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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3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7화

말과 함께 척광이 슬며시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무림인도 아니고 관에 속한 인물이라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고맙네.”

 

허학진인의 고맙다는 말에 척광이 미소를 지었다. 그 말 한마디로 자신이 심정 지부 제자들을 닦달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럼 바로 유표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척광이 죽간을 펼치려 하자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유표의 행방에 관한 것뿐이니 설명을 하려 할 필요는 없네.”

 

허학진인의 말에 척광이 아쉽다는 듯 죽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가져온 죽간 뭉치만 여섯 개가 넘는다.

 

그것을 보이면서 설명을 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일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

 

죽간을 보던 척광이 그것을 둘둘 말아 옆으로 치우고는 말했다.

 

“유표는 수하 몇과 함께 동쪽으로 향했습니다.”

 

“동쪽?”

 

“동창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마을이나 인가 등 사람의 이목을 피해 움직이기 때문에 저희 개방에도 별다른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척광의 말에 호현이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고작 동쪽으로 갔다는 것뿐이지 않는가.

 

이 넓은 중원에서 동쪽으로 갔다는 정보만 가지고 사람을 찾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고 수풀에서 바늘을 찾는 격인 것이다.

 

호현의 원망 섞인 눈빛에 허학진인이 전음을 보냈다.

 

-기다려 보아라. 나 허학에게 이 정도 정보를 가지고 오면서 생색을 낼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호현의 눈빛을 받으며 허학진인이 척광을 바라보았다.

 

“그 정도 정보뿐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얼마 전까지 유표에 대한 정보가 없었으나…….”

 

“얼마 전이라면…… 지금은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삼 일 전 기현에서 한 노인과 중년인 둘이 흑의 복면인들과 크게 싸웠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 노인이 유표란 말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복면인들은 동창 특유의 암행복을 입고 있었다 합니다. 하남 인근에 동창의 추격을 받는 인물은 유표가 유일하니 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척광의 말에 허학진인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등봉현에서 동창의 손을 피해 달아난 자가 기현까지 추격을 피했다라……. 도와주는 자들이 있는 모양이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동창의 눈을 피해 이천 리 이상을 달아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그 이후의 행적도 아나?”

 

“그것이 송구하게도 그 이후 행적이 다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기현에서도 동쪽으로 달아났다 하니 산동성 쪽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산동성이라…….”

 

잠시 생각을 하던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그리고 개방에서 유표에 대한 조사를 좀 해주었으면 하는데…….”

 

“방주께 전갈을 보내겠습니다.”

 

“이것도 같이 보내시게.”

 

허학진인이 품에서 작은 천으로 된 매듭을 꺼내 내밀었다. 누가 보면 그냥 천 쪼가리라 생각할 것이지만 척광에겐 달랐다.

 

그 천 쪼가리는 개방의 신분을 상징하는 허리 매듭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개방에 한 가지 부탁을 할 수 있는 신물인 것이다.

 

“지금부터 전 개방도들이 유표를 찾는 일에 나설 것입니다.”

 

공손히 매듭을 받아 품에 갈무리한 척광이 포권을 해 보이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전 중원에 퍼진 개방도들에게 유표를 찾으라 전하려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매듭을 통해 들어온 부탁이니 방주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았다. 의로써 맺어진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개방인 것이다.

 

제11-3장 황보세가, 무당학사를 반기다

 

호현과 허학진인은 기현에 들어서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표가 발견이 된 곳에서 그를 추적하려는 것이다.

 

상당히 번화한 마을을 허학진인이 보고 있을 때 그들에게 거지들이 모여들었다.

 

“개방 기현 향주 무삼, 허학진인을 뵙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초로의 노개 무삼을 보며 허학진인이 합장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도호를 외우는 허학진인을 보며 무삼이 걸음을 옮겼다.

 

“유표와 동창이 싸운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무삼의 말에 호현과 허학진인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오신다는 전갈을 받고 유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기현 일대를 조사하였습니다.”

 

무삼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무삼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무당학사 호현인가 보군.’

 

무당학사가 허학진인과 같이 오고 있다는 전언을 들었기에 무삼은 호현이 누구인지 알았다.

 

무당과 화산 제자들이 깨달음을 얻게 도왔으며, 소림사의 장문인까지 깨달음을 얻게 한 현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후기지수인 것이다.

 

그 말은…… 현 무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호현의 한마디라면 구파일방 중 가장 강하다는 소림과 무당, 화산. 이 세 파가 손을 걷어붙이고 움직일 것이니 말이다.

 

그 예로 이미 검선이라 칭해지는 전대 십대 고수 중 한 명인 허학진인이 호현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가.

 

그것만 보더라도 무당이 호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나이로 평가하고 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아는 무삼이 공손히 말했다.

 

“본방에서 분석한 대로 유표를 돕는 조력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저희 방도들 중에는 동창과 싸우기 전에 유표를 본 사람이 없습니다. 유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기현에 들어왔을 것입니다.”

 

무삼의 말에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개방의 눈을 피해 들어왔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하지만 굳이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곧 기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관청 앞에 도달했다.

 

“저곳입니다.”

 

무삼이 가리키는 곳을 본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반파되고 불에 탄 삼 층 건물이 보였다.

 

“기현에서 가장 좋은 객잔이었는데 유표와 동창 고수들의 싸움에 저렇게 되었습니다.”

 

무삼의 말에 주위에 있던 거지들이 중얼거렸다.

 

“월영객잔 음식들, 맛이 좋았는데.”

 

“그러게. 거기 숙수가 음식들 버릴 때에는 깨끗하게 버리곤 했는데 말이야.”

 

“아쉬워.”

 

거지들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며 호현이 객잔 쪽으로 다가갔다.

 

박살이 나 있는 객잔을 이리저리 훑어보던 호현에게 허학진인이 다가왔다.

 

“꽤 심하게 싸운 모양이군.”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허학진인이 봤나 싶은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뭐 발견하신 것이 있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슬쩍 손을 들었다.

 

팟!

 

순간 허학진인의 손에 부서진 항아리 조각 하나가 들려 왔다.

 

“잘린 조각을 보아라.”

 

항아리 조각을 본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끄럽게 잘려 나간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왜 보라고 하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런 호현을 보며 허학진인이 말했다.

 

“이런 도기 같은 것은 자르기가 쉽지 않지. 도나 검 등으로 도기를 가르면 잘리기보다는 깨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무척 매끄럽게 베이지 않았느냐?”

 

“아…… 그렇군요.”

 

“하지만 뭐 검기 정도 구사할 수 있는 자들이라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럼 쉽다는 것입니까? 어렵다는 것입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항아리에 손을 살짝 댔다.

 

사악!

 

항아리 조각이 원래 나뉘어져 있던 것처럼 반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일류 고수들 정도로는 이렇게 쉽게는 할 수 없지. 그리고 이 흔적……, 참수검(斬水劍)의 흔적으로 보이는데.”

 

“참수검?”

 

“절정의 쾌검술로, 참수검을 익힌 자의 시선이 닿으면 이미 검이 가 있다 할 정도로 극쾌의 검법이다. 참수검을 사용한다는 것은 강기성화급 고수라는 말인데……. 유표라는 자의 무위가 생각보다 더 뛰어난 모양이군. 이런 고수의 추격을 따돌리고 도망을 갈 정도라니.”

 

주위를 둘러보던 허학진인이 무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시 이곳 상황을 설명해주겠는가?”

 

“동창의 무인들 십여 명과 노인 한 명, 중년인 둘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그중 중년인 한 명이 죽고 노인과 다른 중년인 한 명이 동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심정에서 들은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은 무삼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흔적은 어떻게 되었나?”

 

“저희 개방의 방도들이 산동성 경계를 감시하고 있으니 그들이 그쪽으로 향했…….”

 

말을 하던 무삼이 말을 끊고는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허학진인과 호현이 그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부서진 객잔 안으로 어린 거지 한 명이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향주님, 고운 타주께 전갈이 왔습니다.”

 

재빨리 다가온 어린 거지가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 안에는 이상한 그림들이 작게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무삼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유표가 산동성에 들어섰습니다.”

 

“발견된 것입니까?”

 

“문강을 통해 산동성으로 향했다…… 으득! 합니다.”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이를 악무는 무삼의 모습에 허학진인이 합장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개방이 피해를 입은 것인가?”

 

“으득! 본방의 사결 여덟이 당했습니다.”

 

“무량수불.”

 

허학진인의 나직한 도호에 호현도 그들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으드득! 아니네. 의와 협을 위해 사는 개방의 방도로서 할 일을 하다 죽었으니…… 네 잘못이 아니다.”

 

심정이 격앙되어서 그런지 무삼의 말투는 어느새 하대로 바뀌어 있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던 무삼이 허학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매듭으로 하신 부탁은 유표의 행적을 찾아달라는 것으로 압니다.”

 

“맞네.”

 

“본방은 앞으로도 허학진인께 유표의 행적을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생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살려서 잡고 싶다면 저희보다 먼저 잡으셔야 할 것입니다. 그럼.”

 

말과 함께 몸을 돌리던 무삼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네를 돕다 흘린 본방의 피를 기억하게. 만약 자네가 의와 협을 어기며 양민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면…… 자네는 본방의 손에 죽을 것이네.”

 

단호한 무삼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숙였다.

 

“저 호현, 앞으로 양민을 돕고 힘없는 자를 도우며 의와 협을 위해 살겠습니다. 만약 호현이 의와 협을 어기는 일을 행한다면…… 제 목숨은 개방의 것입니다.”

 

호현의 맹세에 무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개방도들을 데리고 객잔을 나섰다.

 

호현이 그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유표라는 자 살려서 잡아야 하나?”

 

“물론입니다. 그를 잡아서 사형들과 스승님이 그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하니 유표가 죽으면 안 됩니다.”

 

“그럼 빠르게 움직여야겠군. 만약 개방이 우리보다 먼저 유표를 잡게 된다면…… 우리는 시체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유표를 죽일 것이란 말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는…… 피를 흘린 자의 몫이니. 자! 출발하세!”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부서진 의자를 밟으며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파앗!

 

순식간에 동쪽으로 사라져 가는 허학진인의 모습에 호현도 지체 없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

 

*

 

*

 

호현과 개방이 미친 듯이 찾고 있는 유표는 하남과 산동성을 잇는 접경 지역에 있는 한 산속에 있었다.

 

“끄응!”

 

신음을 토하며 누워 있는 월신사자의 입에 유표가 물을 흘려 넣었다.

 

“끄으윽!”

 

흘려주는 물을 대부분 마시지 못하고 입가로 흘리는 월신사자의 모습에 유표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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