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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6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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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265화

265화

 

 

“허험, 우리 양가장은 지금까지 신의로써 오백 년을 지켜온 곳이라오. 걱정 마시구려.”

“저도 그렇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리 믿고 계약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양위평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계산을 하면서, 젊은 놈 속이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했다가는 몇 푼 더 벌려다가 목이 달아날지도 몰랐다.

“허허허, 걱정 마시오. 내 한 푼도 틀리지 않게 정확히 계산해서 계약서를 작성하리다.”

양위평이 말하며, 탁자 위의 전표를 집어서 품에 넣었다.

“하하하, 그리 해주신다면 저야 고맙지요. 앞으로 저희 구룡상단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그건 이 양 모가 더 바라는 바외다.”

“그럼 내일 와서 계약서를 작성하겠습니다.”

 

홍택은 양가장에서 나오며 이마를 찌푸렸다.

“무 단주, 양가 늙은이를 믿을 수 있겠나?”

“허튼 짓은 할 수 없을 겁니다. 양가장이 망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어쨌든 양가 늙은이는 한숨 돌렸군. 안 그래도 쌓여 있는 물량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

“물량 운송은 마룡성이 맡아주십시오. 물론 그에 대한 비용은 정확히 계산해서 드리겠습니다.”

시큰둥하던 홍택의 얼굴이 확 펴졌다.

“그래? 알겠네.”

일반적으로 운송비는 물량에 비해 일 할 정도 책정한다.

그렇게 따지면 마룡성에 삼만 냥이 들어온다는 말이었다.

무사를 이백 명 동원한다 해도 절반 이상은 자신의 수중에 남을 터, 입이 쫙 찢어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다음 날.

혁무천이 양가장에 갔을 때는 양위평이 이미 모든 걸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허허허, 모두 따져봤더니, 은자 이십팔만 오천이백삼십 냥이었소만, 계약서에는 끝 떨고 이십팔만 오천 냥으로 적어 놓았소이다. 읽어보시구려.”

크게 인심 쓰듯 말한 양위평이 계약서를 내밀었다.

혁무천은 대충 쓱 읽어보았다.

“말씀드린 대로 열 번에 걸쳐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마다 대금을 지불하고, 마지막에 계약금 물량만큼 남은 것은 한 번에 가져가도록 하지요.”

“알겠소이다.”

“앞으로 저희 구룡상단과 함께 하시겠다는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허허허, 여부가 있겠소이까.”

혁무천은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 마지막에 서명을 했다.

이로써 하남성의 십대 거상 중 한 곳인 양가장이 구룡상단의 품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첫 단추를 꿰었을 뿐이었다.

 

***

 

혁무천이 양가장을 제일 먼저 들른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양가장은 하남에서 가장 오래된 상가 중 한 곳이었다.

그만큼 역사도 깊고, 인맥도 넓었다.

최근 수십 년 사이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그 저력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았다.

마룡성이 그들을 힘으로 누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혁무천이 양가장을 제일 먼저 끌어들인 효과는 다음 목적지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굳이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었다.

 

“양가장도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같은 조건을 적용하여드리지요.”

 

그 말만으로도 반은 먹혔다.

덕분에 개봉의 연가상단, 운포원, 상구의 장가장, 세 곳과는 일사천리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목적했던 일곱 곳 중 네 곳과의 계약을 성사시킨 혁무천은 곧장 상구를 떠나 서주로 갔다.

무원장을 나선 지 열이틀 만이었다.

 

그런데 혁무천이 서주로 향하던 그때, 강호에서는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혈단이 정파의 무공이 아닌 마공을 익혔다는 소문이었다.

그동안 의심을 한 자들은 많았지만 직접적으로 거론된 적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그 소문이 정파 쪽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었다.

 

혁무천 일행이 그 소문을 들은 것은 서주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풍마문의 정보원이 서늘한 날씨에 땀을 흘리며 비룡단이 있는 객잔을 찾아왔다.

그자에게서 소문의 전말을 들은 혁무천은 표정이 굳어졌다.

언젠가는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최소한 보름 이상 빨랐다.

“……그런데 소문의 진원지가 정은맹 쪽입니다.”

풍마문 정보원의 말에 혁무천은 이마를 찌푸렸다.

“정은맹이 소문을 퍼뜨렸다고?”

뭔가 이상했다.

정혈단과 정은맹은 단순히 서로 돕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소문을 퍼뜨렸다니.

“그게…… 조금 이상하긴 한데, 분명히 그쪽에서 나온 이야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때 목량이 말했다.

“대형도 알다시피, 지금의 정은맹은 과거와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 아!”

혁무천도 목량의 말을 듣고 뭔가를 깨달았다.

“숨죽이고 있던 구문팔가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천기회도 전격적으로 정은맹과 손을 잡은 상황입니다. 그들이라면 이유도 충분합니다.”

“결국…… 권력다툼이란 말이냐?”

혁무천의 입에서 서릿발 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정파에서는 정은맹주 사마진웅을 정파 무림의 맹주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그걸 좋아하지 않는 자라면 사마진웅을 끌어내릴 뭔가가 필요했을 겁니다.”

“이제 겨우 일어설 힘을 얻었으면서, 추악한 권력다툼이나 하며 스스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겠다는 건가?”

“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지만, 천기회주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은설이 과거 신도명산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녀가 본 신도명산은 겉모습과 달리 욕망에 물든 자였다.

“권력 따위가 뭐라고, 힘을 모아도 될까 말까 한 판에 서로를 씹는단 말이냐?”

혁무천이 짜증을 드러내자, 목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상은 대형과 달리 권력을 탐하는 무리가 많습니다. 그것은 정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일이 급박하게 흘러가게 생겼군.”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때 한쪽에서 듣기만 하던 탕초양이 넌지시 물었다.

“장주, 솔직히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만.”

“말해보시오.”

“그게 그렇게 큰일입니까?”

“생각해 보시오. 정혈단의 혈귀들이 정사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피만 추구하며 사람을 죽인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소?”

“으으음…….”

탕초양과 귀원이 동시에 신음을 흘렸다.

“그동안 그들은 정파에 속해 있다는 명분 때문에 살심을 억눌렀소. 그런데 그 명분이 사라지면, 그들은 더 이상 살심을 참지 않을 거요.”

그때였다.

“웃기는 놈들이군.”

객잔 구석진 곳에서 술을 마시던 자가 혁무천 쪽을 보며 비웃었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수염이 제멋대로 자라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자였다.

그가 앉은 탁자 위에는 술병과 콩 몇 조각, 그리고 손때가 검게 묻은 칼이 한 자루 놓여 있었다.

혁무천이 그자를 보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우습소?”

“네놈들이 걱정한다고 세상이 달라진다더냐?”

“당신처럼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는데.”

순간,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서 눈빛이 번뜩였다.

“그놈, 주둥이만 살아서…….”

“주둥이만 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군. 하긴 그 주둥이도 없으면 술도 못 마시겠지.”

“…….”

취객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에서 새파란 광채가 폭사했다.

“죽고 싶으면 무슨 말을 못할까.”

“당신이 내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소만.”

“건방진 놈! 내 네놈에게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광취도마(狂醉刀魔) 마용산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

“동 형, 한번 시험해보겠소?”

동대안은 남들이 끼어들기 전에 재빨리 일어났다.

마치 ‘저 밥은 내 거야!’라는 표정.

“그거 좋지. 안 그래도 유혼마 맹등평을 때려잡아야 하는데, 도마도 같은 중원팔마 중 한 사람이잖아? 이 기회에 팔마가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보지 뭐.”

마용산은 어이가 없었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동대안 말대로 그는 중원팔마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강호에서 중원팔마를 복날의 강아지 취급했단 말인가.

“뭐야, 이 새끼들?”

“이 새끼, 저 새끼 그만 찾고, 칼이나 잡으쇼.”

“눈깔이나 아니나 크다만 놈이!”

마용산은 칼을 잡고 일어섰다.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끄떡도 없었다.

보는 동대안 입장에서야 한숨이 나왔지만.

“쯔쯔쯔, 무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술에 취해서야 원.”

“흥! 네놈 정도는 일도에 두 쪽을 내줄 수 있느니라!”

탕!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친 마용산이 훌쩍 뛰어서 탁자를 날아 넘더니, 곧장 동대안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함께 도집에서 빠져나온 도가 동대안을 두 쪽 낼 것처럼 허공을 갈랐다.

쉬아아악!

동대안도 그를 향해 마주 나아가며 섬혼을 잡았다.

작은 눈이 차갑게 가라앉은 채 반짝 빛을 발했다.

순간적으로 동대안의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듯 느껴졌다.

그와 동시, 허공을 가르며 날아든 마용산의 도에서 도기가 쭉 뻗어나더니 동대안의 몸을 가르며 지나갔다.

하지만 동대안은 여전히 마용산을 보며 섬혼을 뽑았다.

번쩍!

바닥에 내려선 마용산은 자신의 도가 허공만 가른 걸 알고 손목을 틀었다.

찰나, 한 줄기 번개가 뻗어오는 걸 보고 다급히 몸을 틀었다.

찌이익!

어깨의 옷자락이 찢겨졌다.

그 와중에도 마용산은 도를 휘둘러서 동대안의 연이은 공세를 차단했다. 도기가 그물처럼 퍼지면서 섬혼을 막았다.

따다다당!

동시다발적으로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그 직후 동대안과 마용산이 뒤로 물러섰다.

이 장 정도 거리를 둔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마용산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이 굳어 있었다.

반면 동대안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냉소를 지었다.

“중원팔마가 골패해서 딴 이름은 아니라 이건가?”

마용산은 입술을 씰룩였다.

어깨의 옷자락이 찢겨져 있고, 옆구리 쪽 옷도 구멍이 나 있었다. 아마 피하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옆구리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뭐하는 새끼냐?”

“나? 동대안. 우리 단주의 듬직한 호위 중 한 사람.”

“저놈이 단주라는 놈이냐?”

마용산이 눈짓으로 혁무천을 가리켰다.

“맞수. 내가 상대한 걸 다행으로 아쇼. 우리 단주가 나섰으면 옷이 아니라 몸에 구멍이 났을 거요.”

“젠장. 이 마용산이 비루먹은 강아지 취급을 받다니.”

마용산이 씩씩거리며 도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너비가 여섯 치나 되는 그의 도에서 푸르스름한 도기가 안개처럼 피어났다.

아무리 술에 쪄들었다지만, 명색이 중원팔마에 이름을 올린 초절정고수다.

동대안도 긴장한 표정으로 섬혼을 내밀었다.

“끝장을 보자 이거요? 그것도 괜찮지.”

말은 가볍게 했지만 그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상대가 얕본 덕에 약간의 이득을 얻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때 혁무천이 말했다.

“광취도마 마용산이 비록 술꾼이고 막무가내긴 해도 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들었소.”

마용산이 동대안과 마주선 상태에서 시선만 살짝 돌렸다.

“그래서?”

“적당히 하고 술이나 드시는 게 어떻겠소?”

마용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라 해서 아무런 이득도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싶을까.

자존심 때문에 물러서지 못한 것일 뿐.

그는 동대안을 쳐다보았다.

동대안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앞으로 내밀었던 검을 뒤로 뺐다.

“뭐, 단주가 까라면 까야지.”

마용산도 콧등을 두어 번 씰룩이더니, 도에 주입했던 공력을 거두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놈들이다. 계속 해봤자 이득 될 게 없을 듯했다.

혁무천이 그를 향해 말했다.

“같이 한잔 하시겠소?”

싫다고 하면 그 또한 겁쟁이처럼 보일 것 같다.

마용산은 짐짓 목에 힘을 주고 혁무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술값을 네가 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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