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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97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97화

197화

 

 

그들은 혁무천이 이렇게 빨리 처리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보고를 받으면 잠자리에서 맨발로 뛰쳐나올지도 몰랐다.

“잠을 설치겠군요.”

“그럴 거네. 자네가 뭘 요구할지, 걱정이 많을 거야. 그런데 언제 갈 건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찾아가지요.”

혁무천은 가볍게 대답하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잠도 안 자고 기다리는 건 그들 사정이었다.

 

***

 

아침 예불이 끝난 후.

소림사 방장실에서 소림사 방장인 공화대사와 신도명산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미타불, 우리 소림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시오?”

소림사 방장 공화대사는 불호를 외며 신도명산을 바라보았다.

천기회 회주가 아침부터 찾아온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차를 비우기도 전에 바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천기회 덕분에 많은 소림의 제자들이 목숨을 구한 것은 분명한 사실.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기에 먼저 물었다.

신도명산도 말할 때가 왔다 생각하고 오연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내일 떠날 생각입니다. 이후 멸마행에 밀소림이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그의 입에서 ‘밀소림(密少林)’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고요하던 공화대사의 표정이 물결쳤다.

“아, 미, 타, 불…….”

밀소림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도와 싸우기 위한 마지막 힘.

소림사가 공격받고 있는 데도 그들이 나서지 않았던 것은, 마도의 공격이 갑작스러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소림을 위한 힘이 아니라 천하를 위한 힘이었다. 때문에 연락조차 취하지 않았다.

그만큼 독한 마음으로 키우고 철저히 감추었거늘, 이자가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진정 때가 되었단 말인가?

“소림이 잠자고 있는 힘을 깨운다면, 천하 곳곳에 웅크리고 있던 정파의 협사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만 된다면 노납이 무엇을 못하겠소? 아미타불.”

공화대사는 눈을 감고 불호를 외었다.

순수함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어쨌든 천기회는 마도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어쩌면 이 또한 부처의 뜻일지도…….

“시주의 말을 전하도록 하리다.”

“고맙습니다, 장문인. 강호 정파의 의인들은 소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신도명산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됐어! 밀소림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최소한 팔대마세 중 한 곳과는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거다.’

 

신도명산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거처로 돌아갔다.

신도평이 그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아버님.”

“그래. 공화대사와는 이야기가 잘 되었다.”

“잘 됐군요.”

신도평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신도명산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아직도 그 아이를 생각하는 거냐?”

신도평은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잊어라. 처음부터 맞지 않는 옷이었다.”

신도명산은 냉랭히 말하고 화제를 돌렸다.

“이제 우리 천기회가 본격적으로 강호에 나가게 될 거다. 당분간은 그 일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거다.”

표정이 굳어 있던 신도평이 눈을 치켜들었다.

신도명산이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금조달을 위해서 천화상단을 만나러 갈 거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아버님.”

 

***

 

태양이 중천을 향해 절반쯤 떠오른 사시 무렵.

모용수와 백주원이 호위무사를 대동하고 객잔으로 찾아왔다.

아마도 혁무천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오지 않자 애가 단 모양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했나?”

모용수가 다급한 마음을 억누르고 물었다.

역시나 혁무천 일행이 천화상단 무리를 공격한 것에 대해 알고 하는 말이었다.

혁무천은 급할 것 없다는 듯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대답했다.

“어쩔 수 없이 죽은 사람이 서넛 있지만, 나머지는 살아 있어.”

“그들에게 들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이지. 그러려고 생포한 거니까.”

모용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백주원은 모용수가 실수하기 전에 재빨리 끼어들었다.

“어떤 말을 들었는지 말해주게.”

혁무천의 시선이 천천히 백주원에게로 향했다.

“그건 계산에 없는 것 같소만.”

“무슨 말인가? 천화상단과 관련해서 어젯밤에 합의를 했지 않은가?”

“합의한 것은 천화상단 무리를 정리하는 것이었지요.”

“그게 그 말…….”

“그들에게 들은 정보를 건네주는 건 합의사항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아오만.”

“…….”

백주원은 이를 악다물었다.

사실이 그랬다. 밤이 늦은 데다 모용완까지 술주정을 부리는 바람에 서두르다 보니 그 부분을 생각지 못했다.

“아무리 합의사항에 넣지 않았다 하나, 얻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 정도는 기본 아닌가?”

모용수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혁무천은 눈썹 한 올 흔들리지 않았다.

“살아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더군. 그대도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 텐데?”

모용수는 담담한 혁무천의 태도에 이를 갈았다.

참으로 능구렁이 같은 작자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목에 따버리고 싶은데, 무공마저 강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뭘… 바라는 거냐?”

혁무천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목량을 바라보았다.

“낙양철방에 대한 천룡방의 지분이 삼 할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맞나?”

“예, 단주. 천룡방에서 삼 할, 낙양전장이 삼 할, 그리고 낙양철방의 주인인 오대광이 사 할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모용수는 혁무천의 말뜻을 눈치 채고 눈을 치켜떴다.

“설마 낙양철방에 대한 지분을 넘겨달란 말은 아니겠지?”

“어차피 천화상단에 넘어갈 뻔한 건데, 우리에게 넘겨주는 건 어때? 가격은 잘 쳐주지.”

“무슨 말…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거다. 이미 낙양전장과 오대광의 지분 칠 할 중에서 오 할 이상이 천화상단에 넘어가기 직전이더군.”

모용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낙양철방은 낙양 일대에서 가장 큰 철방이다. 천룡방은 그곳의 지분을 삼 할 정도 소유하고 있었다.

천룡방의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일 할 정도.

하지만 낙양철방은 지분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매우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낙양 일대에서 쇠를 다루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특히 무기를 대량으로 만드는 데는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너무 큰 욕심을 내는군.”

“싫다면 거부해도 상관없어.”

모용수는 혁무천이 그리 말하자 의심이 들었다.

이리 쉽게 포기할 놈이 아니거늘.

아니나 다를까, 혁무천이 말했다.

“우린 천화상단이 인수하기로 한 부분만 가져가도 되니까.”

모용수가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왜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천룡방은 나머지 지분에 대해 참견할 권한이 없는 걸로 아는데?”

“그거야 그렇지만…….”

이미 기세에서 밀린 모용수다.

백주원이 다시 나섰다.

자칫하면 낙양철방에 대한 과점 지분도 비룡장에 넘어가고, 무엇보다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대의 제안에 대해서는 방주께 말씀드려보겠네.”

일단 시간을 벌어야 했다.

천화상단이 낙양 상권을 얼마나 휘저었는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였다. 낙양철방 건만 봐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었다.

혁무천은 백주원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좋소. 그럼 정오까지 알려주시오. 그때까지 답이 없으면 협상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겠소.”

 

***

 

“뭐야? 낙양철방의 지분을 내놓으라 했다고?”

모용금적은 모용수와 백주원의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기에 백주원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예, 방주. 그런데 공짜로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가격에 인수하겠다고 합니다.”

“그 건방진 놈이……!”

“아버님, 낙양철방의 지분을 건네주면 비룡장이 낙양에 완전히 자리 잡게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지부를 만들게 해놓고 은근슬쩍 쳐내려 했다. 그런데 낙양철방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쳐낼 수가 없게 된다.

모용금적도 그걸 알기에 낙양철방의 지분을 내줄 마음이 없었다.

“방법을 찾아봐라. 놈이 가진 정보를 어떻게든 얻어야만 한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모용수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입을 열었다.

“아버님, 사도맹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도맹에?”

“사도맹 무사들이 낙양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들을 초청한 후 무천 일행을 끌어들이면…….”

모용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용금적은 이마를 두어 번 씰룩였다.

사도맹 무사를 초청한다.

무천 일행을 끌어들인다.

사도맹 무사들과 무천 일행으로 하여금 싸우게 만든다.

사도맹 무사들이 처리하지 못한다 해도, 무천 일행의 전력이 많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천룡방의 힘으로 무천 일행을 처리한다.

뜻대로만 된다면 최상의 결과였다. 문제는 무천이란 놈을 제거할 수 있느냐다.

살려서 돌려보낸다면 후환을 걱정해야만 한다.

“사도맹이 무천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 보느냐?”

“본 방과 사도맹의 절정고수 대여섯 명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적지 않은 대가를 원할 텐데?”

“은자 만 냥을 준다고 하면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은자 만 냥이면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었다.

“좋아, 그럼 즉시 사람을 보내라. 더한 조건을 불러도 가능한 일이면 들어준다고 해.”

 

***

 

혁무천은 연락을 받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신시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목량이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예, 대형. 말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어서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만, 그보다는 딴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가 똥 처먹는 버릇을 쉽게 고칠 수 있겠어?”

한쪽에서 차를 홀짝거리던 동대안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혁무천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까지 순순히 대한 것만 해도 의외였다. 한번쯤은 칼끝을 들이댈 거라 생각했거늘.

“천룡방의 힘만으로는 우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모용금적도 알 거다. 그렇다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뭔데?”

동대안이 혁무천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송비가 혁무천 대신 한마디 툭 던졌다.

“뭐긴 뭐야? 다른 놈들을 끌어들이려 하겠지.”

그 말에 목량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천화상단을 조사할 때 사도맹 무사들이 낙양에 들어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숫자도 백여 명이나 되고 고위 간부도 있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들을 끌어들일지도 모르겠군요.”

사도맹이라는 말에 혁무천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도맹? 누가 왔는지 알아?”

“규 장로라는 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장로급 고수가 포함되어 있다면 나머지도 어중이떠중이 같은 무사들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무슨 일로 낙양에 들어온 걸까.

혁무천이 알기로, 낙양에는 팔대마세의 지부가 없다.

낙양은 만마성, 철혈마련, 귀천교, 사도맹, 마황궁과의 거리가 교묘할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암묵적으로 낙양에 지부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어느 곳이든 낙양을 장악하려 하면 다른 곳의 표적이 될 각오를 해야만 한다.

당연히 강호의 문파들도 낙양만큼은 욕심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천룡방이 낙양에서 힘을 키운 것도 상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들은 어디에 있지?”

“북문 쪽의 풍화객잔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풍화객잔의 별채는 무사 수십 명이 경비를 서고 있어서 일반인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요리를 든 점소이들도 바짝 얼어서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하고 들락거렸다.

그 무사들은 다른 곳도 아닌 사도맹의 무사들이었다.

아차, 실수하는 날이면 목이 달아날지 몰랐다.

그런데 미시 말쯤, 별채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로부터 잠시 후, 별채 중앙에 있는 방에서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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