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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09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09화

 

-가공간(합성스킬):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물건을 수납합니다. ‘넣어’ ‘꺼내’ 명령어로 수납이 가능합니다.
*중급 1레벨: 200×200×200㎝, 전자기기의 수납 및 반입이 가능해집니다.

‘전자기기?’
그럼 노트북도 가져갈 수 있는 건가? 스마트폰도?
아레나에는 위성이 없으니 통신이 안 되지만, 그래도 스마트폰은 쓸모가 많을 것 같다.
카메라도 찍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유용한 어플도 많으니까.
‘스마트폰을 태양열 충전기랑 같이 가져가 봐야겠다.’
여유 공간도 가로세로 높이 2m로 아주 넓어졌다. 식량처럼 필요한 것들을 넉넉하게 챙겨가도 될 듯했다.
AW50F와 50BMG탄을 인계받은 후에 나는 차지혜와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나는 차지혜에게 가공간 스킬의 변화를 말해주었다.
“전자기기가 허용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대단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아레나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는 프로젝트를 벌였습니다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저도 그 얘기는 들은 적이 있었어요.”
“아예 재료만 가져가서 아레나에서 제작하는 방법까지 시도했습니다만, 아예 지구의 과학기술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게 가능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아마도 김현호 씨의 특수스킬인 스킬합성 덕에 그런 스킬이 탄생한 듯합니다.”
“인공위성이라…….”
정찰위성 같은 걸 아레나 상공에서 띄워서 일대를 감시할 수 있게 되면 정말 끝내주겠지.
위성을 통해 서로 원거리 통신도 가능해지고, 여러 모로 편리해지겠지.
“어쩌면 김현호 씨는 생명의 불꽃보다 훨씬 중요한 스킬을 얻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차지혜가 말했다.
“미국이 아레나에서 인공위성을 띄우려 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성을 통해 정보·통신을 장악하면 아레나에서의 패권을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자의 숫자가 많은 중국 시험단을 압도하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그럼 미국은 아레나에서 대기권 밖으로 위성을 띄워 올릴 수단이 있다는 뜻이네요.”
“그럴 겁니다. 듣기로는 마정을 추진동력으로 삼고 마법과 과학기술을 결합하려 했다고 했습니다.”
“위성이라…….”
크기가 10㎝도 되지 않는 초소형 위성은 일반 기업이나 대학, 심지어 개인도 띄워 올릴 정도였다.
대기권 밖으로 띄워 올릴 수 있는 추진 수단만 확보된다면, 원거리 통신이 가능해진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이점이었다.
“미국은 믿을 수 있는 나라일까요?”
내가 물었다.
“미국은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합리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익이라…….”
나는 고민이 깊어졌다.
만약 통신위성을 띄워 올린다면, 갈색산맥의 엘프들과 울펜부르크 백작가의 오딘 등과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된다.
고작 연락수단일 뿐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처럼 강력한 이점은 없었다.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잘 모르겠고, 일단은 믿을 만한 노르딕 시험단의 오딘과 상의를 해봐야겠어요.”
“괜찮은 선택입니다. 노르딕 시험단도 힘과 역량이 있는 집단입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호적인 세력이고 말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오딘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전자기기를 아레나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하셨소?
“예.”
-그것참 대단하군. 아레나에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매우 유용할 전자기기가 한두 가자가 아닌데 말이오.
“그래서 말인데, 미국에서 아레나에 위성을 쏘아 올리려는 시도를 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위성? 그렇군! 김현호 씨라면 그게 가능하겠어!
오딘은 흥분했다.
“제가 충분히 가져갈 수 있는 초소형의 통신위성을 띄워서 원거리 통신망을 구축하면 어떨까 싶어요.”
-멋진 생각이오. 미국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의 시험자들이 서로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을 찾고 있는 실정이었소.
오딘의 설명에 의하면 아레나에도 원거리 통신 수단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바로 통신 마법인데, 다만 통신 마법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거리 제한도 있다고 한다.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 노르딕 시험단과 협력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노르딕 시험단도 시험자들끼리 통신이 가능해지면 이점이 많겠죠?”
-당연한 말씀이시오. 그 부분에 있어 우리와 협력해 준다면 우리는 아주 후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소.
오딘은 적극적으로 내 제안에 수락해 왔다.
-일단은 우리 노르딕 시험단의 기술연구원들과 상의를 해보겠소. 작고 가벼운 통신 위성 정도라면 궤도로 띄울 수 있는 추진 방법이 있을 거요.
“예, 그럼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서, 차지혜가 말했다.
“아마 노르딕 시험단은 김현호 씨를 영입하려 할 겁니다.”
“그렇겠죠.”
“미국도 간절히 원했지만 실패한 일을 김현호 씨는 할 수 있습니다. 가공간 스킬 레벨이 높아지고 공간이 넓어지면 첩보위성도 실어 나를 수가 있을 테고요. 아무리 과한 요구라도 노르딕 시험단은 들어줄 겁니다.”
“으음, 어떤 요구를 해볼지 생각해 봐야겠네요.”
돈은 중요치 않다.
돈벌이 따윈 생명의 불꽃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가장 먼저 요구해야 하는 것은 내 가족의 신변 안전이었다.
물론 지금도 박진성 회장의 도움으로 가족들의 신변을 비밀리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중국을 견제해 줄 수 있는 세력이 필요했다.
우리나라는 그걸 해주지 못한다. 한국아레나연구소의 총책임자인 김중태 소장이라는 새끼가 나를 중국에 팔아넘기지 않았는가.
하지만 노르딕 시험단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중국 시험단을 증오하는 오딘의 성향도 있고 말이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였다.
위잉, 위잉.
오딘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연구진의 의견을 듣고 바로 연락하는 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더군. 초소형 통신 위성쯤이야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쉽게 구할 수 있소.
“궤도에 올려놓는 수단은요?”
-마정을 동력으로 한 추진 장치를 제작할 수 있다고 했소. 다만 당장 한두 달 만에 뚝딱 준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오.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무튼 한번 덴마크를 다시 방문해 주지 않겠소?
“덴마크로요?”
-그렇소. 말씀하셨던 위성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협의해야 할 게 많소. 당신의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말이오.
“치료?”
또 큰돈을 벌 수 있겠군.
-김현호 씨가 이곳에 있는 동안 당신의 가족들은 우리 경호팀이 철저히 보호하겠소.
“중국 시험단이 나서면 일반 경호팀으로는 어림도 없잖아요.”
-시험자 셋을 한국에 파견하겠소.
“세 사람이나 되는 시험자를 제 가족 보호를 위해서요?”
나는 깜짝 놀랐다.
오딘이 말했다.
-물론 그들은 유사시에만 나설 거요. 한국 관광을 원하는 시험자들을 지원받았소.
그 정도면 충분히 가족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나는 차지혜가 떠올랐다.
사망처리가 된 차지혜는 출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차지혜 씨는 어떡하죠?”
-문제없소. 한국 주재 덴마크 대사관을 통해서 비밀리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겠소.
“그럼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맥런 회장의 치료가 끝나는 일주일 뒤가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소. 그때 사람이 찾아갈 거요.

***

치료가 끝나고 맥런 회장과 데이나 리트린은 한국을 떠났다.
작별하면서 맥런 회장은 나에게 미국으로 귀화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김현호 씨의 능력이라면 미국에서 귀빈으로 대우받으며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할 힘이 있지요. 회장님께서 당신의 후원자가 되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좋은 제안이군요.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전해주세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가볍게 대꾸해 주었다.
맥런 회장도 더는 권하지 않고 웃어 보이며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맥런 회장이 주목하는 건 생명의 불꽃 정도지.’
중급 1레벨이 된 가공간의 효능을 알았다면 눈에 불을 켜고 날 영입하려 들었을 것이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차지혜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전화가 왔는데 현지였다.
“뭐냐, 닭.”
-닭이라고 하지 말라고!
머리도 나쁜 주제에 끝내 프라이드는 버리지 못한 현지였다. 주요 기업들이 전반기 공채를 시작했지만 우리의 현지는 아직 취업 소식이 없었다.
-오빠 민정이랑 무슨 일 있었어?
“……왜?”
-민정이가 회사 근처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 간다고 전해달래.
내가 마련해 주었던 방에서 나온 모양이었다. 이걸로 완전히 끝난 것이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가 아니라, 대체 왜 싸운 거야?
“그냥 그런 일이 있어. 신경 꺼.”
-이씨, 오빠 정말로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냐?
“신경 꺼.”
-신경이 안 쓰여? 그러게 누가 여동생 절친이랑 사귀래!
이것이.
넌 약점이 없는 줄 알아?
“그건 그렇고 너 요즘 카드 사용 내역 보니까 점점 씀씀이가 헤퍼지더라? 밥은 삼시세끼를 전부 사먹기 시작했고 카페를 하루에 몇 번을 가는 거야? 게다가 지난주에 28만 원짜리 구두는 내 허락도 없이…….”
-나, 나 이만 바빠서 끊을게!
현지는 황급히 통화를 종료했다. 쯧, 까불고 있어.
그런데 통화를 종료하고 보니, 옆에서 차지혜가 무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여동생분이십니까?”
“네, 굉장한 골칫거리죠.”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즐거워 보이십니다.”
“그, 그런가요?”
“예.”
“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일 덴마크로 가야 하니 먼저 들어가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 카드로 사시고요.”
“알겠습니다.”
차지혜는 자신의 방으로 슥 들어가 버렸다.
어쩐지 그녀가 외로워 보였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녀 앞에서 내가 너무 배려를 못한 건가?
나는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

다음 날, 덴마크 대사관 측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것을 받으십시오.”
그들은 우리에게 여권을 나눠주었다.
사진은 우리의 것인데 이름과 생년월일은 처음 보는 사람의 것이었다.
“임시로 만든 가짜 신분입니다. 비밀리 다녀야 할 때는 그 신분을 쓰십시오.”
덴마크 당국에서 조치를 취한 덕분인지, 별도의 절차 없이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수 있었다.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해서는 당국에서 미리 준비시켜 놓은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번에는 늘 보았던 그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내 물음에 동행한 대사관 직원이 어눌한 한국말로 대답했다.
“노르딕 시험단 본부입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오딘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노르딕 시험단 본부를 마침내 가보게 된 것이다.
차지혜는 여전히 감흥 없는 눈길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험자가 된 후로 그녀는 아예 감정이 마모되어 사라진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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