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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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39화
제3장 이전투구(泥田鬪狗) (5)
쿠웅!
퍼어어엉!
발판이 되는 오른발이 지면을 찍자, 그 힘의 파동이 무릎을 타고 올라 허리로 이어지고 등 뒤 광배근에 힘을 받쳐주면서 허리가 돌아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최적의 권로가 정면을 꿰뚫었다.
내력이 쇠사슬처럼 꼬이면서 나선을 그렸다. 물이 폭포수에서 떨어지듯이 굉장한 압력을 발생시켰다. 그 힘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 앞으로 터져 나갔다.
발경은 최적의 힘과, 최적의 궤적에서 나온다. 모든 것의 최종점에 도달한 무진의 권격이 가공할 위력을 품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오러블레이드가 유리조각처럼 깨져버리고, 그 힘의 파편이 살롯, 가트너, 반페이의 전신을 무참하게 유린했다. 나선의 폭풍에 휘말리면서 전신이 찢겨지고, 구겨졌다. 핏물이 사방으로 분산되며 처참한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불신과 경악 그 자체였다.
오러마스터 중급에 달하는 살롯, 가트너, 반페이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공중을 맡았던 제라이온과 스페이너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번져 나왔다.
무진을 처음 봤을 때는 별거 아닌 미친놈으로 보았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제라이온이 느낀 것은 무진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이다.
“이제 끝내지.”
무진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제라이온은 스페이너에게 눈치를 주며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어차피 무진을 이길 수 없다. 제라이온이 막고 있는 사이에 스페이너가 이 사실을 마르치니 후작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복수를 할 가능성이 있었다.
무진이라는 괴물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마르치니 후작이 방비조차 하지 않을 경우 다크울프기사단의 최후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도망칠 수 있다 보는가.”
“네놈은 나와 같이 간다!”
제라이온은 전력을 다하면서 그동안 감추고 있던 비장의 수를 썼다. 태어나면서 지니고 있는 그만의 비밀무기였다.
-스페이스커맨드(공간장악)!
이능력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마나도 오러도 아닌 태생부터 지니고 있는 특수한 능력이다.
제라이온은 이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자신만의 비밀무기로 만들었다.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 마지막 수로 사용하기 위해서 여태껏 숨기고 있었다.
‘응?’
무진은 몸 주위를 장악하는 기운에 이질감을 느꼈다. 놈의 몸에서 무언가가 발산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무언지는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 오러나 마나력과는 다른 기운이었기에 의식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이라.’
제법 귀찮은 기술이다. 염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능력이라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무진은 어쩔 수 없이 본신의 힘을 꺼내들었다. 힘으로 공간을 장악한 힘을 부숴버리려는 의도다. 무진의 내부에서 숨 쉬고 있던 본래의 힘 중 일부가 발산되었다. 사나운 광룡(狂龍)의 포효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빠지지직!
스페이스커맨드가 부서지고 있었다. 무진을 감싼 공간의 쇠사슬이 속절없이 끊어져 나갔다.
“커억!”
숨겨진 능력을 발휘하려면 제라이온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타격을 받는 것은 제라이온이었다. 목숨이 위험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떻게?”
제라이온의 숨겨진 특수능력은 오러마스터 최상급도 막아낼 수 있었다. 무진의 능력이 최상급 이상이라고 해도 잠시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간을 타고 내부로 스며든 무진의 무력은 그랜드마스터를 능가하는 것 같았다. 측정할 수 없는 가공할 패력에 제라이온의 정신은 모래성처럼 붕괴되어 버렸다.
“크어어억!”
무진은 지체하지 않고 무력을 발산하여 제라이온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그리고 도망치고 있던 스페이너의 몸통을 반쪽으로 갈라 버렸다.
마지막 손을 쓰면서도 무진은 개운치 않았다. 제라이온이 사용한 수법은 무진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비슷한 힘을 사용해서는 벗어날 수 없는 능력이다. 그래서 조금 과격하게 힘을 썼는지 모른다.
“이것이 특수능력인가.”
제라이온의 공간을 부수면서 무진은 통천안(通天眼)을 발휘했다. 통천안으로 통해 본 제라이온의 능력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조금 발전시켜 발휘한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라이온의 능력이 몇 배 이상 강력해졌다. 숨겨진 특수능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륙십강이라는 놈들에게 당했다면 곤혹을 면치 못할 수도 있었다.
“흥미롭군.”
무진은 특수한 능력을 지닌 존재들과 겨뤄보고 싶은 투지가 샘솟았다.
목적을 위해서 세상을 무너뜨렸던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 지독할 정도로 순수한 패력을 원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만용을 부릴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았다.
다크울프기사단을 모두 처리한 무진의 주변은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곳곳에 짙은 어둠과 같은 죽음이 깔려 있었다. 허망하게 죽은 다크울프기사단의 원혼이 어둠에 물들어 갔다.
“치워야겠군.”
기사단이 단 1명에 의해 전멸한 사실이 밝혀지면 대륙이 주목할 수도 있었다. 아직은 무력을 완전하게 드러낼 때가 아니므로 흔적을 지워야 했다.
우선 필요한 몇 가지를 챙겼다. 흔적은 남기되 증거는 필요했다.
우우우웅!
무진이 손짓하자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대지를 집어삼키는 무지막지한 기운이었다. 강렬한 기운이 소용돌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설 때 지옥의 겁화(劫火)가 무진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화화화활!
만물을 불태우는 불의 기운이 폭풍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러자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다크울프기사단의 시체가 순식간에 불타버리기 시작했다. 극강의 염화지력(炎火之力)이었다. 화룡(火龍)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승천하는 장대한 광경을 연출했다.
끝없이 불타오를 것 같은 화룡이 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비상하며 ‘팟!’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재조차 완벽하게 소멸되어 버렸다.
무진은 갈대숲에 퍼져 나간 혈향과 핏물도 완전하게 소멸시켰다. 대결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운 무진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크울프기사단이 죽으면서 남겨진 짙은 사기(死氣)가 느껴지고 있었다.
“사기를 지울 수 있는가?”
과거의 무진은 죽은 자의 영혼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나 현재의 무진은 방법이 있었다.
무진은 어둠의 정령 둠과 계약을 했다. 티없이 순순한 어둠에서 태어난 어린 정령과의 계약으로 인해 무진은 죽음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진은 사기와 반응하고 있는 어둠의 정령 둠을 불렀다.
“나와.”
우웅!
어둠의 정령 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둠은 짙은 어둠의 물방울처럼 생긴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농도 짙은 어둠의 기운이 둠의 주변을 맴돌았다.
“사기를 흡수하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왜지?”
-빛을 흡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둠을 흡입해야 합니다.
“그렇군.”
둠은 아직 성장하지 못한 정령에 불과하다. 빛을 흡수하는 능력도 일천했다.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어둠과의 동화가 필수적이다.
어둠은 단순히 어둠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는 어둠, 죽음에 이를 때 뿜어져 나오는 짙은 어둠도 어둠이었던 것이다.
특히 원한에 사무친 채로 죽은 자일수록 짙은 어둠의 사기를 발산한다. 둠은 다크울프기사단이 죽으면서 발산한 어둠의 사기에 반응했다.
특이한 것은 일반 정령과 달리 둠은 무진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는 어둠에 자리를 하고 있었다. 정령계라고 하는 특수한 영역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진의 성향에 따라 둠의 성향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무진은 강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투신이다. 그 성향을 받아서 둠도 강해지려는 성향을 띠게 되었다. 더욱더 많은 어둠과 빛을 흡수하고 싶어 했다.
“한번 키워볼 만하군.”
무진의 허락을 받은 둠은 그물망처럼 변해서 갈대숲을 쓸었다. 허망한 죽음을 당한 다크울프기사단의 원혼이 짙은 어둠의 색을 띠었다.
둠은 사기를 증폭시켜 끌어들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원한에 사무친 어둠의 사기는 둠의 어둠에 섞이면서 순수한 어둠으로 변화되었다. 믿어지지 않는 경이로운 변화였다.
죽은 자의 역량이 강할수록 사기의 기운도 강했다. 흡수를 거듭할수록 둠의 능력이 강해졌다.
마침내 둠은 갈대숲에 퍼진 어둠의 기운을 전부 흡수해 버렸다. 어둠을 빨아들여 순수한 어둠으로 만들어낸 둠은 처음보다 뚜렷한 기운을 발산했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그다지 강한 기운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래 걸리겠군. 이만 들어가라.”
-예.
둠은 검은 안개가 되어 무진의 내면으로 스며들어갔다.
무진은 어둠의 기운을 완벽하게 흡수한 갈대숲을 보았다. 둠이 기운을 흡수하자 갈대숲에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
죽은 자들이 묻힌 장소는 사기가 오랫동안 쌓여 생기를 갉아먹는다. 건강한 사람도 사기에 영향을 받아 시름시름 앓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기를 빠르게 해소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뮤켄대륙의 경우 신관이 그 역할을 한다. 빛의 기운으로 사기를 소멸시킨다. 그에 반해 둠은 사기를 흡수하여 순수한 어둠으로 만들어 낸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신관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마신의 능력이라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청소도구로 사용하기는 편하겠군.”
다른 이들이 보기에 대단한 능력이라고 해도 당장 사용할 수 없다면 무진에게는 별것 아닌 능력이 된다.
할 일을 끝낸 무진은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 * *
날이 밝아 오기 직전.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피곤이 극에 이르러 눈꺼풀이 무거운 시각이다. 모두가 잠자고 있을 때 병장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수많이 병사들이 뒤엉켜서 서로의 목적을 위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채채채채챙!
새벽이 되자 갑작스럽게 무장을 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카이겔 백작가로 침투해 들어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카이겔 백작가는 미리 대비를 하고 있다는 듯이 적을 맞이했다. 페르만 자작과 세르비안 백작부인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대결은 의외로 백중세에 가까웠다. 세르비안이 포섭한 7개의 귀족가문과 페르만 자작이 포섭한 4개의 가문이 지닌 힘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동안 은밀하게 힘을 축적한 페르만 자작이었다. 그 힘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양 진영의 기사와 병사를 모두 합쳐 1만이 넘는 인원이 대결을 펼쳤다.
세르비안은 팽팽한 대결 양상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걱정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버티면 페가수스기사단이 나설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가 아무리 많아도 페가수스기사단은 카이겔 백작가 최강의 기사단이다. 평범한 기사단 따위가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도 페가수스기사단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세르비안은 점점 더 초조해지고 있었다. 어차피 두 세력 간의 다툼은 자기 살을 파먹는 짓이다. 이 상태에서 힘을 전부 소진하게 되면 다른 귀족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다. 세상은 어차피 약육강식의 세상, 약해진 세력을 두고 볼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곧 올 겁니다!”
피해가 누적될수록 세르비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생각지도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꼴이었다. 정해진 대로 진행되지 않는 전황이 세르비안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페르만 자작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르비안이 설마 이처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약속했던 마르치니 후작의 다크울프기사단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페가수스기사단에게 은밀하게 정보를 흘려 다크울프기사단과 미리 전투를 치르도록 계획을 짰다. 페가수스기사단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아 예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전투가 끝나고 원조를 해주러 와야 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손해가 클수록 페르만 자작의 세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잘못하면 카이겔 백작가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세르비안과 마찬가지로 페르만 자작도 공멸을 바라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작님, 이대로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물러서게 되면 배신자가 되어 모두 죽는다.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니 이대로 버티며 다크울프기사단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다.
-씨크릿 룸.
한밤중의 소란과는 상관없이 에이프런은 방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이겔 백작가의 세력다툼에는 관심 없는 모습이다. 나른한 오후에 낮잠을 자서 그런지 밤에 잠이 오지는 않았다.
슈웅!
공간이 좌우로 벌어지며 그 안에서 무진이 돌아왔다. 3일을 외박하고 새벽에 돌아온 무진을 보자 에이프런은 바가지를 긁었다. 도저히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었다. 자기가 아내도 아니면서 말이다.
“도대체 3일 동안 뭘 한 거예요!”
“네가 무슨 상관이지.”
“그래도 같이 지낸 시간이 있는데 너무해요!”
“그런가.”
“뭐가 그런가예요! 설마 3일 동안 술집에 있었던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어쩔 거지.”
무진은 여전히 시크했다. 에이프런의 잔소리 따위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보기에 따라서는 듣지도 않는 것 같았다.
주하영의 잔소리를 20년 동안이나 들어온 무진이다. 에이프런의 잔소리에 신경 쓸 정도로 세심한 성격이 아니다. 대꾸해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게 여겨야 했다.
부글! 부글!
남은 걱정(?)이 돼서 밤에 잠도 자지 못하고(?) 기다렸는데 태평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단 말인가! 이건 기다리는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극악한 만행이다. 생각 같아서는 무진의 얼굴에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과음을 했더니 속이 쓰리군. 차나 한잔 내와라.”
“뭐…뭐예요!”
“싫은가.”
무진의 매서운 눈빛이 작렬했다. 차가운 기운이 방 안을 맴돌자 한겨울의 날씨를 연상시켰다. 에이프런은 움찔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억울하지만 에이프런은 무진에게 종속된 관계다. 이 이상 바가지를 긁었다가는 앞일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제길! 화도 제대로 못 내고,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된 거야!’
“빨리 가져와라.”
“알았다고요!”
‘마시다 사례나 걸려라!’
“마시면서 얘기해 주지.”
“뭘요?”
“뭘 했는지 알고 싶은 것 아닌가.”
굳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알려주겠다는 무진의 말에 에이프런은 두말없이 주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