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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62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62화

162화

 

 

“영명이 묘?”

전수환은 아들의 넋을 위로할 거라고 했다. 그 때문에 전두강을 납치한 듯했다.

그렇다면……?

순간적으로 그 말뜻과, 목량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깨달은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

“청망산에…….”

그의 시선이 혁무천에게로 향했다.

“두강이를 구해주게! 두강이만 구해준다면 뭐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네!”

 

***

 

청망산의 위치를 알아낸 혁무천은 동대안과 함께 달려갔다.

청망산에는 금룡장의 사당과 금룡장 사람들의 묘가 있는데, 남양에서 동쪽으로 삼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경공술을 펼쳐서 나는 새처럼 달려간 두 사람 눈에 저 멀리 사당 건물이 보였다.

“놈들이 저기 있네.”

헥헥거리며 뒤쫓아온 동대안이 사당 쪽을 보며 말했다.

사당 뒤쪽에는 수많은 무덤이 있었다. 수백 기는 족히 될 듯했다.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덤 사이의 길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위쪽에는 제법 큰 무덤들이 줄지어 있었다.

아마도 금룡장의 간부급 인사들의 무덤인 듯했다.

 

“울지 말고 따라와라. 허튼 짓하면 다리를 부러뜨려서 끌고 갈 것이니 잔머리 굴리지 말고.”

장한 둘이 십여 세의 뚱뚱한 아이를 앞세우고 산을 올라갔다.

양쪽에서 수백 기의 무덤들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본래는 마혈을 제압해서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뚱뚱하다 보니 몸무게가 제법 나갔다.

아니 제법 정도가 아니라 일반 성인보다 더 나가는 듯했다.

그런 아이를 메고 산을 오르려니 힘들 수밖에.

할 수 없이 아이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주저앉고… 울고…….

짜증이 확 치밀었다.

“제기랄, 그냥 여기서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랬다가는 우리 목이 달아날지도 몰라.”

“빌어먹을. 돼지 같은 놈을 다시 메고 갈 수도 없고…….”

“흑흑흑흑, 살려줘요…….”

아이는 공포에 질려서 서글프게 울어댔다.

옥이야 금이야 떠받들어지며 생활해온 그에게 오늘은 악몽 같은 날이었다.

누나가 자신의 앞을 막아섰다가 피를 뿌리며 죽어갔다.

공포에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와중에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무사들은 가차 없이 그의 마혈을 제압하고 청망산으로 끌고 왔다.

왜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장한들이 오면서 말해주었으니까.

형의 무덤 앞에서 목을 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그래서 산에 오르는 걸 미적거렸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봐야 했다.

하지만 자신은 무공을 배우지 않았고, 장한들은 일류고수였다.

평상시에는 자신을 호위했던 자들이 이제는 죽이겠다며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살아날 길이 없었다.

“아저씨, 제가 잘해드렸잖아요. 살려주세요, 흑흑흑흑.”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발길질이었다.

퍽!

“잘해줘? 네놈이? 돼지 같은 놈! 내가 네놈의 거짓말 때문에 은자를 훔쳤다고 뇌옥에 한 달이나 갇힌 건 잊었나 보지?”

퍼벅!

“아악!”

두강은 장한의 인정사정없는 발길질에 몸을 웅크리고 바닥을 굴렀다.

죽고 싶을 만큼 아팠다. 배가 터지기라도 한 듯했다.

그런데 그때,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저 멀리서 달려오는 자들이 보였다.

동시에 스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끌고 온 장한이 칼을 빼는 소리 같았다.

“잘못했어요! 저도 후회하고 있어요! 살려줘요!”

두강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 했다. 다행히 그의 애원이 먹혔는지 옆에 있던 다른 장한이 말했다.

“이봐, 여기서 죽이면 안 된다니까. 일단 저 위로 끌고 가세.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냥 여기서 죽이고, 시신만 옮기면 돼.”

“그러다 들통나면 총관께서 ‘오냐, 잘했다.’라고 칭찬해줄 줄 알아?”

“제기랄…….”

칼을 든 장한이 망설였다.

그때 두강이 옆으로 굴러가며 소리쳤다.

“구해주세요!”

뒤늦게 고개를 돌린 두 장한의 눈에 삼사 장 앞에 나타난 자들이 보였다.

칼을 들고 있던 장한이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쉬악!

칼이 두강의 목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두강이 엉거주춤 일어나는 바람에 목 대신 팔을 베었다.

“아악!”

두강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반쯤 잘린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 직후 두 장한의 몸뚱이도 뒤로 튕겨져 나갔다. 혁무천이 격공장으로 두 장한을 날려버린 것이다.

두강 앞에 내려선 혁무천은 두강의 팔에서 뿜어지는 피부터 지혈했다.

그 사이 동대안은 혁무천의 격공장에 튕겨져 나간 두 장한을 제압했다.

“아악! 으으으… 좀 더 빨리 왔어야지…… 돌아가면 아버지께 이를 줄…….”

두강은 고통 속에서도 혁무천과 동대안을 원망했다.

찰싹!

혁무천은 두강의 뺨을 후려쳤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커다란 머리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목뼈를 부러뜨리고 싶었다. 물에 빠진 놈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쓸모가 있으니 살려서 데려가야 했다.

“헛소리 말고 잘 들어라. 살고 싶으면 하란 대로 해. 말을 듣지 않으면 버리고 가겠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두강은 혁무천의 무심한 눈을 마주하고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예…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

 

***

 

돈 귀신이라 불리는 전금환도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팔이 반쯤 잘려서 한쪽 팔을 제대로 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목숨을 구한 게 우선이었다.

장사꾼은 머리가 팔보다 열배, 백배는 더 중요했다.

그날 밤, 혈향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금룡장의 안채에서 협상이 벌어졌다.

협상은 백리양이 주도했다.

혁무천은 옆에서 가끔 도와주기만 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차갑게 노려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긴 금룡장도 이제는 천룡방과 등을 돌린 상태 아닌가.

단순히 등을 돌린 정도가 아니었다. 전금환은 천룡방이 아들과 딸을 살해하려는 전수환의 계획을 묵인했다며 분노했다.

“……그럼 그렇게 결론을 내리도록 하지요.”

백리양이 선언하듯 말하고는, 종이에 그동안의 협상 내용을 적어 내려갔다.

한동안 방 안이 고요해졌다.

스스슥, 스슥.

백리양이 일필휘지로 협상문을 적는 소리만 들렸다.

백리양은 같은 내용의 협상문을 두 장 적은 후 인장을 찍었다. 전금환도 찍었다.

“장주, 너무 아쉬워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이 정도 물량을 넘겨준 것만 해도 고마울 뿐이네.”

협상 결과는, 일전에 건넸던 조건보다 비룡장 쪽에 더 유리했다.

그럼에도 전금환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비룡장 측이 그 정도 넘겨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만약 비룡장이 힘으로 금룡장을 집어 삼키려 했다면 그조차 가능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이제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전금환이었다.

그렇게 협상이 끝날 무렵,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목량이 입을 열었다.

“장주의 의견을 하나 물을 게 있습니다.”

전금환이 고개를 돌려서 목량을 바라보았다.

“뭔가? 말해보게.”

“천룡방이 극단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거라 보십니까?”

“극단의 선택?”

혁무천과 백리양도 목량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이 물었다.

“극단의 선택이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오늘의 결과가 알려지면, 천룡방은 구룡대총회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럴 경우 그들이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수장 자리를 내놓을 거라 보시는지요?”

“흐으음.”

금룡장이 비룡장 쪽으로 넘어간 이상 천룡방에게는 승산이 없다.

더구나 천룡방과 마룡성이 하극상을 유발시켜서 금룡장 주인을 바꾸려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마룡성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은 천룡방에 반기를 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패배가 기정사실이 된 천룡방이 취할 행동이다.

“그들은 전세를 뒤엎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네 생각을 말해봐라. 그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예, 대형. 제 생각으로는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무력으로 우리를 짓밟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천화상단과 손을 잡는 것.”

“천화상단과 손을 잡는다?”

무력으로 짓밟으려 하는 것은 이미 예측 범위에 있었다. 그러나 천화상단과의 연합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게 가능할까?”

구룡상단과 천화상단은 중원의 상계를 양분하고 있는 최대의 상단이다.

소 닭 보듯 하면서도 서로 간에 부딪친 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천룡방은 천화상단과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오죽하면 천화상단이 구룡상단을 인정하면서도 천룡방과는 백 년 내에 함께 할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공언했을까.

그들이 연합한다는 것은 마도와 정파가 손을 잡고 한 식구가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제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다 해도, 천룡방이 한 가지만 포기한다면, 천화상단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목량의 말에 백리양이 반사적으로 답했다.

“황하상선?”

전금환도 눈이 커졌다.

“그건 그렇네만… 천룡방은 절대 황하상선을 포기하지 않을 거네.”

황하상선은 황하를 오르내리는 운송업체로 천룡방의 모태였다.

황하상선에 속한 배는 모두 육십여 척. 어느 상단이든 황하를 건너거나 오르내리려면 황하상선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룡방과 천화상단과의 충돌 역시 황하상선 때문이었다.

황하의 운송권을 쥐고 있는 황하상선에 천화상단은 매년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심지어 때로는 황하상선이 운송을 고의로 지연시켜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황하상선은 구주 중 하나이자 황하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수룡방의 전폭적인 보호를 받고 있어서 대체하기도 쉽지 않았다.

“세상에 절대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모용금적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지요.”

“으으음, 그건 그렇지.”

전금환이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백리양도 목량을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목량이 병법과 계략에 밝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혁무천이 중시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자신이 미처 모르는 또 다른 뭔가가 있는 듯했다.

때로는 그의 말에서 섬뜩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저런 사람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니. 도대체 대형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구나.’

나름 젊은 층에서 기재 중 기재로 알려진 그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름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혁무천을 만난 후로는 그동안의 자신에 대한 칭찬이 모두 입바른 소리였나 보다,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면 목 형, 그에 대한 대책은 생각하신 것이 있으시오?”

“일단 정보망을 총 가동해서 천룡방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혁무천이 그 말에 즉시 답했다.

“풍마루에 전령을 보내라.”

“예, 대형.”

그때 전금환이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룡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

비록 말단의 위치라 하나 마룡성은 마도십문 중 하나다. 아무리 금룡장이 무력을 키웠다 해도 그들에 비하면 약할 수밖에.

전금환은 그들의 칼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 대해선 우리가 처리하겠소.”

“그대들이? 설마……?”

“앞으로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하기 위해서라도 확실하게 경고를 보낼 생각이오.”

혁무천은 마룡성을 옆 동네 건달패처럼 취급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양, 너는 비룡장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허창에 들렀다 갈 테니까.”

“저도…….”

“너는 칼이 아니라 황금으로 천하를 상대해야할 사람이다. 무림의 일은 우리에게 맡겨라.”

백리양은 함께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혁무천이 자신을 인정해주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알겠습니다,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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