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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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5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64화
그 말에 창룡검대 무사 중 셋이 멈칫하더니 장천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너희들도 저들과 한 패냐?”
창룡검대 무사 중 하나가 소리치며 장천운을 향해 검을 뻗었다.
장천운은 검이 그를 향해 날아드는 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뾰족한 검첨이 그의 눈앞 한 자 앞에서 멈췄다.
“아니오.”
“아니라고?”
“그렇소. 한패였다면 처음부터 나섰을 거요.”
“사실은 나중에 밝혀도 될 터,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우리를 따라가면 죽이진 않겠다.”
그때 사마경이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운.”
“예, 아가씨.”
“밥맛 떨어지니까 검 좀 치워.”
찰나였다.
장천운이 오른손으로 창룡검대 무사의 검첨을 잡았다.
창룡검대 무사는 자신의 검이 언제 잡혔는지 보지도 못했다. 그냥 어? 하고 보니 검이 잡혀 있었다.
“아가씨께서 검을 치우라 하시오.”
“이놈이……!”
땅!
검신이 다섯 치가량 부러졌다.
동시에 창룡검대 무사가 창백해진 얼굴로 주르륵 밀려났다. 검신을 타고 흐른 진기의 파동에 손이 얼얼해진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장천운을 쳐다보았다.
장천운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부터 검을 겨누면 후회할 일이 벌어질 거요.”
“이 건방진 놈이 감히!”
다른 창룡검대 무사 둘이 장천운을 공격했다.
장천운이 부러진 검신을 들고 있던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따당!
손에 쥔 짧은 검신이 창룡검대 무사의 검을 가볍게 튕겨냈다.
장천운은 두 무사의 검이 위로 튕겨지는 걸 보면서 좌수를 뻗었다.
퍼벅!
둔탁한 소음과 함께 무사 둘이 훌훌 날아가서 탁자를 부수며 떨어졌다.
와장창!
“신경 쓰여서 더 못 먹겠어. 여기서 나가.”
사마경이 젓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장천운도 일어나서 그녀를 호위했다.
“네놈들이 어디서…….”
검이 부러지며 밀려났던 무사가 눈을 치켜뜨고 달려들었다.
장천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옆구리의 검을 잡았다.
쉬악!
벼락처럼 뽑힌 현월이 상대의 검을 후려쳤다.
땅!
현월에 실린 경력은 일개 창룡검대 무사가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 한 번의 격돌에 손아귀가 찢어지고 팔목이 틀어졌다.
“크윽!”
거센 충격을 견디지 못한 창룡검대 무사는 비틀거리며 정신없이 물러서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간단하게 창룡검대 무사 셋을 물리친 장천운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창룡검대의 나머지 무사들은 방호 일행을 쫓아서 뒷문으로 나간 상태였다.
“가시죠.”
***
객잔을 나선 장천운과 사마경은 합비성 중심부로 들어가서 보석을 하나 팔았다.
손톱만 한 보석 하나가 은자 오백 냥으로 바뀌었다.
돈주머니가 묵직해지자 두 사람의 마음도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
“아가씨, 흑월조를 찾아봐야겠습니다.”
“헤어진 지 일 년이나 됐는데, 그들이 아직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있을까?”
“저희가 잡히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어딘가에서 몸을 숨긴 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떠났다 해도 언제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야 했다.
“근데 이 넓은 곳, 어디 가서 찾지?”
“사람 찾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습니다.”
강련곡에서 배운 것은 무공만이 아니었다.
강호의 습성은 물론이고, 호위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낱낱이 기록된 책자도 달달 외워야 했다.
그러한 책자에는 정보를 사고파는 곳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었다.
장천운은 뒷골목 세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지식을 남보다 훨씬 더 빠르게 습득했다.
문제는 그런 자들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운이 좋으면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어떻게?”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거든요.”
두 사람은 대로를 벗어나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 후 이십여 장쯤 걸어서 음침한 곳에 접어들었을 때 누군가가 뒤쪽으로 다가왔다.
“어이,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잠깐 우리와 이야기 좀 하지?”
장천운은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
만보점이라는 보석상을 나온 지 얼마 후부터 몇 사람이 따라붙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목적? 뻔했다.
“아가씨, 이런 곳에는 원래 쥐새끼들이 들끓는 법입니다. 특히 돈을 보면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저 죽을 줄 모르고 달려들죠.”
사마경도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힘없는 사람은 꼼짝없이 당하겠네?”
“예. 그래서 힘없는 사람은 항상 가진 것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조심해야 하죠.”
다가오는 자는 모두 다섯. 각자의 어깨와 옆구리에 도끼와 거치도 등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커다란 무기가 매달려서 달랑거렸다.
심지어 벌써부터 손에 들고 있는 자도 있었고.
그들은 장천운과 사마경의 대화를 듣고 피식 웃었다.
“새파랗게 어린 촌놈들이 겁이 없군. 장난감을 들고 다니니 겁이 없어진 건가?”
“저러다 대가리가 목에서 떨어지면 꽥, 하고 소리를 지르지.”
“내장을 꺼내서 목걸이를 만들어주면 좋아할지 모르겠어, 흐흐흐.”
낡은 청의를 입은 장천운과 사마경은 그들의 눈에 영락없이 촌놈이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두 사람에게 겁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겁을 먹기는커녕 사마경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튕겼다.
“천운, 대충 치워.”
“치우기 전에 먼저 알아볼 게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도끼를 빼든 배불뚝이가 온몸을 흔들며 웃었다.
“크크크크, 애새끼들이 웃기는군. 지들이 무슨 강호 고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퍽!
장천운의 주먹이 그의 입에 틀어박혔다.
턱뼈와 이가 한꺼번에 와르르 나갔다. 배불뚝이는 충격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는지 눈을 뒤집어까며 꼬꾸라졌다.
거치도를 든 자가 눈을 부릅떴다. 배불뚝이가 도끼를 쳐드는 것 같았는데 쓰러진 것은 배불뚝이였다. 턱과 이가 모조리 나간 채.
보통 놈들이 아닌 듯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있지 않은가.
“이 씨발놈이! 일단 조져!”
거치도와 나머지 세 장한이 동시에 장천운을 공격했다.
강아지가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듯했다. 호랑이의 가벼운 앞발질에 툭툭 떨어져 나가는 강아지들.
퍽! 빡! 퍼버벅!
윽! 캑! 끄억!
네 사람은 옆에서 지켜보던 사마경이 안쓰러워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혼천수라권은 매타작에 있어서 천하제일의 권법이었다. 굳이 공력을 끌어올릴 것도 없었다.
몇 사람이 골목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 와중에도 장천운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맞아도 싼 놈들이다.
자신과 사마경이 힘없는 양민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돈은 돈 대로 빼앗기고, 이들의 손에 몸이 몇 조각으로 잘렸겠지. 어쩌면 사람고기를 판다는 흑점에 팔렸을지도 모르고.
장천운은 네 사람이 정신을 잃기 직전에서야 손을 멈췄다.
얼굴이 두 배로 커진 거치도가 덜덜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다른 놈들은 목뼈가 부러졌는지 고개도 못 들었다. 눈도 퉁퉁 부어서 벌어지지 않았고. 아마 부기가 가라앉아서 눈을 떠도 앞을 못 볼지 모른다.
걷기도 힘들 걸? 무릎 뼈가 박살났을 테니까.
그래도 상관없다. 이런 놈들은 앞을 못 보는 게 낫다.
장천운은 거치도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이런 짓 하고 다니면 정보상인도 잘 알겠지?”
***
합비성 남서쪽 화화로(花火路)에는 온갖 군상이 밀집해서 살고 있었다.
기루와 주루, 객잔, 도박장, 청부업자 등등.
그리고 정보를 팔고 사는 정보상인도 두어 명 활동하고 있었다.
보정루라는 작은 주루를 운영하는 왕규도 그러한 정보상인 중 하나였다.
나이 마흔다섯, 빼빼 마른 몸에 작은 키.
겉모습은 누가 봐도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주루의 주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험하기로 소문난 화화로에서도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바람에 세게 불던 그날 유시(酉時:오후5시~7시) 무렵, 그가 운영하는 보정루에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손님이 들어왔다.
보정루의 단 하나 있는 점소이 우강은 크고 작은 청년 둘이 들어와서 한쪽 탁자에 앉자 찻주전자와 행주를 들고 다가갔다.
“뭐 드실 거요?”
왜 와서 사람 귀찮게 하냐는 투.
망해가는 주루의 점소이나 할 법한 전형적인 말투요, 표정이었다.
그러나 장천운은 보정루가 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기에 그의 태도에 대해서도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명화주와 간단한 안주를 내오게. 그리고 주인을 만나고 싶은데, 계신가?”
“계시긴 한데, 지금은 바빠서 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요.”
장천운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손을 가만히 폈다가 쥐었다.
반 냥 크기의 은자가 보였다가 감춰졌다.
점소이 생활 삼년의 우강이 왜 그 뜻을 모를까.
눈빛이 변한 그가 밝은 웃음까지 지으며 재신을 맞이하듯 공손히 말했다.
“헤헤헤, 그래도 제가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요.”
장천운이 다시 손을 폈다.
“괜찮은 거래가 될 거라는 말도 전해주면 좋겠군.”
“걱정마십쇼.”
우강이 잽싸게 은자를 낚아채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천운, 그가 정말 흑월조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일단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죠.”
강련곡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합비에는 유명한 정보상인이 셋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보정루의 주인, 왕규였다.
그 시각. 왕규는 차를 마시며 부하들로부터 날아든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사각형의 기다란 얼굴, 각진 턱, 그 밑에 매달린 염소수염, 보고서를 들고 있는 빼빼 마른 팔은 뼈에 거죽만 씌워진 듯했다.
“썩을 놈의 새끼들. 이게 글자야, 그림이야?”
삐뚤빼뚤한 글자는 마치 비문처럼 느껴질 정도로 엉망이었다.
아마 수 년 동안 보고서를 받아본 왕규가 아니라면 몇 자 해석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 나리,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요.”
밖에서 들리는 점소이의 목소리에 왕규는 보고서에서 눈을 뗐다.
“누군데?”
“정체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괜찮은 거래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요.”
괜찮은 거래?
주루의 주인에게 그런 말을 할 놈은 없다. 있다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놈들뿐.
“옆방으로 데려와.”
왕규는 앞에 앉은 두 사람을 보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겉모습은 특별할 게 없었다. 키가 크고 작은 두 젊은 놈.
그런데 묘하게도 등골을 타고 거미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거 기분 더럽게 나쁜 놈이네.’
이십 년 동안 정보장사를 하며 얻은 경험에 의하면 이런 놈이야말로 진짜 위험한 놈이었다.
그래서 새파랗게 젊은 놈들인데도 말을 조심했다.
“무슨 거래를 하시자는 거요?”
“거두절미하고 말하지요. 합비에 들어온 사람을 찾고자 합니다.”
“합비에 들어온 사람?”
“한두 사람이 아니니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래요? 어디 자세히 말해보시구려.”
“찾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열 명. 개중에는 삼십대 여인도 있습니다.”
장천운은 흑월조와 소연추의 겉모습과 시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작년 십일월 중순에서 십이월 초 사이 합비에 들어왔을 거요.”
사마경이 힐끔, 장천운을 쳐다보았다.
소연추와 저두심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장천운은 그들까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저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사요?”
“그렇습니다.”
“실력은?”
장천운이 무심한 눈으로 왕규를 직시한 채 검지를 뻗어서 천장과 벽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