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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4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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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9화

제5장 내전(內戰) (2)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는.

“으아아아악!”

“아이쿠! 미안! 내가 잘못해서 목을 반만 잘랐네! 아프겠다!”

천득구는 덜렁거리는 첩자의 목을 부여잡고 미안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마저 잘라주었다.

주변에는 프로테스영지를 감시하고 있었던 첩자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난도질을 당해서 형체를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남아 있는 첩자들은 공포로 인해 사시나물 떨듯이 떨었다. 그들이 보기에 천득구는 지옥에서 올라온 마왕 같았다. 오랜만에 피를 본 천득구는 희열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도…망쳐!”

“어딜 감히!”

천살마제 천득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최소한 대륙십강은 돼야 한다. 첩자질이나 하는 실력으로는 백만년이 지나도 불가능했다.

“크아아아악!”

첩자들의 비명이 하늘을 메아리쳤다. 그와 동시에 천득구의 천살성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 세상의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를 죽여 버리려는 듯했다.

* * *

 

마르치니 후작의 본대가 타오란을 향해 진격을 했다. 그에 발맞추어 테오도르 국왕의 직속부대 역시 수비를 하기 위한 진형을 갖추었다.

소니아왕국 내부의 성벽은 강화벽돌과 대마법방어진이 설치되어 있어서 마법이나 투석기로는 부서트릴 수 없다. 견고함이 강철보다 단단해 진입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견고한 성벽을 끼고 수성전을 펼치는 왕국군을 맞아서 마르치니 후작은 전략무기를 꺼내들었다. 마르치니 후작이 꺼내든 전략무기는 대 마력포였다. 일반적인 마력포보다 3배는 더 컸다.

마력포의 크기는 위력과 비례한다. 단순히 크게 만들었다고 해서 위력이 강한 것이 아니다. 위력이 강한 만큼 반발력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만들 수 없는 무기다.

마르치니 후작의 오랜 투자와 연구로 일구어낸 성과였다. 대 마력포의 무게로 인해 운송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위력은 굉장했다.

마르치니 후작은 투항하라는 권고를 보냈다. 물론 거절할 것을 알고 있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마력포가 발사되었다.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발포였다.

푸아아아아아앙!

천지가 개벽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마력포가 발사되어 마력탄이 성벽에 부딪치자 성벽의 중심이 통째로 박살이 나 버렸다. 오러블레이드로도 부수기 힘든 성벽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왕국군의 진형이 흐트러졌다.

기사와 병사들의 동요가 혼란을 부추였다. 성내의 무기로는 대 마력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사단, 병력, 병기의 조합이 완벽한 마르치니 후작은 시간을 끌지 않았다. 기사단과 병사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전쟁은 흐름이다. 승기를 탄 이상 빠른 시간 내에 결판을 내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현명한 전략이었다.

“진격하라!”

와아아아아!

다다다다다닥!

병력과 물량의 차이가 현저했다.

왕국군이 마지막으로 거칠게 저항했지만 소용없는 짓이 되었다. 마르치니 후작의 기사단과 병력을 막기에는 뚫려버린 성벽의 크기가 너무 컸다.

수도를 방비하기 위한 첫 번째 요충지, 자이로성을 지키던 벡터 자작은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 마력포를 그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마르치니 후작의 진격을 저지하지 못하고 자이로성을 내주고 말았다.

마르치니 후작은 반나절 동안 자이로성에 머물렀다. 시간을 길게 끌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열을 흐트러뜨리면 위험했다. 아직 왕국군의 전력이 전부 집결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그저 지나가는 통로에 불과했다.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대 마력포의 운송과 마력탄의 수였다. 한 발 발사할 때마다 마력포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수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철저하게 숨겨야 했다.

마르치니 후작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카이겔 백작가에 심어 놓은 첩자들의 소식이 끊겼습니다.”

“제법이군.”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영지를 정비한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군사훈련과 행정개편을 한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마르치니 후작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농락한 에이프런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마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한 후 첩자들이 움직였을 때 색출해 내었을 것이다.

“후방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비우타민 백작이 우려 섞인 뜻을 내비쳤다. 마르치니 후작은 뒤에 병력을 남기지 않고 있었다. 전력을 한곳에 집중하여 단번에 힘을 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번이라도 어긋나면 파탄이 날 수도 있었다.

“계집이 바보가 아니라면 소수의 병력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기사단이라면 위험합니다.”

현재의 전투는 기사대전이었다. 기사들의 실력과 수에 따라서 전세가 판가름 난다. 만약 상대가 카이겔 백작가의 페가수스기사단이라면 후방을 흔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마르치니 후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전쟁 직전에 이제까지 자신을 도왔던 비밀 세력의 고위급 간부가 찾아왔다. 마르치니 후작이 애초에 원했던 것은 자금과 병기의 원조였다.

그런데 고위급 간부와 함께 온 것은 100명의 검사들이었다. 마르치니 후작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실망한 마르치니 후작에게 검사들은 실력을 선보였다. 상상을 불허하는 실력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실력이라면 페가수스기사단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수상하기는 해도 왕국을 점령하기만 하면 끝난다.’

마르치니 후작은 그들의 도움을 이용해서 왕국을 수중에 넣을 생각이다. 전쟁이 끝나면 놈들의 배후를 밝혀 정리할 계획이다.

“페뉴실린 백작에게 카이겔 백작가의 병력이 왕국군과 합류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라고 해.”

“알겠습니다.”

적당히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귀족들의 힘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이미 그에 대한 준비를 사전에 마련해 두었다. 내전을 대비해 아무도 모르게 카이겔 백작가에서 왕궁으로 가는 길목에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 함정을 피해 대군이 움직이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비될 것이다.

* * *

 

에이프런은 지니언 남작에게 지휘권을 부여하고, 카이겔 백작가의 5만 대군을 이끌고 왕궁으로 가도록 명령했다. 반면에 에이프런은 페가수스기사단과 전투병력을 이끌고 직접 가이만 영지로 떠났다.

군사지휘권을 부여받은 지니언 남작은 전날 은밀하게 전한 에이프런의 명령을 떠올렸다.

‘함정에 걸려들면서 적의 의도대로 넘어가라니!’

도리! 도리!

아무리 생각해도 에이프런 백작의 뜻을 이해하기 힘든 지니언 남작이다.

그러나 그녀의 전략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비밀리에 설치한 마르치니 후작의 함정을 사전에 파악해 놓은 에이프런 백작의 정보력과 판단력을 믿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이라면 아무런 이유 없이 명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백작님이 생각해 두신 뜻이 있겠지.”

에이프런이 지니언 남작에게 군사지휘권을 준 이유는 그가 충성스럽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과 달리 충성을 맹세하면 끝까지 지키는 자였다.

귀족들은 명예욕 때문에 자칫 명령을 무시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다. 그런 자보다는 명령에 따르는 우직한 자에게 지휘권을 부여하는 것이 현명했다.

이번 전쟁은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명심에 섣불리 움직이게 되면 피해를 볼 수 있었다.

* * *

 

총 500명으로 구성된 부대를 운용하는 에이프런이었다. 그 옆에는 무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적의 아가리 속으로 뛰어드는 작전임에도 불구하고 에이프런과 무진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무진과 에이프런을 따르는 페가수스기사단과 마법병단도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페가수스기사단은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기사단으로 재탄생했다. 사무엘 단장은 숙원이던 오러마스터 상급에 올라섰으며, 기사단 중에서 새로운 오러마스터가 5명이나 탄생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전원이 오러마스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진이 무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무엘 단장은 깨닫게 되었다. 그가 보여준 검법의 무리(武理)는 사무엘 단장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검론(劍論)을 초월했다.

‘그는 우리가 범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더 큰 세상을 위해 나아가실 분이시다!’

사무엘 단장을 비롯한 페가수스기사단은 에이프런보다 무진을 더 경외했다. 그를 따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페가수스기사단과 마찬가지로 50명의 마법병단을 이끌고 있는 빈센트도 무진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가 데리고 온 마법스승은 빈센트의 마법능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주었다.

벽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빈센트는 단기간 안에 7서클 익스퍼트가 되는 놀라운 성장을 했다. 그를 따르는 마법병단도 5서클에 올라섰다. 상상할 수 없는 발전속도였다.

이 모든 것을 이루게 해준 무진에게 경외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군을 따른다!’

무진과 에이프런은 전음을 주고받으며 이동했다. 속도는 체력과 오러를 떨어뜨리지 않는 적정 선을 유지했다. 갑작스런 적의 기습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정말 안 도와줄 생각이에요!’

‘봐서.’

‘기사단과 마법사들이 죽을 수도 있어요.’

‘그 정도도 극복 못하면 쓰레기라는 뜻이겠지.’

에이프런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마르치니 후작이 대비하고 있어도 과거의 전력을 비교해서 대비했을 것이다. 지금의 전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제대로 된 실력만 보인다면 무리 없이 마르치니 후작의 후방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음!’

무진의 기감에 무언가 잡혔다.

너울거리는 등선 너머로 무리를 짓고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오러의 통제 수준이 보통을 넘어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무리에 속한 특별한 존재가 무진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 세상에 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전율을 무진은 느꼈다.

발끝에서 시작돼서 전신을 타고 흐르는 기분 좋은 전류.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투에 대한 흥분이었다.

“멈춰.”

“왜요?”

“적이다.”

“난 못 느꼈는데.”

“무디군.”

“뭐예요! 저처럼 섬세한 숙녀에게 그게 무슨 망언이에요!”

“네가 섬세했었나.”

“완전 섬세하거든요!”

“그런가.”

“그렇다니까요!”

“알았으니 그만 해라.”

무진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단과 마법병단은 전투준비를 서둘렀다. 그들의 기감에도 잡히지 않은 적이다. 결코 쉽사리 볼 수 없다는 경계심이 들었다.

전투에서 방심은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각인했다. 무진을 처음 봤을 때 그들은 무시했었다. 그리고 무진의 숨겨진 힘을 경험했다. 그날을 생각하면 절대로 방심할 수 없었다.

기사단이 정면을 맡고, 전투병단 중 궁술에 특화된 병사들이 좌측과 우측을 맡았다. 마법사들은 후방에서 적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마법 인챈트를 해 놓았다.

무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기운을 퍼뜨렸다. 기운은 고도로 응축이 되어 초극에 이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었다.

 

등선 너머에서 매복하고 있던 자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년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상했던 대로 적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곧 적의 수뇌부 중에 예상 이상의 능력을 지닌 존재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청년은 적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어찌할지를 고민해 보았다.

‘흥미롭군.’

카이겔 백작가의 페가수스기사단이 소니아왕국에서 수위에 드는 기사단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기껏해야 왕국에 속한 기사단일 뿐이다. 별로 신경을 쓸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지금 감각에 잡힌 페가수스기사단은 왕국의 기사단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숨겨진 역량을 감안하면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또한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마나의 파장, 이것은 마법사들일 것이다. 기사단과 마법사의 조합이 최적의 전투력을 낸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제법 신경이 쓰이는 조합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패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무리 강해졌어도 그가 데려온 무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고민을 한 이유는 극미한 피해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예상되지 않는 피해를 즐기지 않는다. 그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청년의 자존심은 하늘처럼 높았다.

‘응?’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기감에 잡히는 기운이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을 원하는 기운이었다.

청년은 기운에 섞여 있는 패력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까지 아버지를 비롯한 4명을 제외하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었다.

‘나 사피로를 부른다 이 말인가!’

적은 사피로만을 원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이라면 당연히 피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적의 의도대로 따라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피로는 달랐다. 새 시대의 절대강자를 노리는 그에게 물러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받아주지.’

사피로는 놈에게 역량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 주기로 결정했다.

“데븐.”

“예!”

“놈들을 맡아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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