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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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9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7화
제4장 준비 (7)
반나절 이상 마법수련과 마법연구를 한다.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그들도 힘들었다. 지겹게 반복하고, 지겹게 연구하는 것이 나태한 삶을 살아온 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수련을 할수록 강해지고, 마법적인 성과가 보이면서 그들은 재미를 느꼈다. 강함에 대한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지그프리트, 제니아, 젠카르트, 바이드론은 반복되는 생활에 적응하며 발전해 나갔다. 역량의 발전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했다.
웜급의 드래곤이 지니고 있는 역량을 이미 한참이나 초월해 있었다. 이제는 고룡급과 대적을 해도 그리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수련을 마친 그들은 연구와 토론을 했다. 서로의 실력을 점검하고,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자신들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약점을 극복할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몇 개월이 꿈만 같다.”
“그러게.”
무진이 대륙여행을 하러 떠난 후 반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지그프리트와 제니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애인관계임을 선언한 것이다.
한번 마음을 열자 지그프리트와 제니아의 관계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블랙드래곤과 실버드래곤이 그 열기에 타 버릴 지경이었다.
그렇다 해도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상관하지 않았다. 무진과 같이 있을 때처럼 숨 막히는 생활에서는 벗어났으니 말이다.
그들에게 무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매일 수련을 거르지 않고 하는 이유도 무진 때문이다. 그가 없었다면 계속해서 나태하게 살았을 것이다.
반대로 그가 있음으로써 숨 막히는 생활을 거듭해야 한다. 무진 앞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주군이 언제 돌아올 것 같으냐?”
“몰라. 다만 오래 여행하셨으면 좋겠다.”
“너 주군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거냐!”
“그…게 아니라!”
바이드론의 물음에 젠카르트가 급 당황했다. 만약 지금 한 말이 무진의 귀에 들어가면 젠카르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뻔하다.
“쫄았냐!”
“쫄…기는!”
사실 드래곤하트가 순간적으로 오그라들었다.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지그프리트와 제니아가 심각한 얼굴을 하며 다가왔다.
“너희들 싸웠냐?”
“그런 거 아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냐?”
“내 말을 들으면 너희도 심각할 걸.”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면 하나뿐이다.
“주…군이 돌아오는구나!”
“아니.”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네.”
“대신에 우리 중에 하나가 주군을 만나러 가야 한다. 그게 누가 될까?”
“허억!”
바이드론과 젠카르트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서열상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가장 막내다. 한 명이 가야 된다면 그들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그프리트와 제니아가 열의를 불태우며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를 응시했다.
“애인은 일심동체야. 그러니 너희들 중에 하나가 가야겠다.”
“그…러는 게 어딨어!”
“어딨긴 여기 있지.”
“이…건 월권행위…다!”
“싫으면 말해.”
지그프리트와 제니아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둘이 같이 지내다 보니 성향이 비슷해졌다.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대항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럴 때는 먼저 수를 쓰는 것이 현명했다.
“바이드론이 갈 거다!”
“젠카르트가 갈 거다!”
젠카르트와 바이드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동고동락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우정은 짓밟힌 지 오래다. 순식간에 적의가 담긴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네가 가라!”
“싫다! 네가 가라!”
“내가 서열이 위다!”
“그래봤자 이제 삐까삐까 하잖아!”
“어쭈! 개기냐!”
“그래, 개긴다. 어쩔래!”
“좋아, 어디 해보자!”
“나도 좋다 이거야!”
젠카르트와 바이드론은 전의를 불태웠다.
이대로 무진의 굴레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의 생활을 포기할 수 없기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투지가 불타올랐다.
젠카르트와 바이드론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둘의 대결은 무려 5일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허억!
허억!
둘 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5일간의 사투로 인해 몸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전력을 다한 젠카르트와 바이드론은 잠시 휴전을 했다. 지금은 말하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다. 숨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지그프리트와 제니아가 심판 역할을 했다.
“무승부네. 그럼 내가 가겠다.”
“뭐…뭐야? 그게!”
“처음부터 내가 가기로 되어 있었거든.”
지그프리트가 미처 얘기하지 못했다는 투로 건넨 말에 허탈해진 젠카르트와 바이드론이었다. 지그프리트와 제니아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한 짓으로 마나만 낭비한 꼴이 아닌가!
“이…치…사한!”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겠어?”
“네…놈만 그렇겠지!”
“어허, 이러면 그동안 너희들이 한 말을 고스란히 주군에게 알릴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너…설마!”
“자꾸 내 입을 가볍게 만들지 마라.”
‘악독한 놈!’
‘주군 같은 놈!’
지그프리트는 제니아와 잠시 동안이지만 헤어진다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실 지그프리트는 마법을 가르치는 스승 역할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왔다 갔다 하면 되었다.
* * *
백작인증을 받고 돌아온 에이프런은 정식으로 가주가 됐음을 선포했다.
에이프런이 돌아오기 전까지 무진이 직무대행으로서 벌인 일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귀족들에게 강제력을 발휘하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갔다.
에이프런은 백작가의 내부조직을 개편하고, 귀족들의 규율을 다잡았다. 이전에 해이했던 것들을 재편해서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귀족들의 특권이 제한되면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에이프런은 단호하게 대처했다. 백작가의 내부를 가주 일인권력체제로 확고하게 마련했다.
마르치니 후작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내부의 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는 이상 원활한 대비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은 힘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군사개편을 통해 영지의 전투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대외적으로는 정해진 군사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도록 보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집무실에 에이프런과 무진이 있었다.
“귀족들 중에서 마르치니 후작의 첩자가 있더군.”
“정말이요?”
“자금사정이 좋지 못했던 귀족가문 중 한 곳에 요 근래 많은 자금이 유입됐어. 그 출처를 밝혀보니 마르치니 후작이 운영하는 캠퍼니상단에서 들어왔더군.”
“어느 가문이죠?”
“베르디안 남작가.”
베르디안 남작은 끝까지 중립을 지키면서 카이겔 백작가의 혼란을 부추기며 페르만 자작과 세르비안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에 따라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승기를 잡지 못하도록 방해를 놓았다.
마르치니 후작의 입장에서는 카이겔 백작가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것이 목적이니 하나로 통합되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었다.
“지금 당장 제거해야겠네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죠?”
“이용하자는 거다.”
“그럼 일부러 정보를 흘리자는 거예요?”
“그래.”
“그가 바보가 아닌 이상 쉽지는 않을 텐데요.”
“어차피 베르디안 남작 말고도 영지 곳곳에 마르치니 후작의 첩자들이 있어. 그를 이용해서 첩자들을 전쟁이 나기 전에 한꺼번에 색출해 버리는 게 효과적일 거야.”
“그렇기는 하네요. 그보다 페가수스기사단을 어떻게 한 거예요?”
“무슨 말이지.”
“갑자기 나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던데요.”
왕도에 가기 전과 지금의 페가수스기사단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에이프런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변했다. 이전까지는 카이겔 백작가의 가주로서 대우했다면 지금은 두려움과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만한 성향이 강했던 기사단이 하루아침에 겸손해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에이프런은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때렸군요.”
“맞을 짓을 하더군.”
“그렇다고 패요?”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안 봐도 뻔하네요.”
에이프런은 눈에 선했다.
다크울프기사단을 흔적도 없이 몰살시켜 버린 무진이다. 페가수스기사단의 자존심을 완전히 부숴버렸을 것이다. 고개조차 들 수 없게 완벽하게 망가뜨린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현재 페가수스기사단은 강해지기 위해서 뼈를 깎는 수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기본에서 시작된 상승의 검술을 반복적으로 수련한다.
무공은 반복의 미학이다. 지루하고 어려운 수련을 극에 이르도록 반복하여 가지고 있는 벽을 깨고 새로운 경지에 올라서는 것이 무공이다.
그렇기에 무공은 끝이 없으며 한계가 없다. 반복만 남을 뿐이다.
무진은 페가수스기사단의 실력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벽을 깨는 방법을 제시하고, 효율성이 극대화된 수련법을 가르쳤다.
지난한 수련의 끝에서 돌파구를 발견한 자만이 무진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법병단은 또 뭐예요?”
“과거처럼 기사단만으로 전쟁을 이끌어 가는 것은 어리석어. 마법병단이 필요할 때야.”
“그래도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충당해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정말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네요.”
“그 정도도 못하면 네가 쓸모없다는 뜻이다.”
“말을 해도 꼭!”
에이프런은 무진에게 자신의 능력을 꼭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이건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그전에 너도 수련을 좀 해야지.”
“왜…요?”
“약하잖아.”
“저 오러마스터예요!”
“최소 상급은 돼야지.”
‘마스터 상급이 누구 애 이름이야! 이건 뭐 상금이 걸렸을 때마다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에 한때 유행을 했던 게임이다. 일정 상금에서 시작해서 내기를 걸 때마다 두 배가 되는 형식이다. 격투장에서 도박사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게임이지만 끝까지 돈을 따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적당히 가르쳐 줄 테니, 살아남도록.”
“그게 뭐가 적당한 거예요!”
‘살아남으라는 말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에이프런이 심하게 투덜거려 봤지만 무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무진은 다크포트를 통해 조사해 놓은 일들을 전부 에이프런에게 맡기고 집무실을 나섰다.
에이프런은 백작가의 재정확충과 내부의 적, 수련을 한꺼번에 다 해야 했다.
카이겔 백작가의 주인이 되어서 조금 편해졌나 했더니 더 힘든 고생길이 열렸다. 에이프런이 예상했던 탄탄대로는 험난대로가 되었다.
‘떠그럴!’
이건 한다고 해서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의욕이 대폭 깎였다.
거울을 보니 아름답고 매끈한 얼굴에 주름이 지고 있었다. 미세한 주름이라 거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이프런은 거울에 비친 실 같은 주름에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악!
“젠장! 이 나이에 주름 생기면 안 되는데!”
에이프런은 찡그렸던 얼굴을 억지로 폈다.
여자의 생명은 주름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 아닌가!
나중에 무진을 유혹하려면 아름다움을 꾸준히 담금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