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5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51화
제1장 내전정벌 (1)
이제까지 겪어보지 않은 가공할 전투력이다. 사피로는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전율을 느꼈다. 순수한 무력만으로는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소니아 왕국에 올 때까지만 해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소니아 왕국 전체를 상대한다 해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뜻하지 않는 존재가 나타났다. 지닌바 무력을 측정하기 힘든 적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넘어서는 무력을 지닌 자였다.
사피로는 자존심이 상했다. 순수한 무력으로 결판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러나 결과는 오로지 승자의 몫이다.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사피로는 알고 있었다.
“생각이 많군.”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음성이 들려왔다. 무진의 부동심은 굳건함을 유지했다. 패력을 발산할 때도 얼음처럼 차가웠다.
무진의 존재감이 사피로의 뇌리를 차갑게 식혔다.
생사대결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사대결은 매력적이다. 그만큼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본능을 일깨운다.
그런데 무진은 어떠한가! 자신과의 대결에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과 일치한다.
자존심이 상하면서 두근거린다. 저 오만한 존재를 산산조각으로 분쇄해 버리고 싶은 열망이 사피로의 본성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약간의 승기를 봤다고 해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오만일 뿐이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기대해 보지.”
무진은 사피로의 눈에 비치는 자신감을 읽었다. 아직까지도 전부를 보이지 않았기에 언제든지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을 보이는 이상 본성을 쉽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믿는 힘이 무용지물이 되었을 때 인간은 숨겨두었던 내면의 자아와 만나게 된다. 내면에 숨겨진 자아가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무너져서 형편없는 존재가 될지 곧 결판이 날 것이다. 무진은 그것이 보고 싶었다.
우웅!
사피로의 기운이 변했다. 패기만만한 기운 속에 감추고 있던 날카로운 비수를 꺼내 든 것처럼 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사피로를 중심으로 칼을 품은 바람이 나선으로 소용돌이치며 퍼져나가 무진의 주위를 압박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된 바람은 점점 더 증폭되어 미증유의 거력을 뿜어내었다.
사피로는 바람과 동화되어 하나가 되었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승부를 볼 때가 왔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의 발산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 보잘것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자연이야말로 가장 순수하며 강력한 힘이다.
그러나 항상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불가항력의 존재.
무진의 몸은 외부의 압박에 자연스럽게 대처해 나간다. 적의 역량에 따라서 기운의 발산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사피로의 풍인(風忍)에 대응하여 무진의 주변으로 나선의 기류가 발산하여 끊임없이 회전했다. 줄을 연이어 이어놓은 것처럼 꼬리를 틀며 회전하는 기의 와류였다.
사방을 압박하는 거대한 바람 앞에서도 무진의 와류는 약해지기는커녕 위풍당당했다.
카카카캉!
바람과 바람이 부딪치며 쇳소리가 울렸다. 격렬한 충돌이었다. 서로의 역량을 최강으로 끌어올리며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투신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기운의 여파가 주변으로 튕겨나가면서 어떤 물체든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사피로의 내부에 숨겨진 바람이 껍질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 자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피로는 고대어로 ‘바람의 본질을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특수한 능력을 지닌 존재를 브릴란트 제국에서는 각성자라고 부른다. 각성자는 일반적인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우월한 존재로 인식된다.
각성자는 한 세대에 의해서 생겨난 존재들이 아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왔으며 유전(遺傳)을 통해 더욱 발달이 된 것이다.
어떤 이유로 각성자가 탄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피의 유전이 통합되면서 하나의 완성된 실체로 각성한다고 전해진다.
각성자의 능력은 타고난 역량도 있겠지만 본질을 깨닫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힘의 본질을 정확히 깨달은 자는 그 어떤 자보다 뛰어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사피로는 바람의 본질을 타고난 존재.
바람이 그이고, 그가 바로 바람이었다.
“나의 실체를 안 자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이 내가 정한 원칙이다.”
“능력이 된다면.”
“나를 만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마!”
“이번에는 전력을 다하는 게 좋을 거다.”
“보여주마! 나의 진실한 능력을!”
사피로는 무진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무진의 무력은 경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을 하면 그것이 뼈아픈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몸을 시리게 만드는 차가운 한기가 무진의 역량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대한 적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무진은 몸을 압박하는 바람의 기류를 느꼈다. 그것은 수련을 통한 무력이라고 할 수 없었다. 바람 자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바람의 본질을 깨닫고 동화되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만물의 이치를 얻고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연검(自然劍)의 경지를 깨달아야 한다. 지금 사피로가 보여주는 능력은 자연검 이상의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진의 피를 끊게 만들었다. 알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존재에 대한 투쟁심이 끓어오른다. 그 힘이 자신의 기대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피로의 외침이 들려왔다.
“바람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주마!”
파팟!
사피로의 기운이 변하자 대기의 바람도 변했다. 전우사방의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무진을 가로막았다. 금성철벽보다도 단단한 기운이 무진을 가두어두고 있었다.
바람의 압력이라고 불리는 윈드 프레스(풍압-風壓)의 위력이었다.
찍어누르는 바람의 압력으로 인해 단단한 암석조차 찌그러지고 있었다. 오러 마스터를 능가하는 기사라도 그 안에 갇히면 육편덩어리가 되어버릴 것이다.
찌지지지직!
무진은 조여 들어오는 윈드 프레스로 인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거센 압력이 마치 그라인더로 무진의 주위를 갈아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바람은 압력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톱니가 달린 것처럼 날카로우며 고속으로 회전했다. 막아서는 기운을 잘라냈다.
흠!
보통의 무인이었다면 위험한 상황이다. 한순간에 한 줌의 핏물로 화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진의 패력은 아직 발휘조차 되지 않았다.
무진의 내부에 숨 쉬고 있는 패황의 기운이 발산되자 주변을 압박하고 있던 바람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무진의 패력은 사피로의 강력한 바람보다 강하고 날카로우며 위험했다. 적을 철저히 망가뜨리려는 패황의 의지는 포악하며 굳건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파아아아앗!
천지사방을 울리는 파공성과 동시에 무진이 움직였다.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 사피로의 기감을 찾아 절대패력(絶對敗力)을 담은 권을 뻗었다.
패황지력이 담긴 권격은 하늘마저 쪼개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패황의 권은 용(龍)이 되어 대기와 구름을 갈랐다. 허공 전체를 다시 하늘을 밀어올리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대지의 격한 용트림이 분노를 표출해 내었다.
푸아아아앙!
하늘이 뻥 뚫려버리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천하를 굴복시키는 무진의 패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피로는 윈드 프레스만으로 결판을 낼 수 있다 여기지 않았다.
“바람의 중첩!”
이중삼중으로 바람이 모여들었다. 대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토네이도의 가공할 흡수력이었다.
모여드는 바람의 기류가 무진의 패황권(敗皇拳)을 맞아들였다. 바람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변할 수 있다. 사피로의 의지가 이끄는 대로 바람이 형상을 갖추어나갔다.
파아아아앙! 꽈과과꽝!
사피로의 바람은 단단한 것 같으면서도 탄성이 있었다. 바람의 중첩을 통해 패황권의 무력을 흡수하고 퍼뜨려버렸다. 힘의 여파가 사피로의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무지막지한 위력이다.
‘큭! 이 정도나 됐나!’
바람의 중첩을 10개나 활용했다. 그런데도 충격의 여파를 완전하게 와해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상상을 불허하는 패력이 아닐 수 없다.
사피로는 긴장감으로 인해 손바닥이 축축이 젖어오는 것을 경험했다. 그와 더불어 무진의 무력에 담긴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세상 전체를 발아래 두고 지배하려는 폭군의 성향을.
승부에 굶주린 야수의 잔인한 파괴성에 소름이 돋았다.
사피로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무진은 패황권을 사용한 후 사피로에게 접근했다. 의지가 나아가자 몸은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공간과 공간의 괴리감을 철저히 무시했다.
‘간격이 있군.’
사피로가 바람의 힘을 사용할 때의 텀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이 확실하다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일부러 무력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는 일이다.
위험을 감지한 무인은 물러서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무진은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물러서서는 적의 역량을 확인할 수 없다. 그것은 무진의 자존심과 같았다. 승부에 있어서만큼은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려는 것이 무진의 성향이었다.
무진과 사피로의 간격이 1미터에 불과했다.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무진의 파상공세가 불을 뿜었다. 처음과 달리 힘과 속도의 차이가 현저하게 달라졌다. 최소 3배는 더 빨라진 것 같았다. 격분한 화룡(火龍)이 거센 화염(火炎)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일격 일격에 실린 위력이 천지를 깨뜨릴 만했다.
파파파팟!
타타타탓!
사피로도 물러서지 않고 전력을 다해 치고받았다. 바람의 본질이 그를 감싸고 있기에 그가 뻗고 있는 전력에 바람이 실려 있었다.
오러와 바람이 뭉쳐지면서 파괴력과 방어력이 급상승했다. 속도 역시도 바람의 가속을 통해 더욱더 빨라졌다. 전투력이 몇 배나 상승한 것이다.
무진은 자신의 무력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타격점이 조금씩 비틀어지고 있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바람의 와류로 인해서 튕겨나가고 있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전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음에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특수능력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더 까다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크울프 기사단의 제라이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숙함이다. 역량의 차이를 이 정도로 좁혀놓을 수 있다면 충분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었다. 특수능력자가 사용하는 능력의 본질을 파악해야만 했다.
무진의 눈이 청백색으로 변했다. 수라혼원심공이 운용되면서 통천안이 열렸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무진의 영안(靈眼)이 사피로의 본질을 찾기 시작했다.
무진의 시선에 사피로의 내부에서 흐르는 기세, 흐름이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심장의 수축과 팽창에 의해서 흐르는 혈류(血流)의 움직임까지도 세세하게 밝혀졌다.
무진의 무력도 한층 강화되었다. 통천안은 단순히 상대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무진의 역량 역시도 강화하여 적의 요소요소에 해당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노릴 수 있었다.
‘바람을 부릴 때마다 녀석의 신체 내부에 변화가 있다.’
오러나 마나와는 다르다. 몸의 구조에 속하는 혈, 혈맥의 변화였다. 세포 하나하나가 증폭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바람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있었다.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서 몸 전체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무공을 익힌 자의 역량은 자신을 얼마나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수십 년의 수련으로도 몸의 완벽한 통제는 어렵다.
그에 반해 사피로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정도는 가능했을 것이다. 재능을 넘어선 선천적인 능력이었다. 태초부터 인간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불공평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진은 상관하지 않았다.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그것은 진리이며 현실이다. 무진은 현실의 불확실함과 불공평에 주저앉아 한탄하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의 역량만으로 세상의 불합리를 무너뜨리고, 그 위에 당당히 서 있는 존재였다.
‘변화의 중심은 머리군.’
무한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뇌.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무공에서는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서 상단전을 열어야 한다.
상단전은 천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자만이 들어설 수 있다. 물론 태생적으로 타고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단명(短命)했다.
반면에 사피로는 상단전이 열려 있는 상태에도 몸의 구조가 받쳐주어 특수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선천의 능력으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절대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났다.
‘흥미롭지만 아직은.’
무진은 파악이 끝났다는 듯이 공격의 루트를 변화했다. 뻗고, 회수하고, 지르는 동작의 궤도와 타격점을 달리한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 그리하면 길이 보인다. 뚫고 나갈 수 있는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무진은 망설이지 않고 진격해 나갔다.
터엉!
크윽!
무진의 일권이 정확하게 사피로의 중심으로 전달되었다. 사피로는 몸의 내부로 스며드는 무진의 경력에 경악했다. 윈드 스파이럴(나선풍력-螺旋風力)을 통해 무진의 힘을 분산시켰던 좀 전과는 달랐다. 바람이 분산되는 그 찰나의 틈을 정확하게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또한 반격을 했을 때 사피로의 힘을 자연스럽게 흘려버리면서 속도를 가속시켰다.
가했던 힘보다 더 강한 역량이 발휘되었을 때 사피로는 파격을 맞았다. 받쳐줄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다시 힘을 회수하려 했을 때를 무진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퍼억!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충격이다. 응축된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사피로는 토혈을 할 뻔했다. 간신히 윈드 스파이럴을 통해 패력을 분산시키기는 했으나 완전하지 않아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바람과 바람을 중첩시키고, 몸의 중심으로부터 기류를 분산했다. 그와 동시에 대기에 흐르는 바람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꾸었다. 자신에게는 순풍을, 적에게는 역풍을 쏟아낸 것이다. 거리를 벌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