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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4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40화

“아!”

 

개방 장로에 의해 발견이 됐다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개방에서 유표를 잡게 된다면 살아서 동창에 넘기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이 틀어지면 사형들과 스승인 죽대 선생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황보당이 입을 열려다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 모습에 순간 호현의 얼굴도 굳어졌다.

 

“무…… 무슨 일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황보당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고는 슬쩍 자신에게 전음을 보내는 주향각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실 그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주향각주가 전한 충격적인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지공노 왕똥 대협이 살해됐다는 말입니까?

 

황보당의 전음에 주향각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황보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이지공노가 누구인가? 개방의 고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사람이 바로 이지공노였다. 그런 고수가 죽다니…….

 

-소가주, 집중하십시오. 지금은 이지공노가 아니라 무당학사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주향각주의 전음에 황보당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지금은 이지공노의 죽음보다 무당학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귀에 주향각주의 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왕똥을 살해한 후 그들은…….

 

주향각주의 전음에 따라 황보당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산동성의 한 야산에는 관제묘가 있었다. 관우의 신상을 모시는 관제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는 않은 듯, 아니 거의 없는 듯 황량한 모습이었다.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인지 지붕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고, 벽은 대부분 허물어져 있어 비바람이라도 강하게 분다면 바로 허물어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관제묘 안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여기저기 기운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바로 개방의 고수들이었다.

 

수십 명이 모여 있는 자리였지만 관제묘 안에는 침 넘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침묵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십 명의 거지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하나의 관이 놓여 있었다.

 

원래 개방은 사람이 죽으면 관을 이용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관은 사치이고 그들이 평생 간직한 이념과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죽으면 거적으로 대충 말아서 땅에 묻는다. 죽어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 개방의 전통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이 제사를 지내야 할 인물의 시신이…… 산산조각 나 있는 것이다.

 

뚜벅! 뚜벅!

 

관제묘 안에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거지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거지들 사이로 다 늙어 죽을 것 같은 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들부들!

 

걷는 것도 힘겨운지 온몸을 떨며 걸음을 옮기던 노개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은 어디에 있지?”

 

노개의 말에 거지들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 노개가 묻는 목은 관 속 주인을 죽인 흉수의 목을 말하는 것이다.

 

“목도 없이 장례를 치르려 하다니.”

 

그 모습을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던 노개가 관을 바라보았다.

 

관을 보던 노개가 슬쩍 손을 들었다.

 

우지끈!

 

순간 묵직한 소리와 함께 관 뚜껑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몇 백 근은 나갈 석관 뚜껑이 손짓 한 번에 떠오르는 놀라운 광경이었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놀람의 빛보다는 슬픔과 분노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관 뚜껑이 떠오른 것과 함께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옷가지들과 처참하게 조각이 나 있는 사람의 육신이 말이다.

 

생전에는 이지공노, 또는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로 불렸던 왕똥……. 그가 지금 조각이 난 채 누워 있는 것이다.

 

쿵!

 

석관을 바닥에 떨어뜨린 노개가 관에 다가갔다.

 

스윽!

 

관 안을 보던 노개가 왕똥의 시신을 훑어보았다.

 

“이거…… 심하게 당했군. 방주에게 연락했느냐?”

 

노개의 물음에 주위에 있던 거지들 중 한 중년의 거지가 앞으로 나섰다.

 

“비응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총타가 있는 개봉까지 닿으려면 이틀은 걸릴 것입니다.”

 

“이틀이라……. 방주의 상심이 크시겠구먼.”

 

왕똥의 시신을 보며 중얼거린 노개가 손을 관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왕똥의 허리라 생각되는 부분에서 허리끈을 풀어냈다.

 

일곱 개의 매듭이 지어져 있는 허리끈……. 개방의 장로를 상징하는 칠결이 바로 그것이었다.

 

개방의 제자가 얻을 수 있는 제일 많은 매듭 칠결, 그 위로는 다음 대 개방 방주를 잇는 후개를 상징하는 팔결과 방주인 구결이 있을 뿐이었다.

 

칠결을 꺼낸 노개가 손을 들자 관 뚜껑이 절로 솟구치더니 관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것과 함께 노개가 칠결을 허리에 둘렀다.

 

“가자꾸나.”

 

말과 함께 노개가 관제묘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개방의 고수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허학진인과 호현은 황보당과 함께 산동성 파현에 들어서고 있었다.

 

파현에서 유표와 닮은 사람을 봤다는 황보세가의 정보에 따라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황보당은 호현과 친분도 쌓고 빚도 지울 생각으로 그들을 안내하는 역을 맡은 것이다.

 

파현에 들어선 일행은 황보당의 안내를 받아 한 객잔에 들어섰다.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다가오더니 황보당에게 작은 서신을 주고는 사라졌다.

 

그에 호현이 황보당을 주시했다.

 

“무슨 내용입니까? 유 대인에 관한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황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표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정도인데…….”

 

황보당이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개방 전대 방주인 무결 장취삼이 움직였습니다.”

 

무결이라는 말에 허학진인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결 그 친구가?”

 

무결 장취삼은 허학진인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무인이자 고수였다. 허학진인은 현 개방 방주에게 지위를 넘겨 준 후 개방도의 상징인 결을 모두 풀어버리고 은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무결 대협께서 워낙 술을 좋아하는 분인지라 얼마 전 산동성에 자리를 잡았다 들었는데…… 아마 이지공노 이야기를 듣고 움직인 듯합니다.”

 

“흠…… 그렇군. 하긴 나와 사형이 움직였는데 그 친구라고 움직이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

 

고개를 끄덕인 허학진인이 황보당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유표가 보이지 않는다라……. 이곳에서 본 사람이 있다 하여 온 것 아닌가?”

 

허학진인의 말에 황보당이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황보 소협을 탓하려 한 말이 아닐세. 내 생각에 산동성 안에서만큼은 황보세가의 정보력이 개방을 능가할 것인데…… 자네들의 눈을 숨기고 움직이는 유표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네.”

 

잠시 말을 멈춘 허학진인이 중얼거렸다.

 

“정말 유표가 반역이라도 하려 했다는 말인가?”

 

허학진인의 중얼거림에 호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호현의 시선에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동창의 공격을 받고도 유표는 몸을 피했다. 그것도 두 번 씩이나……. 또한 개방의 공격을 받고도 몸을 피했다. 또한 그것도 두 번씩이나. 게다가 그 와중에 개방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인 이지공노 왕똥까지 당했다.”

 

허학진인의 중얼거림에 황보당은 깨닫는 것이 있었다.

 

“그렇군요. 아무리 도어사라는 지위가 관에서 고위에 속한다고 하지만 동창 고수들을 막을 무력을 가지고 있다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이지공노 왕 대협의 무력은 또 어떻습니까. 그분을 피해 달아나는 것도 어려운 판에 죽이기까지 하다니……. 무언가 있습니다.”

 

황보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허학진인이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유표와 친하게 지내던 무림 세력은 없다 하더냐?”

 

“알아보겠습니다.”

 

말과 함께 황보당이 주점 밖으로 나가자 허학진인이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탁! 탁! 탁!

 

가볍게 탁자를 두들기던 허학진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머리 쓰는 일은 사형이 늘 하던 것인데……. 오랜만에 머리를 쓰려고 하니 지끈거리는구나.’

 

허학진인은 머리를 쓰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학진인의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천재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는 머리를 가진 사람이 바로 허학진인이었다.

 

무공이라는 것이 육신의 힘만 뛰어나다고 해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머리를 쓰냐 마냐는 그저 성격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하여튼 사형인 허명진인이 옆에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고개를 젓던 허학진인은 곧 음식이 나오자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식사부터 하도록 하자꾸나.”

 

허학진인이 먼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호현이 한숨을 쉬며 국수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하지만 호현은 곧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그러느냐?”

 

“사형들과 스승님께서 겪을 고초를 생각하니 입맛이 없습니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 아무리 고수라도 밥심이 없으면 힘을 못 쓰기는 마찬가지인 법이니.”

 

젓가락을 국수 그릇에 꽂아주는 허학진인을 보며 호현이 다시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밖에 나갔던 황보당이 들어왔다.

 

“음식 드시게.”

 

의자에 앉은 황보당이 음식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몇 가지 정보를 얻었습니다.”

 

정보를 얻었다는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황보당이 입을 열었다.

 

“그중 첫 번째는…….”

 

“잠깐.”

 

황보당의 말을 끊은 허학진인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손가락에는 어느새 국수 가닥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손가락에 있던 국수 가닥이 순간 화살처럼 객잔 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국수 가닥이 막 벽에 닿으려는 순간 그것이 허공에 굳은 듯 멈췄다.

 

“후루릅!”

 

순간 벽으로 국수 면발이 빨려 가는 소리와 함께 벽이 갈라지며 흑의 복면인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저 사람들은…….’

 

복면인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복장과 기운은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 모습에 호현이 놀라 눈을 크게 뜰 때 황보당은 흑의인들의 손에 들려 있는 이상한 무늬의 천을 보고는 경악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형변금(萬形變錦)?”

 

만형변금은 주위 사물과 동화를 해 그 안에 은신한 사람의 모습과 기척을 완벽히 숨겨준다는 전설상의 기보인 것이다.

 

황보당의 중얼거림과 함께 흑의 복면인들이 그들이 있는 탁자로 다가왔다.

 

“국수는 맛이 있던가?”

 

허학진인의 말에 복면에 팔이라 적힌 이가 웃었다.

 

“이 객잔 국수가 그리 대단한 맛이 있는 줄 알았다면 미리 좀 먹을 것을 그랬습니다.”

 

복면인들은 바로 동창의 칠호와 팔호였다. 팔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기를 담은 국수를 맛있다 표현하다니 자네도 어지간한 철심인가 보군.”

 

“이 일을 하다 보니 절로 간이 커진 듯합니다.”

 

말과 함께 팔이 멍하니 굳어 있는 점소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점소이를 비롯한 객잔 안 사람들은 갑자기 벽에서 나타난 흑의인들 때문에 놀랐는지 모두 굳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팔이 소리쳤다.

 

“사람 처음 보는 것 아니면 그냥 댁들 하던 일들 해. 그게 아니라면 나한테 볼일이 있는 건가?”

 

손님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소리치는 팔의 행동에 사람들이 급히 돈을 탁자 위에 던져놓고는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팔이 점소이에게 말했다.

 

“국수나 사 인분 가져오게.”

 

“아……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급히 주방으로 들어가자 팔과 칠이 탁자에 앉았다. 그런 팔을 보던 허학진인이 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칠은 만형변금을 접어서는 품에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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