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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03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03화

303화

 

 

“그게……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구룡상단의 밥을 함께 먹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적이 있었다. 결국은 웬수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모용금적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사도맹에서 사용하는 물자의 절반이면 현재 천룡방 거래량의 삼 할은 될 것이다.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 해준다면 우리야 좋지요.”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일 할입니다.”

그 정도라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이 할을 달라고 해도 줘야할 판이었다.

“적당하구려.”

“단, 주문은 반드시 저희를 통해야만 합니다. 이건 신뢰의 문제이니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그리하겠소.”

거기까지는 순조롭게 이야기가 진행 되었다.

혁무천도 만족했다.

사도맹은 황하 너머 북쪽 산서성에 있다. 무원장에서 관리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런데 천룡방과 합의함으로써 사도맹과의 거래는 천룡방과 정주의 삼원이 맡게 되었다.

그만큼 신경 쓸 일이 줄어들 것이다.

잠재적 적이라 할 수 있는 천룡방도 우군으로 끌어들인 셈. 무원장으로서도 활동 폭이 훨씬 넓어졌다.

이래저래 일석삼조인 셈.

“그럼 사도맹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필요한 물건과 물량에 대해 연락하지요.”

“알겠소.”

“그럼 다음에 뵙지요.”

혁무천은 일사천리로 협상을 끝내고 몸을 돌렸다.

모용금적도 붙잡지 않았다. 그동안 쌓인 분노를 모두 털어내기에는 아직 일렀다.

“멀리 나가지 않겠소.”

“제가 배웅하겠습니다, 아버님.”

모용수가 혁무천 일행을 배웅하겠다며 나섰다. 모용금적도 막지 않았다.

“그렇게 해라.”

 

천룡방 정문을 나설 때쯤, 모용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우리를 택한 거요?”

“필요하니까. 그게 다야.”

“혹시…… 우리를 구룡상단에서 다시 받아주실 수 있소?”

사실 모용수가 배웅하겠다며 나선 것도 그걸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구룡대총회 때 이야기해 봐.”

거절도 승낙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용수는 절반의 허락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혁무천이 조건을 하나 걸었다.

“천룡방의 대표가 그대로 바뀐다면 구주의 주인들도 호의적으로 생각할 거다.”

“…….”

“구주의 주인들을 강압한 사람은 현 방주지 그대가 아니잖아.”

“그건…….”

“결정은 그쪽이 알아서 내려.”

 

객잔으로 돌아가자 낙양전장의 장주 화문역이 와 있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낙양전장의 최대 고객이 낙양에 왔다 해서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네.”

화문역의 넉살에 혁무천이 피식, 실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떠나기 전에 찾아뵐까 했는데 잘 오셨습니다.”

“허허허, 내 그럴 줄 알았지.”

너털웃음을 짓는 화문역을 보며 혁무천이 슬쩍 물었다.

“장주님이시라면 장안에 대해서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장안이라면 내 손바닥 안에 있네. 젊을 적에 장안에서 십 년을 보냈거든.”

“그럼 장안전장도 잘 아시겠군요.”

“물론이지. 장안전장의 주인 마화공이 내 마누라 동생이거든.”

“아, 그래요?”

“그런데 거래를 하려면 조심해야 하네. 내 처남에 대해서 이런 말하기 뭐한데, 그 친구, 아주 지독한 돈벌레야.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지.”

보통은 친척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혁무천은 화문역이 그리 말한 이유를 짐작하고 미소를 지었다.

마화공은 처남일 뿐만 아니라, 경쟁 상대이기도 했다.

“그럼 장안과의 금전 문제는 장주님께 맡기는 게 낫겠군요.”

“허허허, 경비는 조금 들겠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그게 훨씬 이익일 거네.”

화문역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혁무천도 옅게 웃으며 흔쾌히 응했다.

“좋습니다. 장안과 거래를 하게 되면 금전 관련된 건 낙양전장에 맡기지요. 아! 낙양전장이 장안전장과 상호 신용거래를 하면 저희도 편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호 신용거래라…….”

“확인증을 받고 서로 금전을 대신 내주는 거지요. 그럼 장안에서 낙양을 오갈 때는 아무리 큰 금액이라도 돈 대신 확인증 하나만 소지하면 되니 훨씬 편하지 않겠습니까? 강도를 만나도 잃어버릴 걱정이 없고요.”

“흠, 그거 좋은 생각이네. 돈을 받을 사람과 확인증만 철저히 확인하면 아주 유용하겠어. 그런데 확인증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거야 다시 받아와야지요. 이중지급 방지만 제대로 하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차액은 일 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정산하면 될 것 같고.”

화문역은 전율이 일었다.

그 방식이 제대로 작동만 된다면 금전 거래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수수료 수입도 상당할 것이고.

“허허허, 확실히 젊은 사람이라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먼. 알겠네. 내 마화공과 협의를 해보도록 하겠네.”

“아무래도 제가 먼저 장안에 가게 될 것 같으니, 장안전장 주인을 만나기 쉽게 소개서나 한 통 써주시지요.”

“그거야 어려울 것 없지.”

 

***

 

다음날 아침.

혁무천은 화문역의 소개서를 품에 넣고 낙양을 출발했다.

평범하게 느껴지는 하룻밤이었다. 하지만 낙양전장과의 합의는 낙양과 장안은 물론 천하의 상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했다.

 

낙양에서 장안까지는 천리 길.

혁무천 일행은 이틀째 되던 날 화음현에 도착했다.

화산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해서 화음이라 불리는 화음현은 화산의 입구라 할 수 있었다.

화산파가 힘을 잃은 후 마도무사들이 횡행했던 그곳에 최근에는 정파무사와 화산파 도사들이 자주 모습을 보였다.

화음현의 주민들도 거칠고 악랄한 마도무사들이 사라지자 표정이 밝아졌다.

“어서 옵셔!”

혁무천 일행이 객잔에 들어가자, 점소이가 힘차게 소리치며 반겼다.

스물두 명에 이르는 인원이 우르르 들어가니 객잔이 순식간에 북적거렸다.

다행히 빈 탁자가 많았다. 혁무천 일행은 창가에 있는 큰 탁자 세 개를 차지했다.

혁무천은 은설과 동대안, 목량, 이정, 전교, 철군명, 중리안과 같은 탁자에 앉았다.

철군명과 중리안은 무척 기분이 좋은 듯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오악 중 하나, 화산이 저 멀리 보였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본 산과 강과 들판도 처음이었다.

수십 년 동안 비천의 수련장이 있는 태산에서 무공을 익히고, 천화상단에서 비천이라는 이름으로 지낸 사람들이었다.

황궁이 있는 북경 쪽으로는 몇 번 가보긴 했지만, 그때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들로서는 이런 여행 자체가 즐겁기만 했다.

물론 이번 길도 여행이 주목적은 아니지만, 전에 비하면 마음의 부담이 없었다.

“어디서 온 분들이신가?”

막 요리를 먹기 시작했을 때쯤 입구 쪽에서 묻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에 경계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쩌……기서.”

호광이 고개로 동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객잔에 들어온 자들은 모두 일곱 명.

그들 중 사십 대로 보이는 자가 인상을 쓰며 호광을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호광의 고갯짓이 건방지게 보인 듯했다.

“우린 대정맹 사람들이네. 순순히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마도인으로 대할 것이네.”

호광은 그에 대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둑놈이나 나쁜놈이나.

정파인에게는 녹림도 역시 마도인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대신 철호가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저흰 무원장에서 왔습니다.”

“무원장?”

중년인의 눈이 커졌다.

화산파 속가제자 진국충도 무원장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들어봤다.

듣기로는, 맹주인 창천신검 남궁무룡과 군사 이사명이 정은맹을 탈출할 때 무원장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 않던가.

이들이 정말 무원장 사람들이라면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정말…….”

그런데 그가 묻기 전에 먼저 옆에 있던 삼십 대 장한이 코웃음 쳤다.

“흥! 무원장이라면, 마도 놈들 덕분에 먹고사는 장사꾼 놈들 아닙니까?”

호광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기분이 상했지만 반박하지도 못했다. 어쨌든 마도 세력과 거래한 건 사실이니까.

옆자리의 은화삼절과 비천오검도 쳐다보기만 했다. 그들은 무원장에 대해 무어라 말하기도 애매한 위치였다.

진국충은 묘한 상황이 되자 장한을 다그치지 않고 분위기를 살폈다. 사실 그도 무원장이 마도와 거래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 따지면, 세상의 상인들 모두 대정맹에게는 적이 되겠군요.”

한쪽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진국충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청년과 여인, 노인 등 여덟 명이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탁자 세 곳에 앉아 있는 자들이 모두 일행인 듯했다.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상인은 무림의 법이 아닌 황법에 따라 움직이지요. 결국 그대 말은 황법이 잘못 되었다는 거요?”

진국충은 그 말 속에 숨은 뜻을 깨닫고 흠칫했다.

“우린 황법의 잘잘못에 대해서 말하려는 게 아니네.”

“그럼 무원장의 상행위에 대해서도 따질 것이 없는 것 같은데.”

혁무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삼십 대 장한이 또 버럭 소리쳤다.

“건방진! 어디서 궤변을……!”

“궤변?

휙!

뭔가가 날아가서 장한의 입에 들어갔다.

“읍!”

장한이 급히 입 안에 들어간 것을 뱉어냈다.

양념이 잘 된 고기 조각이었다.

“저런. 그 맛있는 걸 뱉다니.”

동대안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젓가락을 까딱거렸다.

“훗.”

“크크크.”

호광과 철호 등 몇 사람이 반사적으로 웃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장한이 동대안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검병에 손을 얹었다.

“장사꾼의 호위 따위가 지금 나를 놀리겠다는 거냐?”

“내가 놀려? 너를? 왜?”

동대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일어났다.

“물러서라, 경안.”

진국충이 장한에게 다급히 말했다.

장한, 호경안은 씩씩거리면서도 진국충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 듯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주, 이자들의 모욕을 참으실 겁니까?”

하지만 진국충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혁무천만 바라보았다.

‘설마……?’

무원장 장주 무천에 대해서 귀가 따갑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과 앞에 앉아 있는 자의 인상이 겹쳤다.

게다가 말없이 앉아서 쳐다보는 자들.

노인인지 중년인인지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두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진짜 고수들이다.

“혹시…… 무원장의 무 장주시오?”

“내가 무천이오.”

얼굴이 상기되었던 삼십 대 장한이 움찔하더니, 안색이 해쓱하게 변했다.

팔대마세의 주인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자.

소문으로는 무위도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자신 정도는 손가락 하나 튕겨서 죽일 수도 있었다.

‘제기랄, 저 미끈한 놈이 무천이라니.’

그렇다면 저 눈깔이 콩알만 한 자가 뇌전쾌검?

말 만들기 좋아하는 강호의 호사가들이 동대안에게 그런 별호를 붙여주었다.

‘저 새끼, 성질이 지랄 같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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