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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4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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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6화

제4장 준비 (6)

 

소니아왕국의 수도 타오란에 도착한 에이프런은 왕성에서 3일을 머물고 난 후 테오도르 국왕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샤벨타이거를 연상시켰던 테오도르 국왕이지만 현재는 나이가 들어 노안을 겪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패기만만했던 왕의 모습을 초라한 노인으로 만들었다. 또한 귀족파의 끊임없는 견제로 인해 테오도르 국왕은 많이 지쳐 보였다. 눈가에 보이는 주름은 세월과 떠안고 있는 권력의 무게를 나타내었다.

에이프런은 귀족파의 견제 없이 백작의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국왕파의 입장에서는 에이프런의 존재 자체가 매우 중요했다. 마르치니 후작이 절대적인 권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이겔 백작가마저 혼란을 겪게 되면 힘의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해진 절차에 의해서 백작인증을 받은 에이프런은 카이겔 백작가의 정식 주인이 되었다. 여인이라고 무시하는 존재는 없었다. 에이프런이 오러마스터임을 모든 귀족이 보는 앞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백작인증 후에 왕성에서는 연회가 열렸다.

밤새 연회를 즐긴 에이프런은 찝쩍거리는 귀족청년들의 마음을 홀라당 빼앗아 버렸다.

플라워스네이크의 위력은 가공했다. 제법 여자 좀 껄떡거려 봤다는 귀족청년들도 에이프런 앞에서는 애송이가 되었다.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수중에 넣은 에이프런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온 에이프런은 가식을 벗어던졌다. 가식은 남자들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 혼자 있을 때까지 가식 떨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호호호호호!

“지금쯤 늙은 너구리가 엄청 열 받아 있겠지.”

에이프런은 마르치니 후작에게 한 방 먹였다는 것에 속이 시원했다.

아름다운 얼굴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전에 죽을 뻔한 것을 생각하면 솔직히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옥상으로 올라가서 맞짱 한 번 뜨자고 하고 싶었다.

아마 칼침 한번 맞아 보면 다시는 못된 짓 할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능구렁이 두 마리는 역시 만만치 않아.”

겉으로는 힘이 없어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오도르 국왕은 절대로 가볍게 볼 위인이 아니다.

인증절차가 있기 이틀 전 에이프런은 은밀하게 테오도르 국왕을 만났다.

카이겔 백작가를 넘보려는 마르치니 후작의 의도를 전하고, 그 증거를 넘겼다. 에이프런은 소드아머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 마르치니 후작을 압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넌지시 던졌다.

그러나 테오도르 국왕은 고개를 저으며 날로 소드아머를 드셨다. 증거는 되어도 당장은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에이프런은 테오도르 국왕의 눈가에 비친 기광(氣光)을 보았다. 이제까지 감추고 있던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테오도르 국왕은 카이겔 백작가에서 벌어진 일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르치니 후작의 움직임도 알고 있었다. 그가 드러내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증거를 손에 넣음으로써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에이프런 앞에서는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다.

백작인증식 때 에이프런은 두 노인네의 신경전을 보았다.

카이겔 백작가의 힘이 필요한 테오도르 국왕은 은연중에 마르치니 후작을 압박할 수 있는 단서를 던지며 백작인증에 대한 일을 따지지 못하도록 했다.

테오도르 국왕과 마르치니 후작 간에 암중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속내는 철저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서로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늙은 너구리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 나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어.”

권력과 명예에 눈이 먼 귀족치고 뒤끝 없는 인간이 없다. 반드시 등 뒤를 노리고 들어올 것이다. 그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에이프런도 알고 있었다. 세상은 먼저 공격해서 이기는 쪽이 장땡이었다.

* * *

 

파아앙!

마르치니 후작은 탁자를 거칠게 쳤다.

그는 오늘 당한 수모를 잊지 못했다. 어린 계집년에서 연거푸 당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생각 같아서는 계집년을 잡아다가 실컷 능욕한 후 오체분시를 하고 싶었다.

“저희가 그 계집을 잡아죽이겠습니다!”

“닥쳐! 지금 국왕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는데 그게 될 것 같아!”

수하들의 말에 마르치니 후작이 역성을 냈다.

지금 당장 에이프런을 건드리게 되면 테오도르 국왕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벌인 일이 밝혀지면 앞으로의 일도 도모하기 힘들어진다. 지금 당장은 움직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마르치니 후작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크울프기사단은 에이프런의 계획에 휘말려 전멸했을 것이다. 또한 그 증거를 국왕에게 넘겼을 가능성이 컸다. 테오도르 국왕이 내색은 안 했지만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일이 심각해진다. 명분을 쥐고 있는 쪽이 테오도르 국왕이다. 잘못되면 왕국의 개국공신가문을 친 귀족이 된다. 왕국의 내, 외부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마르치니 후작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준비를 해야 해.’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장은 움직이지 않더라도 힘을 모아 먼저 선수를 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누가 승기를 잡고 이기느냐에 따라서 결판이 날 것이다.

‘웬만하면 그들에게 협조를 구하지 않으려고 했건만 어쩔 수 없다.’

최후의 방패막이가 필요했다. 은밀하게 자신을 도와주는 세력의 협조가 꼭 필요한 시기였다. 너무나 은밀해서 아직까지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마르치니 후작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태까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었다.

* * *

 

무진은 다크포트를 통해서 카이겔 백작가 내의 귀족들의 성향을 철저하게 파악했다. 그들이 이제까지 살아온 일대기가 낱낱이 파헤쳐졌다.

굳이 지금 사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이후에 방해가 될 귀족들을 걸러내고,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명령을 내릴 자는 에이프런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귀족들이 하는 꼴을 지켜볼 뿐이었다.

똑똑!

집무실로 누군가 찾아왔다.

“들어와.”

삼십대 중반의 인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회백색 로브를 입고 있는 중년인은 고집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는 카이겔 백작가의 마법수장 5서클 마법사 빈센트다.

5서클 마법사라면 실력이 모자라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카이겔 백작가라는 명성에 비해서는 걸맞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마법병단을 만들려고.”

허!

빈센트는 혀를 찼다. 다짜고짜 하는 말이 마법병단이라니 그게 뉘 집 오크이름인가! 만들라고 해서 뚝딱 만들 수 있는 마법병단이 아니다.

마법병단은 보통 100명의 전투마법사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6서클 이상의 마법실력을 가지고 있다.

대륙에서도 최강국 브릴란트제국, 신성제국, 메카닉왕국을 제외하면 마법병단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없었다.

일단 마법사를 양성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마법수련과 연구, 실험에 들어가는 돈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일반 마법사를 양성하는데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전투마법사라니 그게 가당키다 한 말인가!

더군다나 빈센트는 이제 막 5서클에 든 중급마법사일 뿐이다. 5서클 마법사보고 마법병단을 만들라고 하다니 미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되지.”

“마법을 뭐로 아십니까! 과거에 비해 엄청난 진보를 거듭했다고 해도 6서클 마법사가 지나가다 밟히는 돌멩이 같은 존재쯤으로 보입니까!”

“아니.”

“그걸 아시는 분이 그렇습니까?”

“아니까 된다는 소리다.”

“쓸데없는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빈센트는 무진의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카이겔 백작가는 검을 숭상하는 귀족가다. 백작가에 마법사가 있는 것은 그저 요식 행위일 뿐이다.

마법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급 마법서가 필수적이다. 또한 마법서를 통한 수련과 연구, 실험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그런 자금을 이제까지 지원해 준 적이 없었던 카이겔 백작가다.

대부분의 자금이 페가수스기사단으로 가기 때문이지만 빈센트는 따지지 못했다. 페가수스기사단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한다 이건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일 뿐…허억!”

우우웅!

마나파장이 뿜어져 나와 빈센트의 몸을 장악했다. 마법사만이 느낄 수 있는 마나력의 구현이다. 그 힘의 파장이 너무나 강력해 빈센트는 감히 대적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벽의 차이를 현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럴…수가!”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버러지는 필요 없다.”

“으으윽!”

마나력이 빈센트의 심장을 조여 왔다.

심장은 마나서클의 중요한 요충지. 그곳이 충격을 받으면 마법사는 생명력을 잃게 된다. 생명력을 잃은 마법사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대…마법사!’

빈센트는 대마법사를 본 적이 있다.

대마법사가 보여준 마법의 향연을 빈센트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가진 것 없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마법에 매진한 것은 그때 본 대마법사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사실 빈센트가 5서클에 이른 것도 대단한 일이다. 변변한 스승도 없이 홀로 이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마탑에 소속되거나 고위귀족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마법에 대한 신분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었다.

만약 카이겔 백작가에서 빈센트의 재능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다면 대마법사로 가는 길을 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빈센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빈센트는 죽을 것이다.

죽기 직전 무진이 힘을 거두었다.

“마…스터이십니까?”

“마스터라고는 할 수 없지. 고작 7서클이니까.”

“고…작이라니요!”

7서클 마법사는 검으로 따지면 오러마스터에 비견된다. 마법을 꿈꾸는 자중에서도 극소수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축복 받은 경지였다. 빈센트는 겨우 그 길을 보았을 뿐, 올라갈 수 없는 길이라 여겼다.

“마법과 검법 모두 극에 이르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아!”

빈센트는 탄성을 질렀다.

포기하려고 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혼자서는 올라설 수 없는 까마득한 길이라 여겼다.

지금은 그저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 마법에 대한 길을 터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다.

“마스터를 몰라 뵙습니다!”

“상관없다.”

“제가 어찌하기를 바라십니까?”

“내 뜻을 말했을 텐데.”

“하지만 저는 5서클에 불과합니다!”

“내가 좋은 스승을 붙여주지.”

“그럼 마스터께서 저를 가르쳐 주신다는 뜻입니까!”

“나는 아니다.”

“예?”

무진이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니란 말에 빈센트는 실망했다. 돈만 있으면 고서클 마법사를 초빙할 수도 있겠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마법사의 가치는 기사들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전투력뿐만 아니라 영지의 발전에도 이득이 된다. 고서클 마법사가 적은 돈에 움직일 리 만무하다.

“실망인가.”

“아…닙니다!”

“나보다 뛰어난 마법사다. 그러니 실망할 필요 없다.”

“예? 설마!”

7서클 마법사를 마도사로 칭하며, 8서클 마법사를 대마법사, 9서클에 이른 마법사를 매직컴플리트(마법을 완성한 자)라고 부른다. 7서클 마법사와 8서클 마법사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9서클 마법사는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까마득한 차이를 보인다.

무진을 능가하는 마법사라면 최소한 8서클이다. 7서클에 이른 마법사도 많은 편이 아니다. 하물며 8서클 마법사는 그 수가 세상을 뒤져도 그리 많지 않다. 빈센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내지 못했다.

‘가능한 일인가! 만약 가능하다면!’

희열.

빈센트는 내부에 잦아들었던 마법사로서의 열망이 다시 피어올랐다.

무진은 빈센트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그가 지닌 역량은 서류에 적힌 것만이 아니었다.

무진은 은밀하게 빈센트의 연구성과를 파악했었다. 놀라운 것은 지닌 서클에 비해 그가 연구하는 수준은 상당히 높았고, 획기적이었다. 정해진 길이 아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완성한 길을 놔두고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은 보다 높은 차원의 마법을 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빈센트가 그만한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기에 사용할 뿐이다.

“5일 후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마법에 재능이 있는 녀석들을 모아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는 게 좋을 거야.”

무진의 말투에 싸늘한 기운이 풍겼다.

빈센트는 오한이 들었다. 무진이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마법에 대한 열망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용을 당한다고 해도 마법적인 역량을 높일 수 있다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법사는 마법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도 팔 수 있는 존재였다.

집무실에 홀로 남은 무진은 통신아이템을 꺼냈다. 그리고 통신구에 마법력을 집어넣었다.

“한 마리가 필요하군.”

마법통신구를 통해 무진의 의사가 반대편에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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