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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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8화
유표의 말에 고광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내가 지금 너를 때려죽이고 본교를 위해서였다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스승님의 대의가 그것이라면 그렇게 하십시오.”
“죽어도 좋다?”
“제 대의보다 스승님의 대의가 더 크다면 제 대의가 죽어야겠지요.”
자신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는 유표를 보며 고광천이 고개를 저었다.
“네 대의는 잘못되었다.”
“십인십색, 백인백색입니다.”
사람마다 대의가 다르다 말하는 유표를 보며 고광천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 이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럼 네 대의는 정당하다는 말이냐?”
고광천의 말에 잠시 말을 하지 않던 유표가 고개를 저었다.
“정당하다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교를 위한 대의였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유표를 보며 고광천이 고개를 저었다.
‘성녀를 해하는 마음을 네 사람들이 품었다는 것은 너 역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거늘……. 그것 역시 대의라 생각하다니. 대체 내가 없던 사이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이냐?’
유표를 보고 있자니 고광천은 속이 답답해졌다. 자신의 뒤를 이어 성녀를 받들고 교를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 생각했던 유표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변해버린 것이다.
철컥!
순간 기관음과 함께 밀실의 벽이 갈라지더니 사람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 노인의 모습에 성녀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녀를 죽이려 했던 사람, 바로 오륜법왕인 것이다.
안으로 들어온 오륜법왕은 두려운 눈으로 고광천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유표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더냐?”
“무당학사와 허학진인이 조양에 도착했습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문곡성을 사용하는 무당학사가 왔다면 이곳이 아무리 지하라 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유표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만약 이곳에서 발각이 된다면 용호상단이 위험합니다.”
용호상단에서 버는 금액 중 상당한 양이 일월교 교도들의 구민에 사용된다. 만약 용호상단이 일월교 잔당으로 몰리게 된다면 큰일인 것이다.
성녀의 말에 유표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모습에 고광천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둘이 합심을 하면 될 것을…….’
속으로 중얼거린 고광천이 몸을 일으켰다. 원래 계획은 배를 타고 남해로 내려가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틀어진 이상 결국은 육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둘의 몸도 많이 나았으니 괜찮을 것이다.’
배를 통해 이동을 하려던 것도 결국은 유표 일행의 내상이 도질 것을 염려해서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요양을 하며 치료를 해 육상 이동을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회복을 한 것이다.
“조양을 벗어난다.”
고광천의 말에 유표를 비롯한 성녀들이 몸을 일으켰다.
*
*
*
용호상단 조양 지부
용호상단을 향해 걸어가던 팔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들이 다가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며 일단의 상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동창 대인들을 뵙습니다.”
공손히 포권을 해 보이는 상인의 모습에 팔이 자신들을 안내한 동창 무인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우리가 온 것을 어찌 아느냐?
-관병들과 동창이 같이 움직이고 있으니 저들도 주시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동창 무인의 말에 팔이 슬쩍 자신들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 흑의 복면을 쓰고 있는 자신들과 관병들이 같이 움직이고 있는데 용호상단이 모를 수는 없는 것이다.
‘제길……. 요새 정신이 어디에 가 있는 거야?’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정석인 동창으로서 지금과 같은 것은 실수 중의 실수인 것이다.
힐끗!
호현을 한 번 본 팔이 한숨을 쉬었다. 요즘 호현과 같이 다니면서 동창으로서 가져야 할 긴장감이 풀어진 것이다.
‘어서 빨리 호현에게도 복면을 씌워야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팔이 동창 무인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동창 무인이 팔을 대신해 상인들에게 다가갔다.
“조사할 것이 있으니 협조를 해주셔야겠소.”
“동창의 행사에 어찌 협조를 안 하겠습니까.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포권을 해 보인 상인이 들어오라는 듯 상단을 가리켰다. 그에 팔과 호현들이 상단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11-9장 북두신공 대 북두신공
동창 무인들과 관병들이 용호상단의 짐이란 짐은 모두 들쑤시고 헤집어대는 것에 상인들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우당탕탕!
우루루!
상품인 비단들과 다른 물품들이 바닥을 뒹굴고 망가지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모습에 호현도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관인데 그들이 백성들을 괴롭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아! 아무리 유표를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해서야…….’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슬쩍 칠과 팔을 바라보았다. 칠과 팔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훑어보며 수상한 것이 있는지 찾고 있었다.
그들에게 말해서 이것을 막아달라고 할까 생각하던 호현이 곧 고개를 저었다.
‘저들도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
그렇게 관병들의 하는 행동을 보고 있을 때 호현의 눈에 한 상자가 보였다.
나무로 된 상자의 외면에는 물결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어디서 본 문양인 것이다.
‘저 문양은?’
잠시 문양을 바라보던 호현의 머리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고광천과 만났을 때 같이 있던 상단의 문양이 바로 저것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호현이 칠과 팔을 바라보았다. 마침 팔도 그 상자를 봤는지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상자의 표면에 새겨진 문양을 보던 팔이 주위에 있는 상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해상단의 것이 아니냐?”
팔의 말에 상인이 급히 다가왔다.
“맞습니다.”
“이것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팔의 말에 상인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사해상단은 저희 용호상단과 거래하는 곳입니다.”
“사해상단과 거래를 한다?”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팔에게 상인이 말했다.
“세상 그 어느 상단이 저희 용호상단과 거래를 하지 않겠습니까.”
상인의 말에 팔이 상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지.”
“무엇이 이상하십니까?”
“아니네.”
사실 상인의 말대로 용호상단 정도 되는 곳이라면 천하에 있는 대부분의 상단과 거래를 튼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사해상단의 물품이 이곳에 있다고 이상할 것은 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팔이 주위를 훑어보았다. 용호상단에 있는 대부분의 창고와 전각들은 이미 관병들과 자신들이 훑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인들은 숨길 것이 하나도 없다는 듯 앞장서서 창고와 건물들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곳이 아닌가?’
너무나 당당하게 나오는 상인들의 모습에 자신들이 잘못 짚은 것이 아닌가 싶은 팔이 칠을 바라보았다.
칠의 의견을 물어보려는 것이다. 팔의 시선에 칠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수색을 더 하자는 말인가?’
칠의 마음을 헤아리듯 그를 보던 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두리번거리고 있는 호현을 보고는 그에게 말했다.
“뭐 느껴지는 것 없나?”
“모르겠습니다.”
“그래?”
호현의 말에 팔이 그 옆에 있는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진인께서는?”
팔의 말에 허학진인이 지긋이 주위를 바라보았다.
“무인들이 꽤 있군.”
허학진인의 말에 팔이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상단 안에 강한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학진인의 말에 상인이 설명을 하듯 말했다.
“원행을 다니는 상단은 마적들과 해적들에게 침탈을 당할 위험이 있어 자체적으로 호위무사를 두고 있습니다.”
상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상단들은 자체적으로 무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대상단이라면 자체적으로 무인들을 양성하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허학진인이 상단을 훑어보았다. 관병들과 동창 때문에 상단은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다.
창고 안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밖으로 끄집어내져 있고 건물 안의 집기들까지 모두 뒤집어져 있었다.
게다가 건물의 벽과 바닥 중 수상하다 싶은 곳에는 도검 등으로 들쑤셔져 있어 멀쩡한 곳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무량수불.”
용호상단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에 나직하게 도호를 외운 허학진인이 팔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내 보기에 수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데……. 이만 물러나는 것이 어떤가?
허학진인의 전음에 팔이 힐끗 상인들을 바라보았다.
‘물증이 없네.’
관병들과 동창의 무인들이 용호상단을 들쑤신 것도 거의 두 시진이 가까웠다. 그런데 아무런 물증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칠이 더 수색할 것을 원하니 말이다.
-아직 더 수색할 것이 있습니다.
팔의 전음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젓고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세나.”
“어디를 가시려고요?”
“나이를 먹다 보니 이런 험한 꼴을 보는 것이 편하지가 않군.”
허학진인의 말에 팔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여기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찾아가겠습니다.”
팔의 말에 허학진인이 호현과 황보당을 데리고 용호상단 밖으로 나왔다.
*
*
*
용호상단의 밖에 있는 작은 찻집에 고광천이 앉아 있었다. 조양 밖으로 일행들을 내보내 놓고 용호상단이 걱정이 되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이 찻집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아무도 고광천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염정성을 개방해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조차도 고광천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고광천은 지긋이 용호상단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일이 터질 뻔했구나.’
자신이라면 호현의 시야에 벗어날 수 있겠지만 유표나 성녀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단전의 벽을 부수고 양과 장생을 돕는 탐랑성의 힘을 통해 내공의 한계가 사라지고 상처를 입어도 회복이 빠르다. 아니 머리가 떨어져 나가지만 않는다면 한 줄기 숨을 통해 살아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삼 할 이상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 이상의 힘을 사용하게 되면 신체의 근육들이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는 것이다.
무인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신체를 극도로 단련한 무인이라 해도 본신의 힘의 칠 할 이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문성이 열리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순간적으로 십 할, 아니 십이 할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상대의 정신을 현혹시키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게 만드는 녹존성의 힘.
기의 흐름을 읽는 문곡성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상대의 몸에서 가장 약한 곳을 공격해 제압할 수 있다.
염정성이 몸의 생기를 없애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지게 되니 그 누가 자신을 잡거나 공격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아무리 결사의 의지를 가진다 해도 이성이 남아 있다면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법이다. 하나 무곡성을 열게 되면 그러한 공포와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직 적과 나만이 남게 될 뿐이다.
적이 죽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무곡성이다.
그리고 북두칠성의 파군성……. 죽음을 관장하는 죽음의 별 파군성.
온몸의 기혈을 역류시켜 죽음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사신의 별.
북두신공의 일곱 개 대혈 중 무곡성과 녹존성을 개방하지는 못했지만, 다섯 대혈을 열 수 있는 고광천은 이미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