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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3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234화

234화

 

 

십면매복진으로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다.

사기가 충천한 정파 무사들은 당장이라도 마도사파를 휩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어찌 그러지 않을까.

굴욕을 당하며 버틴 세월이 수십 년이다.

마도 세력과의 전면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단 한 번에 마도 무사 사천을 쓸어버린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사마진웅이 간부들의 열기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한번 타오른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벽력신도 팽조환이 먼저 불을 키웠다.

“맹주, 놈들이 사방을 포위하고 장기전으로 나오면 오히려 우리가 힘들어질 수 있소이다. 이제는 숫자도 우리가 훨씬 많으니 정면으로 칩시다.”

“부맹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웅크리고 놈들이 걸려들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어허, 맹주께서도 다 생각이 있어 하시는 말씀 아닙니까? 좀 더 들어봅시다.”

그제야 간부들이 입을 닫고 사마진웅을 바라보았다.

사마진웅은 씁쓸한 마음을 눌러 놓고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저들이 장기전을 노리면 우리가 불리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들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패배를 만회해야 하니까요.”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반면 이마를 찌푸린 사람도 있었다. 팽조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결국 저들이 복우산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씀이구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번만 더 저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정면 승부를 겨루어도 할 만할 겁니다.”

“너무 소극적인 대응은 맹도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먼저 저들의 외곽을 공격하는 게 어떻겠소이까?”

“그건…….”

사마진웅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이사명이 나섰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나 상대는 팔대마세와 마도십문이 모인 마도연합입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짓눌려온 그 이름이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번에 대승을 거두었다 하나, 그 무게를 사람들의 뇌리에서 걷어내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 짓눌려 왔다.

“답답한 마음도 있으시겠지만, 조금만 더 맹주님을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사마진웅의 말에 토를 달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입을 닫았다.

그때 부맹주 남궁무룡이 물었다.

“맹주, 하나 물을 것이 있소이다.”

“말씀하시지요.”

“백천대의 정체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거요?”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사마진웅에게로 향했다.

백천대.

마도연합과의 싸움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

간부들이 아는 것은 그들이 정의단과 함께 정파의 비전무공을 수련한 자들이라는 것 정도다.

그런데 정의단과 달리 그들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대주조차도.

문제는 그들의 손속이 지나치게 살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철천지원수와 같은 마도와의 싸움이기에 따지지 않고 있지만, 짙은 살기 때문에 그들과 거리를 두는 사람도 많았다.

‘어쩔 수 없나?’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훗날 책임을 묻는다면 어차피 자신이 지고 갈 작정이었지 않은가.

사마진웅은 마음을 가다듬고 간부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남궁무룡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대답했다.

“백천대주는… 내 아들 신아입니다.”

남궁무룡의 눈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천대주가… 오 년 전에 주화입마로 무공을 잃었다는 자제분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남궁 형.”

“허어…….”

사마신은 한때 정은맹 제일, 아니 정파 제일의 기재로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오 년 전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았다.

그 후 주화입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종의 장소에서 요상에 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사마신이 마도연합 무사들에게 공포를 심어준 백천대 대주라니!

“치료를 하던 중 천운이 닿아서 주화입마를 벗어났습니다.”

“정말 다행이오. 허허허, 안 그래도 천하의 기재가 주화입마에 빠져서 상심이 컸는데, 멀쩡하게 완치되었다니. 정말 기쁜 일이외다.”

남궁무룡은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사마진웅은 그래서 더 미안했다.

아들이 주화입마를 치료한 방법에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는 말해도 상관없었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두 번째 방법은 절대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얼굴을 가리고 정체를 밝히지 않은 거요? 자제분이라면 모두가 기뻐할 텐데.”

팽조환이 이마를 찌푸린 채 물었다.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문에 동참했다.

사마진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시다시피 무공을 회복하긴 했지만, 입마에서 완벽히 벗어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살기가 짙은 것이지요. 신아도 그런 자신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절반의 진실에 절반의 거짓이 섞인 말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살기가 아니었다.

마도의 무리를 무찌르는 것!

정파 무림을 회복시키는 것!

그 일을 위해서라면 살기쯤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어차피 그 살기는 마도를 향한 비수가 될 테니까.

그 당시만 해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그 비수가 품고 있는 치명적인 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했다.

 

***

 

마도연합의 복우산 대패 소식은 전 강호무림을 뒤집어 놓았다.

말 그대로 뒤집어 놓았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사문을 숨긴 채 마도세력에 들어가 있던 정파의 무사들이 하나둘 자신이 속한 세력을 박차고 나왔다.

그들은 가슴에 정의의 검을 품고 복우산으로 향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복우산의 원시림 속으로 들어갔다.

동서로 오백 리나 되는 복우산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들을 품었다.

반면 위기를 느낀 마도세력들은 총단에 남아 있던 무사들과 예하 문파의 무사들을 서협으로 불러들였다.

거기다 천하 곳곳에 산재해 있던 낭인들도 복우산으로 몰려들었다.

 

“강호의 모든 시선이 복우산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구경삼아서 오는 자들도 많습니다.”

목량의 보고를 받은 혁무천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마도연합 무사들이 복우산에 들어갔다가 대패했을 때부터 짐작했던 상황이었다.

특별한 일만 없다면, 복우산 일대가 천하쟁투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남양 일대도 전쟁의 불길에 휩싸일 거다.’

아직은 천하를 놓고 벌이는 전쟁의 불길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의 싸움 결과가 천하를 좌우할 거라는 점이다.

마도가 정도의 항거를 짓밟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느냐.

정도가 마도를 무찌르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느냐.

“목량, 네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 이길 것 같으냐?”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량이 그답지 않게 대답을 어물거렸다.

“내가 봐선…… 어느 쪽도 완벽하게 이기지는 못할 거다. 그럼 결국 정파가 이긴 셈이나 마찬가지겠지.”

“아, 그렇겠군요.”

“그런데 결국 정파도 승리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혹시 복면인들 때문에 그리 생각하시는 겁니까?”

“맞아. 결국은 그들만이 승자의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제야 목량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쩌면 그래서 제가 감을 잡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이 명확해지는 것이지. 그런 일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아!”

목량이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탄성을 발하고는, 열기 띤 미소를 지었다.

“천하의 안녕을 생각하는 대형의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습니다.”

“너무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지 마라. 그래야 장사가 잘 될 것 같아서 생각해본 것뿐이야.”

마천제가 무슨 천하의 안녕을 생각해?

아마 오대마종이 지하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면 단체로 배꼽을 잡고 뒹굴었을 것이다.

“대형!”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철호의 목소리 같았다.

“무슨 일이냐?”

“풍마문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들어와.”

대답을 하자마자 문이 열리고 철호와 키가 작은 장한 하나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오?”

장한은 혁무천이 물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천기회를 감시하고 있던 요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이틀 전에 이백 명쯤 되는 인원이 몰래 죽림을 나섰다고 합니다.”

“호, 그래요?”

이백 명이라면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그들이 은밀하게 움직였다면 마도와 싸우기 위한 이동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장한이 마저 말했다.

“이상한 건, 꼭 도둑놈들처럼 자시가 넘은 오밤중에 나왔다는 겁니다.”

자시가 넘어서 나왔다고?

물론 자시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적의 눈을 속이려면 그보다 더한 행동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혁무천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옆에 있던 목량도 말했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대형.”

혁무천도 같은 생각이어서 장한에게 물었다.

“혹시 어디로 가는지 확인은 해보지 않았소?”

“남쪽으로 곧장 달려갔다고 했습니다. 조원 둘이 쫓고는 있는데, 아직 연락은 받지 못했습니다.”

남쪽.

그렇다면 목적지가 남양 쪽일 가능성도 있다는 건데…….

남양 쪽으로 내려올 만한 이유는?

이백 명이면 적지 않은 인원이긴 하다. 그러나 마도세력과 직접적으로 싸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설마……?’

혁무천이 무심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목량을 바라보았다.

“철룡가의 물건을 실은 표행이 지금쯤 어디까지 왔을 거라 생각하느냐?”

목량은 혁무천의 질문이 뜻하는 바를 바로 눈치 채고 표정이 굳어졌다.

“아직 사진에 도착하지 못했을 겁니다.”

혁무천이 다시 장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수고했소. 그런데 조금만 더 수고를 해주면 좋겠소.”

“말씀하십시오.”

“그자들에 대한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전해주시오. 어디서 뭘 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예, 공자.”

장한이 방을 나가자, 혁무천이 목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도세력에게 흘러들어갈 물자를 빼앗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면 표행 공격에 대한 질타도 덜 할 것 같다만.”

“대형의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독으로 표행을 공격한다는 게 왠지 어색합니다.”

“천화상단이 그들을 끌어들였을 거라 보는 거냐?”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포기할 자들이 아니지요. 더구나 천화상단과 천기회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혁무천은 목량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번 표행의 호위는 검마보의 율이명이 수하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천화상단과 천기회가 손을 잡고 수작을 부린다면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다.

“철호, 즉시 비룡단을 소집해라.”

“예, 대형.”

철호가 뒤돌아서 밖으로 나갔다.

혁무천은 왼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한쪽에 세워져 있던 천망검이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정말 그런 일을 벌인다면, 그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게 될 거다.”

 

***

 

마차 열두 대가 완만한 언덕을 타고 넘었다.

전후좌우에서 호위하는 무사의 숫자만 이백여 명. 대규모 표행이었다.

표행의 선두에서 후미까지 거리만 해도 백 장 가까이 되었다.

언덕 위에 올라선 율이명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아래쪽보다 바람이 시원해.”

옆에 서 있던 장로, 뇌혼비살검 나중이 무심코 말했다.

“가을이잖소.”

그랬다가 율이명의 칼날 같은 눈빛에 흠칫하며 눈을 돌렸다.

하지만 율이명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마도연합과 정은맹의 싸움 결과는 그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제는 아무 것도 예단할 수가 없는 상황.

그 피 말리는 격전의 지역에 자신이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주 재미있겠어.’

쿠르르르르.

언덕을 넘자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힘들게 마차를 끌고 올라온 말들도 좀 더 편한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을 내려가자 소나무가 우거진 송림 사이에 세 갈래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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