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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97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97화


“아이템 백팩 20개를 전부 카르마로 환불받겠다.”
그러자 석판의 글씨가 변했다.

-아이템 백팩(대형) 20개를 5,000카르마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바꾸시겠습니까?

“그래.”
파앗!
석판에서 빛이 잠깐 번쩍였다.

-아이템 백팩(대형) 20개가 소멸됩니다.
-5,000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잔여 카르마: +5,000

“정말 5,000카르마가 생겼네요.”
“축하하오. 그걸로 더욱 강해지겠군.”
“정말 카르마를 돈으로 살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무리 돈이 소중해도 시험은 목숨이 걸렸는데 카르마를 팔다니…….”
오딘은 글라스에 담긴 술을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김현호 씨도 이제 이 바닥에 대해 조금을 알아야 할 때가 왔구려.”
나는 오딘의 말에 경청했다.
“난 시험자들을 통틀어도 상당히 강한 편이오. 지금까지 한 번도 시험에 실패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갈색산맥에서 보여주셨던 오러 소드에 정말 감탄했거든요.”
오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소. 난 강한 편이오. 그런데 나만큼, 혹은 나보다 강한 시험자가 없다고 할 수는 없소. 50회차를 넘긴 괴물들도 있으니까.”
50회차라는 말에 그만 아찔해진다.
그럼 대체 아레나에서 얼마나 살아왔단 말인가.
“당연하게도 시험의 최종 목적에 거의 도달한 시험자들도 많이 있소. 그런데 아직까지 시험이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오?”
“왜죠?”
“돈 때문이오.”
“……?!”
“돈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험을 더 이상 클리어하지 않는 것이오. 시험이 주어져도 아레나에서 마정을 모으는 데만 정신 팔린 것이지.”
“하지만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마이너스 카르마를 받지. 그전에 가지고 있던 카르마를 미리 처분해 버리는 것이오.”
오딘의 설명은 이러했다.
일단은 시험을 착실히 클리어하면서 카르마 보상으로 강해진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강해졌다 싶으면 슬슬 마정 채취에 집중하게 된다.
한동안은 시험을 클리어하는 틈틈이 마정을 모으다가, 더 이상 시험과 돈 벌이를 병행할 수 없는 시점이 되었을 때, 과감하게 시험을 포기한다.
“중국은 공산당에서 차세대 에너지자원인 마정을 대량 확보하는 데 미쳐 있소. 시험자들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고, 때로는 강제하면서 마정을 모아오게 하지.”
“시험을 모두 이루지 않으면 시험자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잖아요?”
“꼭 그렇지도 않소. 시험을 클리어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마정만 모으면 오히려 안전하지. 오히려 시험을 클리어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오.”
나는 그만 멍해졌다.
시험을 포기하는 편이 도리어 안전하다고?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율법은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었을 텐데, 방치했단 말인가?
아무런 페널티도 주지 않고?
“시험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시험자들에게 어떤 페널티도 없단 말씀이신가요?”
“페널티가 왜 없겠소? 마이너스 카르마란 그 자체가 페널티요.”
“마이너스 카르마가 어떤 작용을 하나요?”
“마이너스 카르마가 누적된 시험자를 ‘타락한 시험자’라고 부르오. 타락한 시험자를 죽이면 그 마이너스만큼의 카르마를 얻을 수 있소.”
“죽여 보셨나요?”
내가 물었다.
오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번. 중국인 시험자였는데 강한 자였소. 하지만 나를 너무 얕봤지.”
“그럼 그런 일반 시험자들이 그렇게 타락한 시험자를 많이 노리겠군요.”
“적대관계요. 아주 훌륭한 사냥감이니까. 심지어 중국은 자기들끼리도 죽인다더군. 많은 마이너스 카르마를 쌓게 한 다음 죽여서 얻은 카르마를 팔아치우는 거요.”
나는 혼란을 느꼈다.
시험보다 돈 벌이에 치중하고 시험자끼리 서로 죽이는 꼴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난장판이란 말인가.
율법이든 천사든 이 같은 상황을 예상 못했단 말인가?
아니면 이런 상황까지도 그들이 의도한 바란 말인가?
‘대체 시험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우주의 진리이자 신과도 같다는 율법의 안배에 인간이 파고들 수 있는 허술함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인간군상이 벌이는 이런 행각조차 율법의 안배라고 봐야 옳다.
“시험의 최종 목적이란 모든 시험자가 똑같은 것일까요?”
“그럴 거라고 알려져 있소. 극비사항이라 정확히는 파악이 안 되고 있소만, 대체로 시험자들의 시험들이 한 가지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더군.”
“그게 뭐죠?”
“나도 모르겠소. 나 역시 아직 20회차에 불과하니까.”
오딘은 내게 당부했다.
“김현호 씨, 당신은 부디 타락하지 마시오.”
“절대로 그리되지 않습니다. 전 시험을 모두 클리어하고 완전한 삶을 되찾고 싶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오. 나 역시 마찬가지요. 더 이상 아레나에서 지긋지긋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소. 내 딸과 행복하게 일생을 보내고 싶을 뿐이오.”
“…….”
“꼭 시험을 클리어합시다. 모조리 완수하고서 이 미친 짓거리에 종지부를 찍읍시다.”
“예.”
우리는 그렇게 다짐을 하고서 작별했다.
나는 그날 밤, 미리 예약해놓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만약에 모든 시험자의 최종 목적이 한 가지라면…….
한 사람이라도 그 최종 목적을 완수하면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모든 시험자가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을 필두로 많은 국가가 마정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
차세대 에너지 자원으로 마정을 선택했다면, 그 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차단되게 놔둘까?
자기 밥줄이 끊기는 걸 시험자들은 가만히 놔둘까?
‘시험을 방해할지도 몰라!’
같은 시험자들까지도 시험의 방해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시험을 지속하다 보면, 결국은 시험자끼리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현실에서도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5,000카르마가 생겼음에도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인데 아직 민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야근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일단 카르마 보상을 어떻게 받을 지부터 생각해 보자.’
나는 석판을 소환해 놓고 내가 습득한 모든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시험자 김현호가 습득한 모든 스킬을 보여드립니다.

-메인스킬: 정령술(중급 1레벨).
-보조스킬: 체력보정(중급 5레벨), 길잡이(초급 1레벨), 순간이동(초급 4레벨).
-특수스킬: 스킬합성.
-합성스킬: 바람의 가호(초급 5레벨), 불꽃의 가호(초급 1레벨), 운동신경(중급 3레벨), 생명의 불꽃(중급 2레벨), 투과(초급 1레벨), 가공간(초급 4레벨), 사격(초급 1레벨).

-잔여 카르마: +5,000

가장 먼저 생각이 든 것은 정령술이었다.
이제부터는 내 주된 힘인 메인스킬을 꾸준히 올려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중급 1레벨이 된 정령술은 다음 레벨까지 무지막지한 카르마가 소모되었다.
석판을 통해 확인해 보니 레벨당 필요한 카르마는 다음과 같았다.

-정령술 중급 2레벨 (-1,700)
-정령술 중급 3레벨 (-1,900)
-정령술 중급 4레벨 (-2,100)

즉, 현재로서는 3,600카르마로 중급 3레벨까지밖에 올릴 수가 없다.
‘정말 생명의 나무를 통해 정령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구나.’
메인스킬은 생각할수록 잡아먹는 카르마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
하지만 메인스킬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오딘처럼 강해질 수가 없지 않은가.
어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딘은 메인스킬인 오러 컨트롤을 집중적으로 키워서 일찍 강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겠소. 내가 가진 스킬은 3가지가 넘지 않소. 그게 20회차밖에 안 됐는데 손꼽히는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오.”
놀라웠다.
오딘은 한 우물만 파서 대성한 케이스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강천성은 카르마를 쓰지 않았는데도 오러 컨트롤이 초급 4레벨인가 그랬었지?’
기억난다.
강천성은 평생 해왔던 내가권의 요령이 오러 컨트롤에 적용되어서 레벨이 올랐다고 했다.
그처럼 정령술도 수련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일단은 자연 에너지가 많이 흐르는 곳에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중급 정령술을 익힌 까닭에 내 몸에도 자연의 힘이 흐르고 있었다.
주변 자연의 힘이 내 몸에 도움을 주는 메커니즘인데, 인근의 산에 올랐을 때와 지금처럼 도심에 있을 때와 느껴지는 힘이 달랐다.
‘도인들처럼 계룡산 같은 데에서 지내면 정령술이 오르겠지.’
하지만 그렇게 해봐야 몇 년이 지나도 정령술의 레벨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갈색산맥에 있을 적에, 대자연의 힘이 넘쳐흐르는 생명의 나무 위에서 1년간 살아서 간신히 레벨 하나가 올랐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높은 중급 1레벨이다.
생명의 나무 없이는 아무리 자연을 벗 삼아 살아도 수십 년은 지나야 간신히 레벨 업을 할 수 있으리라.
‘가만, 생명의 나무?’
문득 나는 생명의 나무를 키웠을 때를 떠올렸다.
소나무도 단풍나무도 측백나무도 내 생명의 불꽃을 먹고서 성장한 끝에 생명의 나무가 되었다.
생명의 불꽃은 정령술(카사)과 힐링포션을 합성하여 만들어진 스킬.
즉, 생명의 불꽃에는 정령의 힘, 즉 자연의 힘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실프, 카사!”
-냐아앙.
-왈왈!
실프와 카사가 오랜만에 소환되었다.
중급 정령이 된 실프는 외양은 그대로지만 크기만 두 배로 커졌다.
어린 강아지였던 카사는 중급 정령이 되면서 어린 티를 벗고 막 성견으로 자란 듯한 모습이 되었다. 바유하자면 다 큰 진돗개? 상급 정령이 되면 엄청난 대형견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냥!”
“으르릉!”
덩치가 커졌음에도 녀석들은 여전히 서로 내 머리 위를 차지하겠다고 투덕투덕 서로 다퉜다.
무게가 없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깔려 버렸을 것이다.
“생명의 불꽃!”
나는 생명의 불꽃 2개를 만들었다. 미래자동차 한만영 회장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에 불꽃에 여유가 있었다.
“자, 이걸 봐봐.”
-냥?
-헥헥헥……!
실프와 카사가 불꽃을 바라본다.
“혹시 너희들 이거 먹고 싶니?”
-냥!
-멍!
대번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정령. 특히 카사는 침을 흘릴 듯한 표정이었다.
“이걸 먹으면 너희가 성장할 수 있니?”
이번에도 두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예상이 옳았어!’
생명의 불꽃으로 정령술의 레벨을 올릴 수 있다면, 카르마를 메인스킬에 쓸 필요가 없었다.
“자, 먹어.”
나는 불꽃을 정령들에게 하나씩 줬다.
실프와 카사는 아주 맛있게 불꽃을 먹어치웠다.
그 와중에 카사는 더 달라서 낑낑대며 앞발로 긁는다.
“나중에, 나중에.”
한만영 회장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불꽃을 정령들에게 줘야겠다.
어쩌면 이번 휴식 기간 중에 레벨을 몇 번 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카르마는 다른 스킬을 올리는 데 사용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카르마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은 운동신경부터였다.
“운동신경을 상급 1레벨까지 올린다.”

-2,500카르마로 운동신경(합성스킬)을 상급 1레벨까지 올립니다.
-운동신경(합성스킬):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 크게 향상됩니다.
*상급 1레벨: 몸을 쓰는 모든 일을 달인의 수준으로 발휘합니다.

-잔여 카르마: +2,500

운동신경은 내가 가진 스킬 중 스킬합성 다음으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이것만 올리면 별도의 무술이 필요 없는 것이다.
‘한번 시험해 볼까?’
나는 가공간에서 바이올린을 꺼냈다.
교본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어려운 곡을 연주해 보았다.
한동안 연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막힘없이 켜진다. 쉬운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손이 여유로웠다.
‘이게 상급이구나!’
스킬 운동신경의 사기적인 효과에 나는 큰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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