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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60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1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60화

160화

 

 

아니나 다를까, 혁무천 일행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금룡장에서 찾아왔다.

객잔으로 들어선 자들은 모두 일곱. 그 중 다섯이 무기를 찬 무사들이었고, 두 사람은 비단옷으로 된 상인 복장이었다.

상인 복장을 한 자들 중 한 사람은 사십 대 중년인이었고, 한 사람은 삼십 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그들은 곧장 혁무천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무사들은 호위인 듯했는데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하하, 백리 공자, 오셨으면 바로 본 장으로 오시지 그러셨소이까?”

사십 대 중년 상인이 먼저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백리양은 그를 알고 있었다.

금룡장의 오대행수 중 하나인 정불군이라는 자로 금룡장주 전금환의 심복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바쁘게 길을 오다 보니 피곤함이 쌓여서 하룻밤 편히 쉬고 내일 가려고 했지요.”

“하하하, 우리 금룡장에서도 편한 자리를 마련해드릴 것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지요.”

“죄송합니다만,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서요.”

“하면……?”

“여기 계신 비룡단주께서 이번 일의 책임자이십니다.”

정불군은 비룡단주라는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비룡장이 만마성으로 가는 걸 막으려 했다가 호되게 당하지 않았던가.

그때 그 일의 중심에 비룡단이 있었다.

또한 천룡방 사람들 역시 비룡장에 몰려갔다가 바로 그 비룡단주라는 자에게 당했다고 했다.

“비룡단주께서 함께 오신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그제야 혁무천이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보며 말했다.

“우린 이곳에서 쉬고 내일 아침에 갈 거요. 그리 알고 돌아가서 장주께 말씀드리시오.”

“단주, 그러지 마시고…….”

“그만 가보시오. 오늘 저녁 식사만큼은 마음 편하게 먹고 싶소.”

단호한 혁무천의 말에 정불군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뭔가가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호위로 따라온 자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중년무사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여긴 한구가 아니라 남양이란 걸 잊으신 모양이군.”

젓가락으로 잉어 머리를 콕콕 찍고 있던 동대안이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나섰다.

“남양이 한구와 뭐가 다른데?”

“많이 다르지. 보아하니 여기 있는 사람이 전부인 것 같은데, 우리가 예의를 지켜줄 때 따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거다.”

동대안은 정불군과 그자를 번갈아보았다. 그러고는 곧 그가 단순한 호위가 아니라는 걸 눈치 채고 씩 웃었다.

“이제 보니 처음부터 힘으로 끌고 갈 모양이었나 보군.”

“순순히 따라온다면 우리도 검을 뽑을 생각은 없다.”

중년무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객잔 안으로 무사 십여 명이 더 들어왔다.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밖에서도 무사 삼십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아마 안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그들도 즉시 뛰어들 것이 분명했다.

혁무천 일행은 누구 하나 그들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지만.

동대안이 다시 한 번 중년 무사를 자극했다.

“차라리 검을 뽑아. 그래야 나도 그 목구멍에 검을 쑤셔 넣어주지.”

중년무사가 그 말에 발끈했다.

“눈이나 아니나 쥐눈깔 같은 놈이 어디서……!”

순간, 동대안의 허리 쪽에서 번쩍하며 빛이 솟구쳤다.

슉!

중년무사는 말을 하다 말고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하지만 섬혼의 검첨이 살아 있는 뱀대가리처럼 홱 방향을 틀면서 중년무사의 목을 재차 노렸다.

중년무사는 다시 몸을 틀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섬혼이 그의 입술 가에 붙어 있었다.

동대안은 얼굴이 창백해진 중년무사를 차갑게 노려보며, 약간은 통통하게 느껴지는 입술을 씰룩였다.

“쥐눈깔 박힌 놈에게 입안이 뚫려서 죽으면 어떤 기분일 거 같아?”

중년인의 창백해진 이마 위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도 절정고수로서 나름 자신이 있었다.

비룡장에서 고수들이 올 거라는 말을 듣고도 내심 코웃음 쳤었다.

금룡대주 기목승이 당한 것은 재수가 없었던 것일 뿐이라 생각했다.

기목승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그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듣던 것보다 더 강했다.

감정이 욱해서 방심한 면도 없지 않지만, 설령 그게 아니었다 해도 피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젠장! 어디서 이런 놈들이…….’

그때 문득 한 달쯤 전에 들었던 소문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이자들이 혈왕동의 쌍마괴를 도망치게 만들었다는……?’

꼬챙이 같은 검을 쓰는 자. 눈알이 콩알만 하다고도 했다.

영락없이 앞에 있는 놈과 인상착의가 같았다.

콩알이나 쥐눈깔이나, 크기는 거기서 거기 아닌가.

‘도대체 금보당은 뭐한 거야? 이놈들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하지만 지금은 금보당을 원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어, 움직이지 마. 그럼 나도 손을 쓸 수밖에 없거든. 입이 찢어지면 그거 다 당신 때문이야.”

어떻게든 동대안의 검에서 벗어나려던 중년무사는 그 말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검이 한두 치만 옆으로 움직여도 입이 개구리처럼 쫙 찢어질 판이었다. 피하기에는 눈깔이 쥐똥만 한 놈의 쾌검이 너무나 빨랐다.

그래도 다행히 그는 아직 개구리 입이 될 팔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동 형, 검을 거두시오. 우린 협상하러 온 거지 금룡장을 없애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

혁무천이 동대안을 말렸다.

그런데 말리려고 한 그 말이 더 섬뜩했다.

동대안이 입맛을 다시며 섬혼을 거두자, 혁무천의 시선이 정불군에게로 향했다.

“힘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면 말리지 않겠소. 어쩌면 우리도 그게 말싸움 하는 것보다 편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돌아가서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시오.”

그러고는 손을 털 듯이 저었다.

정불군은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회의 때 무력으로 비룡장 사람들을 압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자신은 그 의견에 반대했다. 어렴풋이나마 비룡단에 대한 소문을 들은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주의 동생이자 총관인 전수환이 고집스럽게 우겼다.

그딴 놈들, 건방지게 굴면 모조리 목을 치면 된다며.

그래서 무룡당 당주 소철명과 함께 왔는데, 일이 우습게 되고 말았다.

명분도 잃고, 기세에서도 밀리고.

이래저래 약점만 내보이고 만 셈이었다.

대등한 거래는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 이제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일만 남았다.

“알겠소, 단주. 그럼 내일 뵙시다.”

“배웅은 하지 않을 거요.”

 

***

 

사시 초, 구름 사이로 해가 막 얼굴을 드러낼 때쯤 금룡장 앞에 혁무천 일행이 도착했다.

기다렸다는 듯 정문이 활짝 열리고, 칠팔 명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어제 객잔으로 찾아왔던 정불군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얼굴이 넓적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이런저런 인사도 생략하고 곧장 혁무천 일행을 안으로 안내했다.

“장주님께선 안에서 기다리시니 따라오시게.”

그는 복장부터 행수가 아니었다.

굵은 눈썹이 하늘로 치켜 올라간 그는 커다란 도를 들고 있었다.

<저자가 바로 금룡장주 전금환의 동생이자 총관인 전수환입니다.>

백리양이 전음으로 혁무천에게 말해주었다.

<별호는 폭화도(暴火刀)인데, 금룡장 안에서도 세 손가락에 드는 절정고수지요. 그런데 성격은 별호와 달리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혁무천은 백리양에게 설명을 들으며 무심한 표정으로 뒤만 따라갔다.

전수환 외의 여섯 사람도 일 장 정도 거리를 두고 좌우에서 혁무천 일행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모두 무사였다. 행수는 한 사람도 없었다.

 

금룡장은 부지가 비룡장보다 작은 대신 건물이 많았다.

족히 이십 채도 더 되는 건물들은 크기도 커서 보는 이에게 위압감마저 주었다.

전수환은 혁무천 일행을 데리고 몇 개의 건물을 빙빙 돈 다음 커다란 삼층 전각으로 데려갔다.

전각의 앞에는 금룡장 무사 이십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은 혁무천 일행이 다가가자 절도 있게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했다.

그것만 봐서는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예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쯤은 혁무천 일행 누구도 모르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곳에도 무사 수십 명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어쩌면 건물의 뒤쪽에도 많은 무사들이 서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 전각을 중심으로 금룡장 전체가 무사들로 둘러싸여서 전각 일대의 대기가 무거운 중압감에 짓눌려 있었다.

“안으로는 세 사람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객당에서 기다리시게.”

전각의 문 앞에 당도한 전수환이 혁무천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좌우에서 따라왔던 자들 중 하나가 바로 말을 받았다.

“우리를 따라 오시오.”

동대안이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 건가? 그렇게 묻는 표정으로.

“나와 백리양, 그리고 목량이 들어갈 거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 동 형은 아우들과 함께 여기서 기다리시오.”

“여기서?”

동대안의 반문에 혁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전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전수환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되네. 이곳은 외부인들이 머물기에 적당치 않네. 그러니 객당으로 가서 기다리게.”

혁무천의 시선이 천천히 그에게로 향했다.

“그럴 수 없다면?”

“훗, 여긴 금룡장이네. 비룡장이 아니야.”

“어제도 누가 그러더군. 여긴 한구가 아니라 남양이라고.”

“알면 따르게.”

“우리는 협상을 하겠다고 해서 왔는데, 하지 않을 생각인가 보군.”

“내 말을 잘못 들었나 보군. 여긴 남양이네. 그러니 남양의 방식대로 협상을 진행할 거네.”

전수환이 말하고는 씩 웃었다. 웃음보다는 조롱기가 더 진했다.

혁무천은 고개를 쳐들어서 하늘을 보고 다시 고개를 내렸다.

“아무래도 금룡장주의 뜻만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알았나?”

그 말에 전수환의 입가에 떠오른 조소가 짙어졌다.

그때 전각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몇 사람이 나왔다.

“그래도 눈치가 없지는 않군. 아쉽겠지만 우리가 한발 먼저 왔지.”

그들을 본 백리양의 표정이 굳어졌다.

<천룡방의 천양단주 공진학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자는 마룡성의 장로인 배응처럼 보입니다.>

공진학은 천룡방에서 서열 사위인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배응 또한 마룡성에서 성주를 보좌하는 최측근 중 하나였다.

천룡방과 마룡성이 작심하고 온 듯했다.

그들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보나마나 금룡장에서 알렸을 테니까.

<전금환의 표정이 묘하군. 꼭 원치 않는 일이 벌어져서 당황한 것 같아.>

<그렇군요. 아무래도 그가 주도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그만한 권한이 있는 자가 했겠지.>

혁무천은 전음으로 말하며 전수환을 바라보았다.

짙은 조소, 자신만만한 태도. 그의 좌우에 금룡장의 핵심 무력단체 수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혁무천은 그 모습을 보고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이 갔다.

다시 고개를 전각 쪽으로 돌린 혁무천이 말했다.

“전 장주, 이게 장주의 뜻이오?”

“그게…… 나는…… 험험…….”

전금환이 헛기침을 하며 좌우 두 사람의 눈치를 봤다.

그 사이 혁무천이 전음을 보냈다.

<장주의 동생이 벌인 일 같소만. 원하는 상황이 아니면 오른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시오.>

머뭇거리던 전금환이 작심을 한 듯 오른손을 들어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허허허, 비룡장에서 우리를 너무 몰아붙이니 어쩌겠는가?”

저 무천이란 놈은 만마성의 소성주와 친구인 놈 아닌가. 그는 천룡방이나 마룡성과 거리가 멀어지는 한이 있어도 만마성과 척을 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비룡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동생인 전수환이 몰래 천룡방에 전서구를 보내 협상 사실을 일러바쳤다.

그는 천룡방과 마룡성에서 사람들이 온 후에야 전수환의 욕심을 눈치챘다.

하지만 때는 늦어서 이제 자신의 자리마저 위태로웠다. 설령 비룡장 놈들을 모두 제거한다 해도 동생 놈이, 아니 천룡방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이판사판이었다.

“그래서 상도의도 저버릴 생각이오? 수십 년을 함께 한 동료와의 약속도 어기면 어찌 상인의 신의를 말할 수 있단 말이오?”

혁무천이 말과 동시에 전음을 보냈다.

<상황이 반전되면 금룡장 무사들부터 수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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