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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15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155화

155화

 

 

탕!

신도명산은 큰소리를 내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앞에는 신도평이 서 있었다.

왠지 몰라도 두 사람 모두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 애는 안 된다.”

“아버님, 저는 은 소저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못난 놈!”

“착하고 아름다운 소저입니다. 비록 부모가 없는 고아이지만, 본가의 며느리로 충분히…….”

“근본도 없고, 부모조차 없는 아이다. 그런 아이를 우리 신도가의 맏며느리로 들이는 게 가당하다고 보느냐?”

“아버님…….”

신도평은 아버지가 가문의 명예에 대해서 집착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이토록 심하게 반대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신도가는 백 년 전 대마천에 의해 무너진 후 수십 년 동안 어두운 그늘 밑에서 지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절치부심해서 마침내 태천검제가 남긴 절기를 찾아내고 천기회를 세웠다.

이미 한번 몰락한 가문. 게다가 세상이 변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은설은 비록 가진 것 없고 천애고아지만, 그 어느 여인보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런 여자라면 신도가의 며느리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생각이 자신과 달랐다.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아들의 부인으로 명문가의 여자를 원했다. 신도가를 빛내줄 그런 여자를.

“정 네가 그 아이를 원한다면 후처로 삼아라. 정부인은 절대 안 된다.”

신도명산의 매몰찬 말에 신도평은 입을 꾹 다물었다.

후처로 삼으라고?

정부인으로 삼겠다고 해도 은설이 받아들일지 말지 모르는데?

“후처로 삼는다고 하면 은 소저는 저를 선택하지도 않을 겁니다.”

“뭐야? 그럼 네 말은…… 아직 그 아이가 네 부인이 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거냐?”

“아버님의 허락을 받은 후 말하려 했습니다.”

“흐음, 그래?”

오히려 그 말에 신도명산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미 다 된 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물도 끓지 않았다는 말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더 생각할 것 없다. 그 아이는 잊어라.”

“그럴 수 없습니다!”

신도평이 반사적으로 반발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신도명산은 그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놈! 이미 내가 생각해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부친과는 오래 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으니 그리 알아라.”

“이야기가 되어 있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 부인은 이미 정해져 있단 말이다. 그리 알고 그만 가서 쉬어라.”

“그 여자가 누군데 저에게 아무런 말도 안 하신 겁니까?”

“너도 보면 만족할 거다. 명색이 천하에서 제일가는 미녀 중 하나니까.”

“예?”

“너도 천상화(天上花)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거다.”

“…….”

신도평은 바로 말을 못했다.

그 이름은 자신도 당연히 들어보았다.

아마 강호의 남자 중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림삼화 중 천상화를 어찌 모른단 말인가.

천상화는 이름이면서도 무림삼화 중 하나를 뜻하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천하제일의 부호라는 천화상단 단주의 딸이기도 했다.

세상의 수많은 남자들이 하늘에 뜬 태양을 보듯 우러러보는 여인.

신도평조차 그 이름을 듣고 입이 달라붙었다.

신도명산이 그런 신도평을 보며 넌지시 말했다.

“어떻게 할 거냐? 이 애비의 뜻에 따르겠느냐?”

신도평은 겨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아버님 말씀…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그제야 신도명산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허허허, 그래, 그래야 내 아들이지. 그만 가서 쉬어라.”

신도평은 인사를 올린 후 방을 나왔다.

하늘을 보니 서쪽 하늘에 반쪽짜리 달이 걸려 있었다. 왠지 오늘따라 그 달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후처라…….’

 

***

 

반달이 서산에 처박힐 무렵,

끼이이이익.

철혈마련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어둠 속 대연무장에 도열해 있던 무사들이 걸음을 뗐다.

모두 오백여 명. 그들이 움직이자 마치 해일이 밀려가며 어둠을 밀어내는 듯했다.

우문척은 기단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군.”

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정파에 대한 응징이 시작된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문척의 가슴에서 피어나는 웅심은 결코 그딴 것이 아니었다.

‘천하를 내 손에 넣고 말겠다. 삼 년… 그 시간이면 충분해.’

 

***

 

혁무천은 형주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비룡장으로 향했다.

소항진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동행했다.

혁무천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룡장과 풍혼문을 이어줄 연결고리가 하나쯤은 있는 게 나았다.

“그런데 무 형. 그동안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옥종서가 만마성에 알리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형주를 나서서 이틀이 지났을 때, 소항진이 우려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혁무천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목량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목량,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목량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대형.”

“그래? 말해봐라.”

“먼저, 옥종서는 만마성에 알리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키워준 외숙부가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알린다면?”

“설령 그리한다 해도 만마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래봐야 그들에게 비룡장은 힘이 조금 강한 상인일 뿐입니다. 정은맹이나 천기회처럼 적대 관계도 아니고, 철혈마련처럼 거대한 무력단체도 아닙니다. 견제하고 싸울 이유가 없지요.”

“잘 봤다. 그리고 천양묵은 아마 우리의 힘이 커지면 이용하려 할 거다. 그러니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더 커지기를 바랄 수도 있다.”

소항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작년 가을 처음 만났을 때의 혁무천은 세상 물정 모르는 강호초출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음모의 배후를 지휘하는 노회한 강호의 고수처럼 느껴졌다.

거기다 끊고 맺는 것이 무섭게 느껴질 만큼 확실했다.

경외감이 들 정도.

‘천하 상계에 한바탕 폭풍이 불겠군.’

천하이대상단 중 하나인 구룡상단이 들썩이고 있으니 이미 폭풍은 시작된 셈이었다.

소항진은 자신이 그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래, 씨바. 남자가 말이야, 한번쯤은 꿈을 크게 꿔봐야지.’

 

***

 

그들을 만난 것은 한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관도를 따라서 마차 십여 대와 무사 백여 명으로 이루어진 상단이 앞서가고 있는 게 보였다.

십여 개의 파란 깃발이 그들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천화상단(天和商團)]

 

구룡상단과 더불어 천하이대상단 중 하나인 천화상단이었다.

그들은 황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들을 건드리면 황궁이 움직인다는 게 정설이었다.

실제 하북성에서는 몇몇 흑도문파가 천화상단을 공격했다가 십만 황군에게 포위당해서 멸문을 당한 적도 있었다.

때문에 천화상단의 깃발은 천하 어디서든 대문파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황궁에 납품할 호남성의 특산물을 운송하는 중인가 봅니다.”

소항진이 상단 행렬을 보고 말했다.

혁무천은 그들의 느린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렬이 워낙 대규모다 보니 당장 속도를 높일 것 같지도 않았다.

“속도가 너무 느리군. 앞질러 가자.”

“예, 대형.”

목량이 강탁, 장평과 함께 앞장섰다.

그들은 천화상단의 행렬을 앞질러 가기 위해서 길 가장자리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상단의 호위 몇몇이 쳐다보았지만, 다행히 길이 넓어서 전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혁무천 일행도 천화상단의 호위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호기심이 일었다.

천화상단의 호위무사 중에는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도 간간이 끼어 있었다. 심지어 절정 경지에 오른 고수도 서너 명은 되었다.

‘단순한 상행은 아니라는 거군.’

혁무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행렬의 중간쯤 갔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불렀다.

“이봐!”

맨 뒤로 처져서 걷던 목량이 고개를 돌렸다.

수염이 덥수룩한 장한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우리를 부른 거요?”

“맞아. 소공자께서 그대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신다.”

약간 앞서 걷던 혁무천도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다가오는 장한 뒤쪽의 마차 안에서 상체를 반쯤 내밀고 있는 자가 보였다.

스물서너 살쯤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단정한 차림에 부채를 들고 있었다.

‘저런 고수들이 호위하고 있고, 천화상단에서 소공자라 불린다면 결코 가벼운 신분은 아닐 거다.’

어차피 언젠가는 천화상단과 얽히고설킬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아니, 그런 때가 곧 올 것이다.

그렇다면 천화상단의 주요 인물을 알아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혁무천은 생각을 마치고 목량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목량이 대답했다.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장한은 혁무천 일행을 청년이 있는 마차로 데려갔다.

어느새 마차는 멈춘 상태였다.

삑! 삐이익!

호각소리가 들리자, 다른 마차와 무사들도 멈추어 섰다. 청년이 그들을 모두 멈춰 서게 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알게 모르게 무사 십여 명이 위치를 바꾸며 청년이 탄 마차를 호위했다.

혁무천은 약간 뒤로 처져서 따라갔다.

그들이 마차에 도착할 때쯤 마차 안에서 곱상한 얼굴의 청년이 두 사람과 함께 나왔다.

청년과 함께 나온 두 사람 중 하나는 삼십 대 중반의 남자였고, 한 사람은 청년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였다.

두 사람은 청년의 좌우에 서 있었는데, 마치 잘 벼린 칼 두 자루가 청년의 양쪽에 꽂혀있는 듯했다.

“목량이라 하오, 공자. 어쩐 일로 부르셨는지요?”

먼저 마차 앞에 도착한 목량이 포권을 취했다.

청년이 마주 포권을 취하며 미소를 지었다.

“천소명이라 하오.”

그의 이름을 듣고 목량의 눈빛이 반짝였다.

“혹 천룡상단 단주의 자제분이 아니신지요?”

“예, 일곱째입니다.”

천화상단주 천궁환에게는 세 명의 부인과 열 명의 자식이 있었다.

칠남삼녀였는데, 천소명은 그 중에서 아들로는 일곱 번째로 막내였고, 전체 자식 중에서는 아홉 번째였다.

“이런 곳에서 천화상단의 공자를 뵙게 될 줄은 몰랐군요.”

“보아하니 가는 길이 같은 것 같은데, 걸어가면서 이야기나 하면 어떻겠습니까?”

곱상한 얼굴만큼이나 예의 바른 말투였다.

목량은 일단 혁무천의 허락여부를 알아보려 했다. 그런데 혁무천의 전음이 먼저 귀청을 울렸다.

<네가 알아서 판단을 내려라.>

멈칫했던 목량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그때 천소명의 옆에 있던 장한이 말했다.

“공자, 처음 보는 사람들과 너무 가까이 하면 위험합니다. 제가 일단 저들의 정체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처음부터 아는 사이인 사람이 얼마나 되겠소. 너무 걱정 마시오.”

“하오나…….”

장한은 혁무천 일행과 마주한 순간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학사처럼 수더분한 자도 제법 강했고, 그들 뒤에 있는 자들 중 칼을 든 자는 자신조차 자신할 수 없는 고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천소명이 손을 들어서 그를 막았다.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말한다 해서 그게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소? 나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말보다 내 눈을 믿는다오.”

미소를 지은 채 말한 그는 혁무천 일행을 향해서 다시 포권을 취했다.

“이 사람의 말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하오. 모두 나의 안전을 위해서 그런 것이니.”

목량도 포권을 취하며 천소명의 말에 응대했다.

“누군가를 호위한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예의 바른 말이라면 목량도 누구 못지않았다.

그 모습을 본 천소명은 만족한 듯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이번 상행을 우겨서 따라온 후 그다지 즐거운 일이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보상을 받는군요.”

“저분 말씀도 일리가 있으니 저희 신분을 밝히지요. 저희는 비룡장 비룡단 사람들이고, 저는 단원인 목량이라 합니다.”

천소명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였다.

“비룡장이라면… 구룡상단 구주 중 하나인 한구의 비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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