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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5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52화

성녀의 말에 유표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큰 결단을 내리는 데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았지만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한 것이 지금처럼 편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큰 짐을 내려놓으니 이리 개운한 것을……. 그동안 왜 이리 더 많은 짐을 지려고 안간힘을 썼는지 모르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유표가 성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성녀께서는 본교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이라 보십니까?”

 

“그야 교도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대수께서는 저와 생각이 다르십니까?”

 

성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유표가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본교 교도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유표의 말에 성녀의 눈빛에 살기까지 어리기 시작했다. 교의 상징인 성녀 자신과 교도들의 가장 큰 어른인 대수가 서로 반목을 하니 일월교가 잘 돌아갈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성녀의 모습에 고개를 작게 저은 유표가 입을 열었다.

 

“성녀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의라는 것입니까?”

 

“대의라……. 후! 그렇습니다.”

 

“저도 제 대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녀의 말에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이 본교의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본교의 상징인 성녀와 교도들을 이끄는 저 대수의 대의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성녀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유표와 성녀가 생각하는 교를 위한 방식은 달랐던 것이다.

 

그런 성녀를 보며 유표가 입을 열었다.

 

“그것을 고칠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저와 성녀의 대의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됩니다.”

 

유표의 말에 성녀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교주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교주를 논하는 유표를 보며 성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당파에 의해 본산이 공격을 당해 교주가 죽은 이후 일월교의 교주 자리는 비어 있었다.

 

교주가 후계를 정하지 않고 죽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지만 파군성을 익힌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유였다.

 

“그 말씀은…… 혹 고광천 어르신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성녀의 물음에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본교의 상징인 북두신공을 대성하신 분이시고 배분으로 따져도 가장 큰 어르신입니다. 또한 성녀와 저를 아우를 수 있는 분은 스승님뿐이십니다.”

 

“그것은 그렇지만…… 어르신께서 교주 지위를 맡으려 하시겠습니까?”

 

“교를 위한 일이니 저나 성녀께서 나선다면 스승님께서도 거절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본교에 없던 교주가 생긴다면 분열이 된 본교의 힘을 하나로 합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주저하는 성녀의 모습에 유표가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본교에는 파군성을 터득한 스승님을 따르는 자들의 수도 상당합니다. 스승님께서 교주의 자리에 오르지 않는다면 성녀와 저로 분열된 교는 다시 또 셋으로 분열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원하십니까?”

 

유표의 말에 성녀가 입을 다물었다. 둘로 분열된 교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셋으로 분열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승님을 교주의 자리에 오르시게 하여야 합니다.”

 

“어르신께서는 교주가 될 수 없다 하여 교를 떠나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지금 와서 교주가 되시려 하시겠습니까?”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젓는 성녀를 보며 유표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본교에 닥친 위기를 보고도 나 몰라라 하실 분은 아닙니다.”

 

“작금의 위기가 크기는 하지만 이런 위기는 본교에 늘 있었습니다.”

 

“위기는 늘 있었지만 대수가 없던 적은 없습니다.”

 

“대수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유표의 말에 성녀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듯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오늘부터 저는 대수 지위를 버릴 것입니다.”

 

쿵!

 

대수 지위를 버리겠다는 말에 성녀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그러고는 유표의 심복인 월신사자를 바라보았다.

 

월신사자는 이미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얼굴이 참담하게 굳어 있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월신사자까지 그런 모습에 성녀는 유표가 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굳이 대수께서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르신을 중심으로 저와 대수께서 힘을…….”

 

이때까지의 관계 때문인지 힘을 합친다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은 성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에 유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생각에 스승님께서는 저와 성녀의 반목이 정리가 된다면 다시 은거를 하실 것입니다.”

 

“제가 막을…….”

 

“저 역시 예전에는 스승님의 의거를 막을 수 있다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었지요. 스승님은 자신이 교에 해가 된다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유표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고광천이 한 말을 들은 것이다.

 

그런 성녀를 보며 유표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제 자신을 버려 스승님을 교에 남게 하려 합니다.”

 

“그 말씀은?”

 

“저는 떠날 것입니다.”

 

떠난다는 말에 성녀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어찌 그런?”

 

“성녀께서 있고 제가 있다면 스승님은 떠날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비록 제가 한 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저를 믿고 있다는 것을…….”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 유표의 모습은 성녀에게 뜻밖이었다.

 

이런 인간다운 표정을 짓는 유표의 모습을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성녀를 보며 유표가 몸을 일으켰다.

 

“하나 제가 사라진다면 스승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일월교에 남아 있으실 것입니다.”

 

“그 말은 지금 떠나시겠다는 말입니까?”

 

“스승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르는데 머물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 무림이 대수를 쫓고 있습니다.”

 

“제 실력이 보잘 것 없다 하나 그리 낮지도 않습니다. 전 무림이 쫓는다 하여도 일신을 숨기려 한다면 숨기지 못할 까닭도 없습니다.”

 

말과 함께 유표가 품에서 작은 서책을 꺼내 내밀었다.

 

전진도해

 

서책에 적힌 제목을 본 성녀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성녀가 그토록 원했던 전진도해인 것이다.

 

“이건?”

 

“전진도해의 사본은 이미 본산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것은 진본입니다. 성취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공손히 책을 내미는 유표를 보던 성녀가 전진도해를 받아들었다.

 

전진도해를 받는 것을 보며 유표가 말했다.

 

“월신사자에게 제가 하던 일을 모두 말해두었으니 제 빈 자리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신사자를 대수로 하면 되는 것입니까?”

 

“지금 당장은 하지 마시고 스승님께서 교주 자리에 오르시면 월신사자를 대수로 임명하십시오.”

 

뒷일을 당부하는 유표를 보던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성녀를 지긋이 보던 유표가 포권을 해 보였다.

 

“그동안…… 송구한 일이 있었지만 악의는 없었습니다.”

 

“강녕하십시오.”

 

“성녀께서도 강녕하십시오.”

 

고개를 숙여 보인 유표가 성녀를 보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몸을 뽑아서는 동쪽을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성녀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손에 들린 전진도해를 바라보았다.

 

*

 

*

 

*

 

퍼퍼퍼퍽!

 

호현의 권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두들겨 맞던 고광천이 입술을 깨물었다.

 

파군성의 기운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풀어진 상태라 호현의 권각의 충격에 온몸에 멀쩡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이라면 탐랑성의 기운이 충격을 빠르게 해소시켜주고 몸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탐랑성이 아니었다면 고광천은 버티지 못하고 진작 죽었을 것이다.

 

정신없이 날아오는 권각을 막기 위해 들어 올린 손이 튕겨져 나가며 그 뚫린 곳으로 연속으로 권이 들어왔다.

 

파파파팟!

 

정신없이 그 권을 막아내던 고광천은 순간 뒤통수에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퍽!

 

“끄윽!”

 

허리를 기묘하게 꺾은 호현이 발차기로 고광천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에 고광천이 급히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잃고 손을 놓는 순간 호현의 연환권이 멈추지 않을 것을 아는 것이다.

 

파파팟!

 

그 생각대로 빠르게 날아드는 발차기를 양손을 흔들어 막아낸 고광천이 일단 이 자리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호현이 이렇게 강해진 이유는 무곡성 때문이다. 호현에게 전무하다시피 한 실전 경험을 무곡성의 살기와 투쟁심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무곡성이 풀릴 때까지 피해야 한다. 게다가 무당의 허학까지 함께라면 세가 불리하다.’

 

허학진인의 기운을 느낀 고광천은 일단 이 자리를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턱을 노리고 들어오는 호현의 발을 뒤로 몸을 날리며 피한 고광천이 손가락을 연속으로 튕겼다.

 

타타탓!

 

유표가 보인 적이 있는 탄음신공이 고광천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에 뒤로 물러나는 고광천을 쫓던 호현의 몸에서 연신 폭음이 울려 퍼졌다.

 

퍼퍼펑!

 

“크르릉!”

 

울음을 토하며 뒤로 밀려나는 호현의 모습과 함께 고광천이 빠르게 몸을 날렸다.

 

파앗!

 

순식간에 멀어지는 고광천의 뒤를 쫓아 호현이 몸을 날렸다.

 

파앗!

 

무곡성도 그렇지만 생사박 역시 적이 죽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무공인 것이다.

 

호현과 고광천이 사라지는 것에 허학진인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진인!”

 

몸을 날리던 허학진인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는 익숙한 복면을 쓴 칠과 팔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파앗!

 

자신을 스치듯 지나가는 칠을 보며 허학진인이 뒤이어 나타난 팔의 손을 잡고는 몸을 날렸다.

 

칠이나 허학진인에 비해 무공이 약한 팔을 배려해 그를 인도하는 것이다.

 

허학진인의 손에 끌려 몸을 날리던 팔이 주위를 바라보았다. 호현과 고광천의 싸움으로 인해 주위에 있는 땅은 지형이 바뀔 정도로 거대한 구멍과 이리저리 터져 나간 흔적들이 요란하게 나 있었다.

 

“화포라도 터진 것입니까?”

 

“호현과 일월교 고수가 싸움을 벌였네.”

 

허학진인의 말에 팔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만큼 주위에 펼쳐진 모습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흔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칠과 같은 괴물들이 맞붙었다면 이 정도는 가능하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팔이 물었다.

 

“유표는 보지 못하셨습니까?”

 

“보지 못했네.”

 

“일월교 고수를 잡으면 유표의 행방을 찾을 수 있겠지요.”

 

팔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편 뒤에서 미친 듯이 쫓아오는 호현을 피해 고광천은 동쪽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파파팟!

 

빠르게 몸을 날리며 고광천은 기운을 다독이며 자신의 내상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육 할……. 칠 할……. 팔 할…….’

 

탐랑성의 힘에 의해 빠르게 회복이 되어 가는 자신의 상태를 가늠하던 고광천이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사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호현이 짐승처럼 네 발로 땅을 박차며 달려오고 있었다.

 

‘무곡성에 완전히 먹혀버렸군.’

 

속으로 중얼거린 고광천이 호현의 뒤를 바라보았다. 호현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복면을 쓴 괴한 둘과 허학진인이 몸을 날리고 있었다.

 

‘동창에 허학진인이라……. 어렵군.’

 

복면의 동창인 둘 중 한 명은 강하기는 하지만 고광천에게는 오초 지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칠이라 적힌 자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운은 고광천에게도 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대를 하게 된다면 죽일 수는 있지만 제압은 할 수 없다는 것이 고광천의 짐작이었다.

 

‘허! 파군성을 터득한 후 내가 이런 꼴이 될 줄은 정말 몰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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