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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4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5화

“산동성에서 동쪽으로 가면 바다밖에 없습니다.”

 

칠의 말에 황보당이 이해가 됐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그렇다면 배를 타려는 것이군요.”

 

황보당의 말에 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를 탄다면 추격을 피하기도 용이하겠지.”

 

“그럼 그들의 목적지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모르지. 아니 알 필요도 없겠지. 일조에서 잡으면 되는 일이니.”

 

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팔이 앞장서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과 허학진인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

 

*

 

*

 

동창 사람들과 같이 조양으로 가는 길은 호현과 황보당에게 조금 불편했다. 아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허학진인도 동창과 함께 움직이는 길을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바로…… 칠과 팔의 복장 때문이었다. 어디를 가도 흑의 야행복과 복면을 쓰고 움직이는 두 사람 때문에 불편했던 것이다.

 

아니 그 둘의 이상한 복장을 보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니 불편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것이다.

 

밥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국수를 먹는 칠과 팔을 호현이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후루룩!”

 

“후루룩!”

 

칠과 팔은 복면을 코 바로 위까지 들어 올린 모습으로 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렇게 먹는 것이 익숙한 듯 전혀 불편하지 않아 보였지만 그것을 보는 호현으로서는 답답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국수를 맛있게 먹은 팔이 입가를 꼼꼼히 닦고는 복면을 다시 고쳐 썼다.

 

“여기 국수가 참 맛있군. 왜 안 먹나?”

 

“먹어야지요. 그런데 복면을 쓰고 식사하시기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팔이 손가락으로 복면을 긁더니 웃었다.

 

“후!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 불편하지 않자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게 무슨?”

 

호현의 말에 팔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있으니 밥이나 먹게. 우리는 맨 얼굴보다 복면을 쓰고 있는 것이 더 편하니.”

 

팔의 말에 호현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북적거려야 할 식당 안은 그들 일행만 있고 텅 비어 있었다.

 

갑자기 병장기를 든 흑의 복면인과 딱 봐도 무림인으로 보이는 황보당, 거기에 노도사와 학사까지 있는 이상한 일행들이 들어오자 식사를 하던 양민들이 놀라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칠과 팔은 자신들의 복장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어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호현이 팔에게 그런 수상한 복장을 하고 같이 다닐 거면 헤어졌다가 조양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거부했다.

 

유표를 비롯한 일월교가 호현에게 접근한 이상 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호현에게 꼬이는 일월교를 잡아들이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 몰래 황보당과 허학진인만을 잡고는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다.

 

사실 그들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보다 속도도 느리고 말이다.

 

하지만 호현은 그들을 떼어놓고 갈 수가 없었다. 팔이 한 가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자네가 우리 일을 도와준다면 내 동창 제독께 연락을 해주겠네.”

 

“동창 제독이시라면?”

 

“누구라고 말을 해주면 앞으로 자네 인생은 우리 동창들이 죽어라 쫓아다닐 것이니 내 차마 말을 못 해주겠군.”

 

“그럼 무슨 말을 해주시겠다는 것입니까?”

 

“죽대 선생과 자네 사형인 첨도어사 오평서 대인 등은 유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전갈을 보내겠네.”

 

“효과가 있겠습니까? 다른 사항도 아니고 반역입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금하고 있는 일월교까지 관련이 있잖습니까.”

 

“후! 자네는 우리 동창을 너무 무시하는군. 없는 죄도 만들어서 덮을 수 있는 것이 동창이라면 있는 죄도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동창이네. 그런 동창에서 없는 죄 없다고 만드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지.”

 

“그래서요?”

 

“게다가 자네를 보자니 죽대 선생이나 오평서 대인 등은 반역이나 일월교와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드는군.”

 

“그럼 저희 스승님과 사형들은 풀려나는 것입니까?”

 

“당장 풀려나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나와 칠이 수결을 해서 전서를 보낸다면 별일 없이 나오게 될 것이야. 그리고 내가 특별히 손을 써서 죽대 선생과 오평서 대인 등을 고신당하지 않게 해주겠네.”

 

“고신? 고문 말입니까?”

 

“그렇지. 자네도 알지? 반역과 같은 대역죄에 엮이게 되면 엄청 심한 고신을 겪게 되네. 나중에 죄가 없다고 판명이 되어도 고신을 겪게 되면 반병신이 되어 나오기 일수지.”

 

“그……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그래서 내가 막아주겠다는 것 아닌가. 고신을 다른 곳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동창에서 하니 내 말 한마디면 그 정도는 막아줄 수 있지. 거기에 우리 칠께서 내 말에 힘을 실어주신다면 고신장에서도 편히 지내실 수 있을 것이야. 대신…… 우리의 일을 도와주어야 하네.”

 

죽대 선생과 사형들의 죄를 면하게 해주고 고문까지 안 하게 배려를 해준다고 하니……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들을 두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에 들어서면서 칠과 팔을 보고 불안해하는 시선과 사람들이 자신들을 피해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린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들하고 같이 다니는 동안에는 마을에 들어가지 말아야겠구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호현이 국수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식당 안으로 청의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들어왔다.

 

뚜벅! 뚜벅!

 

국수를 먹던 호현은 발자국 소리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우리에게 오는 건가?’

 

그리고 그 생각대로 청의 무사들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중년의 무사가 일행의 우두머리인 듯 가장 앞서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 중년의 무사와 청의 무사들은 이곳 현에서 가장 큰 무관인 육합관 사람들이었다.

 

문파나 세가와는 달리 양민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주고 돈을 받는 무관은 그들이 위치한 현과 마을에서 치안을 담당하기도 했다.

 

질 안 좋은 사파의 고수가 나타나면 능력이 닿는 선에서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다. 이로써 관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고, 양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줌과 동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와중에 무관의 무사들이 펼치는 무공을 본 양민들이 입관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육합관 역시 이곳 일대의 치안을 담당하는데, 마을에 복면을 쓴 수상한 무인들이 나타났다는 말에 이렇게 무사들이 출동한 것이었다.

 

호현 일행을 보던 육합관 수석 교두 장보는 그들이 정말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낮에 흑의에 복면을 쓴 두 사람과 같은 일행이…….

 

‘도사와 학사라…… 확실히 수상하기 짝이 없군.’

 

“육합관 수석 교두 장보라 합니다.”

 

포권을 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장보의 행동에 황보당이 일행을 한 번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학진인과 호현을 비롯한 동창 사람들이 나서기에는 일개 현의 무관 사람은 격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사실 황보당 자신이 나서기에도 장보의 격이 너무 떨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황보세가의 황보당입니다.”

 

황보세가라는 말에 이미 놀란 눈을 하고 있던 장보는 황보당이라는 말에 경악을 한 듯 급히 허리를 굽혔다.

 

날카로운 눈빛이 말해주듯 강단이 있고 성격이 강한 장보였지만 산동성에서 황보세가는 그야말로 절대의 위치인 것이다.

 

“명성 익히 들었습니다.”

 

극진한 예를 보이는 장보의 모습에 황보당은 일행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를 식당 구석으로 데려갔다.

 

자기 일행들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장보의 머리에는 그들이 수상하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없었다.

 

천하의 황보세가의 소가주가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만큼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황보당이 무관 사람들과 가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호현에게 허학진인이 설명을 해주었다.

 

그 설명에 호현이 감탄한 얼굴로 황보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보를 바라보았다.

 

‘관을 도와 백성들을 돕는 일을 하다니……. 그래, 이것이 바로 무공을 배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무공을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양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호현으로서 장보는 귀감이 되는 것이다.

 

그에 먹던 국수를 내려놓고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왜 그러느냐?”

 

“양민을 대신해 저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말과 함께 호현이 장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호현이 다가오자 황보당이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호현이 장보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장 대협께서 양민을 위해 하시는 일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호현 진심으로 감탄하였습니다.”

 

호현의 말에 황보당과 장보가 무슨 말인지 몰라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이 학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칭찬인 것 같은데?’

 

호현을 바라보던 장보가 일단 포권을 했다. 황보세가의 다음 대 가주인 황보당과 같이 다닐 정도의 학사라면 평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제가 아직 어려 견문이 넓지는 않지만 그동안 제가 본 무인들 중 장 대협처럼 양민들을 위해 직접 나서시는 분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호현의 말에 황보당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듣기에 따라서는 황보세가는 양민을 위한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황보당을 보지 못한 호현은 거듭 장보의 의로움을 칭송할 뿐이었다.

 

“장 대협과 같이 무공을 익힌 분들이 앞장서서 악을 징하고 협과 의를 위해 나서신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방향을 잡지 못한 마차가 아무리 멀리 가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무력이란 마땅히 쓰일 곳에 쓰여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자신을 칭찬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칭찬이란 기분 나쁜 것이 아니기에 장보는 슬며시 얼굴에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하긴 우리 육합관처럼 이 마을의 평화를 위해 앞장서는 곳도 드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장보가 호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호현이라 했나?”

 

장보의 하대에 황보당이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천하의 무당학사에게 일개 시골 마을 무관의 관주도 아닌 교두가 하대를 하다니.’

 

하지만 장보는 호현이 누구인지 몰랐다. 호현의 명성은 무당학사라는 별호로 더 유명해졌지 이름까지 유명해진 것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 학사가 자신을 이렇게 우러러 보는데 존대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장보의 머릿속에서는 황보당과 호현이 같이 왔다는 사실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습니다.”

 

“자네도 앞으로 문으로 입관을 하게 된다면 양민을 위해 양팔 걷고 열심히 일하시게.”

 

나름 덕담이라고 한 것이었지만 황보당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이건 마치 동네 개가 산중대왕 호랑이에게 더 크게 짖어보라고 하는 꼴이 아닌가.’

 

호현의 기분이 상하면 어쩌나 싶어 그 얼굴을 훔쳐본 황보당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호현은 정말 장보에게 감탄을 한 듯 웃으며 포권을 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운이 좋아 입관을 하게 된다면 장 대협의 말대로 양팔을 최대한 걷어붙이고 백성들을 위한 일을 하겠습니다.”

 

“그래, 우리같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백성들을 위해 사는 것이 바로 의와 협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있는 재능 백성들을 위해 베푸는 것이니 이것도 일종의 기부가 아니겠는가. 재능 기부 같은 것 말이네.”

 

“재능 기부! 역시 장 대협께서는 생각하시는 것이 다릅니다. 제가 오늘 장 대협께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니 나도 기분이 좋…….”

 

말을 하던 장보는 문득 자신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황보당을 보고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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