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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42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42화

242화

 

 

천궁환이 무공을 익혔다 하나 천신명에 비하면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약했다.

그럼에도 천신명은 피하지 않았다.

“바보 같은 놈! 왜 말리지 않았느냐! 왜! 왜!!!”

퍽!

다시 천궁환의 손바닥이 천신명의 뺨을 갈겼다.

“너희들이 강호의 무뢰배더냐? 도적이야? 그런 짓을 하겠다는데 왜 안 말려, 이놈아! 왜 안 말려서 동생을 죽게 만들었느냔 말이다!”

고함을 치는 천궁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도 마찬가지야! 왜 형의 그런 짓을 눈치 챘으면서도 그냥 놔둔 거냐!”

짝!

이번에는 천구명의 뺨을 쳤다.

천구명은 뺨을 맞고 비틀거렸다.

형이 첫 번째 표행 공격에서 실패한 후 다시는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실수였다. 그때 강력하게 경고했으면 두 번째 공격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렇게 죽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마 신중하고 총명한 형이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할 줄이야.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변명을 하자고 그 사실을 밝힐 순 없었다.

“첫째의 권한을 당분간 모두 박탈할 것이니라. 근신하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해!”

“죄송합니다.”

천궁환은 분노한 표정으로 자식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곳에는 그의 자식들과 최측근들만 있었다.

“앞으로 많은 말들이 있을 거다. 이겨내지 못하면 천화상단의 미래도 없다.”

딱딱하게 말을 시작한 그의 시선이 천수화와 천소명에게로 향했다.

“무천에 대한 너희들의 마음이 어떤지 잘 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버려라.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버릴 것이니라.”

천수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반면 천소명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천궁환은 분노가 서린 눈으로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명이를 죽인 그놈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구명이는 모든 정보망을 놈의 움직임에 집중해라.”

“예, 아버님.”

“구명이만 나를 따라오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있어라.”

 

천궁환은 관이 놓인 제각에서 나와 거처로 향했다.

천구명이 바짝 따라붙었다.

입을 꾹 닫은 채 걸음을 옮기던 천궁환이 거처를 앞에 두었을 때쯤에야 말했다.

“비천도 주명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을 거다. 한시도 눈을 떼지 마라.”

“알겠습니다.”

“신도명산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흠칫한 천구명이 천궁환을 돌아다보았다.

천주명이 죽었으니 그 핑계를 대고 신도명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늘.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우리가 천기회와 연관되었다는 게 알려졌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더 할 것도 없다. 그보다는 복수가 우선이다. 신도명산도 아들을 잃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천을 처리하려고 할 게야.”

“아! 그들을 이용해서 무천을 치겠다는 거군요.”

“어느 쪽이 당해도 우리에겐 이득이다. 양패구상하면 금상첨화고. 잘만 하면 이 기회에 구룡상단도 무너뜨릴 수 있을 거다.”

천구명은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참으로 냉정한 아버지다.

형의 시신을 보고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득을 생각할까.

자신이 죽어도 아버지는 슬픔보다 이득을 먼저 생각할까?

그런 면에서는 큰형이 정말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가만? 혹시 아버지가 둘째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문득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이 전율로 저릿했다.

그때 천궁환이 나직이 말했다.

“잊지 마라, 구명아. 세상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곳이라는 걸.”

 

***

 

제각에서 나온 천소명은 천수화와 함께 거처로 향했다.

한참 동안 무거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걷던 천소명이 불쑥 물었다.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천수화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걸음만 옮겼다.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열 걸음쯤 걷던 천수화가 우뚝 멈춰서더니 천소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그가 앞뒤도 가릴 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일 거라 생각해?”

천소명은 쓴웃음을 지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어떻든 천주명은 그의 형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분노를 옆에서 보면서 오히려 가슴이 서서히 식어갔다. 그리고 식어간 가슴에서 또 다른 의문이 피어났다.

천수화에게 물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니, 내가 아는 그는 그렇게 멍청한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냉정한 사람이지.”

“맞아. 그런 사람이,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게 있다 해도 찾아간 사람을 죽여?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면서?”

“나는 그래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이야?”

“둘째 형은 왜 죽었을까? 그가 죽이지 않았다면, 누가 죽였을까?”

“…….”

천수화도 그 말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거침이 없는 그녀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가 너무 두려웠다.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천화상단의 하늘 위로 짙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슴에도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그렇게 거처에 도착해서야 천수화가 말했다.

“나, 그 사람 만나러 갈 거야.”

“누나?”

“가서 알아볼 거다. 정말 그가 오빠를 죽였는지. 그가 아니라면… 누가 오빠를 죽였는지.”

 

***

 

두 번째 전서구가 날아왔다.

첫 번째 전서구가 날아오고 이틀 만이었다.

 

[혈왕동이 사황분이 안으로 십 리 정도 전진했음. 그 와중에 삼백여 명이 죽긴 했으나 꾸준히 밀고 들어가는 중.

만마성도 정파무사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전진하고 있음.

사도맹은 비운곡을 돌파 중.

마천문은 풍령곡에서 일전을 치른 후 후퇴하는 정파무사들을 뒤쫓고 있음.]

 

“훗! 정면 대결로는 어림도 없지.”

사공진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도연합의 사로 팔군이 정은맹과 정파무사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전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린 대신 피해도 그만큼 적었다.

그는 마도연합이 이길 거라 철썩 같이 믿는 표정이었다.

“지금 같은 속도면 이틀 후쯤 노군협의 정은맹 본진 앞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목량이 탁자 위에 펼쳐놓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지도에는 드넓은 복우산이 제법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세필을 든 목량이 붉은 물감을 묻힌 붓으로 표시를 했다.

곳곳에 점이 찍히고, 화살표가 그어졌다.

그걸 본 혁무천이 차분하게 말했다.

“정은맹과 정파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어느 순간부터 강력한 저항이 시작되겠지.”

“맞습니다. 그리고 대치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겠지요.”

사공진은 혁무천과 목량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대천마 중 둘, 중원팔마 중 넷이 나섰다. 정파의 떨거지들이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글쎄,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진 않은데?”

혁무천은 굳이 그를 말로써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옳고 그름은 시간이 지나면 가려질 테니까.

“이번 운송이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송숙, 운송 준비는 어떻게 됐습니까?”

송비가 대답했다.

“거의 다 됐네. 이각 후에 출발할 생각이네.”

이번 운송에는 율이명과 사공진도 함께 가기로 했다.

그만큼 중요한 운송이었다.

무기와 포목, 약 등 타 물품에 비해 고가품으로, 마차 오십 대. 은자 오십만 냥 어치의 물품이 한 번에 이동하는 것이다.

“그들이 복우산 안쪽까지 운송을 바라면 호위를 붙여달라고 하십시오.”

“알았네. 그렇게 하지.”

“수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운송 준비를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남은 사람은 혁무천과 목량, 은설 뿐.

그런데 별 말 없이 탁자 위 지도를 바라보던 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득 그 모습을 본 혁무천이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물었다.

“왜 그래?”

“좀 신기해서요.”

“신기하다고? 뭐가?”

“여기 좀 보세요.”

“뭔데?”

혁무천이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고 지도를 바라보았다.

목량도 지도를 향해 고개를 쭉 뺐다.

은설이 검지를 뻗어서 지도를 가리켰다.

“이 점이 여기서 조금 앞으로 가고, 이것도… 이것도… 이건 조금 뒤로 빼고… 이렇게 하고 선을 그으면 꼭 거대한 팔각패처럼 보이지 않아요?”

은설의 말을 들으며 지도를 바라보던 목량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혁무천의 표정도 무심하게 굳어졌다.

“그렇군.”

딱 한마디만 내뱉은 혁무천이 목량을 돌아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무래도… 스승님께 들었던 팔문금쇄진 같습니다.”

“팔문금쇄진?”

“저도 듣기만 했고, 진세를 펼치거나 파훼하는 방법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번 갇히면 뚫고 나가기가 무척 어려운 진세라고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귀신조차 가둘 수 있다는 말이 있는 진법이죠.”

“네 말이 사실일 경우, 마도연합에 기문진의 대가가 없으면 팔문금쇄진에 갇혀서 엄청난 피해를 보겠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저번 십면매복진도 그렇고, 정은맹에 기문진의 대가가 있다는 뜻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갈세가 사람일지도 모르겠군.”

당금 천하에서 기문진에 대해 말하려면 제갈세가를 빼놓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곳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되면 마도연합 쪽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겠지. 하지만 단단히 준비했으니 쉽게 패하지도 않을 거다. 어쩌면 팔문금쇄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문득 이현이 떠올랐다. 와호산장의 젊은 장주.

혁무천은 와호산장에서 진세의 절묘함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 정도의 진세를 가볍게 짤 정도면 팔문금쇄진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그가 정파 쪽인 천기회 사람이라는 것이다.

“목량, 천기회 쪽에 사람을 보내서 이현이라는 자가 그곳에 있는지 알아보라고 해라.”

그 말에 은설이 흠칫했다.

“와호산장 장주님 말인가요?”

“맞다. 이번 일을 보면서 느낀 건데, 우리도 기문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하나쯤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분은 천기회 사람인데…….”

“너는 천기회주 신도명산이 겉보기와 달리 자신의 욕심을 우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맞지?”

“예, 그건 맞아요.”

“거기다 아들까지 잃었다면 어떻게 나올 것 같냐?”

은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마 복수에 혈안이 되어 있을 거예요.”

“내 생각도 너와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이현은 그런 사람에게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아……!”

“그에게 선택할 기회를 줄 생각이다. 우리를 택할 건지, 아니면 신도명산을 택할 건지.”

“그래도 신의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으로 봤는데, 마음을 돌릴까요?”

“하나만 물으마. 너는 그가 마음을 돌려서 우리에게 오면 좋을 것 같냐, 아니면 신도명산의 사람 됨됨이야 어떻든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곳에 남는 게 나을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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