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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21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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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215화

215화

 

 

“내기?”

“버틴다, 못 버틴다. 둘 중 하나에 걸면 돼. 물론 나는 ‘버틴다.’ 쪽에 걸지.”

이건 무조건 자신들이 이기는 내기였다.

홍택이 사공곽보다 먼저 대답했다.

“나도 하겠네. 나는 ‘못 버틴다.’ 쪽에 걸겠네. 그런데 내기로 뭘 걸지?”

“내가 이기면 이익의 절반을 주시오. 그리고 성주가 이기면 내가 성주의 물건에 이 할의 이자를 얹어서 모두 사들이겠소.”

그거야말로 절대! 손해 볼 것이 없는 내기였다.

이기든 지든 마룡성에게는 이득인 것이다.

“하하, 그런 내기라면 얼마든지 하겠네. 흠, 물건도 최대한 사들여야겠군.”

가격이 떨어져도 자신들은 이 할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성주는 하는 것으로 하고… 사공곽, 자넨 어떻게 할 건가?”

혁무천이 사공곽의 결정을 압박했다.

사공곽도 밀리고 싶지 않았다.

“좋아, 나도 하지. 그런데 나는 뭘 걸지?”

사공미미가 재빨리 말했다.

“저를 걸어요. 오빠가 이기면 무 공자에게 저를 데려가라고 하고, 오빠가 지면 저를 그냥 줘버려요.”

“…….”

어이가 없는지 모두들 입을 닫고 사공미미를 바라보았다.

오죽하면 은설조차도 입을 반쯤 벌렸다.

정말… 기가 막힌 생각이었다.

“너를 데려다 어디에 써먹으라고? 허튼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혁무천이 냉랭히 말했다. 하지만 사공미미는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생긋 웃음을 지었다.

“써먹을 곳이야 많죠. 밤에…….”

“언니.”

은설이 황급히 사공미미를 부르며 눈짓을 했다.

“호호호, 걱정 마. 밤에 차 끓여다 주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

더 놔둬봐야 분위기만 이상해질 것 같자, 혁무천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내가 이기면 사도맹의 물품 공급 권리 중 절반을 줘. 내가 지면 사도맹의 물품을 일 년 동안 시세보다 이 할 싸게 공급해주지. 물론 물건의 품질이 같다는 조건이야.”

사공곽은 미간을 좁히고 이해득실을 따져봤다.

자신이 패해서 공급권을 비룡장에 준다고 해도 사도맹은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동안의 거래처가 손해를 볼 뿐.

게다가 자신이 이기면 이 할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사도맹의 물품 공급량을 생각하면 일 년에 수십 만 냥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해도 자신이 유리한 내기다.

그런데 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우와, 우리 사도맹에 굉장히 유리한 내기네요. 오빠, 뭐해요? 이런 내기는 무조건 해야죠.”

사공미미가 사공곽을 재촉했다.

사공곽이 생각해도, 안 하면 바보다.

“좋네, 그렇게 하지.”

그 말을 하고서야 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깨달았다.

지든 이기든, 비룡장은 사도맹과 거래를 트게 된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물량에 대한 거래를.

하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었다.

혁무천이 말했다.

“그럼 모두가 듣는 곳에서 약속했으니 내기는 성립된 거네. 성주도 마찬가지시고.”

홍택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혁무천이 안 하겠다고 할까봐 조바심이 났다.

“그야 물론이지! 말이 나온 김에 증서를 쓰세.”

“그거 좋은 생각이오.”

혁무천도 찬성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각기 두 장씩의 증서를 만든 다음, 증서에 장인을 찍고 한 장씩 나누어가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대부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혁무천이 불리한 내기였다.

그러나 혁무천은 무척 만족했다.

목량은 감탄을 했고.

‘대형이 이기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져도 별 손해가 없고.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했다.

이기면 이익인 건 당연하다. 그런데 진다 해도 손해가 없을 거라고 보았다.

마룡성의 물건을 이 할 더 주고 산다 해도 최소한 같은 가격에 팔 곳이 있다.

사도맹의 물품을 싸게 공급하는 건, 사도맹과 새로운 거래를 트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물론 대형은 그 손해조차 보지 않겠지만.

사도맹과의 신규 거래라면, 주요 물품을 공급하는 곳에서 그 정도 할인은 해줄 테니까.

그러니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정은맹이 정말 ‘올해 말까지 버틸 수 있느냐.’였다.

마침 그에 대한 질문을 은설이 했다.

“오빠, 정은맹이 정말 버틸 수 있을까요?”

마도가 싫은 그녀는 솔직히 혁무천이 마도에 물건을 납품하는 게 탐탁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비룡장의 사업이 방해받는 걸 원치 않아서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정파가 더 강하게 버텨주길 바랐다. 그러다 보면 복수할 기회도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모두의 눈이 혁무천의 입으로 향했다.

혁무천은 그에 대한 대답을 목량에게 미루었다.

“목량, 네 생각을 말해봐라.”

“예, 대형.”

목량이 대답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정파의 저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합니다. 단지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숨겨놓은 데다, 흩어져 있었을 뿐.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서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낼 겁니다.”

“아무리 그래봐야 팔대마세 중 한 곳과 비슷할 거네.”

홍택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목량은 미소마저 띤 채 그에 대해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정파의 단체 중에는 천기회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정은맹과 천기회를 중심으로 뭉칠 겁니다.”

“그래도 팔대마세 중 두 곳을 넘지 않을 것 같은데…….”

“팔대마세가 자파의 모든 무사를 다 동원할 수는 없지요.”

“으음, 그건 그렇지.”

“그럼 네 곳 정도와는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정은맹이 단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혁무천이 말했다.

“거기다 변수도 있소. 아주 큰 변수가.”

“변수?”

“잊었소? 마도의 삼파연합이 왜 패했는지.”

“아!”

“맞아, 그들이 있군.”

홍택과 사공곽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백여 명에 달하는 정체불명의 복면인들.

그들이 정은맹을 계속 돕는다면, 정말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혁무천은 복면인들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들이 정말 자신이 생각한 자들이라면, 이번 전쟁은 승패조차 알 수 없게 흐를 것이다.

‘그리고 천화상단이라는 변수가 또 있어.’

천화상단은 이번 싸움이 일찍 끝나는 걸 절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오래 갈수록 상인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

 

홍택은 가용 가능한 자금을 최대한 사용해서 은밀히 물품을 사들였다.

곡식, 무기, 포목 등등.

그 일에 은자 백이십만 냥이 투입되었다.

혁무천도 정주의 삼원상단과 역성의 무원장, 한구의 비룡장에 연락해서 전쟁과 관련된 물품을 사들이라고 했다.

물품 중에서도 구룡상단에 속한 상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구매했다.

그 외에도 구룡상단과 우호적인 상인들 물품을 주로 사들였다. 덕분에 구룡상단과 연을 맺으려는 상가들도 늘어났다.

 

마룡성에 도착한 지 열흘 째.

혁무천은 목량을 시켜서 풍마문과 개방, 마룡성으로부터 전해 받은 정보를 취합했다.

목량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해지는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취합된 정보를 정리하던 목량이 급히 혁무천을 찾아갔다.

“대형,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 봐. 뭔데 그리 급하게 달려온 거지?”

“천화상단이 전쟁 물자를 은밀하게 사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혁무천도 그 일을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까지 나섰다면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겠군.”

“예, 이미 포목은 일 할 이상 올랐습니다. 앞으로는 이 할을 더 줘야 물건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달 안에 오를 가격의 최대 예상치는?”

“제 판단으로는, 오 할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혁무천은 목량의 말에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올라야 천화상단도 부담이 되어서 무조건 매집하지 못할 거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우린 계속 매집하라고 전해라.”

목량은 혁무천을 말리려다 그만두었다.

이미 말은 달리기 시작했다. 멈추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가격 선까지 생각하십니까?”

“두 배. 그때까지는 멈추지 마라.”

“예, 대형.”

 

***

 

천궁환은 천구명에게 보고를 받고 이마를 찌푸렸다.

“마룡성과 비룡장이 무기와 포목 등을 매집하고 있단 말이냐?”

“예, 아버님. 저희가 한발 늦는 바람에 이미 상당한 물량이 그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으음, 무천이 지시한 거겠지?”

“현재로썬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놀라운 놈이다.

무공과 언변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상인으로서의 능력도 대단하다.

천하제일상인이라는 천화상단의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거늘.

“전쟁이 길어질 거라 생각해서 매집하는 것처럼 보이더냐?”

“지금으로썬 그 이유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문제는 그 바람에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올랐느냐?”

“어제까지 평균적으로 일 할 이상 올랐습니다. 이대로 가면 이삼 일 내에 이 할까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 할이라…….”

천궁환은 잠시 입을 닫고 득실을 따져보았다.

돈과 힘으로 밀어붙여서라도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무천은 신경 쓰지 말고 계획대로 하는 게 나을까?

그런데 지금 무천과 충돌해봐야 남 좋은 일을 시켜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가격이 이 할 이상 올랐다면 무리할 이유는 없지.’

이득은 그만큼 줄어들고, 손해를 보면 그만큼 더 손해를 보게 된다.

천궁환은 생각을 정리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이미 사들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나머지를 최대한 사들여라. 그리고 오 할 이상 오르면 중단해.”

“예, 알겠습니다.”

 

천구명이 나가자 천궁환은 허공을 노려보았다.

신도명산 일행은 닷새 전에 돌아갔다.

신도평과 천상화와의 혼인은 미루어졌지만, 돈과 고수를 협조하기로 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그런데 정보를 취합하느라 이삼 일 지체한 사이, 전쟁에 필요한 물자 중 상당량이 무천의 손에 넘어갔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도전을 받는 기분도 들었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호승심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랜만에 투지가 끓어오르는군. 오냐, 무천 이놈.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꾸나.’

 

***

 

혁무천은 풍마문으로부터 특이한 정보 하나를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천기회 사람들이 제남에 갔다고?”

“예, 공자. 워낙 은밀하게 행동한데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서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합니다만, 제남에 간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왜 그들이 제남에 갔을까?

그들이 갈 만한 곳은?

당연하다는 듯이 한 곳이 떠올랐다.

천화상단.

“사람을 풀어서 철저히 조사해 보시오. 특히 그들이 천화상단에 갔는지, 갔다면 목적이 뭔지, 뭐든 좋소.”

“예, 공자.”

 

혁무천은 이후로도 자금을 최대한 동원해서 전쟁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사들였다.

구매한 물건들은 직접 운송해올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거래를 한 대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보관했다.

대상인들은 수백 년 동안 대대로 상가를 이어온 자들이 많았다. 신용을 첫 번째 덕목으로 삼는 자들이기에 떼일 염려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구룡상단의 이름으로 사들이는 것인 만큼 어지간한 간덩이로는 엉뚱한 욕심을 낼 수도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끝없이 풀리는 돈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혁무천은 너무도 태연해서 이번 일이 그와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 사이 남양과 복우산 쪽은 폭풍전야의 긴장이 흘렀다.

만마성과 마천문, 혈왕동의 무사 삼천이 남양 일대로 이동했다.

만마성의 권역에 있는 호북성과 하남성 서부의 마도문파 무사들까지 몰려들어서 총 숫자는 오천에 이르렀다.

정은맹 쪽 무사도 처음에는 이천 정도였다. 그런데 숨죽여 지내던 정파의 무사들이 곳곳에서 달려와 합류하다 보니 그들 역시 오천 명에 가까웠다.

양측 합쳐서 일만 명에 가까운 무사들이 남양과 복우산 남쪽 일대에 진을 친 것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천하가 긴장감에 짓눌렸다.

마룡성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 것은 그때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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