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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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4화
그런 사실은 처음 들은 성녀의 얼굴에 놀람과 의문이 어렸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어째서 본교 최고의 무공인 북두신공을 아무도 익힌 사람이 없는 것입니까?”
“저도 그 당시 사람이 아니니 사정은 잘 모릅니다. 다만…… 지금 생각을 해보니 익힌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익힐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듯합니다.”
“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반문하는 성녀를 보며 고광천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유표를 바닥에 팽개치듯 던지고는 월신사자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았다.
“전반부가 사라지고 난 후 본교에서는 후반부 북두신공만으로 어떻게든 무공을 복원하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후에는 부분적이지만 북두신공을 사용하는 무인들을 배출하였습니다.”
고광천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북두신공의 일부인 염정성을 사용하니 말이다.
“성녀께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저는 북두신공 전반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헉! 그것이 정말입니까?”
놀라 묻는 성녀를 보며 고광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북두신공 전반부를 보지 않았으니 제가 얻은 심득이 그와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체 어떻게?”
“전반부가 사라진 북두신공을 어떻게든 복원하기 위해 본교에서는 후반부를 연구하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금 저희가 익히고 있는 북두신공입니다.”
그것은 알고 있고 익히고 있는 것이기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익히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렵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본교에서 전반부를 그렇게 원하는 거예요. 전반부가 있다면 그 과정을 고칠 수 있을 테니까요.”
성녀의 말에 고광천의 얼굴에 쓴 미소가 어렸다. 그 얼굴에 불길함을 느낀 성녀가 급히 물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입니까?”
“성녀만이 아니라 본교 모두가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북두신공을 익힐 수 있는 것은 하늘과 사람이 선택한 소수만이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하늘과 사람이 선택했다고 하여도 때가 맞지 않는다면 그 역시 익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있다면 익힐 수 있습니다.”
성녀의 말에 고광천이 고개를 저었다.
“하늘이란 그자의 재능이 하늘에 닿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람이란 그 재능을 가진 자가 본교와 연이 닿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때란 그 인재의 그릇이 만들어지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이 중 하나만 닿아도 기연이라 할 만하니…… 그 셋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또한 그 셋을 모두 충족한다 하여도 익힐 수 있다는 보장 또한 없지요.”
잠시 말을 멈춘 고광천이 말을 이었다.
“지금 그나마 본교의 무인들 중 일부가 북두신공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전반부가 아닌 후반부를 통해 익혀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전반부가 있었다면 그나마 그것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북두신공을 익히기 어렵다는 고광천의 말에 성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당학사는 익혔지 않습니까?”
“오직 무당학사만이 익혔지요.”
“그 말씀은?”
“본교 역사를 본다면 한 시대에 한 명의 북두신공 전수자가 나왔습니다. 또한 한 시대에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대수께서도 익혔다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연 북두신공은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무곡성과 녹존성 두 개 혈을 개방하지 못했으니……. 게다가 파군성을 열게 되면 저는 제 자신을…….”
말을 하다 마는 고광천의 모습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 고수들로부터 유표를 구하기 위해 나선 고광천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그 잔인하고 무서운 고광천의 모습을 말이다. 몸을 떠는 성녀의 모습에 고광천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파군성을 열게 되면 변하게 될 자신의 모습이 그 역시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무당학사는 북두신공 일곱 대혈을 모두 열었습니다. 이 시대에 진정한 북두신공 전수자는 무당학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후반부 북두신공 운기편을 알지 못해요. 그러니 진정한 북두신공 전수자라 할 수 없어요.”
성녀의 말에 고광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바로 본교의 실수입니다.”
“실수?”
“북두신공은 운기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북두신공은 일곱 개의 대혈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후반부의 운기편은…… 그저 일곱 대혈이 열리게 되면 그를 이용해 벌어지는 현상들을 설명한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고광천이 성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 성녀께서는 무당학사가 가지고 있는 북두신공 전반부에 대한 욕심을 버리십시오.”
“하지만 본교의 보물인데…….”
“보물이라 해도…… 본교에 있어 북두신공은 보물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두신공이 보물이 아니라는 말에 성녀가 눈을 찡그렸다. 북두신공은 일월교의 가장 큰 보물인데 그것을 아니라 하니 기분이 상한 것이다.
그런 성녀의 모습에 고광천이 말했다.
“성녀께서 생각하시는 본교의 가장 큰 보물은 무엇입니까?”
“그야…….”
말을 하던 성녀가 문득 깨닫는 것이 있는지 얼굴을 굳혔다. 그런 성녀를 보며 고광천이 말했다.
“신도입니다. 아닙니까?”
“아니…….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북두신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백이 익히면 그중 백이 죽을 것이고, 천이 익히면 그중 하나가 익힐까 말까입니다. 그렇다면 성녀께서는 구백구십 구를 죽이고 북두신공을 택할 것입니까?”
고광천의 말에 성녀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에서라면 신도 구백구십 구를 죽이고서라도 북두신공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인 것이다.
그런 성녀의 모습에 고광천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유표와 월신사자를 다시 들쳐 업었다.
“성녀께서 원하신다면 전반부 북두신공에 대한 것을 전수해드리겠습니다. 그럼 가시지요.”
말과 함께 고광천이 경공을 시전해 달리기 시작하자 성녀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관도의 한구석에 허학진인과 호현, 그리고 그와 있다가 같이 온 동창 칠호와 팔호가 서 있었다.
“이곳에서 헤어졌다?”
팔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도 쪽을 바라보았다. 관도 저 멀리 호현이 봤던 상단이 여전히 머물고 있었다.
‘저들에게 불똥이 안 튀어야 할 텐데.’
불똥 튀지 말라고 조금 떨어진 이곳에서 유표를 봤다고 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시선을 따라 상단 쪽을 본 팔호가 중얼거렸다.
“저들이 보지 못했을까?”
팔호의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헉! 아닙니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깜짝 놀라 소리치는 호현의 모습에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허학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자신의 실수를 알고는 급히 말했다.
“동창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양민들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그러니 되도록 칠호 님과 팔호 님은 나서지 않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과 황보당이 칠호와 팔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호현 학사의 말이 맞는 듯합니다. 저희 같은 무림인들도 동창의 행사라면 한발 물러나는데 일반 양민들이 두 분을 본다면…… 두려움에 잠도 자지 못할 것입니다.”
“황보 소협의 말이 맞는군. 게다가 호현의 말에 의하면 유표와 같이 있다는 노인은 고수 중의 고수일 것이야. 그런 고수가 행사를 치름에 있어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할 일은 없겠지.”
황보당과 허학진인의 말에 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끄러미 상단을 바라보았다.
“두 분의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팔의 말에 호현이 급히 입을 열었다.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그럼 저와 같이 가시지요. 황보세가의 행사라고 하면 최대한 협조를 해줄 것입니다.”
황보당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혼자 가서 물어보고 오는 것이 편합니다.”
“하지만 산동성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몸을 돌린 호현이 상단 쪽으로 뛰어갔다.
상단으로 뛰어가는 호현의 모습에 황보당이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저기…….”
-전음으로 말해라.
허학진인이 칠호와 팔호를 힐끗 보며 하는 말에 황보당이 하던 말을 멈추고는 전음을 보냈다.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호현 학사께서 무언가 감추고 있는 것이…….
-너도 그렇게 느끼느냐?
-조금 그런 기미가…….
-너도 안다면 동창 아이들도 알겠구나.
-진인께서도 느끼셨습니까?
-호현 저 아이가 거짓말은 잘 못하는 편이지.
두 사람이 전음을 나누는 사이 칠호와 팔호도 전음을 나누고 있었다.
-저 상단 조사해.
칠호의 전음에 팔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칠호와 제가 마음이 맞았군요. 후! 하긴 그리 오래 같이 다녔으니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가 봅니다.
-말 같지 않은 소리만 할 테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전음과 함께 팔호가 안력을 집중해 상단 쪽을 바라보았다.
-대해상단이라…….
제11-7장 작은 협을 보고 크게 감동하다
무당학사 보시게.
아마도 이 밤의 달이 지기 전에 자네가 찾아올 것 같아 몇 자 적어 맡기네.
아마 지금 자네 옆에는 무당의 허학과 동창의 시꺼먼 아이 둘이 같이 있겠지. 그래서 몇 자 적어 남기네.
더 쫓아오면 죽는다.
상단에는 고광천이 호현에게 남긴 서신이 있었다. 고광천이 남긴 서신을 보며 팔호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죽는다? 이런 미친 자를 보았나.”
팔호의 말에 칠호의 눈빛도 싸하게 변하는 것을 보니 그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호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들이 움직인 방향이 동쪽이니 계속 그쪽으로 향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군.”
하지만 팔은 생각이 다른 듯 고개를 저었다.
“이때까지 동쪽으로 갔다고 계속 동쪽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 않…….”
“동쪽이다.”
자신의 말을 자르는 칠의 모습에 팔이 눈을 찡그렸다.
-같은 편끼리 제 말에 힘을 실어주셔야지.
팔의 전음을 가볍게 묵살한 칠이 품에서 작은 서책을 꺼냈다.
그 서책은 동창에서 사용하는 중원전도로, 중원에 퍼져 있는 그 어떤 지도보다 그 지형이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려져 있었다.
무림의 절세비급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보물에 속할 정도로 귀한 것이 바로 이 지도였다. 상단이나 표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중원의 지형이 그려져 있는 지도이니 말이다.
하여튼 서책을 펼친 칠이 몇 장을 훑어보더니 팔에게 내밀었다.
“일조(日照)?”
팔의 중얼거림에 황보당이 의아한 듯 말했다.
“일조라면…… 항구도시 아닙니까?”
항구도시라는 말에 의아하기는 호현과 허학진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항구도시로 향한다는 말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일행들이 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팔 역시 답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에 팔이 고개를 젓고는 칠을 바라보았다. 자신 혼자였다면 칠이 가자고 하면 가겠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도 해줘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호현은 그가 찍어놓은 동창 유력 후보생이 아닌가. 답을 원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칠이 뭘 원하냐는 듯 그들의 시선을 응시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시선에 슬며시 고개를 돌리겠지만 허학진인이나 호현들은 그를 모른다. 그러니 서로 멀뚱거리며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칠이 한숨을 쉬었다. 다른 자들의 시선이라면 그냥 차갑게 노려보면 끝이 날 일이지만 그보다 두 배분은 더 위인 허학진인까지 그렇게 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