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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51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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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251화

251화

 

 

능전평의 검에서 뻗어 나온 붉은 검강과 백의 복면인의 검에서 뻗친 푸른 검강이 뒤엉켰다.

콰르르릉!

고막을 뒤흔드는 뇌음과 함께 둘이 동시에 뒤로 튕겨나갔다.

능전평을 따라 몸을 날렸던 호법들은 백의 복면인들 속으로 뛰어들고, 능전평은 삼사 장을 날아간 후 몸을 돌리면서 땅에 내려섰다.

땅에 내려선 능전평이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무엇 때문인지, 치켜뜬 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도대체 그게 무엇…….’

“크읍!”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잇새로 새어 나왔다.

왼손으로 움켜쥔 그의 가슴 옷자락이 너덜너덜했다.

그때 능전평과 격돌했던 백의 복면인이 재차 몸을 날리며 공격했다.

고오오오오!

푸른 벼락 같은 검강이 허공을 꿰뚫으며 뻗어나갔다.

능전평은 마주 검을 뻗으면서도 상대의 오므린 좌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독수리 발톱처럼 오므라든 좌수에서 조금 전 소름끼치는 뭔가를 봤었다. 자신의 가슴을 짓이겨 놓은 것도 바로 좌수였다.

콰과광!

검강이 재차 충돌했다.

그 순간, 백의 복면인의 좌수가 능전평을 향해 펴졌다.

능전평의 두 눈이 커졌다.

‘수라귀!’

사찰에서나 봤던 수라귀가 하얗게 웃으며 날아들고 있었다.

능전평은 반사적으로 좌수를 뻗어서 혈천장을 펼쳤다.

핏빛을 띤 장력이 그의 좌수에서 폭사했다.

콰직!

수라귀가 핏빛 장력을 뚫고 그의 좌수를 강타했다.

‘끄윽!’

뼈가 으스러지는 충격!

능전평은 뒤로 몸을 날려서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타앗!”

한 사람이 날아들며 백의 복면인을 공격했다. 앙천마도 지천주였다.

강력한 도강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백의 복면인의 측면으로 날아들었다.

백의 복면인, 사마신은 능전평을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고 지천주를 상대했다.

사마신도 절대 경지에 오른 지천주의 공세를 무시하지 못하고 공격의 방향을 틀었다.

그 사이 능전평은 왼손을 부여잡고 거리를 삼 장 정도 더 벌렸다.

“크으윽!”

사마신의 공격은 좌수만 부순 것이 아니었다. 내부로 파고든 기운이 심맥마저 파괴시켰다.

그의 입에서 신음과 함께 피가 흘러나왔다.

그 와중에도 복면인들은 혈왕동과 마도의 무사들을 향해 살수를 쉬지 않고 펼쳤다.

어느덧 참혹하게 죽어간 무사들의 숫자가 이백 명을 넘어갔다.

잠깐 사이에 지옥이 펼쳐졌다.

더 두려운 것은, 복면인들은 쓰러진 자가 대여섯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지옥사자라도 되는 것처럼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

 

심심곡에 도착한 혁무천은 사람들에게 잠깐 기다리라 하고 바로 옆의 능선 위로 올라갔다.

일전에 그곳에서 동대안과 함께 철혈마련과 만마성이 정은맹 무사들과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을 약속 장소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품에서 폭죽을 꺼낸 그는 심지에 불을 붙이고 하늘 높이 던졌다. 공력이 실린 폭죽은 삼십여 장이나 솟구친 다음에 터졌다.

펑!

폭죽이 터지면서 붉은 연기가 바람을 따라 흘렀다.

그로부터 이각쯤 지났을 때, 동대안이 천두공과 함께 나타났다.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팔문금쇄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틀이나 고생해야 했다. 그나마도 진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상하다 싶어서 되돌아 나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괜찮은 신법을 하나 배우긴 배웠는데, 대신 두 배는 더 부지런을 떨어야만 했다.

노인네가 어찌나 이곳저곳을 끌고 다니는지 쉴 시간도 많지 않았다.

“왜 이제 온 건가?”

“그래도 예정보다 일찍 온 거요.”

“킁.”

“조사한 것은 성과가 있었소? 진세 때문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동대안이 대답하기 전에 먼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마터면 우리도 갇힐 뻔했네. 그래도 운 좋게 놈들을 볼 수 있었지. 그런데 그 자식들, 진짜 살벌한 놈들이더군.”

무공도 강했다.

아마도 혈천여록에 남겨진 마공뿐만 아니라, 정파의 비전무공도 익힌 듯했다.

처음에는 그들 중 한두 명을 잡아서 사실 여부를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철저히 조를 이루어서 행동했다.

동대안과 천두공이 초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라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놈들에게 당했다는 자들의 시신을 조사해 봤네. 다행히 온전한 시신이 몇 구 있더군.”

천두공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복면인들에게 당해서 수백 명이 죽었다는 곳을 찾아갔다. 시신은 무더기로 매장되어 있었다.

천두공은 그 근처를 샅샅이 조사해서 몇 가지 흔적을 찾아냈다. 부패해서 썩어가는 시신도 살펴보았다.

그런데 시신 중 몇 구에 가공할 마공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단주가 말한 것과 비슷한 흔적이 남아 있더군.”

“역시…… 그랬군요.”

“가서 볼 건가?”

“여기까지 왔으니 확인은 해봐야겠지요.”

 

혁무천이 동대안과 천두공을 데리고 내려오자, 사공진이 천두공을 알아보고 눈이 커졌다.

“큰어르신?”

“사도맹의 말썽꾸러기 꼬맹이가 이제 좀 어른스러워진 거 같구나.”

“에이, 어르신도 참…….”

사공진이 아무리 미친개라 불려도 백 세가 훨씬 넘은 천두공 앞에서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이긴? 뭐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 왔지.”

혁무천의 정체에 대한 것은 고사하고, 혈천여록에 대한 것조차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가시죠.”

혁무천도 말이 길어지기 전에 말을 적절히 끊었다.

 

***

 

시신이 무더기로 매장된 곳은 심심곡에서 십 리쯤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이후 사람들은 말을 잊었다.

내내 무거운 표정이던 은설은 안색마저 창백해졌다.

시신이 구덩이에 수십 구씩 무더기로 뭉쳐 있었다. 그런 구덩이가 곳곳에 있었다.

자갈과 흙이 시신 위를 덮고 있는데 짐승들이 파헤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시신의 상태가 참혹했다. 아니, 참혹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다.

짐승들이 훼손 시켰기 때문이 아니었다. 본래부터 제 형태를 갖춘 시신이 많지 않았다.

‘이게 정말 정은맹 무사들이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

정파의 무사가 마도의 무리를 죽이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아무리 상대가 마도의 무사라 해도 굳이 이렇게 참혹하게 죽여야 하냐는 것이다.

정의와 협의를 추구한다는 정파가.

천기회에 이어 정은맹까지. 은설은 정파 세력에 대해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놈들 짓이군요.”

추씨 삼형제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눈앞의 참혹함을 얼마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후우,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미친놈들이 따로 없군.”

율이명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와중에도 혁무천은 시신의 상태를 상세히 살펴보았다.

오래 살펴볼 것도 없었다. 부패하고 훼손된 시신임에도 그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틀림없군. 지옥수라삼마공을 다 얻었어.’

혈천여록에는 미완성의 마공 세 가지가 적혀 있다.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암어로 적었다. 그런데 우려한 대로 삼뇌자가 그 암어를 해독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복면인들의 수장은 그 지옥수라삼마공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씩을 수하들에게 전해주었다.

참으로 대담하고도 무서운 자다.

“어떤가?”

“확실합니다.”

천두공의 질문에 혁무천이 짧게 대답했다.

많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수장 되는 자가 혈천여록의 마공을 수하들에게 모두 전수한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의 수라군을 만든 거지요.”

“허어…….”

“무서운 것은, 시간이 가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끄응…….”

“더 무서운 이야기 해드릴까요?”

천두공의 눈이 커졌다.

어느새 근처로 다가와서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은 숨을 멈췄다.

혁무천은 처참한 시신들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시선을 들고 말했다.

“알려진 백여 명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진, 삼진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가?”

“상흔으로 봤을 때,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지닌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계단이 없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그 말은 곧, 그 아래 단계를 수련하고 있는 자들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요. 수하를 더 키울 생각이 없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진정한 공포였다.

백여 명에게 천 명이 넘게 죽었다.

그러한 자들이 더 양성되고 있다면 어찌 두렵지 않으랴.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율이명이 물었다.

“단주, 이제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줄 때도 된 것 같네만.”

혁무천은 순간적으로 고민했지만,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혈천여록을 얻은 자들이 있습니다.”

 

혁무천의 이야기를 다 들은 율이명과 사공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율이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은맹의 복면인들이 혈천여록을 얻었다는 건가?”

“현재까지의 결과로 봐서는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맙소사. 마천제 님의 혈천여록이 나타나다니.”

“제가 알기로, 그건 존재해서는 안 되는 마물입니다. 그 속에 있는 불완전한 무공 역시 이어져서는 안 되는 마공입니다. 그래서 전 그걸 없앨 생각입니다. 그것이 제가 복우산에 들어온 이유입니다.”

“그래도 마천제께서 남기신 건데…….”

율이명은 혈천여록에 대한 미련보다 마천제의 유물이라는 점 때문에 아쉬워했다.

“아마 그분도 그러한 마물이 남아서 세상을 혼란하게 만드는 걸 원치 않으실 겁니다.”

자신을 ‘그분’ 운운하려니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오빠 말이 맞아요. 그 마천제라는 사람이 남긴 그 물건은 남겨둬선 안 돼요. 더구나 그 안의 무공은 불완전해서 그걸 익히면 살생을 즐기는 마인이 된다잖아요. 하여간 그 악마는 죽어서도 문제네요.”

은설이 그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억양이 강하고, 마지막 말이 귀에 살짝 거슬렸지만, 전처럼 ‘미친놈’ ‘삼두육비의 괴물’이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일단 시신부터 정리하지요.”

비룡단과 검마보 무사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시신을 제대로 덮어주었다.

 

***

 

“놈들의 총단이 저기 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와아아아아!

저지선을 뚫고 계곡 안의 분지에 도착한 마도연합 무사들은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며 커다란 장원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만마존 천양묵이 선두에 섰다.

하지만 정은맹 총단으로 생각되는 장원 안에는 강아지 한 마리도 없었다.

“장원 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성주!

“모두 도망쳤습니다!”

천양묵은 이를 악물고 장원을 노려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팔로 대부분이 절반 가까운 무사들을 잃었다. 심지어 혈왕동이 이끄는 일로는 칠 할 이상의 무사들이 죽고, 혈왕 능전평이 중상을 입기까지 했다.

그것도 복면인들의 수장과 일대일의 대결에서 패한 것이다.

그 일은 이번 싸움에서 가장 경악스런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마황궁이 이끄는 오로 역시 백의 복면인들의 공격을 받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당연히 마도연합의 사기는 급전직하로 꼬꾸라졌다.

아마 천양묵과 공손락이 직접 앞장서서 독려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놈들의 피로 분노를 다스리려 했거늘, 도망을 쳤다니 허탈감마저 밀려들었다.

그런데 사야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주군. 놈들이 또 다른 계책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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