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3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8화
균현이 무당 가까운 곳에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산을 내려와야 하니 학사인 호현에게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내려오면 다시 또 올라가야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오늘 호현이 균현에 온 것은 정말 큰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균현에 호현 등이 들어서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향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사람들의 예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인자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보였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사람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존경의 표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호북 사람들에게 무당파는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 무당파 옆에 있는 균현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호북에서는 무당파 도사가 아니라고 해도 일단 도복을 걸친 도사들은 어디를 가도 환대를 받았다.
오죽하면 호북에서는 도사가 돈을 쓸 데가 없다는 말까지 있었다. 도사를 돕는 것을 호북 사람들이 덕을 쌓는 일이라고 여기는 탓이다.
균현 사람들이 보내는 예를 일일이 받으며 걸음을 옮기던 허명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표국만 가면 되는 것인가?”
“스승님에게 보낼 편지만 보내면 되니 표국에 가면 됩니다.”
호현의 말에 옆에 있던 허학진인이 말했다.
“굳이 산을 내려올 필요는 없거늘, 본문에서도 편지를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제 일에 무당 분들을 수고롭게 할 수는 없습니다.”
“고지식하기는……. 옛날에 있던 표국이 아직도 있나 모르겠군.”
은거를 하고 난 후 산을 내려온 적이 없어 그동안 균현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걸음을 옮기던 일행은 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균현에 유일한 유운표국은 무당의 속가제자가 대대로 주인을 하고 있었다.
유운표국은 거대한 장원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들고 나가는 마차와 사람들로 무척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허학진인이 문득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은거한 지 꽤 됐으니 막소천 사질이 살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이십 년 전이니…… 모르겠구나.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허명진인이 호현 등을 데리고 유운표국 안으로 들어갔다.
유운표국의 문지기 오칠은 표국으로 들어오는 노도사들을 보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무량수불, 무당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그러하네.”
허명진인의 말에 오칠이 슬며시 그들 일행을 훑어보았다. 딱 봐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일행이었다.
‘무당에서 이 정도 연배들이라면 최소한 장로들이시겠구나.’
귀빈들이 왔다는 것을 안 오칠은 정중하게 장원 안으로 손을 내밀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호현 일행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오칠은 그들을 대청으로 안내했다.
“지금 국주께 전갈을 넣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전에, 지금 국주는 누구신가?”
“백운검객 막경 국주이십니다. 그럼 국주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오칠이 밖으로 나가자 허명진인이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국주가 바뀌었다니 막 사질이 걱정이군.”
“은퇴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행이 이야기를 나누며 막경을 기다리고 있을 때 대청의 문이 열리며 세 명의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무당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유운표국의 국주 막경입니다.”
“무당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유운표국의 총표두 팽천입니다.”
“무당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유운표국의 집사 막진입니다.”
자신들을 소개하며 안으로 들어오는 세 사람을 보고 호현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호현입니다. 편지 배달을 의뢰하려고 찾아왔습니다.”
호현의 인사에 집사 막진이 힐끗 그 뒤에 있는 허명진인 등을 바라보았다.
‘무당의 어르신들과 같이 동행을 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쉽게 생각하면 아니 되겠구나.’
나이는 어리지만 호현을 귀빈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막진이 정중하게 말했다.
“저와 이야기를 하시지요. 이쪽으로.”
막진이 호현을 대청 한쪽에 있는 탁자로 데리고 가자 막경과 팽천이 허명진인 등 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
*
막진과 탁자에 앉은 호현은 품에서 죽대 선생에게 보낼 편지를 꺼내 들었다.
“호북 방헌현에 있는 방헌학관의 관주 죽대 선생에게 보낼 편지입니다.”
막진이 품에서 작은 서책을 꺼내 그 안에 수신지를 적으며 물었다.
“보내는 분 성함이……?”
“죽대 선생의 제자 호현이라고 합니다.”
발신자 이름까지 적은 막진이 편지를 받으며 슬며시 호현과 같이 온 허명진인 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호현 공자께서는 무당 분이 아니신 듯하군요?”
“저는 무당에 고용된 학사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무당에서 학사들을 고용했다는 것은 막진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무당에 고용된 사람이라면 무당 어르신들과 그리 큰 친분은 없겠지. 그럼 일반적인 요금을 받으면 되겠군.’
무당 사람이라면 표행 대금을 깎아 주거나, 신분이 높다라면 표행을 무료로 해주었다.
하지만 호현은 무당 사람이 아니니 일반적인 대금을 받으면 될 터였다.
요금을 적으려던 막진이 문득 호현과 같이 온 노도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왜 온 것이지? 같이 산에서 내려오신 것인가?’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신분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파 무림에서는 나이는 곧 배분과 신분을 의미했다.
그러니 저렇게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할 정도로 나이를 먹은 도사라면 무당에서의 배분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혹시 이 학사와 무당의 어르신들이 친한 사이인 것인가? 무당 어르신과 친한 사이라면 요금을 깎아 줘야 할 텐데?’
잠시 생각을 하던 막진은 표행 대금을 말하기 전 일단 확인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같이 오신 무당 어르신들은 어떤 분들이신지요?”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십니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 무당에 허자배라면…… 헉!’
허자 돌림이 현 무당의 장로인 청자 배들의 전 배분이라는 것을 안 막진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국주이자 자신의 형인 막경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바닥에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형과 총표두를 볼 수 있었다.
“무당 속가 막경이 허명 사조와 허학 사조를 뵙습니다!”
“무당 속가 팽천이 허명 사조와 허학 사조를 뵙습니다!”
그 모습에 막진 역시 급히 그 앞으로 뛰어가 바닥에 엎드렸다.
“무당 속가 막진이 허명 사조와 허학 사조를 뵙습니다!”
셋의 예에 허명진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면서 예를 했는데 또 하는 것인가? 허허허, 그만들 일어나시게.”
허명진인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화아악!
허명진인의 손길과 함께 뿜어진 부드러운 기운이 엎드려 있는 세 사람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성인 남자 셋을 일으키는 절정의 허공섭물에 셋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사람 셋을 들어 올리는 허공섭물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도 없는 것이다.
과연 무당 전대 기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국주가 바뀌었군. 내가 은거할 때만 해도 막소천 사질이 국주를 하고 있었는데? 막소천 사질은 잘 지내고 있는가?”
절정의 허공섭물을 보여 준 무당의 기인이 부친의 안부를 묻자 감동을 한 막경이 공손히 말했다.
“은퇴를 하신 아버님께서는 막내 동생과 함께 중원을 여행 중이십니다.”
“좋은 일이군. 무림에서 살다보면 나이를 먹고 안 좋은 일을 겪는 일이 많은데, 막 사질은 덕을 많이 쌓았나 보군. 그래, 건강은 괜찮은가?”
“건강하십니다. 지금도 녹림도 열 명쯤은 단칼에 상대할 수 있다고 늘 자랑을 하시지요.”
건강까지 좋다는 말에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 둘도 나이를 먹어 예전 인연들은 하나둘씩 저세상으로 먼저 가버렸는데, 한 배분 밑이라고는 하지만 알던 사람이 잘 지내고 있다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나중에 막 사질이 돌아오면 무당으로 한 번 오라고 하시게.”
“알겠습니다.”
막경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당장 아버지에게 사람을 보낼 생각이었다.
무당의 전대 기인이 막소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무언가 인연을 더 이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버지가 무당에 가실 때 막내 녀석을 딸려서 보내야겠군.’
아직 나이가 어려 무당에 속가로 입문하지 않은 자식이 이번에 기연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막경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어렸다.
“호현 학사, 편지는 맡겼는가?”
“맡겼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세. 자네 속도를 따라 산에 올라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니.”
“아직 대금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호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막경이 급히 말했다.
“돈은 괜찮네.”
돈을 안 내도 된다는 막경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정당한 일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르는 법입니다. 제가 유운표국을 통해 편지를 보내는 것은 정당한 일이니 정당한 대가를 받으시는 것이 도리입니다.”
“본문의 어르신들과 같이 온 사람에게 돈을 받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 막 모를 손가락질할 것이네.”
막경이 강하게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호현이 난감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허허허, 우리와 같이 왔는데 돈을 받으면 막 국주가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막 국주를 더 불편하게 하지 마시게.”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입맛을 다시고는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막 국주의 배려 잊지 않겠습니다.”
“괜찮네. 아! 그런데 편지를 배달하고 답장을 받아야 하나?”
막경의 물음에 호현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답장을 주신다면 무당으로 전해 주십시오.”
“알겠네.”
편지 일이 끝이 나자 호현 등은 표국을 나섰다.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배웅을 하던 막경은 멀어지는 일행들 중 한 노인, 운학을 바라보았다.
“저 어르신은 누구시지?”
“형님, 누구 말입니까?”
막진의 물음에 막경이 운학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저 어르신 말이네. 이름도 말씀하지 않으시고 그냥 가버리시는군.”
막진이 운학 쪽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알 필요가 없으니 허명 사조께서 말을 하지 않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군. 아!”
막경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탄성을 뱉고는 막진을 향해 말했다.
“지금 즉시 아버님에게 사람을 보내라. 당장 돌아오시라고.”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호현 학사의 편지도 지금 바로 보내게.”
“지금 말입니까? 방헌 쪽으로 가는 표행이 삼 일 후에 있는데, 그때 보내시는 것이…….”
어차피 공짜로 해주는 표행인데 좀 늦으면 어떠냐는 막진의 말에 막경이 고개를 저었다.
“은거를 하신 지 오래 된 허자배 사조들과 같이 다니는 사람이네. 분면…… 무당과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의 일을 허투루 할 수는 없는 일이지. 되도록 편지를 빨리 보내고 받아 온다면 우리가 호현 학사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 했는지 그가 알아 줄 것이다.”
허자배와 같이 다닐 정도로 무당과 관련이 깊은 사람이라면 하나라도 인연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는 것이 막경의 생각이었다.
그 말을 이해한 막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아! 편지를 받는 사람이 호현 학사의 스승이라고 했으니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군. 학관 관주라고 했으니 그에 맞는 수준의 물건으로 보내게. 물론 학사들이 좋아하는 물건으로 보내는 것도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
*
*
유운표국을 나온 호현은 문득 운학의 옷이 무척 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