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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07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07화

307화

 

 

“물론 제 가격을 다 쳐줄 거요. 그리고 계속 일을 하겠다면, 서역과의 교역을 맡기겠소. 옥을 구하러 직접 서역에 다녀왔다면 능력이야 검증 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상우상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매를 파르르 떨었다.

선대가 남긴 집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안 좋았다.

집을 팔지 않고는 나머지 빚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 집을 팔더라도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로 제 가격을 다 쳐준다면 빚을 갚고도 제법 큰 금액이 남는 것이다.

더구나 서역과의 교역을 맡긴다고 하지 않는가.

상우상은 목량의 제안을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어차피 다른 길이 없었다.

“좋소. 그리만 해주신다면 모든 걸 넘기겠소이다.”

 

상가장은 큰 건물만 열두 채나 되었다.

상우상의 부친이 죽은 후 사업이 꼬꾸라지면서 일꾼들도 칠 할 이상 떠난 상태라 빈 방이 많았다.

혁무천은 객잔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상가장으로 옮겼다.

철명군과 중리안도 상가장이 마음에 드는지 편한 표정이었다.

 

그날 밤, 상우상이 한 여인을 데리고 혁무천을 찾아왔다.

상우상과 대화를 나눌 때 차를 가져온 여인이었는데, 상우상과 닮은 면이 많았다.

“제 동생입니다.”

상우상이 여인을 소개하자, 여인이 다소곳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상연연이라 합니다. 먼저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

여인의 목소리는 나직하면서도 또렷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예를 올린 그녀는 몸을 일으킨 후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은 그녀의 눈이 참 맑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스물두어 살 정도. 얼굴은 미인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반감을 가지지 않을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단순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오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혁무천의 그 말에 상우상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본가의 모든 살림을 여동생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사에 대해서도 저보다 훨씬 밝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말씀인데, 서역과의 교역에 대한 관리를 제가 아닌 제 동생이 맡았으면 합니다.”

혁무천은 그 말을 듣고 상연연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맑은 눈에 담담한 표정이었다.

누구든 이런 상황이면 흔들릴 수도 있는데 그녀는 눈빛 한 점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 있소?”

“맡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어요.”

“만약 소저에게 은자 백만 냥을 준다면, 교역 물품으로 무엇을 택하겠소?”

상연연은 혁무천의 말이 시험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런데 은자 백만 냥이 크긴 큰 금액인 모양이다.

담담하던 상연연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더니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지금으로선 백만 냥으로 당장 뭘 구매해야 할지 감이 안 와요.”

그녀의 표정을 생각하면 의외의 말이었다.

하지만 혁무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곧 상연연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씀인데, 저에게 그 돈이 주어진다면, 일단 오십만 냥은 안전하게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에 묻어두겠어요. 그리고 나머지 오십만 냥으로 최고급 차, 최고급의 비단, 최고급의 도자기. 세 가지 물품을 사겠어요.”

“왜 오십만 냥만 사용할 생각을 한 거요.”

“현재 저희가 가동 가능한 인력과 위험요인을 생각하면 그 정도가 한계거든요.”

“오십만 냥을 안전하게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에 묻어두겠다고 했는데, 생각해 둔 것이 있소?”

“먼저, 장안전장 인근의 건물을 몇 채 사겠어요.”

‘응?’

“장주님께서 장안전장과 거래를 하기로 했다면 장안전장을 중심으로 돈이 좀 돌 것 같거든요. 어디든 돈이 도는 곳은 땅값이 오르게 되어 있죠.”

“…….”

“그리고 마찬가지 이유로 금을 좀 사둘 거예요.”

금은 금자로도 유통되지만, 때로는 가치적으로도 오르내린다.

상연연은 장안의 상계가 활성화되면 금의 가치가 오를 테니 미리 사두겠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가치가 떨어져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흠, 좋소. 그대를 교역의 책임자로 인정하겠소.”

“감사합니다.”

 

상우상과 상연연은 밝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혁무천은 문이 닫히는 걸 조용히 바라본 뒤 찻잔을 들었다.

‘괜찮은 사람을 하나 얻었군.’

상우상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상연연, 그녀에 대한 판단이었다.

자신의 눈과 마주치고도 흔들림 없는 맑은 눈을 가진 여인이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성격.

거기다 총명하고 확고한 자신의 주관마저 갖고 있었다.

‘목량하고 잘 어울리겠는데…….’

 

***

 

다음 날 오후.

풍마문의 정보원이 달려와서 소식을 전했다.

“서원장 무사들이 정혈단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풍마문도 밀소림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아니 밀소림에 대한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서원장에 있는 무사들이 밀소림의 제자인 것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위치는?”

“염랑으로 이동 중입니다.”

염랑이라면 장안에서 백오십 리가 조금 넘는 거리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대정맹이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정혈단원들은 대부분 구문팔가 등 정파의 제자들. 마공을 익혔다 해도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마황궁의 움직임은?”

“마황궁주 야율대원이 직접 삼천 무사를 이끌고 남하하고 있습니다.”

“야율대원이 나섰단 말이지…….”

그 말을 듣고 목량이 말했다.

“위기감을 느끼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생각인 것 같습니다.”

“동천에 있는 대정맹의 전력은?”

혁무천의 말에 풍마문의 정보원이 대답했다.

“약 이천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압니다.”

“대정맹에서 지원대를 보내겠군.”

“예, 장주.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상당수 무사들이 동천으로 가기 위해서 위수를 건넜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목량이 물었다.

혁무천은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고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우리도 움직인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자.”

 

***

 

대정맹 총단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마황궁의 대대적인 전력이 남하하고 있었다. 더구나 오늘 아침 들어온 정보로는 마황궁주 야율대원이 직접 나섰다는 말까지 있었다.

일천 무사를 동천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들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고수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이야.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봐야겠네.”

남궁무룡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사명은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팔대마세 중 하나. 게다가 야율대원이 직접 나섰다면 말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들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원한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양 대협과 여 대협에게 최대한 버티다가 안 되면 후퇴해서 맹주를 기다리라고 하겠습니다.”

창절 양충화가 동천에 있는 대정맹의 이천 맹도들을 총 지휘하고 있었다.

위남을 맡고 있는 기절 여만도도 동천지부를 지원하기 위해서 위수를 건너 보성으로 가는 중이고.

“그게 좋겠군.”

남궁무룡도 이사명의 의견에 찬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즉시 준비시키겠습니다.”

 

이사명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후 서신을 하나 써서 전서구에 매달아 날렸다.

전서구가 동쪽으로 사라지는 걸 본 그는 창문을 등지고 돌아섰다.

‘진인사 대천명이라 했다. 뒷일은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

 

“응?”

삭풍을 뚫고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달리던 여청이 이마를 좁히며 눈을 치켜떴다.

사람 키만큼이나 크게 자란 갈대밭이 펼쳐진 언덕 아래를 지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좌우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여청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훗,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죽고 싶어 환장했군.”

얼마 전부터 꼬리가 달라붙었다.

처음에만 해도 한두 명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이삼 일 전부터 상당수가 본격적으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아마 평문에서 마황궁이 지리멸렬한 이후인 듯했다.

여청은 모른 척하고 계획대로 움직였다.

자신들을 노린다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모조리 목을 쳐서 정혈의 뜻을 세우리라!

그리 생각하면서.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마침내 놈들이 이빨을 드러낼 생각인 듯하다.

“우리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 대비하고 있어라.”

여청은 우측에서 따라오는 자를 보며 말했다.

삼십 대 초반의 장한. 그는 삼대 일조장인 정산이었다.

정산은 본래 도인이었지만, 마도와 싸우기 위해 도복을 벗고 정혈단에 투신한 청성파의 기재였다.

“예, 조장.”

 

츠츠츠츠츠.

운정은 갈대를 스치며 빠르게 전진하면서 언덕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달려가는 정혈단 무리의 머리가 갈대 위로 보였다 사라졌다 했다.

숫자는 백 명 정도. 물 흐르듯 달려가는 자들의 무위는 모두가 일류 이상이었다.

밀소림의 제자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고수들.

숫자도 비슷했다.

‘우리를 원망하지 마라. 너희들 스스로 택한 길이니.’

어제만 해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정파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자들 아닌가. 마도와의 싸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도 했다.

그런 자들을 마에 물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쳐야 하는가.

하지만 오늘 새벽, 그들에 의해 저질러진 혈겁을 목도한 후 마음을 굳혔다.

자신들이 주력을 쫓는 동안 정혈단의 일부가 마도의 중소문파 한 곳을 공격했다.

풍마문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갔을 때는 시신만이 가득했다.

개중에는 힘없는 노인과 여인들, 심지어 열두어 살의 아이들도 셋이나 있었다.

목을 치고 팔다리를 잘라낸 광경은 차마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분노가 솟구친 운정은 범인들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세 시진 만에 그들을 찾아냈을 때, 그들은 정혈단의 주력과 합류한 상태였다.

‘너희를 죽이고 지옥에 가야 한다면 내가 먼저 가리라.’

고개를 돌린 운정은 전면을 살펴보았다.

저 앞쪽에 갈대가 많지 않은 평지가 눈에 들어왔다.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이 그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결정을 내린 운정이 전음을 보냈다.

<준비해라. 저 앞쪽에서 친다.>

 

여청은 갈대가 적은 평지로 들어서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사방이 갈대밭으로 둘러싸인 데다 갈대조차 적어서 습격을 당하기 딱 좋은 지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을 에는 살기가 빠르게 다가왔다.

“조심해! 놈들이 온다!”

여청이 소리친 순간,

츠츠츠츠츠츠츠.

갈대밭이 무언가에 쓸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리더니, 좌우에서 백여 명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찰나도 망설이지 않고 무기를 뽑으며 정혈단원들을 향해 쇄도했다.

“마에 물든 걸 원망해라!”

냉랭히 소리친 운정은 여청을 향해 날아가며 검을 빼들었다.

여청은 날아드는 운정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꼬리에 붙은 자들이 제법 강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해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젠장!’

정혈단원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달려들었지만 상대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잠깐 사이에 정혈단원 대여섯 명이 상대의 공세에 휘말려서 쓰러졌다.

눈을 치켜 뜬 여청은 검을 빼들고 적의 수뇌로 보이는 운정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밀소림 제자 두엇이 그를 막아섰다.

하지만 살기를 일으킨 여청의 검이 폭풍 같은 기세로 그들을 집어 삼켰다.

떠더덩!

굉렬한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밀소림의 제자 둘이 튕겨 나갔다.

“그자는 내가 맡겠다!”

운정이 소리치면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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