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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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53화
고광천은 어이가 없었다. 호현에게 두들겨 맞고 이렇게 도망을 다니는 신세가 황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멈춰 서서 일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곡성을 개방한 호현 하나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데 허학진인은 그조차도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고수 중의 고수인 것이다.
그에 고광천은 빠르게 몸을 날리는 것밖에는 수가 없었다.
한편 무곡성에 먹힌 채 죽여야 할 적, 고광천의 뒤를 호현이 미친 듯이 쫓고 있었다.
“크르릉!”
예전 호현이 무곡성을 개방했을 때에는 녹존성의 기운에 정신이 충격을 입었을 때였다. 그 당시에는 몸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정신은 남아 있어 상황을 살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광천의 공격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그 몸을 보호하기 위해 무곡성이 개방된 터라 호현의 몸에는 한 점의 의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호현의 의식은 지금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으……. 뭐지? 뭐가 이렇게 들썩거리는 거지?’
자신이 말을 타고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몸이 들썩거리는 것에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은 주위 경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 꿈인가?’
문득 호현은 자신이 꿈을 꾸는가 싶었다. 분명 지금 움직이고 있는 몸은 자신의 것인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짐승처럼 네 발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라면 자신이 이렇게 짐승처럼 달리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후! 이거 스승님이 봤다면 난리를 치셨겠구나.’
예란 자신의 몸가짐을 정갈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네 발로 땅을 뛰어다니는 것은 예를 어기는 것이다.
속으로 웃던 호현은 문득 저 멀리 뛰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익다는 것을 알았다.
옷이 많이 찢어지고 여기저기 핏자국들이 보여 많이 낭패한 모습이지만 그 뒷모습이 눈에 익은 것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고 어르신?’
자신의 앞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의 기운이 고 어르신이라는 것을 안 호현은 순간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고광천과 싸우던 것과 싸우던 중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호현은 자신의 몸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그 미친 상태다.’
유표와 싸웠을 때 자신이 정신을 잃고 미친 듯 움직였던 상태라는 것을 안 호현은 급히 정신을 집중했다.
전에 그런 상태가 됐을 때 자신이 했던 잔혹한 짓들을 떠올렸다.
그 당시 호현은 사람을 맨손으로 찢어 죽이고 터뜨려 죽였던 것이다.
“크르릉!”
게다가 자신이 이런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무척 싫었다.
그에 호현은 정신을 집중하며 몸의 통제력을 찾아오기 위해 노력했다.
제11-12장 유표, 나타나다
빠르게 몸을 날리던 고광천은 순간 패도적이기 이를 데 없는 장력이 날아오는 것에 급히 몸을 솟구쳤다.
꽈꽈꽈꽝!
엄청난 폭음과 폭발에 고광천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뭐야?’
하지만 그 놀람은 곧 당혹과 위기로 변했다. 잠시 몸을 솟구치는 그 짧은 순간 어느새 호현이 다가와 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런!”
그에 고광천이 연속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타타타탓! 퍼퍼퍼펑!
탄음신공에 적중된 호현이 빠르게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던 고광천의 눈에 누더기를 뒤집어쓴 노개 한 명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결 장취삼?’
그리고 장취삼의 손에서 화려한 황금빛이 솟구쳤다.
“강룡십팔장!”
중원의 수많은 패도지학 중 천하제일이라 칭해지는 개방의 절대무학 강룡십팔장.
그것도 극성을 넘어 하나의 도를 이룬 강룡십팔장이었다. 장취삼의 장력이 의미하는 바를 안 고광천이 다급히 거문성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을 향해 장취삼의 강룡십팔장의 기운이 짓쳐들었다.
“타핫!”
기합과 함께 고광천이 그대로 장취삼의 장력을 후려쳤다.
펑!
“끄윽!”
내장을 진탕시키는 듯한 위력에 신음을 토한 고광천이 장력의 여파를 타고 몸을 솟구쳤다.
파앗!
빠르게 몸을 날리는 고광천의 모습에 장취삼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놈! 못 간다!”
일갈을 지르며 몸을 날리던 장취삼의 몸이 순간 비룡번천의 수법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방금 장취삼이 있던 곳에 폭음과 함께 호현의 몸이 내리꽂혔다.
꽝! 후두둑!
호현의 몸이 꽂히며 터져 나간 흙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과 함께 허학진인이 내려섰다. 그리고 그 옆에 같이 내려섰던 칠과 팔은 재차 몸을 날려 고광천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으르릉!”
괴음을 흘리며 호현이 재차 장취삼을 향해 달려드는 것에 허학진인이 놀라 그를 막아섰다.
“멈춰라!”
허학진인이 중간을 막는 것에 호현이 땅을 박차 그를 뛰어넘었다.
자신을 넘어 재차 장취삼을 향해 달려드는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몸을 날려서는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자신의 다리를 잡는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 호현이 그것을 뿌리치기 위해 힘을 주려는 순간 장취삼의 장력이 날아들었다.
펑!
“크아악!”
고통 어린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가는 호현을 향해 장취삼이 몸을 날렸다.
“어린놈이 살기가 지독하구나!”
호현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에 장취삼은 그를 마인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 모습에 허학진인이 급히 소리쳤다.
“취삼! 여기는 내가 맡을 것이니 자네는 일월교 잔당을 쫓게!”
허학진인의 고성에 장취삼이 호현을 한 번 보고는 고광천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허학진인이 맡겠다고 한 이상 호현은 그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장취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월교 잔당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장취삼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날리던 호현은 속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저분은 개방의 고수야. 멈춰!’
장취삼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거지 복장을 보고 그의 정체를 짐작한 호현은 자신의 몸을 멈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무곡성은 장취삼을 적으로 인식한 듯 멈추려 하지 않았다.
고광천을 공격하다 날아온 강룡십팔장의 위협적인 기세에 그를 적으로 인식한 것이었다.
“으르릉!”
자신의 발을 낚아채는 허학진인의 행동에 호현은 급히 정신을 집중했다.
허학진인이 자신을 막아서는 지금 어떻게든 몸의 통제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전에 유표에 의해 무곡성이 개방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풀어내지 못한 것이다.
“으르릉!”
호현의 발을 붙잡은 허학진인이 힘으로 그의 몸을 내리눌렀다.
“정신 차려라!”
허학진인의 외침에 호현이 연신 몸을 비틀었다. 다행이라면 허학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끄윽! 무슨 놈의 힘이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허학진인은 호현을 막기 위해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호현이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허학진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도가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호현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가의 기운이 몸에 흡수되기 시작하자 호현의 눈빛이 천천히 원래의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와 함께 발작을 하듯 몸을 움직이던 호현의 몸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허학진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 괜찮으냐?”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휴! 저는 괜찮습니다.”
이성을 찾고 말을 하는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허학진인의 품에서 몸을 빼낸 호현이 말했다.
“진인께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못난 모습이라기보다는 놀라운 모습이더구나.”
호현을 보던 허학진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고광천이나 칠과 팔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자.”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익숙한 행동이기에 허학진인이 그에 맞추어 경신법을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허학진인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 호현이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파앗!
하늘 높이 솟구친 호현이 그대로 고광천이 날아간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이야기를 해 보자. 생사박은 어디에서 익힌 것이냐?”
“생사박?”
생사박이라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 허학진인이 말했다.
“아까 네가 사용하던 연환식을 말하는 것이다. 모르느냐?”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호현이 정신을 차린 것은 달아나는 고광천을 추격하면서부터였다.
그러니 자신이 고광천과 싸우면서 썼던 무공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말에 호현은 자신이 펼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천불전의 나한도? 그런데 내가 그것을 펼쳤다고?’
의아한 얼굴로 허학진인을 보던 호현이 물었다.
“그것이 생사박입니까?”
“나도 잘 모른다. 이때까지 생사박을 보고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으니 그에 대해 전해지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생사박이라는 무공이 실재하는 것이라면 나는 네가 펼친 무공이 그것이라 생각한다. 일 초 일 초가 모두 살초에 연환이 되는 무공은 그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말했다.
“살초라면 죽이는 무공을 말하는 것입니까?”
“맞다.”
“어찌 소림사와 같은 불문에 그런 무서운 무공이 있다는 말입니까?”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의 눈에서 이채가 발했다.
“생사박이 소림의 것이란 것은 어찌 알았느냐?”
“그야…….”
말을 하던 호현이 입을 다물었다. 해운대사가 천불전의 비밀을 풀면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말라 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군. 알았다.”
호현의 성격상 한 번 말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더 물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허학진인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에 대한 답은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림사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면 그저 아니라고 하면 될 것을 말을 할 수 없다 하였으니……. 이미 답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일월교의 교주를 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서둘러라.”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전력을 다해 기운을 끌어들였다.
우르릉!
그러자 호현과 허학진인의 몸이 번개처럼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한참을 하늘을 날아가던 호현은 곧 거대한 기운들이 싸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몇은 호현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바로 칠과 팔, 그리고 고 어르신의 기운을 말이다.
기운을 느끼는 것과 함께 폭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꽈꽈꽝!
그에 허학진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가자!”
“알겠습니다.”
허학진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호현도 그쪽을 향하고 있었기에 곧 그들의 눈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고광천과 장취삼, 그리고 칠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그 옆에서 팔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에 호현과 허학진인이 팔의 곁에 내려섰다.
“늦었습니다.”
잔뜩 화가 난 듯한 팔의 말에 허학진인과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다쳤군.”
허학진인의 말에 팔이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 쪽 옷자락에는 검붉은 선혈이 묻어 있는 것이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주제넘게 나서기 좋아하다 죽을 뻔했습니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군.”
허학진인의 말에 팔이 장취삼과 칠의 협공을 견디고 있는 고광천을 바라보았다.
“대단하군.”
허학진인의 중얼거림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고수입니다.”
호현의 말에 팔이 그를 바라보았다.
“대단? 지금 대단이라고 한 건가?”
“왜 그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