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2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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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237화
237화
신도평은 장로들과 함께 곧장 도관을 찾아갔다.
도관의 주인은 피로 범벅된 천기회 사람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천기회 사람이 내민 은원보를 받고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내주었다.
신도평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지듯이 침상 위에 드러누웠다.
“조금만 참으시게.”
천기회 장로 유전곡이 천을 잘게 찢은 다음 꼬아서 잘린 팔 윗부분을 칭칭 묶었다.
“크으으윽!”
신도평은 비명을 삼켰다.
최대한 지혈을 한 덕분에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피를 흘리진 않았다. 그럼에도 흘린 피의 양이 많아서인지 얼굴이 백짓장처럼 해쓱했다.
그 상황에서도 욕설을 내뱉었다.
“으으으, 그 개자식,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 버릴 거요.”
“지금은 몸부터 생각하게.”
“장로, 제가 검을 다시 펼칠 수 있을까요?”
팔이 하나 없으면 균형을 잃는다. 상승의 검법을 펼치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신도평은 팔이 잘린 것보다도 무공을 잃는 것이 더 두려웠다.
“의수를 달면 크게 불편함은 없을 거네. 이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으아아아아!”
분노를 참지 못한 신도평은 비명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무천, 이 개자식! 네놈이 애지중지하는 은가 년의 가랑이를 찢어서 돼지밥으로 던져주고 말겠다!”
그때였다. 밖에서 고함과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웬 놈들이냐!”
“막아!”
“으악!”
“내가 나가보겠네.”
유전곡이 검을 들고 방을 나섰다.
신도평은 이를 악문 채 고통을 참고 일어났다.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어떤 놈들이지?’
마도 놈들인가?
설마… 그놈들은 아니겠지?
입안이 바짝 말랐다. 불안감이 커졌다. 퉁퉁 부은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안 되겠다. 상황이 안 좋으면 나 혼자서라도…….’
신도평은 입술을 깨물고 머리를 흔들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막 방문을 향해 다가가는데,
쾅!
방문이 산산조각 나면서 안쪽으로 쏟아졌다.
신도평은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치며 물러섰다. 안 그래도 창백한 안색이 회백색으로 탈색되었다.
부서진 방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무, 무천!”
“조금 전에 뭐라고 했지, 신도평?”
혁무천은 무심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무, 무슨 말을……?”
“사지를 찢어서 죽이기 전에 대답해.”
“…….”
빌어먹을!
조금 전에 분노해서 외친 소리를 들었나보다.
“나, 난 그냥… 팔이 아파서… 아무렇게나 지껄였을 뿐…….”
신도평은 얼버무리려 하다가 흠칫했다.
혁무천의 신형이 쭉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소리하지 말고…….”
퍽!
신도평의 몸이 뒤로 날아서 벽에 처박혔다.
쾅!
“끄어억!”
“누구를… 뭘 어떻게 한다고?”
후웅!
검집째 휘둘러진 천망이 앞으로 숙여지는 신도평의 옆머리를 쳤다.
떡!
머리가 휙, 옆으로 틀어지면서 몸뚱이가 옆으로 떼굴떼굴 굴렀다.
“네가 사람새끼냐?
콰직!
“끄으으으.”
혁무천이 신도평의 목을 밟았다.
“내가 그래서 너처럼 혼자 깨끗한 척하는 개새끼들을 싫어하는 거다. 주둥이로는 정의, 정의 하면서 뒤로는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을 하거든.”
“으으으, 사, 살려…….”
공황상태에 빠진 신도평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정파 후기지수의 자존심도 필요 없었다.
“천기회가 천화상단을 끌어들였느냐?”
“커, 컥…. 그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혁무천도 천화상단이 주범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대로 물었다.
때로는 역으로 물었을 때 정답을 얻기가 쉽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주범이 아니라는 걸 항변하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니까.
“어쨌든 도움 요청을 받고 즐거워하면 나섰겠지. 그럼 죽어도 할 말이 없겠군.”
“제, 제발…… 살려…….”
“나도 내 발이 더러워지는 건 싫다.”
혁무천이 신도평을 밟고 있던 발을 뗐다. 신도평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순간, 혁무천이 천망검을 쥔 오른손을 쳐들더니 그대로 내리쳤다.
퍽!
검집에 담긴 천망검이 튀어나올 듯이 커진 신도평의 눈 옆을 후려쳤다.
우두둑.
신도평의 머리가 완전히 옆으로 돌아가며 목뼈까지 부러져버렸다.
“그렇다고 살려준다는 건 아니야.”
혁무천은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는 신도평을 향해 냉랭히 말하며 미련 없이 돌아섰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설아에게 한소리 듣는 건 같거든.”
밖에서는 피 튀기는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혁무천과 함께 온 사람들은 비룡단과 검마보의 무사 삼십 명이었다.
상대는 천기회의 무사 육십여 명.
싸움이 벌어진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도관의 드넓은 마당이 붉게 물들었다.
쓰러진 사람은 삼십여 명이었는데, 대부분 천기회 무사들이었다.
그럼에도 천망검을 빼든 혁무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한 사람을 쓰러뜨리면 그만큼 동료가 피를 덜 흘릴 테니까.
***
비룡장의 표행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때 남양성에 들어섰다.
장대산이 장봉을 들고 선두에 섰다. 그의 거대한 체구는 오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허어! 피냄새가 물씬 나는구만.”
“오다가 도적이라도 만났나?”
“보면 모르나? 다친 사람도 제법 많잖아.”
사람들 말대로 피냄새가 물씬 나는 행렬은 대로를 가로질러서 금룡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남양 일대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졌다.
남양으로 오던 비룡장의 표물이 도적의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도적들의 공격을 겨우 막아내긴 했는데, 인명 피해가 막대하다고 했다.
검마보 보주 단천검마 율이명과 검마보의 최고정예무사 일백 명이 호위를 했는데도.
그런데 도적들 중에 천기회 무사들이 백 명 넘게 있었다고 한다. 거기다 또 다른 자들도 백 명은 되었는데, 개중에 천화상단의 비밀 호위무사들도 있었다고 했다.
“천화상단이 비룡장의 표물을 약탈하려고 했다는 게 정말인감?”
“도적떼 중에 천화상단 호위무사도 있었다고 하지 뭐야.”
“거, 상인이 아니라 도적놈들이구만?”
“비룡장이 납품을 많이 하니까, 그걸 빼앗으려고 그랬다는 말도 있던데.”
“뭐야, 그럼. 천기회와 천화상단이 손을 잡았다는 말 아냐?”
혁무천도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명령을 내려서 퍼진 소문이니까.
“아마 내일쯤이면 반응을 보일 거다. 철저히 감시하라고 해.”
“예, 대형.”
목량은 혁무천이 모르는 것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명령을 수행했으니까.
목량이 예를 취한 후 방을 나가자, 한쪽에 앉아 있던 은설이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빠, 정말 신도 공자가 그런 짓을 저질렀어요?”
그런 놈이 무슨 공자?
혁무천은 한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은설의 기분을 생각해서 참았다.
“그래,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봤다.”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응?’
어떻게 은설이 자신보다 더 분노한 표정이다.
한소리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단단히 각오했던 혁무천은 의외의 반응에 반색했다.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전부터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이런 짓까지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정말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네요.”
혁무천은 속으로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은설이 말을 이었다.
“천기회의 회주라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천기회주?”
“예, 무서운 사람이에요. 자신의 신념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에게는 정의감 같은 것도 한낱 이용물일 뿐이죠.”
혁무천은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신도명산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워낙 겉으로 드러난 것이 많지 않은 자였다.
자신이 그의 자식을 죽였으니 이제부터는 불공대천의 원수가 된 사이.
그런데 너무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알았다. 즉시 그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해봐야겠다.”
***
다음 날이 되자, 소문이 새끼를 쳐서 별의별 말이 다 나돌았다. 주로 천화상단을 욕하는 말들이었다.
심지어 그런 자들과는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쾅!
천신명이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두꺼운 탁자가 반쪽으로 쪼개져서 주저앉고, 탁자 위에 있던 찻잔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냐!”
천주명은 입술을 깨물었다. 찢어진 이마가 욱신욱신 했다.
“단지 소문일 뿐입니다.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금 그 소문이 수백 리 일대에 퍼졌다! 설마 이 일이 조용히 묻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천신명은 분노한 눈길로 천주명을 노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천주명이 그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역소문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역소문?”
“이번 일은 천기회에서 전격적으로 저지른 일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라고 소문을 낼 겁니다. 호위무사 몇 명이 멋모르고 그 일에 가담했는데, 이미 다 죽어서 벌을 줄 사람조차 없다고 할 겁니다.”
“그 정도로 해서 사람들의 의심을 해소시킬 수 있겠느냐?”
“어차피 우리 쪽 무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천기회 무사들이었지요. 무천이란 놈도 그러니 신도평을 쫓아가서 죽인 것 아닙니까?”
“놈은 우리 천화상단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쉽게 칼을 겨누지 못하는 것일 뿐이야.”
“놈들의 호위 중 죽은 자가 백이삼십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우리 쪽 호위무사가 가담된 일이니, 사과와 함께 위로금으로 일인 당 은자 백 냥씩 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위로금을 준다?”
은자 백 냥이면 한 가족이 오 년 이상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거금이다.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이라고 하면 자신들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천화상단이 수하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보는 눈도 달라질 겁니다.”
천신명은 이마를 좁혔다.
썩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땅히 다른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해 살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돈을 줄 거면 부상자들 역시 적절하게 보상해준다고 해라.”
“예, 형님.”
두 사람은 상가의 자식들답게 돈으로 해결할 생각부터 했다.
***
천화상단이 퍼뜨린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사람들은 코웃음 치며 믿지 않았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며 욕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천화상단에서 상단의 무사가 관여된 만큼 위로금으로 사망자 한 명당 은자 백 냥, 부상자는 평균 오십 냥 정도 준다고 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 정도면 천화상단도 할 만큼 한 거 아냐?”
“씨바, 나도 가서 조금 다쳐서 돌아올 걸. 그럼 오십 냥은 줄 거 아냐?”
“하긴 천화상단이 뭐가 아쉬워서 표행을 공격했겠어?”
천화상단을 욕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천기회가 천화상단의 무사들을 꾀어 일을 저질렀을 거라는 말조차 돌았다.
소문은 금룡장에 있는 혁무천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소문이 돈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천주명이 호위 넷만 대동하고 금룡장에 찾아왔다.
정문위사가 상대의 정체를 알고 소리쳤다.
“천화상단의 이공자시라고요?”
마치 다 들으라는 듯 커다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