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6화
어이가 없는지 독사 같은 사령주의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훗, 정말 웃기는 놈이군.”
일령주란 자도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분노가 머리꼭대기까지 솟구친 사령주는 독사눈을 치켜떴다.
“이 쥐방울만 한 놈이!”
퍽!
사령주의 발길질에 장천운의 몸뚱이가 붕 떠서 일장을 날아갔다.
사령주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성큼성큼 걸어가서 장천운의 가슴을 밟았다.
“네놈은 특별히 가슴뼈를 모조리 으스러뜨리고 심장을 터트려서 죽여주마. 네 친구들도 하나하나 팔다리를 잘라서 죽여줄 것이니, 저승길이 외롭진 않을 거다.”
장천운은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할아버지, 멀리 도망가.’
비록 잠깐이지만 이들의 추적을 늦추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구대가 눈알이 빠져서 죽는 걸 본 것도 마음에 들었고. 그 자식은 그렇게 죽어도 싼 놈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할아버지 이름도 모르네. 이름이라도 알아둘 걸.’
가슴이 점점 답답해졌다. 갈비뼈가 오그라들면서 부러질 것처럼 휘어지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잠깐! 멈춰라, 사령주.”
갑자기 처음 듣는 육중한 목소리가 사령주의 행동을 제지했다.
사령주는 고개를 돌려서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 자를 쳐다보았다.
순간, 상대를 본 사령주가 황급히 발을 떼고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사밀령 제 사령주가 삼가 총사를 뵈옵니다.”
일령주란 자도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일령주 위곤이 총사를 뵈오. 한데 총사께서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자네들이 쉬지도 못하고 뛰어다니는데, 내 어찌 안에만 박혀 있을 수 있겠는가.”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백의중년인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말갈기처럼 가운데 쪽으로만 하얘서 사이한 느낌이 드는 자였다.
그는 장천운을 웃음기 띤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들어오면서 들었네. 제법 강골 같더군.”
“죄송합니다, 총사. 제가 미진하여 놈의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 놈은 내가 맡겠네.”
“예?”
사령주는 물론 일령주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백의중년인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나에겐 저 놈의 입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네.”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일령주의 표정이 급변했다.
“이런! 총사께서 절고의 신공을 지니신 걸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하하, 별 것도 아닌 재주를 절고의 신공이라고 하니 낯 뜨겁군.”
가볍게 웃어넘긴 총사는 장천운을 내려다보았다.
“이 놈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죽이지 않을 생각이네.”
“하면……?”
“요즘 성에 쓸 만한 아이들이 부쩍 부족하네. 그 바람에 소성주의 종으로 키울 만한 놈들을 찾는 것도 힘들지 뭔가.”
“아!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요. 제가 봐도 저놈의 성격 하나는 쓸 만해 보입니다.”
“일령주가 그리 봤다니 마음이 놓이는군.”
“하하하, 사령주의 이마를 저렇게 만들어 놓은 놈이라면, 잘 가르쳐 놓을 경우 소성주의 한쪽 방위는 책임질 수 있을 겁니다.”
사령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로선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총사는 사령주의 이마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
“흠, 그 상처가 저놈이 한 짓이란 말이지?”
사령주는 분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총사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 듯 웃는 표정으로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미꾸라지인 줄 알았더니 뱀장어는 될 것 같군.”
장천운은 그와 눈빛이 마주치자 심장이 얼어붙는 것처럼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겉모습과 다르게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독사눈보다 더 독할 것 같아.’
“저 아이를 방으로 데려가라. 내가 직접 알아볼 것이니라.”
“예, 총사!”
회색무복의 장한이 절도 있게 허리를 숙이고는 장천운의 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그때 장천운이 힘들게 목소리를 쥐어짰다.
“잠깐…… 만요!”
돌아서려던 총사가 멈칫했다.
“뭐냐?”
“제 친구들도 살려준다는 약속을 해주십시오.”
“뭐라?”
“약속을 하지 않으시면…… 저는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일령주와 사령주, 회색무복 무사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천운은 총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모험이다. 이번에는 진짜 죽일지 모른다.
그래도 혼자만 살 수는 없었다.
물론 그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그가 가진 육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저 자는 절대 나를 죽이지 않아!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총사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눈으로 장천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도 잠시,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좋아, 그 정도는 되어야지. 흠, 이제 보니 저 놈들도 그럭저럭 쓸 만하게 보이는군. 잘 키우면 구천성의 전사로 제몫은 할 것 같아.”
‘쉬벌!’
장천운은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욕을 간신히 눌러놓았다.
대단한 자들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구천성 총단에서 직접 나온 자들일 줄이야!
도대체 무 노인의 정체가 뭔데?
‘후우, 어쨌든 추 조장과 세 형의 목숨을 살렸으면 됐어.’
상대가 구천성이든 지옥에서 온 염라사자들이든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네 사람을 향해 씩 웃어주고, 힘들게 걸음을 옮겼다.
“가시죠.”
추소철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장천운이 걸음을 옮길 즈음에서야 정신을 차렸다.
일단 저승의 문턱에서 살아나왔다.
그리고 잘하면, 꿈에서 그리던 구천성의 사람이 될지도 몰랐다.
전화위복이랄까?
이 모든 것이 장천운 덕이다. 그가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다.
‘천운아! 이제부터 내 목숨은 네 것이다!’
추소철 뿐만이 아니었다.
한명후와 이한, 조두심은 눈물을 글썽이며 장천운이 방으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때는 나 자신이 누군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분명히 말을 하고 있는데도.
어렴풋이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마치 허공을 부유하는 유령이 중얼거리는 소리 같았다.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사람의 정신을 억압하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정말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은 고통 받는 것보다 낫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차라리 고통을 받더라도 정신을 빼앗기고 싶진 않았다.
나 자신을 뺏긴다는 것. 그것은 죽음보다 더 비참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흠, 정말 동방 노인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구나.”
귀청으로 스며드는 만족한 목소리.
장천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텅 빈 채 뿌옇게 느껴지던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했다.
이 인간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눈이 마주친 후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기억은 났다. 그 후 눈앞이 뿌옇게 변하더니 아무런 생각도 떠올릴 수 없었다. 내용을 알 수 없는 유령의 속삭임만이 머릿속에서 울릴 뿐.
자신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서히 정신이 들면서 총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귀신에게 홀리면 이런 기분일까?
장천운은 최대한 침착 하려고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 이제는 나도 네 말을 믿는다. 사자들이 너에게 새 옷을 내줄 것이다. 그걸 입고 나를 따라가자.”
장천운의 옷은 찢어지고 피가 묻어서 엉망이었다. 잠에서 깬 후부터 시작된 고난의 산 증거였다.
‘내가 구천성의 무사가 된단 말이지?’
소성주의 종이 될 거라 했다.
방위를 책임지네, 어쩌네 하는 걸 보면 호위무사 역할일 듯했다.
사실 그는 호위무사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있었다. 아버지도 호위무사가 되었다가 죽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같은 호위무사라도 대 구천성의 호위무사다. 변두리 문파의 호위무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까짓 거, 못할 것도 없지.
‘어제 꿈이 개꿈은 아니었나 보군.’
죽어간 흑월루 사람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솔직히 자신에게는 하늘에서 복이 뚝 떨어진 셈이었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성이 동방이란 것도 알았다. 이제는 이들이 왜 할아버지를 찾는지 그것을 알아볼 차례였다.
“총사님. 근데 왜 무 노인을 찾으시는 건가요?”
총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러자 독사눈보다 더 독하게 느껴졌다.
“너는 알 필요 없다. 앞으로도 알려고 하지 마라.”
***
장천운은 총사 우문각이 탄 마차와 함께 무창을 떠났다. 추소철을 비롯한 네 사람이 그와 함께 걸었다.
아픈 곳도 많고 힘도 들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밝았다.
추소철은 팔과 옆구리에 부상이 있는데도 꾹 참고 걸었다.
흑도 건달이 대 구천성의 무사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기회란 노력하는 자만이 잡을 수 있는 법. 이까짓 부상 정도는 그의 꿈을 막을 수 없었다.
동북으로 방향을 잡고 이틀을 걷자 대별산맥(大別山脈)의 거대한 산세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하루 반을 더 걸어서 산맥을 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석양이 질 무렵, 고개 하나를 넘자 눈앞이 탁 트이면서 거대한 분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분지의 한쪽 끝에는 수많은 전각군을 품은, 정말 성이라 해도 과장이 아닌 대장원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이 바로 천하제일세, 당금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인 구천성의 총단이었다.
천궁마신(天穹魔神) 사마중천이 다스리는 마의 대지!
장천운은 구천성의 총단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제부터 제대로 구르게 생겼군.’
실력이란 것은 세월이 간다고 느는 게 아니다. 그만한 고통과 인내가 뒤따라야 한다. 물론 멍청해서도 안 되고.
특히 높은 목표를 정했을 때는 그만큼 더 많은 고통이 뒤따르게 되어 있는 법.
저들이 자신을 평범한 무사도 아닌 소성주의 종으로 키울 작정을 한 이상,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할 것이 뻔했다.
‘소성주가 어떤 자인지 몰라도 짜증나는 자가 아니면 좋겠는데.’
만약 밥맛없는 성격이라면 생각을 달리하는 수밖에.
3장: 무진특조(戊辰特組) 십팔호(十八號)
“저 새끼가 그 새끼야?”
“맞아.”
“생긴 것은 괜찮게 생겼는데? 그렇게 독한 것 같지도 않고.”
“새끼건달 주제에 사밀령 령주를 물 먹인 놈이야. 듣자하니 사령주 이마빡이 저놈 덕에 찢어졌다고 하더군. 속에 독심(毒心)이 들어있다고 봐야겠지.”
“여기에 독심 없는 놈 어디 있어? 좌우간 사령주에게 한방 먹였다면 요주의인물인데? 무슨 말썽을 피울지 모르니 잘 지켜봐야겠어.”
교관들은 새로 들어온 신입 수련생을 보며 쑥덕거렸다.
강련곡의 수련생은 모두 백여 명. 매년 삼사십 명 정도가 삼 년 수련을 마치고 교체된다.
무진년(戊辰年)인 올해도 두 달 전에 이미 새로운 수련생이 들어왔다.
그런데 열일곱 명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추가로 뽑혔다.
-소성주와 중요간부를 호위할 최고의 호위무사를 키워라.
그 목적을 위해 들어온 수련생들은 이전 수련생들에 비해서 나이가 네댓 살씩 어렸다. 대신 총 수련기간은 이년이 더 긴 오년이나 되었다.
길고 긴 고난의 길로 들어선 열일곱 명의 수련생.
그들 중 교관들의 관심을 끄는 사람은 셋이었다.
첫째. 삼호(三號) 구산. 장로인 구평추의 셋째 아들. 나이 십육세. 덩치가 크고 힘이 장사임.
둘째. 칠호(七號) 류화. 화금당(華金堂) 당주 이부인의 딸. 나이 십오세. 열다섯 나이에 눈빛만으로도 남자의 침을 삼키게 만드는 미모를 지녔음.
셋째. 사호(四號) 백리우진. 성주의 사제인 백리호의 조카. 나이 십칠세. 준수한 얼굴에 차가운 눈빛을 지녔으며 냉혹한 성격.
그들 셋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도 한결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어서 현재 각 조의 조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네 번째 관심대상자가 들어온 것이다.
총사가 추천한 십팔호(十八號) 장천운이.
사밀령 사령주의 눈두덩을 찢어놓은 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