”
나는 술래잡기의 효과라고 대답했고, 데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요즘 다들 그걸 열심히 하던데, 젊은 애들한테도 기회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제이크가 들으면 기뻐할 만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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