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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40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40화

240화

 

 

“천화상단과 천기회, 복우산의 전쟁 상황에 따라서 움직일 생각입니다.”

혁무천은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마도가 이기든 정파가 이기든 자신과는 상관없었다.

천화상단과 천기회를 신경 쓰기도 바빴다.

문제는 복면인들이었다. 그들에게서 혈천여록을 회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서둘러서는 될 일도 안 된다.

“하긴…….”

율이명도 지금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해지는 소식만 듣고 있기에는 좀이 쑤셨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 되었으니 서협으로 가는 표행이 위험해질 수도 있을 거네. 우리 검마보도 나서겠네.”

혁무천은 율이명의 속마음을 눈치 채고도 모른 척했다. 그의 말대로 위험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고, 호위를 강화해야 하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 해주신다면 고맙지요.”

 

***

 

옥가장에 남아 있는 마도연합 사람들은 대부분 원로들이거나, 마도연합에 합류하기 위해 달려온 자들이었다.

서협으로 바로 간 자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옥가장으로 오고 있었다.

개중에는 중소문파의 무사들도 있었고, 낭인도 많았다.

그들은 이 기회에 문파의 이름을 높이거나, 몸값을 높이고자 했다.

그런데 마도연합이 다수의 세력이 연합한 형태인 만큼 조직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마도연합이 뒤늦게 멸정단(滅正團)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멸정단은 모두 십대.

일대 당 이백여 명. 십대면 모두 이천 명이 넘었다.

그들은 모두 서협으로 본진을 따라갔고, 현재 옥가장에서는 십일대와 십이대가 조직되고 있었다.

그들도 숫자가 다 차고 사흘에 걸친 기본 교육이 끝나면 서협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밤이 되기 직전, 서협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정은맹에 대한 총공세 소식이 전해지자, 옥가장이 분주해졌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는 시각.

혁무천은 자신의 거처에서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마 싸움이 절정에 달하면 분명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곳이 생길 것이다.

마도 쪽이야 당연한 이야기고, 정파 역시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은설 때문이 아니더라도 마도연합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당금에 득세하고 있는 세력은 대부분 자신을 배신하고 귀령자를 죽음으로 내몬 자들의 후예들이었다.

그들을 왜 돕는단 말인가.

돕기는커녕 귀령자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라도 단죄를 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야 절대 그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정파를 돕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들 역시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후예들 아닌가.

‘나는 나만의 길을 갈 거다. 내 의지를 따라…….’

설아를 위해 백마궁에 죄를 묻는 것도,

상인의 길을 가는 것도,

그 무엇이든 자신의 의지를 따라갈 뿐이다.

“더 할 것이 없으면 여행이나 떠나야지.”

설아와 함께.

그러다 보면… 혹시 알아? 자식이 생길지도…….

씩, 멋쩍게 웃은 혁무천은 찻잔을 잡았다.

너무 오래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차가 식어 있었다.

‘아주 예쁠 거야. 이름은 뭘로 지을까?’

씨도 뿌리기 전에 열매부터 떠올리던 혁무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언가가 자신의 거처가 있는 건물로 스며들었다.

날짐승이 아니었다. 날짐승은 저런 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험험.”

혁무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입니까?”

창문을 통해 한 사람이 들어와서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천두공이었다.

다 늙어서 이제 저승 갈 날만 기다리는 노인이 야밤에 몰래 숨어들다니.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던데, 헛소리는 아닌가 보다.

“할 말이 있어서 왔소.”

당연히 할 말이 있으니까 왔겠지.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청문을 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말이다.

“말씀해 보십시오.”

“정은맹 공격이 시작된 건 아실 테고, 이 늙은이도 내일 서협으로 갈 생각이오.”

혁무천의 눈이 커졌다.

“가봐야 반겨주지도 않을 텐데, 왜 가시겠다는 겁니까?”

옥가장에 온 것도 눈치를 주는 판이었다. 서협까지 따라가면 노인네가 노망들었다고 할지도 몰랐다.

팔대마세와 마도십문을 통틀어서 최고 원로가 천두공이다.

타 세력에도 백 세 넘은 원로들이 있지만, 천두공보다 더 나이 먹은 사람은 없다.

하물며 옥가장이나 서협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타 세력의 원로 중 백 세 넘은 노인네는 아무도 안 왔으니까.

즉, 천두공이 가면 모두가 눈치를 봐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피곤하게 된다.

하지만 천두공에게도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혈천여록에 대해 조사해볼 생각이오. 그 살귀 놈들이 정말 혈천여록과 관련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러니까, 그걸 왜 노인네가 하시겠다는 겁니까?”

“세상에 알리고 조사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이 늙은이라도 알아봐야 하지 않겠소?”

“그 일은 제가 알아서…….”

“허허허, 얼마 남지 않은 삶, 죽기 전에 주군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뜻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을 뿐이오. 허락해주시오, 공자.”

혁무천은 천두공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확고한 의지가 담긴 눈빛이 주름진 눈꺼풀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주군이 노인네 혼자 돌아다니는 걸 원치 않고 있단 말입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후우우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좌우간 혼자서 조사하는 건 안 됩니다.”

“공자…….”

“사람을 붙여 주겠습니다. 함께 다니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일단 뒤로 물러나시고.”

천두공의 얼굴이 환해졌다.

“알겠습니다, 공자. 그리하지요.”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는 마시고, 제가 갈 때까지 기본적인 조사만 하세요.”

“예, 걱정 마시구려.”

걱정 말라고 하니 더 걱정되었다.

어떻게 보면 배신자의 후예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백 년이 넘은 지금까지 나를 주군처럼 생각하는 거 보면, 윗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해서 아랫사람들에게까지 죄를 묻는 것도 옳은 것만은 아닌 것 같군.’

천두공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신의 충심에 찬 행동 하나가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렸다는 걸.

 

***

 

다음 날 아침.

“날 찾았다고?”

동대안이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혁무천을 찾아왔다.

“동 형이 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소.”

안 그래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무공 수련에만 열중하고 있던 동대안이다.

“뭔데?”

“한 분을 모시고 복우산에 가주시오.”

모셔?

복우산에 가라고?

동대안은 두 가지 말 모두 께름칙했다.

무천이 모시라는 말을 할 정도면 상대의 나이가 많다는 뜻이다.

피곤한 일이 생길 수 있었다.

복우산에 가라는 말이야… 도산검림에 뛰어들라는 뜻이고.

“꼭… 내가 가야 하나?”

“동 형의 뛰어난 시력과 청력, 판단력, 거기다 빠른 신법이 필요한 임무요.”

혁무천이 넌지시 띄워주자, 동대안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하하, 하긴 내가 뛰어난 점이 좀 많긴 하지.”

“한 가지 조사만 하면 되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면 싸울 수도 있겠지만. 정 하기 싫으면 안 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소.”

“아니 뭐,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무사히 일을 마치면 보수로 은자 천 냥을 드릴 생각이오.”

조사만 하는데 은자 천 냥!

배당 받기로 한 일만 냥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고래등 같은 기와집 세 채로 이루어진 장원 한 채 값이다.

“해보지 뭐.”

“고맙소.”

 

한 시진 후, 혁무천은 천두공에게 동대안을 소개시켰다.

천두공은 동대안의 작은 눈을 보고도 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놈, 작은 눈이 맑은 걸 보니 시력은 좋겠군.”

그 말로 동대안의 입을 쫙 찢어지게 만들었다.

“하하, 노인장께서 뭘 아시는군요.”

“늘씬한 다리를 보니 걸음도 빠르겠어.”

“역시! 경험이 많으신 분은 뭐가 달라도 다르십니다.”

“노부를 열심히 도와주면 네 몸에 맞는 기가 막힌 절기를 가르쳐주마.”

“감쏴합니다, 어르신!”

그걸로 동대안은 확실하게 코가 꿰었다.

물론 그는 그 말을 혁무천이 천두공에게 조언했다는 건 알지 못했다.

 

-무조건 눈과 빠른 발을 칭찬해주십시오. 괜찮은 무공 한두 가지 가르쳐주면 더 좋고요. 그럼 말도 잘 듣고, 일을 두 배는 더 할 겁니다.

 

그렇게 동대안은 흐뭇한 마음으로 천두공을 따라 서협으로 향했다.

 

***

 

동대안을 천두공에게 딸려 보낸 그날 밤, 혁무천은 수련을 하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최근 들어 그의 몸속에서 미미한 변화가 일고 있었다.

아마 비천의 태상과 대결한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만년빙정이 융화된 지옥명화공에서 이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만년빙정의 기운이 융화되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지옥의 화산 같은 기운에 빙정의 기운이 융화되었으니 전과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다 며칠 전, 사대천화 중 하나와 싸우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지옥명화공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불망은 지옥의 겁화를 제압하기 위해 명화를 구하려고 했으나 지옥화를 피우는데 머물렀다고 했다.

즉, 자신이 익힌 지옥명화공은 불완전하다는 뜻이었다.

그 때문에 지옥화가 통제되지 않았고, 그 지옥화에 의해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빙정을 이용해서 불을 끄려 했었다.

지옥화의 힘은 약화되더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그런데 비록 처음 계획과는 어긋났지만, 빙정을 복용하고 빙백관에 갇힌 채 백 년 넘게 지내면서 지옥화가 약화되었다.

거기다 빙정의 기운까지 융화되었고.

덕분에 어느덧 구 할 가까운 공력을 되찾은 상태였다.

사실 그 정도만 해도 과거의 공력을 거의 다 되찾았다고 볼 수 있었다. 빙정의 기운이 융화되면서 공력이 더욱 높아졌으니까.

다만, 금제가 풀릴까 봐 팔성 이상 사용을 못하는 것뿐.

그런데…

그게 강해진 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빙정의 융화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면서 지옥화의 본질조차 달라지고 있었다.

뭐랄까, 흐리고 붉은 불꽃이 맑은 청화(靑火)로 바뀌고 있다고나 할까?

‘어쩌면 겁화를 제압하고 진정한 명화를 구할 수 있을지도…….’

그리 되면 불완전한 지옥명화공이 완벽해질 것이다.

 

이틀째 되던 날은 목량과 함께 풍마문과 개방에서 들어온 정보를 살펴보며 논의했다.

개방의 거지는 천하에 없는 곳이 없었다.

허풍이 센 소궁단의 말이어서 전적으로 믿기는 힘들지만. 중원 일대에 퍼져 있는 제자가 십만 명은 된다고 했다.

물론 그들을 모두 개방제자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천하에 거지가 많은 것만은 분명했다.

덕분에 들어오는 정보도 생각보다 많았다.

오죽하면 하루에 들어온 정보만 해도 백 가지가 넘었다.

대부분은 쓸모없는 정보였다. 개중에는 ‘누가 황구를 잡아먹었음. 근데 뒷다리 하나를 몰래 숨겨 놓았다가 들켰음. 이 새끼 때려죽일까요?’라는 질문도 있었으니까.

심지어 방금 읽은 꾀죄죄한 종이에는 ‘낙양 안가장 장주부인은 붉은색 속곳을 즐겨 입는다고 함.’이라는 어이없는 말이 적혀 있었다.

“좀 골라서 보내주지.”

슬쩍 그 글을 본 목량이 피식 웃고 말했다.

“때로는 웃으며 지나치는 글에도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혁무천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래, 그건 네 말이 맞다. 만약 누군가가 안가장에 원한을 품고 있다면 이 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

그래서 첩보나 정보란 것이 무서운 것이다.

별 생각 없이 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목을 조일 수도 있다.

그저 뭔가를 보고 웃었을 뿐인데, 여러 가지 정보가 모이면 그 웃음의 대상이 뭘 하고 있었는지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아무 이상 없어 보인다는 말이 더 수상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목량이 막 집어든 전서에 적힌 정보도 그러한 것 중 하나였다.

“대형, 이것 좀 보시지요.”

표정이 굳어진 그가 전서 두 장을 혁무천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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