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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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08화
308화
운정 역시 여청이 정혈단을 지휘하는 수뇌라는 걸 알고 지체 없이 공격했다.
소림의 무공은 본래 적수공권과 봉법이 유명했다.
소림칠십이절기의 대부분이 장법과 권법, 수법, 지법, 봉법일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검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달마십삼검은 소림의 대표적인 검법으로 절정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익힐 수도 없었다.
밀소림에서는 그 달마십삼검을 변형시켜서 자비가 없는 패검을 만들어냈으니, 그것이 바로 운정과 밀소림 제자들이 익힌 불원십삼검이었다.
그리고 운정은 그 불원십삼검을 궁극에까지 익힌 절대경지의 고수였다.
쩌저저정!
운정과 여청의 검이 뒤엉키면서 검강이 폭사하고 쉴 새 없이 굉음이 터져 나왔다.
여청은 구파 중에서도 세가 약한 종남파 제자였다. 그러나 종남파 백 년의 기재라 불린 여청은 잃어버린 종남파의 태을신검과 분광검을 얻은 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게다가 사마신으로부터 혈천여록 상의 마공을 전수받은 후 공력마저 급격한 진전을 이루어서 무위가 초절정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나 소림이 작심하고 키운 운정과 맞상대하기에는 한 푼이 모자랐다.
초수가 더해질수록 여청은 그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를 악다문 그는 전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려서 벼락처럼 검을 뻗고 휘둘렀다.
검광이 번갯불처럼 번쩍이면서 운정을 덮쳤다.
초절정경지에 이른 태을과 분광검에 마기마저 더해지자, 공력이 폭주하면서 절대경지에 뒤지지 않는 위력을 발휘했다.
운정도 상대가 목숨을 내걸었다는 걸 깨닫고 전력을 다해서 상대했다.
한 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 생사결이었다.
두 사람의 주위 반경 삼 장이 검기풍에 휘말려서 그나마 있던 갈대들이 가루가 되어 먼지처럼 휘날렸다.
그 와중에도 밀소림 제자들은 정혈단원들을 밀어붙였다.
정혈단원들도 밀소림 제자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하나하나가 각 문파에서 선발된 기재들이었다.
밀리기는커녕 살이 베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밀소림 제자들을 공격했다.
더구나 피를 보게 되자 그들의 내면에서 마기가 폭주했다.
여청 역시 마공을 끌어올리면서 마기가 폭주했다. 그가 펼치는 초식이 처음보다 더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참으로 무서운 마공이구나!”
운정은 갑자기 강해진 여청의 공격에 표정이 굳어졌다. 여청의 공격에서 강력한 마기를 느껴진 것이다.
그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밀리는 감마저 느낀 그는 할 수 없이 소림 무공의 정수인 천불대선공을 끌어올렸다.
상대가 소림의 무공을 알아볼지 모르지만 지금은 마를 꺼꾸러뜨리는 게 우선이었다.
“크크크, 마공이면 어떻고 신공이면 어떻단 말이냐! 어차피 상대를 죽이려는 건 네놈도 똑같지 않더냐!”
“갈!”
운정은 일성을 내지르고 검을 좌우로 흔들었다.
쭉 뻗어나간 검강이 허공을 난자하며 여청에게로 몰아쳐갔다.
여청도 물러서지 않고 운정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두 사람의 공세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여청이 주르륵 밀려났다.
악다문 그의 잇새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이미 몸 곳곳이 갈라져서 옷이 핏물로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운정도 좋은 상태라 할 수는 없었다.
창백하게 변한 안색. 치켜 뜬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여청이 악을 쓰듯 소리치고는 허공으로 솟구쳤다.
“얼마든지!”
운정이 외치고는 검과 몸이 하나가 된 신검합일의 상태로 여청을 향해 날아갔다.
허공으로 솟구친 여청도 전 공력을 검에 주입하고는 분광검의 마지막 초식인 분광천하를 펼치며 운정의 공세에 맞부딪쳐갔다.
쾅-!
일성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땅에 내려선 운정은 세 걸음을 물러선 후 여청을 노려보았다.
칠팔 장 떨어진 곳에 내려선 여청은 대여섯 걸음을 물러선 후 휘청거렸다.
그의 옆구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피를 지혈할 생각도 하지 않고 붉은 눈으로 운정을 보며 말했다.
“소림에서…… 나왔나?”
역시나 천불대선공에서 소림의 흔적을 느낀 듯했다.
“우린 오직 마를 멸하기 위해 검을 들 뿐이다.”
“크크크크, 마도와 제대로 싸워보기라도 했느냐?”
“마에 물든 너희도 마도와 다를 게 없다.”
“다른 게 뭔데? 마공을 익혀서? 그래도 우린 마도와 싸우기라도 했지. 너흰 뭐냐?”
“마는 결국 마일 뿐이다. 그동안의 너희는 마도와 싸웠지만, 죄 없는 사람도 수없이 죽였지 않은가. 오늘 새벽처럼.”
“대의를 위해서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지.”
“악인을 죽이기 위해서 선량한 사람들까지 죽인다면 그 악인과 너희가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꼴 같지 않게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과거에도 말만 앞세우는 자들 때문에 결국 마도 세상이 되지 않았더냐? 그래서 우린 이놈이든 저놈이든 모두를 제거해서 정혈의 세상을 이루려는 거다!”
여청이 소리치며 운정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날아드는 그의 몸에서 피가 꼬리를 물고 떨어졌다.
운정도 마주 몸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궤변으로 악행을 정당화하지 마라!”
두 사람의 강대한 검세가 정면으로 뒤엉켰다.
강기가 솟구친 두 사람의 검은 상대의 심장을 노렸다.
그러나 안 그래도 밀리던 상황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여청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운정의 검에서 뻗어나간 검강이 먼저 여청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와 함께 여청의 검이 운정의 어깨를 스치며 얼굴에 자상을 남겼다.
“너희가 아무리 막아도…… 곧…… 정혈의 세상이 도래할…… 거다.”
더듬거리며 말을 마친 여청이 가슴에서 피분수를 뿜으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운정은 이를 지그시 악문 채 몸을 돌렸다.
밀소림 제자들과 정혈단의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리고 있었다.
이미 쓰러진 자만 수십 명. 그들 중 반은 밀소림의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마기가 폭주한 정혈단 단원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더욱 강하게 맞섰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숭산을 나설 때만 해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밀소림 제자들만으로도 팔대마세 한 곳 정도는 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천화상단에 가서야 그게 얼마나 헛된 망상인지 깨달았다.
그래도 자신들의 발길을 막을 자들이 많지는 않을 거라 자위했다.
무천이 그리 신경을 쓰며 주의를 줬는데도 정혈단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정혈단을 공격했다.
그 결과, 스무 명 가까운 사제들이 목숨을 잃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제들이 죽어갈지 모른다.
자신의 오만이 불러온 죽음.
‘무 장주는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운정은 이를 악물고 정혈단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었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상대를 많이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그때, 갈대로 우거진 언덕 너머에 이십여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곧장 몸을 날려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무, 무 장주가 왔다!”
정혈단 삼대 일조장 정산을 상대하고 있던 운해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얼굴도 보기 싫었던 혁무천이 꿈속에서 만난 부처님만큼이나 반가웠다.
그의 말대로, 나타난 자들은 혁무천 일행이었다.
그들은 전장에 뛰어들자마자 정혈단원들을 공격했다.
팽팽하게 전개되던 혈전이 그들의 등장으로 급변했다.
숫자는 스물두 명에 불과했지만 목량을 제외하면 모두가 절정경지 이상의 고수들이었다.
게다가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만 해도 여섯 명이나 되었다.
정혈단원들이 아무리 마기를 폭주시켰다 해도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이 나타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십여 명이 쓰러졌다.
“정혈의 무사들은 이곳을 빠져나가라!”
다급히 물러선 정산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정혈단원들이 메뚜기 튀듯이 사방으로 몸을 날려서 갈대밭으로 들어갔다.
혁무천은 정산 쪽으로 몸을 날리며 초월영을 펼쳤다.
말투나 무위를 봐선 그가 수뇌 중 일인인 듯했다.
정산은 혁무천이 날아오는 걸 보고 즉시 갈대밭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혁무천의 경공술 중 하나인 초월영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번쩍! 하는가 싶더니 찰나에 정산을 따라잡았다.
혁무천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눈앞에서 사라진 혁무천이 정산 옆에 나타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정산이었다.
눈앞에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목이 콱 막혔다.
“컥!”
혁무천이 손을 뻗어서 그의 목을 움켜쥐고 마혈을 찍었다.
“너는 나에게 해줘야 할 말이 있다.”
정산을 한쪽에 내려놓은 혁무천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산은 자결을 하기 위해 공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한줌 기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다 아혈마저 막힌 듯 입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때 정산의 귓전으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지옥의 주인이 묻노라! 말하라! 정혈단주는 어디에 있느냐!>
지옥명화공이 실린, 심령을 울리는 목소리.
정산의 치켜떠진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분은…….”
<어느 누구도 너에게 죄를 묻지 못할 것이다. 말하라, 정혈단주는 어디에 있느냐!>
정산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여, 영산(影山)……. 천주께선…… 영산에……. 컥!”
정산이 몇 마디 내뱉다 말고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갔다.
“무슨 일인가?”
철명군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혁무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옥명화공을 거두고 태연하게 돌아섰다.
“정혈단주의 위치를 물어봤습니다.”
“그래? 알아냈나?”
“영산에 있다는데, 어딘지 자세하게 알아봐야겠습니다.”
“영산(影山)?”
“풍마문이라면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혁무천은 담담하게 말하고 운정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철명군은 미미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혁무천의 뒤를 따라갔다.
휘이이잉.
싸움이 멈춘 전장을 차가운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밀소림 제자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사상자들을 챙겼다.
한쪽에 모아 놓은 사형제들의 시신만 해도 삼십여 구나 되었다. 부상자도 그만큼은 될 듯했다.
혁무천 일행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금창약을 내놓고 부상자 치료를 도와주었다.
“도와줘서 고맙소.”
운정이 혁무천을 보며 말했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오.”
혁무천이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솔직히 그는 정혈단이 강하다 해도 밀소림 제자들보다는 한수 아래일 거라 생각했다.
밀소림에 정혈단을 맡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밀소림 제자들과 한번 붙어보았지 않은가. 그들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계산에 넣지 못한 것이 있었다.
마기의 폭주.
자신이 만든 마공임에도 그 마공이 공력을 폭주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제야 왜 정혈단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알 것 같다.
사공척과 악사광이 왜 당했는지, 그 이유도.
생각에 잠겨 있는 혁무천에게 운정이 물었다.
“한데…… 어떻게 우리가 이곳에서 정혈단과 싸우고 있는 걸 아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