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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62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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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적호위 62화

장천운이 운공요상에 몰두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사이 열흘이 지났다.

그날 오후, 마침내 독왕이 연단실에서 나왔다.

운공을 마치고 초식을 수련하던 장천운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한쪽에서 봉황검을 연마하던 사마경도 독왕을 보고 뽀르르 달려왔다.

“받아라.”

장천운 앞에 다가온 독왕이 특유의 칼칼한 목소리로 말하며 대나무통을 던졌다.

장천운은 해독제가 든 대나무통을 받아서 슬쩍 흔들어 보았다. 단환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어보니 적어도 열 개는 들은 듯했다.

‘당분간 독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독왕이 내심 흡족해하는 장천운을 보며 툭, 한 마디 내뱉었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무슨 말씀입니까?”

“절망할까봐 말을 안 했다만, 백령혼은 독기가 워낙 강해서 해독된다 해도 단전이 상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독기도 기운, 기운을 담을 그릇이 약하면 깨지는 거지.”

장천운의 표정이 살얼음 깔린 듯 굳어졌다.

“정말입니까?”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는 걸 네가 더 잘 알잖느냐?”

“아직 단전에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운이 좋다는 거다. 솔직히 나도 무척 놀랐다. 네놈의 그릇이 백령혼의 기운을 감당할 정도로 단단할 줄은 몰랐거든.”

그제야 장천운의 표정이 풀어지고, 잔뜩 힘이 들어갔던 어깨가 늘어졌다.

‘후우, 그 말이 사실이길 빌어야겠군.’

독이라면 신물이 나는 그였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때 독왕이 말했다.

“나는 준비되는 대로 바로 떠날 생각이다.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진세의 생문을 막을 생각이니, 독지를 건너서 갈 생각이 아니라면 너희들도 떠나도록 해라.”

장천운은 사마경을 업고서 암연독지를 건너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준비할 것도 없으니 바로 나가죠.”

독왕은 미련없이 몸을 돌려서 연단실로 다시 들어갔다.

장천운은 대나무통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사마경이 어느새 바짝 다가와 있었다. 오늘따라 눈빛이 더욱 더 반짝거렸다.

시선은 그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고. 정확히는 대나무통을.

장천운은 대나무통의 뚜껑을 열고 손톱만 한 단환 세 개를 꺼냈다.

기다렸다는 듯 사마경이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세 개면 되죠?”

“두 개만 줘도 되는데, 세 개 주면 고맙지.”

말이나 못하면…….

 

장천운과 사마경은 절독곡을 나서자마자 독왕과 헤어졌다.

작별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었다. 독왕 남사명이 진세의 생문을 막자마자 ‘그 동안 수고 많았다.’라는 말만 하고서 휙 몸을 날려 떠나갔으니까.

“천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바로 산에서 나갈 거야?”

사마경이 뿌연 안개에 휩싸인 절독곡을 슬쩍 내려다보고는 장천운에게 물었다.

부수입 덕분인지, 아니면 세상으로 나온 게 즐거운지 몰라도 표정이 무척 밝았다.

그 모습을 보니 빼앗긴(?) 해독제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내공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산에서 나간다 해도 힘이 없으면 버텨내기가 힘드니, 당분간은 산 안에서 지내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사마경이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서 쫓겨 다니는 것보다 산 안에서 지내는 게 더 편했다.

장천운과 이렇게 산속에서 오순도순 사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듯했다.

“내 생각도 그래. 몇 달만 더 지나면 백부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해가 지나면 공손백의 반대파들이 공손백의 성주 취임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

그럼 사마경이 십이지부를 등에 업고 대항할 우려도 종식되는 것이다.

“일단 기거할 장소부터 찾아보죠.”

 

***

 

사마경이 그 통나무집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장천운과 함께 산속을 헤맨 지 세 시진쯤 지났을 때였다.

속이 부글부글 끓으며 미미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설사가 난 듯했다.

가까운 곳에서 볼일을 볼 수는 없는 일. 그녀는 장천운에게 ‘절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면 안 돼.’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리고는 이십여 장 떨어진 절벽 아래쪽 숲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조금 더, 조금 더’하며 들어가다 보니 붉은 절벽 앞에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절벽 앞에 넝쿨로 뒤덮인 통나무집이 있었다.

통나무집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입구마저 넝쿨이 뒤엉켜 있었다.

그녀는 일단 볼일을 본 뒤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장천운을 불렀다.

“천운! 이리 와봐!”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득달같이 달려온 장천운도 그 통나무집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 멋진데요? 여길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사마경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다.

“어떻게 찾긴? 숲속으로 들어오다 보니까, 딱 느낌이 오지 뭐야.”

“근데 이게 무슨 냄새죠? 꽤 고약한데요?”

바람이 동쪽에서 불었다. 냄새는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사마경이 들어갔다 나온 숲속에서.

얼굴이 벌게진 사마경이 서둘러서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안쪽부터 살펴보는 게 좋겠어.”

 

통나무집은 두 사람이 지내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가운데 벽이 있어서 방이 둘로 나뉘어 있었는데, 사마경은 그 점이 조금 불만(?)이었다.

벽은 왜 만들어? 같이 지내도 되는데 말이지.

어쨌든 통나무집이 마음에 든 두 사람은 지저분한 안을 정리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쌓인 흙먼지가 한 뼘은 될 듯했다.

그래도 그 흙먼지 속에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큰 그릇과 손바닥만 한 질그릇을 다섯 개나 찾아낸 것은 큰 성과였다.

사발은 없었다.

 

***

 

거처를 마련한 장천운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일에 열중했다.

사마경도 항상 장천운의 보호만 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공수련에 전념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수련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목검으로 비무를 하며 실전에 대한 감각도 키웠다.

공력을 최소화한 상태에서의 초식 대결.

물론 주로 맞는 사람은 사마경이었다.

덕분에 장천운은 사마경의 원한(?)에 사무친 복수의 다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

비무를 할 때만큼은 봐주는 법이 없었으니까.

 

“흥! 엉덩이를 때려? 두고 봐! 다음에는 내가 때릴 거야!”

“그렇게 사정없이 때리는 법이 어디 있어!”

“정말 그럴 거야? 호위무사가 감히 소성주를 때려?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흥흥흥! 내가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언젠가는 반드시 복수하고 말 테다!”

그러다 운 좋게 한 대 때리기라도 하면 그간 쌓인 한이 다 풀린다는 듯 즐거워했다.

“깔깔깔! 어때! 아프지?”

사실 장천운이 봐주어서 때린 것이었다. 그녀도 그 사실을 모르진 않았지만, 때린 것 자체로 즐거웠다.

장천운이야 억지로 맞아줄 때마다 후회했지만.

‘킁, 봐준 걸 알면서도 그렇게 세게 때리는 법이 어딨어? 하여간 소성주도 속이 좁다니까.’

 

어쨌든 비무를 하면서 사마경의 초식 운용이 빠르게 숙달되었다.

석 달이 지났을 때는 환술을 가미하거나 천뢰구검을 펼치지 않으면 그녀의 몸에 손을 대기가 힘들어졌다.

공력뿐만이 아니라 초식의 운용까지도 절정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수련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장천운은 공력을 완전히 되찾았고, 사마경은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진정한 절정고수가 되었다.

장천운과 사마경은 밖으로 나가서 유모와 흑월조를 찾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두 달을 더 보냈다.

그리고 십일월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곽산을 나서기로 결정했다.

 

***

 

십일월이 사흘 남은 날 밤.

은은한 주향이 흐르는 방 안에서 공손백과 백리호가 술을 마시며 그간의 기다림을 정리했다.

“이제 한 달 남았군. 그 어느 때보다 긴 한 달이 될 거 같아.”

“곽산에서 죽었든, 살아서 도망쳤든 사마경이 십이지부로 가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사형.”

“나 역시 사제와 같은 생각이다.”

“이제 사형의 성주취임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하긴 지금쯤이면 혁련광과 사대지부 주인들도 마음의 정리가 되어 있겠지.”

“그들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들보다 우문각의 태도가 애매모호하게 느껴집니다.”

뜻밖의 말이었던 듯 술잔을 들다 멈칫한 공손백이 백리호를 응시했다.

“우문각이? 왜?”

“제가 아는 우문각은 구미호 열 마리보다 더 음험한 자입니다. 그런 자가 순순히 사형을 따른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나 역시 그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누가 뭐래도 구천성의 총사가 아니냐?”

“제가 시험해볼까요?”

“그럴 필요까진 없다. 우문각에게 반란을 일으킬 만한 힘이 있다고 보느냐?”

“그럴 힘은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걱정할 것도 없다. 어차피 그가 움직인다 해도 대세를 뒤틀기에는 늦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사형.”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백리호의 눈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사형에게는 위협이 안 될지 몰라도 저에게는 아주 큰 위협이 될 자입니다.’

그때 공손백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는 나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더 문제다.”

나극은 성격상 꿈을 포기할 자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 봄 이후로 움츠러든 채 움직임이 없었다.

동반관계가 깨진 이상 그는 언제든 자신의 뒤통수를 칠 위협의 존재거늘.

“사형께서 성주가 되면 조바심이 나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겁니다. 그때 정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공손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백리호의 의견을 나직한 목소리로 평한 그는 들고 있던 술잔을 목구멍 안으로 털어 넣었다.

‘호랑이는 한 산에 한 마리만 있으면 되는 법. 그대는 이제 내 상대가 아니다, 나극.’

 

***

 

십일월이 이틀 남은 날 밤에는 나극과 독고태가 술자리를 가졌다.

“공손백이 성주의 자리에 오르면 장인어른을 절대로 그냥 놔두지 않을 겁니다.”

“나도 안다. 그는 욕심이 많은 자지. 그리고 십 년이 넘도록 복수심을 가슴에만 품고 있을 만큼 독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도 나를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는 장인어른을 함부로 못할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기회가 오기만 기다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자입니다.”

나극은 이마를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독고태를 바라보았다.

“그를 견제할 마땅한 방법이라도 있느냐?”

차갑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독고태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 중 하나가 우문각입니다.”

“그를 제거할 생각이냐?”

“아닙니다.”

“그럼?”

“그를 끌어들여볼 생각입니다.”

“뭐야? 공손백과 손을 잡은 그가 순순히 돌아서겠느냐?”

“우문각, 음흉하기가 구미호 같은 그놈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냉혈을 지닌 놈입니다. 그러니 공손백이 내민 손을 잡았다 해도 그에게 모든 것을 내줄 마음은 결코 없을 겁니다.”

“나 역시 그를 안다고 할 수 있다. 네 말대로 그는 공손백에게 마음을 모두 주지는 않았을 거다. 그래도 어쨌든 현재는 공손백과 손을 잡지 않았느냐?”

“그에게 제안을 해볼 생각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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