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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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4화
제4장 준비 (4)
후다다닥!
각자 개인 수련을 하던 페가수스기사단의 기사들이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대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페가수스기사단의 총 인원은 300명으로 그 중에서 수련장에 있는 기사는 200명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무엘 단장도 있었다.
사무엘 단장은 공터 안에서 벌어진 처참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 중심에 무진이 있다는 것이 분노를 자극했다.
무진의 실력은 확실히 뛰어났다. 그렇지만 페가수스기사단에게 이럴 권리는 없다. 그는 단순히 에이프런의 보조자일 뿐이다. 대놓고 이런 만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페가수스기사단을 모욕하는 일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오?”
“말을 안 듣더군.”
“당신이 뭔데 우리에게 명령을 한단 말이오!”
“적어도 주인의 말은 들어야지.”
“당신은 우리의 주인이 아니지 않소!”
“그렇긴 하지.”
“당신은 후회할 짓을 한 것이오!”
“하나같이 같은 말만 지껄이는군.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보여라.”
200명의 기사들이 포위하는 진형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무진의 모습이 기사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오만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누가 감히 이런 상황에서 태연할 수 있는가!
명백하게 페가수스기사단을 무시하고 행동이었다.
“이놈!”
페가수스기사단의 부단장 하르마탄이 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검을 출수하려고 할 때 사무엘 단장이 제지했다.
“그는 상급의 마스터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움찔!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물며 오러마스터 상급의 실력자는 왕국 내에서도 거의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위귀족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사무엘 단장의 말에 기사들의 눈빛이 변했다.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급의 오러마스터라고 해도 혼자였다. 혼자서 페가수스기사단 전체를 상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대륙십강이 아닌 이상 그건 불가능했다. 기사들은 대륙십강이라도 혼자라면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 대륙십강을 보지 못한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지는 자신감이다.
“그대가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것은 만용이오!”
“만용인지 아닌지는 곧 결정이 나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이다. 사과를 하시오.”
“짖지 말라 했다.”
“기어이!”
사무엘 단장도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 기사단의 단장이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상대는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그들이 감히 잴 수 없을 정도의 오만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후회하게 해주겠다!”
“기대하지.”
모두가 나서는 것은 명예롭지 못하다.
사무엘 단장은 본인과 부단장, 그리고 기사단 내에서 가장 강한 3명을 선출했다.
5명이라면 충분했다. 그들 모두 오러마스터다. 무진이 강하다 해도 이길 수 없는 수적인 우세였다.
무진은 사무엘 단장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차피 무슨 짓을 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훗! 재밌게 노는군.”
“이제부터는 재밌지 않을 것이다!”
사무엘 단장과 기사들의 기운에 살기가 감돌았다. 오러마스터답게 기세가 대단했다.
기사들은 방심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무진과의 대결에서 오러마스터 5명이 덤비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사무엘 단장과 기사들이 오러블레이드를 형성하며 검진을 이루었다. 무진이 움직일 수 있는 행동반경을 좁히고, 단숨에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페가수스기사단은 숨을 죽이며 대결을 관전했다.
흔히 볼 수 없는 마스터 간의 생사대결이다. 직접 대결을 하지 않는다 해도 마스터들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스스로의 실력을 타진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어차피 나는 적당히 끝낼 생각이 없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무진은 여전히 여유 만만했다. 절대로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검진을 형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무진의 여유에 사무엘 단장과 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척! 척! 척! 척!
3미터.
검과 검의 길이를 감안해도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이 거리야말로 기사들이 선호하는 최적의 거리다. 검력이 발출되어 도달하는 최단의 거리이며, 최상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검의 간격 안에 들어온 무진을 순식간에 난도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슈슈슈슉!
기사들 3명이 먼저 검을 출수했다.
시위를 압도하는 오러블레이드가 무진을 향해 뻗어졌다. 뻗어 오는 오러블레이드를 무진이 피할 때 나머지 2명이 퇴로에서 공격을 하는 전술이었다.
간격 안의 기사들은 굉장히 빨랐다. 보통 기사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쾌검은 단순히 검속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근력과 오러를 효율적으로 조절해 최적의 검로를 찾는가에 따라 쾌검의 속도가 결정된다.
마스터급에 이른 기사들은 어느 정도는 최상의 경지에 다다라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눈 깜빡할 새에 승부가 날 수 있기에 기사들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타앙!
주르르르륵!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무진이 피하기는커녕 악마봉을 휘둘러 가르딘, 켄빌, 비누안을 멀찍이 밀어버렸다.
단 한 번의 충격으로 그들은 그립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생소한 경험을 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이다. 손이 떨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무진의 경력은 그들의 오러를 갉아먹고 있었다.
“저…럴 수가!”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좌측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하르마탄의 오러블레이드를 위로 쳐내면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빈틈을 내보인 하르마탄의 눈동자에 경악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하르마탄은 힘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느꼈다. 부딪치는 순간 거대한 암벽을 치는 줄 알았다.
“방심하지 말라고 했지.”
무진의 역량을 건방지게 판단한 대가다. 자신들의 실력을 감안하지 않고 상대를 보다니 어리석다 아니할 수 없다.
실력은 상대적이다. 본인이 절대무적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상대가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면 약한 것이다.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판단의 대가는 가혹할 뿐이다.
휘이이익!
파아아앙!
악마봉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그 중심에 하르마탄의 몸통이 자리했다. 악마봉에 초식은 없다. 무지막지한 패력과 속도만이 있을 뿐이다. 단순한 초식이지만 하르마탄은 막지 못했다. 악마봉에 가격당한 하르마탄이 쓰레기통 처박히듯이 날아갔다.
쿠당탕!
사무엘 단장이 필사적으로 무진의 등 뒤를 노렸다.
스톰소드의 위력적인 절초 스트롱윈드(강풍)를 펼쳤다. 방비할 수 없는 적절한 공격이다. 너무나 완벽한 공격이기에 무진이 피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획!
절체절명의 순간.
무진이 고속의 팽이처럼 돌아서서 사무엘의 오러블레이드를 가볍게 튕겨냈다. 시야와 감각을 완벽하게 벗어나는 움직임이다. 사무엘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사무엘은 이제야 무진의 실력을 뼈저리게 느꼈다.
‘상…급 이상이다!’
에이프런과 있을 당시에 보여준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소드아머를 착용하고 대결을 펼쳤어야 했다. 그렇다 해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진도 소드아머가 있다. 벽을 넘어선 압도적인 존재를 무시한 결과는 썼다.
투웅!
무진의 악마봉이 사무엘의 가슴을 가볍게 찔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위력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찌르고 들어간 악마봉에 실린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나선의 회오리가 무진의 다리에서부터 시작되어 허리를 타고, 어깨에 전해져 오른팔을 타고 악마봉에 전달되었다. 무진의 주변으로 무지막지한 바람의 힘이 모아져 있었던 것이다. 그 힘이 터져 나간 장소가 악마봉의 끝이다.
푸아아아앙!
부딪침 이후 폭발하는 경력이 사무엘의 전신을 휘감았다. 토네이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사무엘은 몸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신의 혈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이대로 조금만 있으면 몸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올 때 무진의 악마봉이 사무엘의 면상을 후려쳤다.
빠아악!
후드드드득!
사무엘의 전신이 공중에서 서너 바퀴를 회전한 후 나가떨어졌다. 바닥을 구른 후 사무엘 단장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눈동자가 돌아가서 흰자위만 보였다. 기사단장의 품위 따위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볼썽사납게 망가져 버린 단장만이 남아 있었다.
기사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일격이지만 사실은 무진이 사무엘 단장을 살려준 것이다. 사무엘 단장의 몸 안에 스며든 무진의 경력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작은 파장에서 점점 더 힘을 배가시키는 파괴력이 있었다.
만약 그대로 두었다면 사무엘 단장의 몸은 육편덩어리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무진은 악마봉을 휘두름과 동시에 사무엘의 몸에 스며 있는 경력을 해소시켜 버렸다.
물론 그렇다 해도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무진이 기사단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싹!
단장과 부단장이 속절없이 당했다. 중급 이상의 오러마스터가 식후 간식거리도 아니고, 저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무진이 괴물처럼 느껴졌다. 겨울의 냉수를 뒤집어쓴 것처럼 오싹한 한기가 맴돌았다.
무진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가르딘, 비누안, 켄빌에게 다가갔다. 비누안, 켄빌, 가르딘은 다가오는 무진을 보자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오러가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검신을 타고 전달된 무진의 기운이 내부에 스며들어 오러의 통로를 단단한 장벽처럼 막아섰다.
무진이 바로 지척까지 다가갔다.
“비…겁한……!”
파아악!
슈우우웅!
무진은 입을 연 비누안의 주둥이를 가차없이 후려쳤다. 비누안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며 공터의 끝자락까지 도달했다.
연무장의 벽면에 부딪친 비누안을 시작으로 무진의 악마봉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퍼퍼퍼퍼퍽!
가르딘과 켄빌 역시 비누안과 다르지 않은 꼴이 되어 날아갔다. 맞는 순간 무조건 튕겨나갔다. 무방비 상태라고 해서 무진은 봐주지 않았다. 인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무자비한 무진이었다.
남아 있는 기사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드아머를 착용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들도 마력탄이 되어 사방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었다. 의지 없는 새는 사양이었다.
“소용없다.”
무진이 기사들을 향해 나아갔다.
막아서는 기사들은 악마봉의 궤적에 걸려 포탄처럼 날아갔다. 소드아머를 입었다고 해서 충격이 흡수되지는 않았다. 방어력을 초월하는 무진의 파괴력에 몸서리가 쳐졌다.
퍼어엉!
파아아앙!
타격음이 연무장을 시끄럽게 울렸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사들은 몇 명씩 나가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진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기사들이 진형을 펼쳐도 속수무책이다. 그동안 배워온 전략, 전술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10명이 디펜스진을 펼치다가 악마봉에 그대로 내리 찍혔다. 찌그러진 소드아머처럼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방어를 해도, 막아도, 저항을 해도 무진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무진의 거침없는 질주는 계속되었다.
200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어느새 절반도 남지 않았다. 하늘로 솟구치고, 벽면으로 날아가고, 바닥을 벗삼아 수면놀이를 펼치는 것 같았다.
남아 있는 기사들은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꿈이야!”
“현실…일 리 없어!”
무진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악몽이 기사들에게 지독한 현실로 다가왔다. 악마봉에 가격당한 기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인간의 무력을 초월하는 무진의 괴력에 기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퍼렇게 질려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