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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4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1화

“백 년 전 천리신도의 보물이라는 만형변금인가?”

 

허학진인의 말에 팔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같은 것들이 어찌 그런 보물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이건 모조품 같은 겁니다.”

 

“모조품?”

 

“저희가 일하는 곳에서 지급해준 보급품 같은 건데…… 돌아가면 이거 만든 놈 주리를 틀어야겠습니다. 천하의 그 누구도 이것을 꿰뚫어볼 수 없을 것이라 하였거든요.”

 

장난기 섞인 팔의 말에 호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까?”

 

팔을 아는 듯한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동창과 아는 사이더냐?”

 

동창이라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저희가 동창이라는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나도 황궁 황도관에서 너희와 비슷한 자들을 본 적이 있다. 그자들은 너희처럼 숫자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같은 패로 보이는데 아닌가?”

 

“아! 그래서 저희가 동창이라는 것을 아신 것이군요.”

 

허학진인과 팔의 대화에 호현이 놀란 듯 말했다.

 

“동창이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팔이 웃었다.

 

“후! 나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었다니……. 자네 세간에서는 무당학사니 천재니 하던데 생각보다 둔하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주작대로와 같은 북경 중심지에 흑의에 복면까지 대놓고 수상한 사람이다 하고 돌아다닐 만한 사람이 우리 동창밖에 더 있겠나?”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팔의 말에 호현이 반박했다.

 

“하지만 장원을 습격한 자들도 그런 복장을 했습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그들도 동창입니까?”

 

“그래서 우리 동창이 잡아들였잖느냐. 우리 구역에서 흑의와 복면은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법이거든. 후후후!”

 

웃으며 말을 한 팔이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칠이 가볍게 탁자를 쳤다.

 

탁!

 

그 모습에 팔이 입맛을 다셨다.

 

“쩝! 제 상관이 잡소리는 더 하지 말라는군.”

 

“잡소리?”

 

잡소리라는 말에 호현이 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알 수 있었다.

 

팔과 칠이 자신에게 또는 허학진인에게 용건이 있어 온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다 문득 호현이 팔을 바라보았다.

 

“대인께서 동창의 분이라면 제 스승님과 사형들 소식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대 선생께서는 지금 하남에 들어섰을 것이고……, 자네 사형들은 하북에 들어서고 있겠군.”

 

“잘…… 지내고 계신 것입니까?”

 

“죽대 선생께서는 워낙 신분이 있으시니 우리 동창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분이시지.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 지시를 하였으니 별일 없으실 것이네.”

 

스승님에게 별 탈 없을 거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던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별 탈 없을 거라는 말 중에 사형들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저희 사형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팔이 고개를 저었다.

 

“죽대 선생과는 다르게 그들은 유표와 같이 있다 잡혔네. 그 말은…….”

 

팔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편한 여행처럼 북경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네. 하지만 멀쩡한 몸으로 가게는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지금은 무사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자네가 유표를 잡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무사하다는 말도 북경에 가면 무색하게 될 것이야.”

 

팔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유표를 쫓는다는 것을 어찌……?”

 

“천하의 정보는 동창으로 통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나?”

 

웃으며 말하는 팔을 보며 황보당이 말했다.

 

“천하에 동창의 끄나풀 없는 곳이 없다더니…….”

 

“돈과 권력 앞에 장사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나?”

 

황보당에게 답을 한 팔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 유표의 행적은 찾았나?”

 

“지금 찾고 있는 중입니다.”

 

호현이 힐끗 황보당을 바라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자취가 사라졌습니다. 동창에서는 찾으신 것이 없으십니까?”

 

“우리도 별다를 것이 없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찾아온 것이고 말이야. 그런데 와 보니 별다를 것이 없나 보군.”

 

스윽!

 

더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칠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팔이 그 뒤를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호현을 향해 말했다.

 

“우리나 너나 모두 유표를 산 채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알 것이다. 만약 유표를 산 채가 아닌 죽은 채로 잡게 된다면…… 우리는 역당의 무리들을 알 수 없을 것이고, 너는 사형들과 스승이 역당으로 몰려 죽는 것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물론입니다.”

 

“그 말은 너나 나나 개방보다 빨리 잡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말과 함께 팔이 힐끗 객잔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칠을 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우리 쪽에서 일해볼 생각 없냐는 제안은 아직도 유효하니 언제든지 마음 있으면 찾아와.”

 

그것을 끝으로 팔이 객잔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며 호현이 황보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가 하다 만 이야기를 들으려는 것이다.

 

“아까…….”

 

-유표는 일월교와 관련이 있다.

 

황보당에게 말을 걸던 호현은 갑자기 들려오는 전음에 흠칫 놀라 객잔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칠과 팔은 어느새 사라지고 객잔 입구는 텅 비어 있었다.

 

제11-5장 일월교에 대한 것들

 

파현의 하늘 위에 호현과 허학진인, 그리고 황보당이 날고 있었다.

 

“우와아!”

 

호현의 손에 잡혀 하늘에 떠 있는 황보당은 연신 함성을 지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허학진인이 호현에게 말했다.

 

“괜찮으냐?”

 

지상을 유심히 보던 호현이 허학진인의 물음에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말입니까?”

 

허학진인이 황보당을 힐끗 바라보았다. 황보당의 몸집은 거짓말 조금 더 보태면 황소만 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저런 덩치까지 데리고 하늘을 나는 것 말이다. 무리가 간다면 굳이 우리 둘까지 데리고 하늘을 날 필요는 없다.

 

허학진인의 전음에 호현이 황보당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백 근 가까이 나갈 것 같은 황보당은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부담이 되는 체구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보이는 것만 그렇지 사실 황보당의 무게는 그리 많이 나가지 않았다. 허학진인과 황보당 둘 다 몸을 가볍게 하는 경신법을 운기 중인 것이다.

 

허학진인 같은 경우는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었고, 황보당은 묵직한 항아리 같은 느낌이랄까?

 

하여튼 그 정도 무게감은 호현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말과 함께 호현이 다시 지상에 시선을 집중하자 허학진인도 땅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호현이 보는 것을 허학진인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금 그들이 이렇게 하늘에 떠 있는 이유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유표가 일월교와 관련이 있다는 팔의 전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호현에게 한 가지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찾았던 일월교의 비밀 지부가 지하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군요. 왜 유표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움직일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렇군. 땅속으로 이동한다면 사람들의 눈을 의식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유표가 아직 이곳에 있을까요?”

 

“확인을 해 보기 전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허학진인의 확인하자는 말에 이렇게 하늘에 떠서 땅을 훑어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호현이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낮이라 그런지 지하에서 움직이는 기운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면 낮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인가?’

 

호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 찾은 비밀 지부의 사람들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 말은 그들도 일을 하면서 사는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호현은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월교는 어떤 곳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월교는 사교니라.”

 

“어떤 의미의 사교입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허학진인은 말이 길어지겠다 싶었는지 파현 외곽에 있는 야산을 가리켰다.

 

야산의 봉우리 위에서 파현을 바라보며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일월교는 이름을 봐도 알다시피 일월을 받드는 종교 문파다. 언제 중원에서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서역에서 넘어온 종파라는 설이 유력하지.”

 

“서역?”

 

“그렇다. 하지만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천축에서 왔다는 설도 있으니 말이다. 하여튼 처음에는 조용한 종교 집단으로 활동을 한 것 같다. 그러다 원 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기억을 더듬은 허학진인이 말을 이었다.

 

“원에 의해 탄압받고 핍박받는 교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월교 무인들이 세상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당시 그들이 펼친 무공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렬한 것이었다. 그런 일월교 밑으로 반원 운동을 하는 무인들까지 합류를 하게 되니 그들의 교세는 순식간에 천하를 아우를 정도로 거대해졌다.”

 

허학진인의 말에 황보당이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혹 일월교가 배화교의 전신입니까?”

 

‘배화교? 배화교는 또 뭐지?’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배화, 또는 백련이라 불리기도 했지.”

 

“백련교!”

 

백련교라는 말에 호현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배화교라든지 일월교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백련교는 호현도 익히 아는 종교였다.

 

원을 멸망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이 있다 할 수 있는 곳, 명의 태조 주원장조차도 백련교도로 시작을 해 현 명을 건국할 기반을 얻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로도 비유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백련교였다.

 

명의 건국에 가장 큰 힘이 된 백련교였지만 그 후 태조에 의해 철저히 탄압받고 멸문한 종파가 바로 백련교인 것이다.

 

놀라는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백련교를 아느냐?”

 

“스승님께서 명의 건국에 관한 역사를 이야기해주실 때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들은 것에 따르면 태조께서 백련교를 멸문시켰다 들었습니다.”

 

“멸문이라……. 종교라는 것은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태조께서는 백련교를 두려워하셨다 하지.”

 

강력한 황권 정치를 휘두른 태조가 백련교를 두려워했다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왜 황제가 일개 종파를?”

 

“그 일개 종파가 원을 무너뜨렸다. 물론 그 백련의 힘을 가장 알맞게 사용한 태조가 있었으니 그럴 수 있었겠지만……. 하여튼 태조께서는 백련교가 자신들만의 신앙으로 이루어진 나라를 세우려 할 것을 두려워했다.”

 

“종교가 나라를 세운다는 말입니까?”

 

“백련교의 교리는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세상……. 만민이 평등하게 살며 서로를 위하는 삶…….”

 

잠시 말을 멈춘 허학진인이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가 땅을 따스하게 하며 만물을 성장시키고 삶에 힘을 주고, 달이 땅을 비춰 모든 것을 포근하게 하며 편히 쉬게 해 주는 일월교의 교리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라고 해를 더 많이 받는 이 없고, 어떤 이라고 달빛을 더 많이 받는 이도 없다. 일월은 평등한 사랑을 주니 사람 또한 평등해야 하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일월교의 큰 교리지.”

 

“만민 평등이라…….”

 

일월교의 교리를 중얼거린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말은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다. 세상은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둘로 나뉘어져 있을 뿐, 그 경계가 사라진다면 나라도 없고 혼란만 생길 뿐이다.’

 

어떻게 보면 모진 말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느 역사서를 보더라도 나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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