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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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7화
강맹한 얼굴이 인상적인 팽붕이 포권을 하는 것에 팔호가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팔호의 말에 팽붕이 포권을 한 자세로 답했다.
“대륙상단에서 항구를 봉쇄한 것에 대한 항의가 극심합니다.”
팽붕의 말에 팔호가 눈을 찡그렸다.
“감히 국사를 행하는 동창의 행사를 두고 일개 상단에서 항의를 한다는 말인가!”
목소리가 높아지는 팔호의 모습에 팽붕이 급히 몸을 숙였다.
“저도 그리 말하였으나, 항구 봉쇄에 관한 일로 불만을 가진 상단이 대륙상단뿐이 아닙니다.”
일개 상단이 동창의 행사에 불만을 품는다는 것에 화가 나는 듯 팔호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이런 건방진 것들이 감히! 어디 동창의 감사를 한 번 받아봐야 제정신을 차릴 놈들이로구나.”
동창이 감시하는 것은 관과 무림만이 아니다. 동창은 명과 그 주위에 있는 국가까지 모든 것을 다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동창의 감사였다. 상단에 행해지는 동창의 조사인 감사가 시작되면 감사를 받는 기간 동안 어떠한 상행위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단을 운영하다 보면 관리들에게 상납해야 할 뇌물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아무리 장부를 꼼꼼히 하고 그에 대한 내역을 없앤다 해도 조사를 하다 보면 다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도 털면 죄가 나오기 마련인데 구린 구석이 있는 상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단 동창의 감사를 받게 된 상단은 백이면 백 쫄딱 망해 버리는 것이다. 다른 곳의 감사라면 상단이 그동안 먹인 뇌물을 받은 관리들이 나서서 막아줄 수도 있지만 다른 곳도 아닌 동창의 감사는 그들도 막아줄 수가 없었다.
아니 막아주기는커녕 동창의 눈에 걸릴 것을 두려워해 상단과의 연을 끊기 바쁜 것이다.
“그래, 어디 어디가 감히 우리 동창의 행사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냐?”
화가 잔뜩 나 있는 듯한 팔호의 말에 팽붕이 말했다.
“일단 대륙상단, 사해상단, 산동상단, 천주상단들이 가장 큽니다.”
팽붕의 말에 순간 팔호가 말을 잇지 못했다. 대륙상단을 비롯해 다른 상단들은 중원에서 모두 내로라하는 거대 상단들인 것이다.
이름하여 중원 오대상단이라 불리는 거대 상단, 그중에 넷이 끼어 있는 것이다.
“오대상단 중 넷이나?”
‘이런……. 이들 네 상단을 모두 감사하자고 하면 내가 먼저 쫓겨나겠구나.’
이런 거대 상단은 망하는 것도 쉽게 망할 수가 없다. 이들이 망하면 명의 상권 자체가 흔들려버리는 것이다.
“이런 제길!”
하지만 이대로 그들을 놔둔다면 동창의 체면이 떨어지게 된다.
“그럼 그들 말고 다른 상단은 어디가 불만을 가지고 있지?”
“금황상단, 일원상단…….”
십여 개의 상단 이름을 더 말하던 팽붕이 힐끗 황보당을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
“황보세가의 천왕상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팽붕의 말에 황보당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이런. 본가 상단까지 끼어 있을 줄은 몰랐구나.’
하지만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산동성은 조선과 왜와 무역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대한 부를 쌓을 수 있는 무역을 황보세가에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산동성에 몇 안 되는 무역항인 조양에 황보세가의 상단이 끼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괜히 동창의 행사에 끼어 일이 커진다면 황보세가에도 불똥이 튈 수 있는 것이다.
‘천왕상단에 한 번 들러야겠군.’
“그렇게 많은 상단이 우리 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조양에서 무역을 하는 상단 중 대부분이 항의를 하였습니다.”
“대부분?”
팔의 말에 팽붕이 아닌 동창의 무인이 대신 답했다.
“항구가 폐쇄되어 외국과 무역을 하는 상단들서는 막대한 손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용으로 먹고사는 상인들인데 항구 폐쇄로 거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 때문에 항의가 더 거센 듯합니다.”
잠시 말을 멈춘 동창 무인이 말을 이었다.
“호조상서께 청이 들어간 듯합니다.”
“호조상서 조필 대인께?”
명의 재정을 총관리하는 호조의 수장 호조상서에게 상인들이 청을 넣었다면 동창으로서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호조상서에게 청이 들어갔다면 이곳 조양을 언제까지 봉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호조상서의 명이 내려오기 전에 유표를 잡아야 한다.’
속으로 중얼거린 팔이 동창의 무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조양의 모든 곳을 들쑤신다. 쑤시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알겠습니다.”
동창의 무인들이 관병들을 이끌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호현이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팽붕이 다가왔다.
“무당학사 호현 학사 되십니까.”
팽붕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저를 아십니까?”
“소인 하북팽가의 무인 팽붕입니다.”
하북팽가라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팽 씨라는 말과 강맹하게 생긴 얼굴과 덩치에 혹 하북팽가 사람이 아닌가 했던 것이다.
‘역시 하북팽가 사람이구나.’
“팽문 소협은 잘 지내고 계십니까.”
호현의 말에 팽붕이 미소를 지었다.
“잘 지내고 계십니다. 소가주께서 죽대 선생과 사형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시고 혹 팽가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하라 전하셨습니다.”
“팽문 소협이? 제가 이곳에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 그와 같은 전갈을?”
“전 중원에 있는 팽가의 방계에는 모두 이와 같은 전갈이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 지나가는 호현 학사를 뵙게 된다면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 하셨습니다.”
“아! 그런 고마운 일이…….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조양 곳곳에 저희 가문 사람들이 흩어져 유표를 찾고 있습니다. 이곳에 유표가 숨어 있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포권을 해 보인 팽붕이 몸을 돌려서는 관병들을 이끌고 멀어졌다.
‘팽 소협이 나를 참 많이 생각해주시는구나. 이 일이 끝나면 한 번 들러야겠군.’
어차피 유표를 잡으면 북경으로 압송을 해야 하니 팽가에 들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았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던 호현은 언젠가 스승과 사형들을 모시고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시원하구나.’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상단? 왜 대부분이지?’
오대상단이라 불리는 상단 중 네 상단이 나서서 동창의 일에 항의를 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상단들도 그에 합류해 동창의 행사에 항의를 했다.
‘오대상단이라 불린다는 것은 천하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중 넷이 동창의 행사에 항의를 했다.’
생각을 하던 호현이 팔의 곁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창의 무인을 바라보았다.
팔을 보좌하기 위해 동창 무인들 몇은 남은 것이다. 그들에게 다가간 호현이 말했다.
“이곳 조양에서 오대상단 모두 장사를 하는지요?”
호현의 말에 동창의 무인이 공손히 포권을 해 보였다. 이미 동창 내부에서는 호현에 대한 소문이 쫘악 퍼져 있는 것이다.
팔이 호현을 후계자로 삼았다는 소문 말이다. 물론 후계자라고 해도 호현이 팔의 뒤를 이어 팔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팔이 살아 있는 동안 호현은 팔의 후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동창의 무인이 호현에게 공손할 수밖에, 게다가 그 옆에는 팔이 시퍼렇게 눈까지 뜨고 있으니 말이다.
“오대상단 모두 조양에서 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다른 네 상단은 항을 봉쇄한 것에 항의를 하는데 다른 한 곳은 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야 동창의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상단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항의를 했습니다. 그들이라고 동창이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항의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단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입니다.”
“그야…… 그렇겠지요.”
“게다가 상인들은 신용을 돈보다 더 중하게 생각한다 알고 있습니다. 납품 기한을 어긴다는 것은 상인으로서의 신용이 크게 떨어지는 일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호현이 팔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동창이라는 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도 다른 상단들은 항의를 한 것입니다.”
“그 말은?”
“그들이 무역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다른 상단들이 모두 항의를 하는데 그들만 빠졌다면…… 동창의 관심을 받지 않고자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을 받지 않는다라……. 하긴.”
말을 하던 무인이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이상하군요. 용호상단 역시 이번 항구 봉쇄로 큰 손해를 입고 있을 것인데…….”
“수상하군.”
팔의 중얼거림에 무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의심을 하기에는…….”
“한 가닥 의심만 있으면 족해.”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 팔호가 무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용호상단으로 간다.”
동창의 체계는 단순하다. 상명하복, 위가 명하면 아랫사람은 따른다.
팔호의 명에 포권으로 답한 무인이 서둘러 몸을 돌리자 그 뒤를 호현 일행들이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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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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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오대상단 중 하나이자 중원 비단 시장의 칠 할을 점하고 있는 거대 상단. 그곳이 바로 용호상단이었다.
그런 용호상단의 조양 지부는 상당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조선과 왜로 가는 비단들이 대부분 조양에서 출발하기에 용호상단에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이 바로 이곳 조양 지부인 것이다.
그런 용호상단 조양 지부의 땅 밑에는 작은 밀실이 있었다.
밀실 속에는 성녀와 고광천, 그리고 유표와 월신사자가 앉아 있었다.
그동안 몸조리를 잘해서인지 유표와 월신사자의 혈색은 많이 좋아져 있었다.
그런 그들의 맥을 짚고 있던 고광천이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되었다.”
고광천의 말에 월신사자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월신사자와 달리 유표는 고광천의 눈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유표의 시선에 고광천이 한숨을 쉬었다.
“휴.”
긴 한숨을 쉬는 고광천을 보며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오지 마셨어야 합니다.”
“내가 나오지 않았다면 죽었을 녀석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구나.”
“그래도 나오지 마셨어야 합니다. 스승님께서 나오신 것으로 본교가 분열될 수 있습니다.”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재밌는 말이라 하였지만 고광천의 눈빛은 사나웠다.
“이미 분열된 교에 더 이상 분열될 것이 있더란 말이냐?”
고광천의 말에 유표가 그를 노려보았다.
“교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네가 한 일은 교를 지키기 위해 한 일이 아니다. 너는 욕심을 부린 것이다.”
“교를 위한 욕심입니다. 저는 그것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놈! 그렇다면 일이나 좀 제대로 할 것이지. 지금 이 꼴이 무엇이냐! 거지들에게 쫓기고 동창에 쫓기고. 이게 무슨 꼴이냐?”
“작은 실수가 있었을 뿐입니다.”
“작은 실수라……. 하긴 성녀를 죽이려고 한 것에 비하면 작은 실수라 할 만하구나.”
꿈틀!
고광천의 말에 유표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에 대해 할 말은 없는 듯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대수의 명이 아니었습니다.”
월신사자의 말에 고광천이 그를 바라보았다. 유표를 보던 날카로운 시선과는 달리 월신사자를 보는 시선은 부드러웠다.
“오륜 그 아이가 혼자 저지른 일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오륜법왕께서 혼자 일을 벌이신 것이고, 대수께서는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셨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던 고광천이 유표를 바라보았다.
“일월성신께서 현세에 내린 본교의 성녀를 죽일 마음을 가지고 있는 호교법왕이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호교법왕 역시 본교를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