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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68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68화

 

“이놈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잘리고 싶어?”
“그간 감사했습니다.”
“허헛, 누구 마음대로?”
박진성 회장은 포르쉐 카이엔에서 내린 나에게 다가와 와락 포옹을 했다.
얼마나 내 무사 귀환을 염원했을지 보여주는 태도였다.
물론 자신의 병 치료 때문이겠지만, 그대로 환대해 주니 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난 뭐 공짜로 치료해 주냐? 엄청난 돈과 지원을 받아 재꼈는데.
“왔으면 하나 줘봐.”
“흐음…….”
“왜 인마?”
“그게 말이죠. 흐으음…….”
“아, 뭔데, 이놈아! 돈 더 달라고?”
“예.”
“인석아, 아무리 내가 재벌이라지만 너무 날강도 심보 아니냐? 내가 그동안 적게 줬어?”
“아뇨, 그게 말이죠. 제가 생명의 불꽃을 중급 1레벨까지 올렸다고요. 이번엔 질병 치료까지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어요.”
“그게 정말이야?”
“믿기 싫음 말든가요.”
“이놈이!”
나는 박진성 회장이 날리는 꿀밤을 슬쩍 피했다.
“어쭈? 저놈 잡아!”
박진성 회장이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헐.’
나는 제자리에서 훌쩍 도약하여 옆에 있던 커다란 노송(老松) 위로 올라갔다.
이제 내 육체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껌이었다.
경호원들은 멍하니 나무 위를 바라보다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나무 위에서 나는 박진성 회장에게 말했다.
“얼마 주실 거예요? 이번엔 더 확실하게 효과가 있을 텐데.”
“일단 먹어보고 검진을 통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본 뒤에 책정하자. 내가 어제도 검진을 받아봤기 때문에 차이를 뚜렷하게 알 수 있어.”
‘뭐, 박진성 회장이 돈 아낄 사람은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내려와, 이놈아.”
노송에서 내려온 나는 생명의 불꽃을 펼쳤다.
화륵!
손바닥 위에 생긴 불덩어리. 이제는 구슬만 한 불꽃이 아니라 주먹만 한 불덩어리였다.
“어이쿠, 크다.”
박진성 회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 입에 다 먹지 못하겠는데.”
“생각해 보니까요, 굳이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럼?”
“그냥 몸에 밀어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생명의 나무에 불꽃을 매일 불어넣었던 경험상 한 말이었다.
그 말에 박진성 회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가슴 아래쪽에 불덩어리를 갖다 댔다.
‘위암인가?’
위가 있는 쪽에 생명의 불꽃을 넣는 걸 보니 그럴 거라고 추측했다.
불덩어리가 박진성 회장의 몸에 스며들었다.
“허, 그냥 이러면 되는 건데. 그동안 괜히 먹었잖아.”
“어르신들 특징이잖아요. 좋은 일단 입에 넣는 거.”
“시끄러워.”
“좀 어때요?”
“허허, 이걸 뭐라도 해야 하나. 정말 좋은데, 참 좋은데 말로 할 수가 없네.”
박진성 회장은 자신의 몸을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아마 하루에 2개씩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눈이 뒤집히겠지?
“오랜만에 사냥이나 할까?”
“그러죠.”
우리는 장비를 챙겨들고 사냥에 나섰다. 오늘따라 박진성 회장은 기운이 넘치는지 앞장서서 걷기까지 했다.
“이건 건강할 때보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네.”
아주 신 나셨군.
하지만 한 시간쯤 산을 다닌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바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박진성 회장이 물었다.
“시험은 어떻게 됐어?”
“클리어입니다.”
“이야, 잘했네. 노르딕 시험단에 도움을 요청한 보람이 있는 거네?”
“예, 뭐 그렇죠.”
사실 4회차 시험 내내 싸움과는 관련 없는 나날을 보냈지만.
오딘이 정말 군대를 파견해서 실버 씨족을 토벌했는지는 확인 못했다.
그러고 보니 오딘도 시험이 끝났을지 모르겠네. 한번 연락을 해볼까?
“다음 시험은 어떨 것 같아?”
“다음 시험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잘됐군.”
내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5회차에서 나는 아주 강해질 것이다.
생명의 나무를 통해 정령술을 강화하고, 시험을 클리어해서 받은 카르마로 스킬 레벨을 올릴 것이다.
해질 무렵이 되어도 사냥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실프를 소환할까요?”
“됐어.”
박진성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힘들고 때때로 실패도 해야 사냥이 재미가 있지.”
그것은 박진성 회장의 인생철학처럼 들렸다.
“그게 회장님의 사업가로서의 철학인가요?”
“응? 뭔 헛소리야? 사업은 실패하면 재미없어.”
“…….”
“먹여 살려야 하는 임직원이 몇 명인데 실패가 좋겠어? 넌 시험이 재미있어? 이거 웃긴 놈일세.”
괜한 소리를 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박진성 회장은 어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겠다며 떠나 버렸다.
나는 습득한 스킬들을 테스트해 보면서 수련을 할까 싶었지만, 오늘은 늦었기에 돌아가 보기로 했다.
민정이 너무 보고 싶었다. 내 입장에서는 30일이나 못 봤다고.
스마트폰을 꺼내 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이 시간이면 집에 있겠지.
-여보세요?
민정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음악이 들린다.
빠른 템포에 비트 넘치는,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는 이 음악은 설마…….
“미, 민정아, 너 지금 어디야?”
나는 설마 싶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일 것 같은데요?
“그, 설마 클럽이야?”
그러자 민정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웠던 음악이 갑자기 뚝 사라졌다.
-집인데요?
엥?
“그럼 그 음악은 뭐야?”
-오빠 전화 받으면 쓸려고 받아놓은 브금이죠.
날 놀린 거냐!
“민정아, 오빠가 심장이 좀 약해. 다시는 그러지 말아주련?”
-흥, 자기 볼일만 보고 가버린 주제에.
갑자기 한 달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런 게 아니래도.”
-흥, 몰라요.
“아무튼 금방 갈게.”
-맘대로 해요.
그러면서 먼저 뚝 끊어버리는 민정이었다. 화 안 났으면서 삐친 척하긴. 오늘은 뭔가 기쁘게 해달라는 뜻이로군.
‘선물이나 사가야겠다.’
한 달 만에 보는 터라 뭔가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

딩동―
-신문 안 봐요.
인터폰으로 민정이 말했다.
“인터폰으로 내 얼굴 보이는 거 다 알거든?”
-신문 안 본다고요.
“저기 인터폰 고장이지? 아니, 하다못해 내 목소리는 들리잖니.”
-아, 끈질기네. 신문 안 본다니까요?
“선물 사왔어.”
-오빠~!
곧바로 문이 열리고 민정이 뛰쳐나와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웃으며 민정을 안고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꺅 하고 민정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손으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품에 안긴 채 신 나라 하던 민정은 내가 침대 위에 눕혀놓자 표정이 새초롬하게 변했다.
“뭐예요?”
“응? 뭐가?”
“왜 또 침대야? 혼날래요?”
“아, 나도 모르게.”
흑, 난 널 못 본 지 30일이나 됐단 말이야! 넌 어제도 봤겠지만.
“선물이나 줘 봐요, 선물.”
나는 크로스백에서 마카롱이 가득 든 상자를 꺼냈다.
“꺅, 맛있겠다!”
민정은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커피랑 같이 먹자며 부엌으로 달려갔다.
빠르게 에스프레소 두 잔을 내려와 마카롱과 함께 티타임을 가졌다.
“생각보다 센스 좋네요.”
“땡큐.”
“대뜸 비싼 선물이라도 사왔으면 웃겼을 텐데, 히히히.”
“하, 하하…….”
“응? 표정이 왜 그래요 오빠?”
“아, 아냐.”
“…….”
“…….”
“…꺼내 봐요.”
“응…….”
순순히 대답하면서 나는 크로스백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 손이여! 제발 힘내라!’
가방 안에 손을 넣은 채 나는 포장을 뜯고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목걸이를 꺼내보였다.
“어머 예쁘다!”
블랙스톤으로 장식된 예쁜 목걸이였다. 매장 여직원이 골라준 건데 내가 봐도 예뻐서 샀다.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감탄을 거듭하던 민정은, 돌연 나를 째려보았다.
“이거 얼마예요?”
“4, 4만 원.”
“이게요? 거짓말!”
“길거리에서 팔기에 샀어.”
“진짜요? 그럼 모조품인가 봐요. 우와, 진짜랑 완전 똑같다.”
“그, 그래? 난 그런 거 잘 몰라서.”
난 몰라도 인터넷 지식검색은 목걸이 브랜드를 잘 알더라.
지도 어플이 매장 위치도 잘 알고.
“히히, 아는 언니가 이거 갖고 있는데. 정품이랑 완전 똑같다. 진짜 마르니 목걸이 같아.”
“조,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저게 백만 원이 넘어가는 정품이라는 사실은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지. 마르니 매장에서 모조품을 판매할 리는 없거든.
“걸어줘요, 오빠.”
“응.”
나는 목걸이를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민정의 뒤로 갔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였다. 민정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크로스백으로 달려들었다.
“아, 안 돼!”
“에잇!”
민정은 크로스백에서 마르니 로고가 새겨진 상자와 뜯겨진 포장박스를 꺼냈다.
“얼씨구? 그 틈에 가방에 손 넣어서 포장 뜯고 상자 연 거예요? 진짜 손재주도 좋으셔.”
운동신경을 초급 3레벨로 올렸더니 손재주도 좋아지더라.
“얼른 불어요. 얼마예요?”
“…백만 원 살짝 넘더라.”
“미쳤어, 미쳤어!”
민정이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마구 때렸다.
“아주 호구 인증 하려고 작정했어요? 그러니까 현지가 그렇게 오빠 걱정을 하죠!”
“어, 억울해…….”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요!”
난 30일 만에 널 보는 터라 기뻐서 선물을 산 것뿐이라고!
…민정의 입장에서는 매일 본 사인데 대뜸 비싼 선물을 사왔으니 그렇게 보이긴 하겠다.
“환불해요.”
“싫어.”
“얼른 안 해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비싼 거 못 받아요.”
“몰라, 몰라, 환불 못해. 안 해.”
나는 목걸이 상자를 마구 구기고 찢었다.
“꺅! 이럼 환불 못 하잖아요!”
“안 해, 그냥 가져. 그냥 사주고 싶었을 뿐이야.”
민정은 나를 째려보았다.
“안 되겠네요. 오빠는 벌을 받아야겠어요.”
“벌?”
스마트폰을 꺼내는 민정.
“포, 폰은 왜 꺼내니?”
목걸이를 목에 걸고는 갑자기 손으로 브이를 하며 셀카를 찍는다.
그리고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는데 받는 사람은 바로…….
“안 돼!”
나는 절규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오빠한테 받았다.^^ 마르니♡]

그 직후, 내 스마트폰에 누군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현지: 야, 이 미친 호구야! 돈 많냐??]

“크으윽……!”
나는 OTL 자세로 좌절했다. 그런 나에게 민정이 손짓했다.
“헤헤, 오빠. 아무튼 선물은 고마워요. 정말 예뻐요.”
“됐어…….”
“아이, 삐쳤어요?”
“…….”
“이리로 와요, 오빠.”
잠깐 강한 유혹에 움찔했지만 그래도 버텼다. 정말 삐쳤다. 진짜로 현지한테 이르다니!
‘난 호구 아니야. 부자란 말이야. 껌 하나 준다고 아까울 리가 없잖아!’
통장에 쌓인 돈만 19억인데 목걸이 하나 사주는 게 아깝겠나?
“이래도 안 와요?”
민정은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사락사락 하나씩 옷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움찔움찔했다.
결국 내가 선물한 목걸이만이 그녀의 몸에 남았을 때, 인내심을 상실했다.
뜨거운 열기가 사그라질 즈음, 민정은 내 품에 안긴 채 속삭였다.
“이런 거 안 줘도 돼요. 오빠만 계속 곁에 있어주세요. 전 정말 그거면 돼요.”
…그거야말로 나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오랜만에 재회한 민정을 품에 안고서 잠들었다.
스마트폰을 꺼놔야 한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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