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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4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6화

호현이 너무 자신을 띄워주는 바람에 황보당이 있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이런. 황보 소협이 있는 자리에서 이런 행동을 하다니.’

 

이제야 황보당의 눈치가 보이는 장보가 입을 다물자 호현이 그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도 꼭 의와 협을 지키며 살아가십시오.”

 

“아…… 알겠네.”

 

호현이 다시 포권을 해 보이고는 자신이 있던 탁자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황보당이 장보를 바라보았다.

 

“좋으시겠습니다.”

 

“황보 소협,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호현 학사께서 장보 대협을 좋게 보신 듯하니 말입니다. 아주 좋으시겠습니다.”

 

“네?”

 

“아! 아니 육합관의 흥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육합관 관주가 알면 무척 좋아하겠습니다.”

 

‘황보 소협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호현 학사가 나를 좋게 본 것이 어찌 내 흥복이고 관주가 좋아한다는 것인가?’

 

의아해하는 장보를 보며 황보당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쪽 신분은 제가 보증할 수 있으니 이만 가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장보가 식당을 나서는 것을 보며 호현의 얼굴에는 감탄의 빛이 드러났다.

 

‘저런 무인들도 있었구나.’

 

그동안 본 무인들 중 물론 장보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무당파 도사들도 그러했고, 소림사 승려들도……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선한 사람들로 보였다.

 

또한 의와 협을 위하고 말 한마디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하북팽가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이렇게 백성들 바로 옆에서 그들을 위한 무력을 사용한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 무인들이 자신들의 무공을 가장 올바르게 사용하는 길일 것이다.’

 

훗날 자신이 입관을 하게 된다면 중원에 퍼져 있는 무관들을 이용해 천하의 치안의 한 축을 맡기면 좋을 것 같았다.

 

‘사용되지 못하는 무력은 언제고 말썽이 일어나는 법이니…… 무관들이 가진 무력을 좋은 곳에 사용하게 된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웃었다.

 

“뭐가 그리 좋으냐?”

 

“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장 대협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후! 그러냐?”

 

호현이 기분 좋아 보이자 허학진인도 기분이 좋았다. 내심 호현이 죽대 선생을 걱정하는 것과 함께 유표를 잡는 것에 조급해하는 마음 때문에 심마가 들까 걱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호현은 걱정은 떨쳐버리고 조급함도 사라져 있는 것이다.

 

‘동창, 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군.’

 

호현에게서 동창 팔호가 한 말을 전해 들은 허학진인이 팔과 칠을 바라보았다.

 

허학진인의 시선에 복면을 살짝 올려 차를 마시던 팔이 웃었다.

 

“제 얼……, 아니 복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닐세.”

 

“뭔가 하시고 싶은 말이 계신 듯한데?”

 

팔의 말에 허학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평생 동창 사람들과 함께 같은 행사를 할 줄은 몰랐는데 이리 같이 다니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네.”

 

“세상 사람들이 동창을 흉신악살처럼 생각들을 하는데 저희도 사람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식당 안으로 한 꼬마가 들어왔다.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던 거리던 꼬마가 칠과 팔을 보고는 다가왔다.

 

그러고는 별말 없이 작은 서신 한 장을 품에서 꺼내서는 팔에게 건네주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일행들이 팔을 바라보았다. 서신을 펼쳐 본 팔이 잠시 생각하다가 그것을 칠에게 건네주었다.

 

팔이 건네준 서신을 본 칠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유표에 대한 내용인가?”

 

허학진인의 물음에 팔이 고개를 저었다.

 

“북경에서 온 내용입니다.”

 

“그런데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군.”

 

“일월교 잔당이 육부에 암약을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육부에?”

 

육부라는 말에 호현이 말했다.

 

“하긴…… 관민들을 감찰하는 도찰원 수장이 일월교이니 육부에 잠입하고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듯합니다. 게다가 일월교라고 해도 이마에 일월교라 적어놓은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과연 허학진인께서는 혜안이 계십니다. 일월교가 이마에 자신들이 일월교라고 적어놓은 것도 아니고 저희 동창이 무슨 그들 뱃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 다 알겠습니까? 게다가 여기에 적힌 일월교라고 밝혀진 사람들은 모두 청렴결백하기로 명성 높은 관리들이었습니다.”

 

청렴결백한 관리라는 말에 호현이 궁금한 듯 물었다.

 

“대체 누구입니까?”

 

“쩝! 자네도 들으면 깜짝 놀랄 사람들이 있는데…… 내 한 명만 말한다면 정3품 예부시랑 조권 대인 들어 봤나?”

 

“조권?”

 

어쩐지 귀에 익은 이름이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호현이 문득 팔을 바라보았다.

 

“혹 십 몇 년 전에 한림원 시독강사를 하셨던 조권 학사를 말하시는 것입니까?”

 

“맞다.”

 

팔의 말에 호현이 깜짝 놀랐다. 조권이라면 그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죽대 선생이 한림원 대학사로 있을 때 그를 두고 명의 유학계를 짊어질 인재 중 하나라 칭했던 사람이 바로 조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일월교였다니. 호현으로서는 놀라고 또 놀랄 수 밖에…….

 

“조 대인과 같은 분이 어찌 그런……?”

 

“보게. 자네도 전혀 상상도 못한 인물이지 않은가?”

 

“맞습니다. 조 대인은 성품이 온화하고 사리분별이 확실한 분이라 제 스승께서도 일을 믿고 맡길 만하다 하셨습니다.”

 

“그래,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네. 우리 동창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청백리까지 조사를 하겠는가? 에잉!”

 

탓!

 

탁자를 신경질적으로 치는 팔을 보며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서신에 뭐라 쓰여 있나?”

 

“방금 말씀 드렸…….”

 

“그것만이라면 자네가 그리 화를 내겠는가? 무슨 안 좋은 이야기가 적혀 있는 것 같은데?”

 

“황상께서 진노를 하셨으니 유표를 빨리 잡아들이라는 내용입니다.”

 

“동창에 불똥이 떨어진 모양이군.”

 

“그런 셈이지요.”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는 팔을 힐끗 본 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팔이 허학진인을 향해 말했다.

 

“식사들 다 한 것 같으니 출발하지요.”

 

팔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호가 죽대 선생 등의 구면을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을 도와 유표를 잡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는 것이다.

 

제11-8장 조양에서의 추적

 

조양에 드나드는 무역선들이 접안을 하는 포구에 호현 일행들이 있었다.

 

바다를 처음 보는 호현에게 항구의 모습은 무척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공기가 이상하네. 상쾌한 듯하면서 짜고 비릿한 맛도 나고.’

 

게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바다를 감상하던 호현에게 팔이 말했다.

 

“자네, 그러는 것 아닐세.”

 

퉁명스러운 팔의 말에 호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하였습니까?”

 

“너무 느긋해하니 하는 말일세.”

 

“제가요?”

 

“그래!”

 

버럭 고함을 지르는 팔의 모습에 호현이 움찔해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느긋하다고? 그럴 리가 있……구나.’

 

팔이 북경에 죽대 선생과 사형들을 구면해주라는 서신을 보내고 난 이후 유표를 잡는 것에 그리 마음이 급하지 않은 것이다.

 

“내 이때까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네, 내가 북경에 서신을 보내고 난 이후 너무 느긋해하는 것 아닌가?”

 

“송구합니다.”

 

“쳇!”

 

뚱한 얼굴로 혀를 차는 팔의 모습에 황보당이 슬며시 호현에게 다가왔다.

 

“팔께서 오늘 심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니 가볍게 생각하십시오.”

 

황보당이 조용히 속삭였다고 속삭인 것이지만 고수인 팔이 못 들을 리 없었다.

 

“그래. 황보 소협의 말이 맞아. 내가 왜 심기가 불편한지는 자네도 알겠지.”

 

팔의 말에 호현은 조양에 오고 난 직후의 일이 떠올랐다. 팔과 칠과 같은 복면을 한 동창 고수들이 찾아왔었다.

 

그리고 그들이 팔에게 서신을 하나 건네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이후 그의 심기가 이리 불편해진 것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사실 팔이 받은 서신은 동창 제독으로부터 직접 내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유표를 빨리 잡아 오라는 재촉과 추궁이 담긴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열이 받는 내용은 조양으로 구와 십삼을 보내니 그들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제길! 하필이면 왜 구가 오는 거야.’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구가 온다는 것에 팔은 기분이 안 좋은 것이다.

 

게다가 구는 자신이 유표를 잡지 못해 그것을 돕기 위해 오는 것이다.

 

‘놈의 잘난 척을 봐야 한다는 말인가?’

 

신경질적인 눈으로 포구를 쏘아보고 있을 때 길 한쪽에서 사람들을 뚫고 흑의인들과 관병들이 나타났다.

 

흑의와 복면까지 쓴 그 수상한 흑의인들의 등장에 포구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그 흑의인들만 있었다면 그 불안한 마음에 사방으로 흩어졌겠지만 관병들과 같이 있으니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래?”

 

“그러게 혹 관에서 흑도들을 잡아들였나?”

 

“에끼! 이 사람아 관병들이 가장 친하게 지내는 놈들이 흑도라는 것을 모르나.”

 

“하긴…… 녹봉보다 흑도들이 주는 촌지가 더 많으니……. 관병들이 그럴 리가 없겠지.”

 

“그런데 저렇게 단체로 모여서 뭐하는 거야?”

 

사람들이 흑의인들을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소리에 호현이 슬며시 팔에게 물었다.

 

“저분들도 동창의…….”

 

“맞네. 그나저나 저것들, 사람들 눈도 있는데 변장이라도 좀 하고 올 것이지. 쯧쯧쯧!”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는 팔의 모습에 호현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역시 주위 사람들 눈은 하나도 의식하지 않은 채 복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팔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와 저들하고는 다르지. 우리는 워낙 동창에서도 고위급이 아닌가. 우리 같은 사람들 얼굴이 알려지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네.”

 

“그럼 저에게는 왜 얼굴을 알려주신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팔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 복면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야 너는 남이 아니니까.’

 

팔은 호현을 동창에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보좌관 격인 위치로 말이다.

 

무공도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 학문까지 뛰어나니 동창에 어울리는 인재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무공은 무림을 상대할 때나 황궁 경호를 하게 하면 되고 학문은 동창의 잡다한 서류 정리에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출신이 유림이니 그들을 감시하기에도 좋고 말이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서류 정리였다. 동창의 일 중 가장 귀찮은 일이 바로 서류 정리였다.

 

일을 하다 생기는 경비에 관한 것과 사건 보고서 등등으로 생기는 서류들이 산더미같이 쌓이는 것이다.

 

지금만 해도 이 유표 사건이 마감되면 북경에서 써야 할 사건 보고서와 경비에 관한 서류들이 마차로 두 대 분량은 나올 것이다.

 

그래서 호현에게 빚을 지우려고 죽대 선생과 오평서들에 대한 구명을 동창 제독에게 부탁한 것이고 말이다.

 

호현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던 팔에게 칠이 눈짓을 주었다. 그 모습에 팔이 고개를 돌리자 그들 뒤에 도열해 있는 흑의인들이 보였다.

 

아무 말 없이 포권을 해 보이는 흑의인들을 향해 팔이 말했다.

 

“찾았느냐?”

 

팔의 말에 흑의인 중 한 명이 말했다.

 

“아직 발견 못하였습니다.”

 

“그럴 테지. 그렇게 미꾸라지 같은 놈이니 쉽게 발견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항구 봉쇄는?”

 

“연락을 받은 이후 봉쇄하였습니다, 천호.”

 

흑의인의 부름에 관병들 중 가슴에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갑옷을 걸친 장수가 앞으로 나섰다.

 

“조양 천호장 팽붕, 대인께 예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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