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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66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66화

266화

 

 

마용산은 겉보기보다 나이가 적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제멋대로 자란 수염만 보면 오십 대 중반에서 육순까지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나이는 마흔여섯 살이었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실연당한 사람처럼 하고 다니나?”

마용산의 나이가 자신보다 한참 적다는 걸 안 송비가 핀잔을 주었다.

마용산도 장비 같은 모습의 송비에게는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제길, 가슴 아프니 묻지 마쇼.”

“설마…… 진짜 실연당한 거야?”

“에이씨!”

마용산은 앞에 있는 술병을 통째로 들어서 술을 목구멍에 쏟아 부었다.

송비도 더 이상은 그에게 핀잔을 주지 못했다. 그도 오래 전에 그런 아픔을 겪은 적이 있었다.

동변상련이랄까…….

그런데 탕! 소리가 나게 술병을 내려놓은 마용산이 말했다.

“아까 한 말, 진짜요?”

“뭐가? 미친놈들이 사람 겁나게 죽일 거라는 거?”

“그렇수.”

“우리 단주 말은 지금까지 거의 틀린 적이 없어.”

“그래서, 그들과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요?”

“못할 것도 없지.”

“나도 피 좀 보고 싶은데.”

“거, 말도 비린내 나게 하네.”

“싫음 마쇼. 오라는 데는 많으니까.”

“그런데 왜 안 갔나?”

“내 인생의 반쪽을 잃었는데 어딜 가서 뭘 한단 말이오?”

사실 그보다는 술만 퍼마시면 미친놈처럼 굴어서 문파들이 기피했다. 물론 그럼에도 영입하려던 곳이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취한 눈으로 주인을 깔보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더구나 여기는 이래서 싫다, 저기는 저래서 싫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아서 대부분의 세력들이 포기하다시피 했다.

“언제 헤어졌는데?”

“이십 년쯤 됐소.”

“…….”

송비는 마용산을 미친놈 보듯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별 희한한 사람 다 본다는 듯 마용산을 바라보았다.

픽, 실소를 지은 송비가 말했다.

“이십 년 전에 떠나간 여인을 아직도 못 잊고 있단 말이야?”

“내 반쪽이라고 했잖소! 반쪽! 에이, 진짜!”

호용산은 다시 술병을 잡았다. 하지만 술병은 텅텅 비어 있었다.

“여기 술!”

 

마용산은 술병을 두 개나 더 비웠다. 술과 원수를 진 사람 같았다.

혁무천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취룡광도(醉龍狂刀). 이제 생각나는군.”

흐릿하게 느껴지던 마용산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술에 취해야 제 위력을 발휘한다는 도법. 맞소?”

“어떻게 알았지?”

“예전에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진짜 우리와 함께 할 마음이 있소?”

“술만 잘 사주면.”

마용산도 비룡단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온갖 소문이 돌고 있는 무천이란 놈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알고 싶기도 했고.

물론 돈이 많아서 언제든 술을 사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럼 문제될 것이 없군. 비룡단원으로 받아들이지요.”

“아니 뭐, 꼭 비룡단원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싫음 마시고.”

“……하지 뭐.”

 

***

 

서주의 거상 은화청은 이십 대 때 서주상단을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남모르는 고민이 은화청을 흔들었다.

천화상단 때문이었다.

황궁과의 거래를 독식하며 강호에는 무관심했던 그들이 삼 년 전부터 강호에 은밀히 손을 뻗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하던 은화청은 할 수 없이 천화상단과 손을 잡고 자신의 상권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천화상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주상단의 상권을 기웃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은근슬쩍 발을 들이밀며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구룡상단의 비룡단이 찾아왔다고 하자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저들이 왜 찾아왔다고 보느냐?”

은화청이 묻자,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사십 대 중년인이 말했다.

“저희가 수집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저들은 저희가 과다 보유한 물량을 매입하기 위해 왔을 겁니다. 하지만 저들의 목적은 꼭 그것만이 아닐 겁니다.”

“서경아, 만약 저들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면 뭐라 보느냐?”

이번에는 앞에 앉은 두 사람 중 이십 대 후반의 청년이 답했다.

“비룡단은 천화상단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 우리를 끌어들여서 천화상단이 강동에 미치는 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은화청이 재차 묻자, 은서경이 눈빛을 빛냈다.

“구룡상단이 아무리 컸다 해도 천화상단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천화상단이 오해하기 전에 냉정히 내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중년인이 침중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쌓여 있는 물량을 처분하지 못하면 수십만 냥을 손해 볼 수도 있네.”

은서경은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의숙, 수십만 냥이 적은 돈은 아닙니다만, 우리 서주상단의 일 년 거래량이 몇 냥인데, 겨우 그 정도 돈 때문에 남의 신세를 진단 말입니까?”

중년인, 도운삼은 이마를 찌푸렸다.

수십만 냥을 겨우 그 정도 돈이라니…….

‘다 좋은데 돈을 너무 쉽게 알아.’

하지만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말해봐야 먹히지 않을 게 뻔했다. 서로의 기분만 상할 뿐.

은화청이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일단 만나보자꾸나. 문제가 되겠다 싶으면 거부하면 되니까.”

 

혁무천은 목량과 송비만 대동한 채 은가장의 빈청에서 은가장주를 기다렸다.

서주상단 단주 은화청이 지금까지 상대한 다른 상인들보다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걸 귀가 따갑게 들은 터였다.

게다가 다른 곳과 달리 서주상단은 무력에 있어서도 서주 일대의 강호문파에 뒤지지 않았다.

거래 성사여부는 반반. 그럼에도 혁무천은 느긋했다.

급한 쪽은 서주상단이지 자신이 아니었다. 설령 협상이 깨진다 해도 걱정하지 않았다.

 

은가장에 도착해서 차를 두 잔째 비웠을 때였다.

상인 복장을 한 두 사람과 무사복을 입은 두 사람이 빈청으로 들어왔다.

중년 나이로 보이는 두 무사는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혁무천 일행을 살펴보는데 절정 수준에 이른 고수로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소이다.”

혁무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무천이라 합니다.”

은화청이 두 손을 맞잡고 예를 취했다.

“은화청이오. 멀리에서 오신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하외다.”

“바쁘신 분께 폐를 끼친 것 같아서 오히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별 말씀을.”

의례적인 인사가 오간 후 다들 자리에 앉았다.

“그래, 이 먼 곳까지 어쩐 일이시오?”

은화청이 묻자, 목량이 답했다.

“허창 양가장에 들렀다가 상가 몇 곳이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난처함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은화청이 미소를 지었다,

“흐르는 시간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법이외다.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적인 용건을 말해주시구려.”

혁무척인 눈짓으로 목량을 물리고 직접 입을 열었다.

서주상단의 정보망이라면 자신들이 무슨 일로 왔는지 잘 알고 있을 터,

“그리 말씀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주상단이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 물품을 전량 저희가 매입하고자 합니다. 가격은 매입가로 쳐드리겠습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팔십만 냥이 묶여 있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라고 할 수 없지요. 허나, 때로는 돈보다 앞서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소이다. 우리는 천화상단과의 신의를 저버릴 수가 없소이다.”

‘우리는 너희가 온 목적을 다 알고 있다.’라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혁무천도 부인하지 않았다

“신의는 천화상단이 먼저 저버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한두 번 뜻이 어긋났다 하여 어찌 이십 년도 넘은 우의를 깰 수 있겠소.”

“뜻이 정 그러시다면 할 수 없지요. 단주님의 뜻을 존중해서 더 이상의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혁무천은 순순히 은화청의 말을 받아들이고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은화청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건만 가져가겠다면 협상할 수도 있소만.”

일어났던 혁무천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막 일어서려던 목량과 송비도 어정쩡한 자세로 머뭇거리다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그것도 좋지요.”

혁무천이 은화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조용히 앉아 있던 은서경이 턱을 쳐들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입가에 가져가겠다는 건 아닌 것 같소. 그동안 들어간 경비도 있으니, 일 할만 더 내시오.”

혁무천의 시선이 은서경에게로 향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소. 솔직히 매입가로 가져가는 것만 해도 우리에겐 남는 것이 없소.”

“구룡상단이 강호의 마도세력 몇 곳과 거래를 텄다 들었소. 그곳에만 넘겨도 이익은 충분할 것 같소만.”

“물량이 과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법. 우리도 제 가격을 받고 넘기기가 쉽지 않소.”

“자신이 없으면 손을 떼시오. 우리도 손해보고 팔 수는 없으니까.”

은서경이 의외로 강하게 나오자, 혁무천이 다시 은화청을 바라보았다.

“단주의 생각도 같으십니까?”

“그 일은 아들이 책임자로 있소. 아들이 싫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구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혁무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바로 포기할 줄은 몰랐던 듯 은화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반면 은서경은 조소를 지었다.

“이름 좀 얻었다 해서 천화상단을 어찌해볼 생각이라면 포기하시오. 그게 오래 사는 지름길이니.”

막 돌아서려던 혁무천이 은서경을 바라보았다.

“천궁환이 왜 사람을 보내서 나를 죽이려 하는지 아는가?”

“무슨……?”

“잘 생각해보도록. 그걸 알게 되면 그대가 오늘 뭘 잘못했는지도 알게 될 테니까.”

“뭐야?”

은서경이 발끈해서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혁무천은 그를 더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갑시다, 송숙.”

“게 서라!”

은서경이 소리쳤다.

막 진청을 나서려는 혁무천 앞을 다섯 사람이 막아섰다.

은화청과 은서경의 호위무사들로 밖에서 기다리던 자들이었다.

안광이 형형하게 빛나는 일류고수들이었는데, 무기에 손을 얹고 은서경의 명령을 기다렸다.

“보자보자 하니 가관이군! 우리 서주상단이 그리도 우습게 보이더냐?”

미간을 좁히고 씰룩거린 혁무천이 고개를 돌려서 은화청을 바라보았다.

“저 친구, 교육을 좀 시켜야할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대가는 나중에 받지요.”

그러고는 은서경을 향해 우수를 뻗었다.

“이리 와봐라.”

갑자기 은서경의 몸이 앞으로 쭉 딸려갔다.

“어?”

은서경은 급히 공력을 끌어올려서 대항했다.

어릴 때부터 무공사부를 두고 무공을 익힌 그였다. 지금은 일류고수 수준이 되어서 나름대로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다.

사람들도 그를 서주 제일의 청년고수라고 떠받들었다.

혁무천에게 강하게 나간 것도 그러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혁무천이 강호에서 제법 이름을 얻었다 하나 자신 또래. 무공도 그렇게 강한 것 같지 않았다.

이 기회에 혁무천을 눌러보고 싶다는 호승심이 그를 자극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이이……!”

얼굴이 벌게진 은서경은 공력을 끌어올리며 혁무천의 허공섭물공에 대항했다.

“어디서 헛수작이냐!”

은화청 옆에 서 있던 중년무사 중 하나가 훌쩍 걸음을 내딛으며 쌍장을 들었다.

혁무천이 그를 향해 좌수를 흔들었다.

“당신은 빠져 있어.”

텅!

“헛!”

혁무천을 향해 달려들려던 중년무사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튕겨 나갔다.

다른 중년무사도 뒤이어 공격하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우수로 허공섭물공을 펼치는 와중에 좌수로 격공장을 펼쳐 절정고수를 튕겨냈다.

자신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극상승의 수법.

혁무천은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은서경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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