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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4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1화

제4장 준비 (1)

 

“그게 말이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마르치니 후작의 불같은 노화에 수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보고를 한 그들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마르치니 후작의 분노는 당연했다.

부들! 부들!

마르치니 후작은 보고받은 내용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가 가진 전력의 5분지 1을 차지하고 있는 다크울프기사단이 증발하다니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전투를 벌인 것도 아니고, 그저 카이겔 백작가로 향하다가 사라져 버렸다는 보고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 보란 말이다!”

“송…구합니다!”

“이런 멍청한 것들!”

생각 같아서는 눈앞에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녀석들의 목을 전부 잘라버리고 싶었다.

문제는 다크울프기사단뿐만이 아니다. 카이겔 백작가를 흔들려던 계획 완전히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카이겔 백작가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만 준 꼴이 되었다. 공들여서 수프 만들고 오크에게 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에이프런!”

뿌드득!

마르치니 후작은 이가 갈렸다.

설마 에이프런이 오러마스터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왜 어쌔신이 실패하고, 블러드용병대가 포기한 것인지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이제까지 에이프런은 철저하게 자신의 실력을 숨기며 뒤에서 일을 조종해 왔다. 마르치니 후작은 어린 계집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에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마르치니 후작은 끓어 오르는 염화(炎火)를 다스렸다. 그는 명색이 소니아왕국의 제1귀족이다. 분노로 평정심을 잃어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마음을 가라앉힌 마르치니 후작은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카이겔 백작가가 원래의 힘을 회복할 경우 귀족들의 동요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국왕파에 힘이 실리게 되고,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힘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먼저 손을 써야 한다.

“귀족회합을 연다. 각 귀족들에게 은밀하게 연락을 넣어.”

“알겠습니다.”

귀족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카이겔 백작가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만약을 사태를 대비해야 했다.

* * *

 

에이프런은 빠르게 백작가 내부의 문제를 처리해 나갔다. 먼저 반란에 가담한 귀족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처벌은 카이겔 백작가가 정해놓은 율법에 따라 엄중하고 준엄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에이프런은 카이겔 백작의 정통 후계자로서의 단호함과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페르만 자작과 4대 귀족을 만인이 보는 앞에서 참수했다. 그 외 가담한 귀족들과 기사들의 경우는 노예로 강등시키고, 재산을 전부 몰수했다.

카이겔 백작가의 귀족들은 에이프런의 단호한 결정에 숨을 죽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녀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할 간 큰 귀족은 없었다.

에이프런은 그동안 영지민에게 무리하게 과세한 세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내려놓음으로써 영지민의 신망까지 얻게 되었다.

한편으로 세르비안 백작부인과 페르만 자작을 따르던 귀족들의 힘을 끌어 모으는 데 집중했다. 중립을 지키던 귀족가문과 세르비안을 지지하던 귀족세력들도 배를 갈아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프런의 영향력은 강력해졌고, 백작가의 주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 안에 백작가를 휘어잡아 버린 에이프런의 능력에 모두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카이겔 백작가의 중요 귀족들을 모아 회의를 매일 열었다.

“이제 정식으로 백작 위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백작가의 주인이 되셔야 분란이 없어질 것입니다!”

에이프런이 백작 위를 수여받기 위해서는 국왕의 인증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에이프런이 직접 수도로 가야 한다.

백작가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알게 모르게 반발 세력이 있을 것이다. 왕성에 올라가기 전에 먼저 불순세력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중에 아직도 세르비안을 지지하는 놈이 있겠지.’

대세에 휩쓸려 따르고 있는 자들을 속아 내야 한다.

‘어제 그렇게까지 했으니 지금쯤 그년이 뭔가 수를 쓸 텐데.’

절대로 얌전히 있을 세르비안이 아니다. 물론 걱정하지는 않았다. 세르비안을 따르던 귀족들을 압박한 것도 그녀가 반발할 수밖에 없도록 한 유인책이다. 언제든 걸려들기만 하면 끝장을 내버릴 것이다.

‘그런데 주인은 뭐 하고 있는 거지?’

백작가 내부의 일로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야 했던 에이프런과 다르게 무진은 술집이나 드나들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진이 백작가의 일에 관여하는 것보다 나았지만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혼자 잘 놀고 있으니 배가 아팠다.

‘젠장!’

에이프런이 인상을 찡그리자 귀족들은 당황하는 눈치였다. 귀족들도 에이프런의 성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책 잡힐 일을 하지 않았나 눈치를 보고 있었다.

* * *

 

세르비안은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이 초조했다. 그녀를 지지하던 세력들 대부분이 에이프런의 수중에 들어갔다.

“하찮은 출생의 계집년이 감히 백작가의 주인이 되겠다고!”

 

바로 어제였다.

감금되다시피 한 세르비안을 에이프런이 찾아왔다. 만면에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에이프런의 모습은 세르비안의 분노를 부추겼었다.

“이제 그만 편히 쉬시는 게 어떠세요.”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백작부인의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 드린다는 말이에요.”

“날 가둬 놓고서 그따위 말을 하다니!”

“난 받은 대로 돌려줬을 뿐인데 섭섭한데요.”

부들! 부들!

에이프런의 주변을 막아놓고, 행동반경을 좁혀 놓은 것이 세르비안이었다. 에이프런은 세르비안이 해준 대접, 그대로 돌려주었을 뿐이다. 세르비안은 반박할 수 없는 현실에 치를 떨었다.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 천한 계집의 소출 따위가 감히 백작가를 노려! 그게 가당키나 한단 말이냐!”

“당신이야말로 구차하네요.”

“닥쳐랏! 천박한 년!”

“패배했으면 깨끗하게 물러나야지. 안 그럼 더러운 꼴을 보게 될 거야.”

에이프런의 말투가 변했다. 원래부터 세르비안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존중할 정도로 에이프런의 마음은 넓지 않다.

“네가 날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라, 그것도 상대가 돼야 하는 말이지.”

“이년이 감히…커억!”

에이프런의 우수가 세르비안의 목을 움켜쥐었다.

세르비안은 보통 여인이다. 그에 반해 에이프런은 오러마스터다. 육체의 능력이 극에 달한 에이프런에게 세르비안은 한 수면 목을 꺾어 버릴 수 있는 버러지에 불과했다.

“당장 죽이지 않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 난 그렇게 성질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 날 어떻게 봤기에 주제도 모르고 계속 개기는 거지.”

“어…버…버!”

세르비안은 말을 버벅거렸다. 차갑게 식어 있는 에이프런의 눈동자에 세르비안은 공포를 느꼈다. 진짜로 죽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르비안은 그제야 깨달았다. 에이프런은 그녀가 생각하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겉으로는 미소를 짓지만 차가운 비수를 내면에 품고 있는 무서운 인간이었다.

덜! 덜! 덜!

세르비안은 두려움과 공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에이프런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녀의 목은 으스러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에이프런은 더 이상 힘을 가하지 않고 그녀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냥 죽어버리면 세간의 이목이 걸린다. 애초부터 적당히 겁을 주려는 의도였을 뿐이다.

“이거 실례를 했네요. 나도 모르게 열이 받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요. 미안하게 됐어요.”

“으…으윽!”

“다음부터는 열 받게 하지 마세요. 재수 없게 죽일지도 모르니.”

세르비안에게 모욕감을 선사한 후 에이프런은 사라졌다.

한동안 세르비안은 얼이 빠진 채로 있었다.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언제 그녀가 이런 모욕을 받은 적이 있었는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었다.

 

지금 세르비안은 철저하게 감시받고 있는 상태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그녀의 불안감을 키웠다. 에이프런에 대해서 좀 더 심사숙고하지 못한 것이 세르비안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이제 방법은 라이더스를 깨우는 일뿐이다. 카이겔 백작이 죽기 직전 라이더스를 정식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유언이 있었다. 일어나기만 한다면 작금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세르비안은 침상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라이더스를 보았다. 아들을 위해서 그녀는 모든 것을 걸었다.

은밀하게 수하들을 시켜 라이더스를 치료할 수 있는 재료를 모아온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약을 완성했다.

“아직 실험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심사숙고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제 시간이 없어, 만약 여기서 실패하면 어차피 나와 라이더스는 끝이야!”

알리스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안은 서둘렀다.

에이프런이 가주 위를 받고, 국왕의 인증까지 받게 되면 전대 카이겔 백작의 유언 따위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미 권력은 에이프런의 손아귀에 장악되어 버린 후일 것이다. 이제는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이었다.

세르비안은 완성시킨 약을 라이더스의 입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소화를 시킬 수 있도록 알리스타에게 오러를 타통시키도록 명령했다.

약을 복용시키자 라이더스가 곧바로 반응했다.

“으윽!”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세르비안이 놀라서 알리스타에게 물었다.

“왜 이러는 거지?”

“공자님은 척추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약은 굳은 신경을 다시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작용을 합니다. 굳어 버린 신경을 뚫는 일이라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세르비안은 라이더스가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서두른 것이 실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바들! 바들!

라이더스가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풀썩!

주르르르!

그러더니 입가에 피를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세르비안이 놀라서 라이더스를 잡았다. 호흡을 재보고, 심장 박동을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살아있는 인간이 가져야 할 온기가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돼! 얘야! 일어나란 말이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으면 안 된다!”

흔들! 흔들!

라이더스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나 죽음의 강을 건너버린 아들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르비안은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그나마 숨이 붙어 있는 아들을 죽게 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내…탓이야! 이 못난 어미 때문에 네가 죽는구나!”

그저 자신의 아들에게 백작가의 권력을 넘겨주고 싶었다. 그게 그리도 잘못된 생각인가!

너무나 어이없는 최악의 상황에 세르비안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아들마저 죽게 되자 그녀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 죽자!”

세르비안은 알리스타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이 검으로 가슴을 찌르면 아들과 함께 갈 수 있었다.

“안…됩니다!”

세르비안의 위험한 행동에 알리스타가 소리쳤다. 알리스타의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르비안은 아들의 죽음에 평정심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약은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실험이 덜 되기는 했어도 충분히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약을 복용하자마자 일이 잘못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누군가 개입되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그렇다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야 한다.

“그…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흠칫!

세르비안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잡고 있던 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푸우욱!

검이 그녀의 가슴을 찌르자 피가 흐르며 심장 부근을 적셨다. 세르비안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치를 떨며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왜?”

“죄송합니다.”

알리스타의 표정은 결코 좋지 못했다. 이제까지 믿고 따랐던 주군을 배신했다.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다. 만약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배신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알리스타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다.

“배…신…자! 죽어서도 저…주!”

“그는 악마입니다. 저는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닥…쳐!”

“이만 가 주십시오. 그것이 카이겔 백작가를 위하는 일입니다.”

“커억!”

철퍼덕!

세르비안의 반항은 거기서 끝이 났다. 알리스타는 그녀를 바닥에 놓고 자살로 위장했다. 아들의 죽음과 그 충격으로 인한 자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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