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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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2화
나라가 아닌 작은 마을이라 해도 촌장이 마을을 다스린다. 그 권한이 작다고 해도 다스리는 것은 다스리는 것이고, 그 작은 권력은 다른 마을 사람들보다 더 큰 부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마을이 아닌 가족을 봐도 그렇다. 가장이 가족을 지키고 다스린다. 그리고 가족은 그에 따르는 것이다.
만약 일월교의 교리대로 만민이 평등하게 산다면 그 누가 그 만민을 지키고 만민을 위한 일을 할 것인가?
물론 그 만민이 모두 서로를 지키고 위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심성은 그렇지 않으니 그런 일이 생길 수는 없는 것이다.
백 명 중 한 명이라도 나 하나면 어때 하는 순간 나머지 구십구 명의 마음도 나 하나면 어때로 변하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다른 이는 놀면서 일한다. 하지만 그 둘이 똑같이 돈을 받게 된다면 누구라도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듣기에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는 일월교 교리의 허점을 생각하며 고개를 젓던 호현이 문득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그럼 일월교 일반 신도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대부분 죽었을 것이야.”
“일반 신도들까지 말입니까?”
“일반 신도들이 모여서 원을 멸망시킨 것이야. 그때 참 많이 죽었을 것이야. 관뿐 아니라 무림에서도 일월교라면 사정없이 죽였으니…….”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았다.
“관은 그렇다 쳐도 무림에서 왜?”
“백련교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지. 게다가 백련교의 교세는 천하 곳곳에 퍼져 있으니 모든 문파들은 위기감을 느낀 것이지.”
“곳곳에 퍼져 있다면 힘도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위기감을 느낄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관이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 흩어져 있는 힘은 약하지만 관이 공격을 당했다면 관군이 몰려들지 않겠느냐.”
“아…… 그렇군요.”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련교의 힘이 그리 강했다면 함부로 공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어딘가가 공격을 당했다면 백련교에서 고수들을 파견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호현을 보며 허학진인이 말했다.
“어쨌든 태조와 무림의 공격에 백련교는 치열하게 저항을 했다. 당시 백련교를 믿지는 않지만 반원 운동을 같이 했던 고수들까지도 그들과 힘을 합쳐 저항을 했으니 엄청난 싸움이자 전쟁이었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백련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전 무림과 관까지 하나가 되었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지. 결국 백련교는 신강으로 갔네.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이 백련교를 백련교라 부르지 않고…… 마교라 부르고 있지.”
마교라는 말에 황보당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실 허학진인이 한 백련교에 관한 이야기는 황보당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무림 세가 중 손에 꼽히는 황보세가의 소가주로서 무림사에 관한 교육을 충분히 받은 것이다.
“그럼 일월교와 백련교가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련교의 무인들이 신강으로 간 것이 마교의 시작이라면, 중원의 교도들을 지키기 위해 남은 무인들이 바로 일월교다.”
*
*
*
밤이 깊어 달이 천지를 비추는 시각, 호현은 혼자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같이 가자는 허학진인과 황보당을 떼어놓고 홀로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휘이익!
바람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날고 있는 호현의 가슴은 조금 싱숭생숭했다.
일월교의 비사를 듣고 나니 그들이 불쌍하게 여겨진 것이다. 만민 평등과 같은 허황된 교리를 믿는 것도 불쌍했고, 종교 하나 믿는다고 박해를 받는 것도 불쌍했다.
‘얼마나 삶이 힘들면 그런 사교를 믿을까.’
종교라는 것은 돈 있고 힘 있는 자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자들이 더 믿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찾은 비밀 지부의 일월교 교인들에 대한 미안함과 불쌍함까지 생겨났다. 자신이 찾았기에 그들은 자결을 하고 죽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호현은 혼자 이렇게 나온 것이다. 허학진인이나 황보당이 일월교 지부를 찾게 된다면 그들을 죽이려 할 것이니, 자신 혼자 찾으려는 것이다.
‘유표만 잡는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안력을 집중했다.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며 지상의 기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이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아침보다는 기운을 살피기가 쉬웠다.
그렇게 한참을 하늘을 날며 지상의 기운을 살피던 호현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무언가 강대한 기운이 자신을 노리고 쏘아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뭐야?’
그에 놀란 호현이 급히 기운을 피해 몸을 회전시켰다.
휘리릭!
순식간에 자신이 있던 곳에서 십여 장 떨어진 곳으로 몸을 움직인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전히 자신의 뒤를 따라 기운이 밀려닥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이게?’
그에 당황한 호현이 자연지기를 끌어들여서는 주위에 막을 펼쳤다.
순간 자연지기가 호현의 주위에 강기의 막을 형성하더니 기운을 막아냈다.
그리고 호현이 자신에게 쏘아진 기운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저기다.’
자신을 향해 쏘아진 기운을 따라 호현의 몸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순간 자신을 향해 기운을 쏘아낸 자의 기척이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현이 그 기운을 따라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
*
*
자신을 향해 쏘아진 기운을 따라 빠르게 몸을 날리는 호현의 얼굴에는 경악이 어려 있었다.
‘뭐가 이렇게 빠른 것이지?’
호현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말이다. 그런데…… 지상을 달리는 자를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체 뭐야?’
하늘을 날아서 이동하는 자신이 잡을 수 없다니. 그에 황당함과 함께 경악을 느끼며 호현이 기운을 더욱 끌어올렸다.
우르릉!
주위로 천둥 치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호현의 몸이 빠르게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파파팟!
호현의 몸이 떨어져 내리는 것과 함께 날카로운 기운 몇 가닥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에 호현의 양손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퍼퍼펑!
허공에서 터져 나가는 기운들과 함께 호현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저자다.’
더 이상 달아날 생각이 없는 듯 자신을 보고 서 있는 노인을 보며 호현이 허공에서 몇 번 몸을 회전시키고는 그 앞에 내려섰다.
탓!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보고 있는 노인을 향해 호현이 입을 열었다.
“도어사 유 대인을 아십니까?”
호현의 말에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북두신공을 익혔구나.”
노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물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답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답은 호현에게는 가장 큰 비밀이었다. 얼굴이 굳어지는 호현을 보며 노인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무당학사라 불린다고?”
“저를 아십니까?”
“못난 제자 놈에게 들었다.”
잠시 말을 멈춘 노인이 슬쩍 손을 들었다.
사악! 사악!
순간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주위에 있던 나무 두 그루가 베어져 나갔다.
“앉지.”
베인 나무에 엉덩이를 걸치는 노인을 보며 호현이 그 옆에 앉았다.
“도어사 유 대인을 아십니까?”
재차 유표에 대해 묻는 호현을 보며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제자이니 모른다 할 수 없겠지.”
“제자? 그럼 유 대인을 도운 것이 어르신입니까?”
“내가 데리고 왔으니 도왔다고 할 수 있겠지.”
“어디에 있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노인이 잠시 그를 보다 웃었다.
“내가 이야기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묻는 것은 아닐 테지?”
“저는 유 대인을 북경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북경이라……. 관에라도 넘길 생각인가?”
계속 자신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다른 소리를 하는 노인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유 대인을 북경으로 데리고 가지 못하면 제 스승님과 사형들의 안위가 위험합니다.”
“흠……. 그렇군.”
“그러니 유 대인이 계신 곳을 알려주십시오.”
“그럼 자네는 스승과 사형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내 제자가 있는 곳을 이야기해줄 수 없겠군. 자네가 스승과 사형들을 구하고 싶은 만큼…… 나도 교의 사람을 구하고 지키고 싶으니 말이네.”
고개를 젓는 노인을 보며 호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대로 그와 자신은 입장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유 대인을 북경으로 모셔야겠습니다.”
화아악!
단호한 호현의 말과 함께 그 주위로 강한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끄러미 보던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싸우자고 너를 부른 것이 아니니 그만둬라.”
“저를 그만두게 하고 싶다면…… 유 대인의 행방을 말해 주십시오.”
점점 더 강해지는 호현의 기운에 주변에 천둥 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우르릉!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그만 물러가게.”
“싫습니다.”
단호한 음성과 함께 양손을 펼치는 호현의 모습에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따르시게. 자네가 보고 싶다는 유표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니.”
말과 함께 노인이 몸을 날리자 호현이 그 뒤를 쫓아 움직였다.
*
*
*
호현과 노인이 사라지고 난 잠시 후 그들이 있던 자리에 인영 둘이 나타났다.
타탓!
가벼운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인영은 바로 동창의 칠과 팔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운 눈을 반짝이는 팔이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러다 잘려진 나무 밑동에 다가가 그 단면을 살폈다.
“떠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팔의 말에 칠이 그를 쏘아보았다. 파현 외곽 야산에서 폭발적인 기의 흐름을 느끼고 달려온 것이 바로 조금 전이다.
그런데 팔은 멍청하게도 잘려진 나무의 단면을 보며 저 따위 소리를 하니…….
그런 칠의 시선에 팔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뭐 칠의 냉막한 시선이나 행동을 한두 번 겪는 것이 아니니…….
‘하긴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니 더 문제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팔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기운을 느낀 것이다.
칠 역시 그 기운을 느꼈는지 팔이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이 있는 곳에 거구의 황보당과 허학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려선 허학진인은 칠과 팔을 보고는 물었다.
“호현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팔의 답에 허학진인이 침음성을 토하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호현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지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왔는데 정작 당사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기운을 뿜어냈다면 일이 생겨도 생겼어야 하는데 주위에는 싸움의 흔적 따위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별일 없어야 할 터인데.’
주위를 둘러보는 허학진인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호현의 무공이야 익히 아는 바이기는 하지만 무림의 일에 어수룩한 호현이다 보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제11-6장 고광천과의 이야기
노인을 따라 한참을 몸을 날린 호현은 파현에서 사십 리 정도 떨어진 관도에 들어서고 있었다.
앞장서서 경공을 시전하고 있는 노인의 뒤를 보며 호현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표에게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노인은 파현에서 멀어지고 있으니, 만약 자신이 파현에 있었다면 헛수고만 하고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인에 대한 경각심이 무럭무럭 솟구치고 있었다.
현재 호현은 문곡성을 개안한 상태였다. 자연의 기운을 읽게 해주는 그 문곡성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호현은 노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호현에게 신기함을 주고 있었다.
‘마치 자연의 기운이 노인을 비껴 지나가는 듯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