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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81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81화

281화

 

 

무원장의 조직은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이현은 무공뿐만 아니라, 병법과 사람을 다루는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책임자들을 정했다.

조직의 형태는 단순했다.

상단 및 장원 운영과 관련해서 오당을 두었다. 그에 대한 지휘는 백리양에게 맡겼다.

무력은 장주 직속 비룡단 외에 오대를 만들어서 각 대에 다섯 개의 조를 두었다. 책임자는 송비로 정했다.

단순하면서도 능률적인 조직 형태였다.

사실 그 이상은 필요 없었다.

조직이 복잡해봐야 능률만 떨어질 뿐.

 

그런데 눈발 섞인 찬바람이 불던 날.

미시 말쯤 일단의 무리가 무원장을 찾아왔다.

모두 여섯 명, 삼십 대 초반부터 사십 대 중년인까지 나이가 다양했다.

혁무천은 그들을 자신의 방에서 맞이했다.

밀소림.

원공대선사가 맡기겠다고 한 밀소림의 고수들이 도착한 것이다.

무원장에는 여섯 명만 왔을 뿐, 전체 인원은 백팔 명이다.

열여덟 명씩 여섯 개조.

앞에 있는 자들이 바로 그 육 조의 조장들이다.

밀소림의 총 지휘자는 운정. 나이는 마흔여덟 살인데, 의외로 평범한 인상이었다.

“대선사께 말씀은 들었소. 앞으로 귀공의 지휘를 받으라 하더이다.”

목소리도 높낮이가 거의 없어서 차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말속에는 뼈가 들어 있었다.

원공대선사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른다는, 그런 불만이.

“솔직히 우려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오. 무원장에는 마도를 추구하는 무사들이 많지 않소?”

혁무천도 그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따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불만을 다 받아줄 마음은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십시오. 때로는 등을 맡겨야 할 경우가 있을 텐데,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등을 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운정은 혁무천이 받아친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원공의 명령을 받고 나온 이상 죽어도 이곳에서 죽어야 했다.

그때 삼십 대쯤으로 보이는 자, 각진 얼굴에 강인한 인상을 지닌 삼조장 고후명이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명은 따르지 않을 거요.”

“그런 지시는 내리지도 않을 것이지만, 만약 그렇게 느껴지면 언제든 이의를 제기하시오.”

밀소림의 조장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정이 대표로 말했다.

“그런 마음이시라면 귀공의 지휘를 받아들이겠소.”

혁무천도 그들의 말에 별 불만이 없었다.

오랜 세월 마도를 물리치기 위해 무공을 익혔거늘, 어이없게도 마도무사들이 득시글대는 곳에서, 그것도 장사꾼의 지휘를 받아야할 판이다.

그 정도 불만도 없다면 정말 부처일 것이다.

‘생각보다 순진한 사람들이군.’

 

혁무천은 새로 매입한 무원장 뒤편의 장원에 밀소림 무사들의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마도 무사들과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건물 세 채와 정원, 넓은 마당을 합쳐 별원으로 분리했다.

밀소림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만큼 새롭게 ‘무룡단’이라는 이름도 만들었다.

사람들은 무룡단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하지만 찬바람이 휭휭 부는 그들의 냉랭한 태도에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했다.

“도대체 뭐하던 작자들이야?”

오죽하면 동대안도 그렇게 물었다.

무룡단의 조장들 중 두어 명은 그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진짜 고수였다. 다른 조장들도 그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런 고수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갑자기 나타났으니 궁금할 만했다.

혁무천은 짧게 대답해 주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소.”

“…….”

‘시발, 세발, 조또…….’

동대안은 불만이 많았지만 대놓고 욕하지는 않았다.

올해 장사로 번 이익금을 적절하게 나누어준다고 했다. 그 돈을 받기 전까지는 참아야 했다.

욕하면 확! 깎을지도 모르니까.

‘쳇, 내가 돈 때문에 참는다, 진짜.’

 

***

 

밀소림의 백팔 무사가 무원장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식사가 끝난 후, 이현이 침중한 표정으로 혁무천을 찾아왔다.

“장주, 풍마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내용은?”

“정은맹이 마도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고 합니다.”

“정은맹이?”

그동안 정은맹은 외부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마도세력과의 싸움도 자제했다.

남궁무룡과 이사명으로 인해 많은 정은맹 무사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들어왔었다.

마침 정혈단으로 인해 마도가 혼란스러울 때, 흔들리고 있는 내부 조직을 정리할 생각인 듯했다.

혁무천은 그들이 내부를 정리하는데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릴 거라 생각했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그 후에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

“공격 목표는?”

“그건 확인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이현이 말꼬리를 끌었다.

혁무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예상되는 곳이 있나?”

이현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팔대마세와 마도십문 중 정은맹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마룡성입니다.”

혁무천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푸른 광채가 번뜩였다.

“그들이 마룡성을 칠 거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합니다. 아마 신도명산은, 마룡성을 치면 장주께 한방 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혁무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도명산의 성품을 생각하면, 그 이유만으로도 마룡성을 공격할 명분은 충분했다.

“마룡성에 전서구를 보내서, 혹시라도 공격을 받으면 철저히 방어하며 버티라고 전해라.”

“예, 장주.”

“비룡단과 백룡대, 청룡대가 간다. 바로 출발할 것이니, 사람 보내서 즉시 나오라고 해.”

 

***

 

유시(酉時:오후5시~7시) 초.

전서를 받아본 마룡성주 홍택은 눈을 부릅떴다.

무원장에서 날아온 전서였다.

“정은맹……?”

그러잖아도 정혈단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판이었다.

놈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철저히 방어를 한다 해도 버텨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거기다 정은맹마저 자신들을 치기 위해 올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홍택은 혁무천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무원장에서 보내준 무공서 덕분에 무사들의 실력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개자식들! 어디 와보라지! 아작을 내줄 테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감 때문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런데 그때,

삐이이이익!

호각소리가 길게 울렸다.

“적이 온다!”

“뭐야? 정혈단이야?”

“그놈들은 아닌 것 같은데? 숫자가 너무 많아.”

다급히 밖으로 나간 홍택이 소리쳤다.

“정은맹 놈들이다! 준비했던 대로 철저히 방어하면서 버텨라!”

공력이 실린 그의 목소리가 마룡성 총단 내에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서 그의 말을 받아 소리쳤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전서구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적이 누군지도 모른 채 마주쳤을 것이다.

아니면 정혈단이라 생각하고 크게 흔들렸든지.

하지만 상대가 공포의 정혈단이 아닌 정은맹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마룡성 무사들은 마음을 다잡고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각자 자신들 자리를 지켜라!”

 

잠깐 사이에 정은맹 무사 팔백이 마룡성 담장 앞에 이르렀다.

“마도 놈들을 쳐라!”

“쓸어버려라!”

정은맹 무사들은 마룡성 안으로 몸을 날렸다.

마치 메뚜기 떼가 한꺼번에 담장 위로 날아오른 듯했다.

그 광경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마룡성 무사들도 나름대로 믿는 것이 있었다.

지난 두 달, 그들은 한두 단계 상위의 무공을 익혔다.

전이었다면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사대전이 벌어진 지금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었다.

하나라도 더 익히는 것만이 오래 사는 지름길이었다.

더구나 그 무공은 현 강호에서 가장 뜨거운 소문의 주인공, 무천이 적어서 전해준 무공이라 했다.

열심히 익히면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마룡성 무사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린 은혜나 다름없었다.

“놈들을 막아라!”

“진형을 유지하면서 막아!”

 

팔백 대 오백.

전체 숫자도 많은데다가 고수들의 숫자 역시 정은맹이 많았다.

이 각, 아니 일 각이면 마도십문 중 말단인 마룡성 따위 강호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각이 다 되도록 싸움은 여전했다.

고함치는 소리와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도 여전했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욕설 역시 끊임이 없었다.

 

마룡성의 강력한 저항에 정은맹 무사들이 먼저 흔들렸다.

“마룡성 놈들이 이렇게나 강했던가?”

정은맹 무사들을 지휘하던 팽조환은 이를 갈았다.

사마진웅을 몰아내고 처음으로 치르는 대대적인 싸움이다. 확실하게 처리해서 자신의 위상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흐르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스릉!

커다란 칼을 빼든 그는 고함을 치며 몸을 날렸다.

“뭣들 하는 것이냐! 마도의 잡졸들을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라!”

하늘이 어느새 핏빛으로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팽조환과 그의 측근 고수들이 뛰어들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초절정고수의 위력은 일당백이었다.

팽조환의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마룡성 무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늙은이! 우리가 상대해주마!”

홍택이 마룡성의 장로 둘과 함께 팽조환에 맞섰다.

무천이 보낸 무공서를 본 후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은 그였다.

거칠던 검의 흐름이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그로 인해 변화가 더해지는 바람에 상대는 대응하기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아직 팽조환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로 둘과 협공하며 맞섰음에도 십초를 버티기가 힘들었다.

팽조환의 벽력도에서 뻗어나간 강력한 도기가 마룡성 장로인 우당의 칼을 튕겨내고 배마저 갈라버렸다.

“크억!”

비명을 지르며 주르륵 물러선 우당이 갈라진 배를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이를 악문 홍택이 공력을 십성 끌어올려서 팽조환의 측면을 공격했다.

우당을 베고 몸을 돌리던 팽조환이 다급히 몸을 낮추고 벽력도를 휘둘렀다.

떠덩!

강력한 기운을 머금은 도검이 충돌하면서 굉음이 울렸다.

홍택은 이마를 찡그리면서도 이를 악문 채 다시 검을 뻗었다.

팽조환도 마저 도를 휘둘러서 힘으로 몰아붙였다.

장로인 노광청이 함께 달려들며 팽조환의 옆구리를 향해 귀두도를 휘둘렀다.

“흥!”

냉랭히 코웃음 친 팽조환이 손목을 비틀면서 벽력도를 좌우로 흔들었다.

팽가의 자랑이라는 벽력진천도. 잃어버린 후삼식을 되찾은 그의 도법은 한층 더 무섭게 변해 있었다.

콰과과과.

도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홍택과 노광청의 공세를 와해시켰다. 초절정고수의 면목이 여실히 드러나는 광경이었다.

“크윽!”

홍택이 신음을 토해내며 주르륵 물러섰다. 어깨의 옷자락이 갈라진 채 너풀거렸다.

장로 노광청은 두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서다 주저앉았다. 갈라진 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끝이다, 이놈들.”

팽조환은 득의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홍택을 향해 다가갔다.

홍택은 팽조환이 다가오는 만큼 주춤주춤 물러섰다.

‘씨발…….’

어깨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도기가 생각보다 깊게 파고든 듯했다.

“무천! 이 새꺄아아! 왜 안 와아아아아!”

홍택이 악을 썼다.

그때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뚝 떨어지듯 나타났다.

“헛!”

깜짝 놀란 홍택은 반사적으로 검을 뻗었다.

슉!

앞에 내려선 자가 몸을 틀며 그의 검을 맨손으로 잡았다.

“욕은 하지 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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