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02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02화
302화
떠더덩!
굉음과 함께 운해와 운경이 뒤로 튕겨나갔다.
“크읍!”
“으헉!”
강력한 충격에 일 장 정도 튕겨난 다음 주르륵 물러선 두 사람은 치켜뜬 눈으로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은 여전히 처음 그 자리에 서서 똑같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둘러보았다.
“더 할 거요?”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더 하고 싶은 모양이군. 그런데 지금부터는 조금 다를 거요. 나도 공격할 거니까. 실컷 구경했으니 그 보답을 해 드려야지.”
무심한 어조로 말하는 혁무천의 전신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퍼져 나왔다.
화들짝 놀란 운해가 반사적으로 말했다.
“돼, 됐소. 우리가 졌소.”
하지만 그때는 이미 혁무천이 공격을 시작한 후였다.
“어차피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합시다.”
운해와 운경은 이후로도 혁무천과 오십여 초를 더 싸워야 했다.
싸웠다기보다는 얻어맞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얻어맞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얻어맞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혁무천은 겨우 서 있는 두 사람의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본 후에야 공격을 멈췄다.
“아쉽군. 조금만 더 싸워보면 소림의 초식을 응용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심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혁무천을 밀소림의 제자들이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혁무천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개의치 않고 운정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지요.”
잠시 후.
방 안으로 들어간 혁무천은 밀소림 조장들과 둘러앉았다.
운해와 운경도 끌려와서(?) 한쪽 구석에 앉았다.
불과 이 각 전의 그들과는 표정이 완전히 달랐다. 기세도 팍 죽어 있었고.
운정은 그런 두 사람을 못 본 척했다.
처음부터 그들 둘을 싸우게 만든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뛰어난 기재임에도 고집이 세고, 오만함에 물든 면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이 나면 고집과 오만함이 어느 정도 꺾이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꺾인 듯해서 마음이 짠했다.
‘오늘의 배움을 발판으로 노력한다면 적지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지.’
지금은 그렇게 위안을 삼는 수밖에.
그때 차로 입을 축인 혁무천이 말을 꺼냈다.
“혼돈의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을 거요.”
운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곳에 와서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그 뜻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 섬서에서 불어대고 있는 혈풍도 혼돈의 세상과 관련이 있다 할 수 있소. 해서 내가 직접 장안에 다녀올 생각인데, 밀소림이 맡아서 해주셔야 할 일이 하나 있소.”
운정의 눈빛이 빛을 발했다.
천화상단의 일에 나선 것은 찜찜한 면이 없지 않았다. 마도와 밀약한 사실이 없었다면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섬서의 일은 다르다.
더구나 무천의 말처럼 세상의 혼돈을 가라앉히기 위한 일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약속대로 마를 물리치는 일이어야 하오.”
“판단은 그대들이 내리시오. 마를 상대하는 일 외에는 시키지 않을 거니까.”
“부처의 뜻을 받들어 마를 몰아내는 게 우리의 할 일. 그런 일이라면 어찌 마다하겠소.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따르리다.”
***
섬서로 갈 사람은 스물두 명으로 결정되었다.
비룡단에서 혁무천과 은설, 동대안, 장대산, 철호, 탕초양, 귀원, 호광, 천위, 이정, 전교, 그리고 목량까지 열두 명.
비천에서는 철명군과 중리안, 은화삼절과 비천오검까지 열 명.
숫자는 총 스물두 명임에도 대문파 하나를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물론 공식적으로만 스물두 명일 뿐, 암중에 밀소림의 제자들이 움직이기로 했다.
옅은 구름이 하늘 가득 낀 날 아침.
혁무천은 이현과 백리양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일행과 함께 무원장을 나섰다.
무사에 대한 총지휘는 송비와 철상에게 맡겨 놓았다.
목량도 장원에 남겨 놓을까 했다. 하지만 섬서의 상황에서 그의 초감각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아서 대동했다.
영추문과 장평은 남겨 놓고 송비를 보좌하게 했다.
요즘 두 사람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죽하면 동대안이, 방 안에 깨가 너무 쏟아져 있다며 투덜거릴 정도였다.
행로는 낙양을 거쳐서 장안으로 가는 관도를 따라가기로 했다.
무원장에서 장안까지 약 천팔백 리. 고수들이 경공을 펼쳐서 간다 해도 나흘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이틀째 되던 날 오후, 혁무천은 일행과 함께 낙양에 도착했다.
낙양의 바람은 역성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겨울이 가기 전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어댔다.
피풍의를 걸치고 성문을 통과한 혁무천 일행은 객잔부터 잡았다.
오늘 밤은 이곳 낙양에서 지낸 후 내일 아침에 출발할 생각이었다.
혁무천은 여장을 풀자마자 동대안, 은설만 대동하고 객잔을 나서서 천룡방으로 향했다.
천룡방의 겉모습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에 비하면 활기가 죽은 듯 느껴졌다.
아직 밤이 되지도 않았는데 오가는 사람도, 짐을 실어 나르는 마차도 뜸했다.
“무슨 일로 오셨소?”
혁무천 일행이 정문을 통과하자, 마당을 지나가던 장한이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방주님을 뵈러 왔소.”
“방주님을? 뉘신데……?”
“무원장의 무천이오.”
“무원……!”
무심코 혁무천의 말을 되뇌던 장한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따라오십시오.”
어지간한 손님이라면 안에 알리고 답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천은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혁무천 일행은 장한의 뒤를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때 뒤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들 뭐야?”
걸음을 멈춘 혁무천은 뒤를 돌아다보았다.
고함을 치는 자를 확인한 그는 냉소를 지었다. 모용완이었다.
술을 얼마나 퍼마셨는지 걸음이 갈지자였다.
제 버릇 남 못준다더니…….
그래도 눈은 달려 있어서 혁무천을 알아보았다.
“너, 너는……! 이놈! 네놈이 여길 왜 온 거냐!”
모용완이 손을 들어서 검지로 혁무천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혁무천도 모용완에게는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다.
“방주와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왔다. 맞기 싫으면 조용히 있어.”
“뭐, 뭐야?”
혁무천은, 분기를 참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모용완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개자식이!”
욕설을 내뱉고 으드득, 이를 간 모용완은 챙! 소리와 함께 검을 뽑아들고 혁무천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술에 취하지만 않았어도 감히 달려들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은 강아지조차 호랑이에게 달려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모용완은 검을 쳐들고 달려들며 고함을 질렀다.
“죽여 버리겠다, 개자식!!!”
“공자! 안 됩니다!”
장한이 놀라서 말리려 했다.
하지만 모용완은 이미 복수(?)에 눈이 먼 상태였다.
상대가 천하를 놀라게 한 고수라는 것 정도로는 그의 분노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비켜!”
빽! 소리친 모용완은 장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장한은 화들짝 놀라서 옆으로 물러섰다.
그대로 장한을 지나친 모용완은 혁무천을 향해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죽어! 죽어어어!”
은설과 동대안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구경만 했다. 자신들이 나서서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
혁무천은 왼손을 뻗어서 모용완의 검을 잡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오른손으로 모용완의 얼굴을 후려쳤다.
짝!
경쾌한 격타음과 함께 모용완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그렇게 죽고 싶으냐?”
짜작!
“네가 죽으면 네 부친과 형이 좋아할 것 같으냐?”
퍽!
“정말 죽고 싶다면 말해라. 머리를 부숴서 죽여줄 테니까.”
머리가 왱왱 울렸다. 얼굴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했다.
모용완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짝! 짝!
다섯 대쯤 맞았을 때서야 고통이 밀려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한 건가.
“내, 내가…… 취해서…….”
혁무천은 말을 더듬는 모용완의 목을 움켜쥐었다.
목을 움켜쥔 손에서 흘러들어간 기운이 모용완의 전신을 제압했다.
모용완은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입술이 찢어진 듯 부들부들 떠는 그의 입 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눈빛은 공포에 물들어서 암울했다.
“어때, 죽여줄까?”
“멈춰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왔다. 개중에는 천룡방의 호위무사들도 있었다.
아무리 꼴사나운 짓을 해도 모용완은 천룡방의 둘째 공자다.
천룡방 무사들은 무기에 손을 얹고 언제든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둘째 공자님을 놓아드려라!”
그제야 은설과 동대안도 좌우로 거리를 벌리며 천룡방 무사들 앞에 섰다.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천룡방 무사들은 가슴이 답답한 중압감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물러섰다.
갑작스런 상황에 긴장감이 흘렀다.
천룡방 무사가 이십여 명이나 되는데도 분위기는 단 세 명뿐인 혁무천 일행이 장악하고 있었다.
툭.
은설이 검의 손잡이를 엄지로 쳐올리자, 그녀를 중심으로 강력한 기운이 휘돌았다.
“후회할 행동은 하지 마세요.”
앞쪽에서 나섰던 자들은 무형의 기세가 숨구멍을 파고들자 이를 악물었다.
“물러서시오!”
건물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혁무천은 차가운 눈빛으로 모용완을 바라본 후 밀쳐서 바닥에 내던졌다.
“용서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잊지 마.”
혁무천은 냉랭히 말하고 몸을 돌렸다.
모용수가 무사 대여섯 명과 함께 뛰어나오고 있었다.
천룡방 무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내줬다.
혁무천 일행 앞까지 달려온 모용수가 모용완과 혁무천을 번갈아보았다.
“난 등 뒤에서 검을 쓰는 자를 좋아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아라.”
혁무천의 말을 듣고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은 모용수가 모용완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바닥에 모용완의 검이 떨어져 있는 걸 보면 무천의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게다가 이 장이나 되는 거리인데도 술 냄새가 풍겼다.
미친놈! 얼마나 처마셨으면 무천에게 검을 들고 대든단 말인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린 그는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무례를 범했다면 죄송하게 됐소. 한데 어쩐 일로 오신 거요?”
“방주님을 만나러 왔다.”
“아버님을?”
“천룡방에도 나쁜 일은 아니야.”
“따라오시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천룡방은 무천을 내칠 힘이 없었다.
“어서 오시구려.”
모용금적은 정중하게 혁무천을 맞이했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였다.
속으로야 아니꼽고 더럽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무천은 천하제일상가인 천화상단마저 굴복시킨 무원장의 주인이었다.
게다가 무원장의 무력은 팔대마세조차 얕보지 못할 만큼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으로는 무원장이 비룡장에 속해 있지만, 누구도 무원장을 비룡장의 하위 조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시오?”
모용금적이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로서는 힘이 생긴 무천이 천룡방에 어떤 요구를 할지 몰라 걱정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사도맹에서 필요한 물자를 무원장이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랑이라도 하려고 왔나?
모용금적은 그 말이 입 안에서 튀어나오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축하하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이 무척 쓰렸다.
그런데 혁무천이 말했다.
“그 중 절반 정도를 천룡방에 맡길까 합니다만.”
응?
모용금적과 모용수의 눈이 거의 동시에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