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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7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75화

75화

 

 

앞쪽에서는 더 많은 자들이 들어왔을 터.

“위로!”

혁무천이 소리치고는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땅을 박찼다.

신도영조차도 단숨에 삼 장 높이의 지붕 위로 올라갈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혁무천은 지붕을 타고 빠르게 나아갔다. 그러고는 몸을 날려서 옆에 있는 지붕으로 건너갔다.

담장을 넘어온 자들도 그들을 쫓아서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후후후후, 제법 잔머리를 굴린다만,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을 거다, 정파 놈들아.”

“킬킬킬. 이척,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혁무천이 기와를 한 장 집어서 공력을 응축시킨 후 던졌다.

쾅!

기와가 날아가던 중에 폭발하듯 터지고, 수백 조각으로 쪼개진 기와 조각들이 암기처럼 폭사했다.

암기술 중에서도 고도의 수법인 비화폭(飛火爆)이었다.

“뭐, 뭐야? 피해!”

“으악!”

“흩어져!”

경악과 공포로 얼룩진 비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칠팔 명이 기와조각에 부상을 입고 쓰러지거나 지붕에서 떨어졌다.

“동 형이 앞장서. 내가 추적을 늦출 테니까.”

빠르게 소리친 혁무천은 다시 기와를 집어 들고 좌우로 던졌다.

건물 좌우를 따라 몸을 날리던 자들이 화들짝 놀라서 다급히 물러섰다.

기와가 폭발하며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직경 오 장 정도, 거리는 십 장쯤 되었다.

서너 번 기와를 날리며 폭발시키자 추적해오던 자들의 속도가 느슨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칠팔 명은 두려워하지 않고 짓쳐들었다.

몸을 돌린 혁무천이 우뚝 서서 그들을 맞이했다.

스르릉.

검집을 벗어난 천망검이 달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잠깐 사이, 달려오던 무사들이 코앞에 이르렀다.

혁무천은 그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천망검을 도처럼 휘둘렀다.

검신에서 다섯 자나 뻗어나간 검기가 어둠을 그물처럼 갈랐다.

천망검의 예리한 검기는 앞을 막는 모든 것을 잘라냈다.

무기도, 몸도…….

그것은 또 다른 공포였다.

지붕 위에서 뿜어진 피분수가 아래쪽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혈우(血雨).

말 그대로 그것은 피의 비였다.

얼굴에, 몸에 피를 뒤집어 쓴 자들이 주춤거렸다.

그 사이 앞장서서 지붕을 두 개 더 건너간 동대안이 넓은 공터로 몸을 날렸다. 아쉽게도 지붕으로 이어진 도주로도 그곳에서 끝이 났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서 공터에 내려섰다.

“이쪽으로.”

동대안이 지붕에서 몸을 날릴 때 봐 놓은 골목길 쪽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담장의 그림자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자 담장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이 드러났다.

혁무천마저 그 골목길로 진입한 직후 추적자들이 공터에 들어섰다.

쏴아아아아아.

개미떼처럼 몰려든 자들 중에는 귀천교 무리도 있었고, 처음으로 마주친 무리들도 있었다.

언뜻 봐도 백 명이 넘는 숫자.

그들이 두리번거리는 동안에도 수십 명이 더해졌다.

“어디로 갔지?”

“놈들을 찾아!”

몇 사람이 악을 쓰며 분노를 터트렸다.

우왕좌왕하던 자들이 호수 위의 파문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귀천교 서열 오위, 귀혈단 단주 유지강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빌어먹을! 만 하루를 꼬박 숨바꼭질해서 겨우 꼬리를 잡았는데 놓치다니.”

귀천교와 혈마방에서 동원된 인원만 해도 삼백여 명. 절정 경지의 고수가 다섯 명이나 되었다.

놈들의 꼬리를 겨우 잡아서 완벽하게 포위했다 생각했거늘, 잠깐 사이에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자신들은 수십 명의 사상자만 늘어났고.

‘놈들이 곧 만마성의 권역으로 들어갈 텐데…….’

이창까지는 귀천교와 동맹관계인 혈마방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창에서 삼십 리만 서쪽으로 가도 만마성의 분타인 철검방의 영역이었다.

만마성과 적대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 해서 장로를 살해한 자들을 순순히 놓아줄 수는 없었다.

귀천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그런데 누가 장 장로를 죽인 거지?’

문득 지붕 위에서 검을 휘두르던 자가 떠올랐다.

당시 지붕 위에 올라갔던 귀천교와 혈마방 무사들은 결코 하수가 아니었다. 모두 일류 수준의 고수들이었다.

정체불명의 젊은 놈이 그들을 짚단처럼 베어 넘기던 광경이 떠오르자, 유지강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그 새끼 같은데…….’

 

***

 

골목길을 빠져나가자 남북으로 향하는 관도가 나왔다.

혁무천 일행은 관도를 가로질러서 반대편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수풀 속에는 자잘한 나무도 있었고, 튀어나온 바위도 있었다.

아무리 무공고수라 한들 어두운 밤에 그곳을 지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나뭇가지에 눈이 찔릴 수도 있고,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선두에 선 동대안은 자기 집 안마당이라도 되는 듯, 마치 앞에 뭐가 있는지 알기라도 하는 듯 교묘하게 피해갔다.

오히려 뒤따라가는 사람들이 더 긴장해서 조심했다.

“저기 나뭇가지 안 보여요? 잘 보고 내 뒤만 따라오쇼. 앞에 튀어나온 바위 있으니까, 발 조심하고.”

동대안이 그렇게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풀이나 나뭇가지나 그게 그거 같았다.

 

백여 장쯤 들어갔을 때 겨우겨우 따라가던 기윤하가 비틀거렸다.

부상이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전력을 다해 달리다 보니 무리가 간 듯했다.

이척이 그 모습을 보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우,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제 걱정 마시고…….”

혁무천은 기다리지 않고 곧장 대산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산, 부축해.”

“어, 대형.”

장대산이 기윤하를 팔로 감쌌다.

“나는 괜찮…….”

기윤하는 반사적으로 반발하려 했다. 하지만 장대산의 팔이 쇠기둥이라도 되는 듯 꼼짝하지 않았다.

“추적을 따돌릴 때까지만이라도 가만있으시오.”

차가운 혁무천의 말에 기윤하는 힘을 빼고 장대산의 걸음에 보조를 맞췄다.

 

풀숲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십 리나 가서야 풀숲의 끝이 나왔다.

“후우, 드럽게 넓네.”

동대안이 눈에서 힘을 빼고 투덜거렸다.

그때 혁무천이 서쪽을 보며 말했다.

“일단 저 산속으로 들어갑시다. 그럼 놈들도 쉽게 쫓아오지 못할 거요.”

풀숲이 끝나는 곳 앞쪽에는 시커먼 그림자가 누워 있었다.

대별산맥 서북쪽의 끝자락이었다.

서쪽으로 오백 리 가면 등주이고, 서북쪽으로 더 가면 복우산이었다.

 

***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귀천교의 추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구석진 곳 바위틈에서 바람을 피하고 밤을 보낸 혁무천 일행은 해가 떠오르는 반대편으로 산을 넘어갔다.

산을 두어 개 넘어가자 완만한 야산이 펼쳐진 고원지대가 나왔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간간이 보였다.

혁무천 일행이 그 중 제법 큰 마을로 들어가려 하는데, 마을 안쪽에서 몇 사람이 나오는 게 보였다.

무사들이었다.

모두 십여 명.

귀천교 무사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도 귀천교 무리와 다른 무리가 섞여 있었으니까.

상대도 혁무천 일행을 보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걸음을 늦춘 그들은 혁무천 일행이 다가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에 의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가로막힌 상황.

이제 와서 방향을 틀기도 애매하고…….

혁무천 일행은 할 수 없이 그들을 향해 정면으로 다가갔다.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시오?”

길을 막고 서 있던 자들 중 하나가 물었다.

나이는 사십 대 초반쯤?

얼굴에 세로로 기다란 흉터가 난 자였는데, 길을 막고 서 있는 자들의 수장인 듯했다.

그가 품고 있는 기운은 어두우면서도 무거웠다.

어제 싸웠던 장위오만큼은 아니지만 공력 역시 절정 경지에 도달한 듯 느껴졌다.

이척이 나서서 대답했다.

“이창에서 왔소. 마을에 들어가 식사할 곳을 찾으려 하니 비켜주시오.”

“비켜드리는 거야 어려울 것 없지. 단, 그 전에 먼저 내 질문에 대답 해주면 좋겠소.”

“뭘 묻겠다는 거요?”

“어제 귀천교가 누군가를 쫓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소. 혹시…… 그대들이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려. 우리가 왜 귀천교와 싸운단 말이오?”

이척이 워낙 태연하게 말하니, 사십 대 중년인이 멈칫했다.

하지만 곧 입술을 비틀며 조소를 지었다.

“훗, 전풍도 이척이 이렇게 거짓말을 잘할 줄은 몰랐소이다.”

알고도 모른 척했나?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이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철검방의 진마대주 융화라 하오.”

중년인이 조소를 지은 채 포권을 취했다.

이척도 할 수 없이 마주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다.

“이척이오.”

“귀천교가 왜 혈마방까지 동원해서 귀하들을 쫓는 거요?”

“오던 중에 싸움이 나서 귀천교의 호교장로인 철마귀검 장위오가 죽고 말았소. 그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은 거겠지요.”

융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위오 장로가 죽었단 말이오?”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되었소.”

장로가 죽음을 당했다면 만마성도 끝까지 추적을 해서 원한을 갚으려 했을 것이다.

그 예로 악양에서 죽은 왕효의 복수를 위해 만마성도 몇 달 동안이나 강호를 들쑤셨지 않은가.

“장 장로가 죽었다면 눈에 불을 켤 만도 하군.”

“철검방이나 만마성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그만 보내주시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소.”

“뭐가 어렵단 말이오?”

“당신들을 잡으면 귀천교와 괜찮은 흥정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비아냥거림이 역력한 융화의 말에 혁무천이 앞으로 나섰다.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뭐?”

“당신이 뭐라 해도 우린 갈 거다. 비켜서기 싫으면 막아 봐.”

“어디서 이런 미친 새끼가……!”

융화가 발끈함과 동시, 혁무천 역시 고갯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죽이지는 마. 만마성까지 적으로 만들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동대안과 영추문, 장대산이 기다렸다는 듯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융화가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건방진 새끼들! 쳐!”

철검방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들고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혁무천 일행은 그들의 실력으로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잠깐 사이에 융화를 제외한 모두가 나뒹굴었다.

혁무천의 지시가 있어서 죽은 자는 없었다. 대신 뼈가 부러지거나 팔다리가 뒤틀려서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융화는 아직 싸우기 전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었다.

그는 혁무천과 마주서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이면 상대의 검이 자신의 요혈을 쑤시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철저히 기세에 억눌린 상태.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마지막 기회야. ……비켜.”

혁무천의 무심한 말에 융화는 흠칫 몸을 떨고는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섰다.

혁무천은 융화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마지막 대못을 박았다.

“만마성의 질책은 걱정할 것 없어. 만마공자 천화광에게 내 모습을 말하면 아무 책임도 묻지 않을 거야.”

속으로 이를 갈고 있던 융화의 눈이 커졌다.

철검방 같은 분타에게 천화광이라는 이름은 하늘과 동격이었다.

앞에 있는 자가 정말로 천화광과 친하다면 오히려 막는 것이 더 부담이었다.

“아, 알았소.”

혁무천은 대화를 멈추고 융화의 앞을 지나쳐서 걸어갔다.

이척과 기윤하, 신도영도 잔뜩 굳은 표정으로 뒤따라갔다.

융화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

 

등주 운가장의 주인은 황궁에서 수십 년 동안 관리를 지낸 노학사로 알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등주성주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했다.

봄꽃이 만발한 어느 날 아침, 바로 그 운가장의 정문 앞에 몇 사람이 멈춰 섰다.

혁무천과 이척 일행이었다.

 

“약속한 대로 운가장까지 데려다줬으니 우리는 그만 가보겠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내면 강호의 친구들이 우릴 욕할 거네.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게나.”

“우리도 갈 길이 바빠서 지체할 시간이 없소.”

이척이 할 수 없이 본심을 드러냈다.

“그럼…… 단약이라도 돈으로 바꿔가게. 이자는 충분히 쳐주겠네.”

“싫소. 이 단약은 나도 쓸 곳이 있소.”

혁무천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몸을 돌렸다.

말이 길어져봐야 좋을 것 없었다.

“이, 이보게!”

이척이 잡으려 했지만 혁무천은 못 들은 척 걸음을 옮겼다.

그때 신도영이 다급히 물었다.

“무 형, 무 형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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