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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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5화
“다른 녀석들에게 변고가 생겼구나.”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더냐?”
“도어사 유 대인께서 반역을 도모했다는 죄로 동창에서 제자 분들을 체포하려 하였습니다.”
제갈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유표 그 늙은이가 미쳤구나. 아니면 동창이 미쳤든지.’
유표가 반역을 했다면 그것은 그가 미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반역이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유표가 반역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동창이 미친 것이다. 도어사가 어떤 지위인가? 관리들을 감사하는 도찰원의 수장이다.
그런 도찰원의 수장이라면 그 관직도 관직이지만 황제 폐하의 신임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죽대 선생은 현 명국의 정세를 생각하며 유표가 과연 반란을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동창을 이용해 유표를 축출하려는 권력 싸움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제갈현을 바라보았다.
‘잠깐, 분명…… 제자 분들에게 변고가 생겼다 하였는데?’
제갈현의 말을 되새긴 죽대 선생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유표 이 개자식이 내 제자들을 데리고 있었던 것이냐!”
대석학이라 불리는 죽대 선생의 입에서 쌍욕이 나오는 것에 놀란 눈을 뜨고 있던 제갈현은 그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에 급히 포권을 해 보였다.
“소식에 의하면 동창이 유 대인을…….”
“대인은 무슨!”
“네. 네! 대인이 아닙니다. 동창이 유표를 잡으러 갔을 때 그가 머물던 장원에 제자 분들께서 머물고 있다 화를 입으신 듯합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다더냐? 혹…….”
얼굴을 굳힌 채 잠시 말을 멈춘 죽대 선생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으득! 죽은 것이냐?”
“그것은 아닙니다. 제자 분들께선 현재 동창에 구금되어 북경으로 압송 중이라 합니다.”
다행히 죽지 않았다는 말에 죽대 선생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군.’
속으로 중얼거린 죽대 선생이 제갈현을 향해 물었다.
“유표는 어찌 되었다 하더냐?”
“동창에서 놓쳤다 들었습니다.”
“놓쳐? 유표가 달아났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제갈현의 말에 죽대 선생의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일그러졌다.
‘이 병신 같은 유표 새끼가 정말 반역이라도 저질렀다는 말인가?’
반역 혐의를 걸고 온 동창을 상대로 도망을 쳤다는 것은 그 혐의를 인정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다면 도찰원의 수뇌들은 모두 가혹한 고문을 겪을 것이다.
그들의 수장이 반역 혐의에 걸렸으니 아무리 죄가 없다 해도 고문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유표와 같이 있다 잡힌 자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구나.’
자신이 파문을 했다 하지만…… 오평서들은 여전히 그의 새끼들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생각을 하던 죽대 선생이 잠시 하늘을 보다가 제갈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현 그 아이에게 전언을 보내주게.”
“전언이라 하시면?”
“이곳으로 오지 말고…… 유표를 잡으라 하시게.”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유표를 말입니까?”
“제자들을 살리려면 반역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이야. 미안하지만 제갈세가에서 유표를 찾는 것을 도와주시게.”
“그것이야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전언까지 보낼 필요가 있겠습니까? 호현이 이동하는 속도를 본다면 늦어도 내일까지는 이곳에 도착할 것인데…….”
제갈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나에게 그 정도 시간이 없을 것 같군. 게다가 시간이 있다 해도 지금은 현아가 나와 만나서 좋을 것이 없겠지.”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혹 어디 몸이 편찮으신 곳이라도?”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죽대 선생을 제갈현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죽대 선생이 한 말의 의미는 그날 저녁 제갈세가를 찾아온 일단의 흑의인들에 의해 밝혀졌다.
“죄인! 박현은 나와 오라를 받아라!”
그날 저녁 동창의 무인들이 죽대 선생을 체포하기 위해 제갈세가를 찾아온 것이었다.
유표와 있다 잡힌 오평서들의 스승이 죽대 선생이니 연좌제를 물은 것이다.
아무리 무림과 관이 관여를 하지 않는다 해도 황제의 손이라 할 수 있는 동창 무인들의 출현에 제갈세가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만약 죽대 선생이 자신을 숨겨달라 했다면 제갈세가에서는 그를 도피시켜주었을 것이다.
동창이 오기 전 죽대 선생이 떠났다는 핑계를 대고 후환을 무마시키는 것 정도는 입관을 한 제갈세가의 가솔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죽대 선생은 웃으며 동창의 무인들을 따라나섰다.
“후후후! 지은 죄도 없는데 가기는 어딜 간다는 말인가. 이번 기회에 황상을 알현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기분 좋게 웃으며 죽대 선생이 동창의 무인을 따라간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죽대 선생이 순순히 나와서인지 아니면 전 한림원 대학사라는 신분 때문인지 동창의 무인들도 그를 결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제11-2장 개방의 도움을 받다
융중으로부터 이백 리 떨어진 한 현에서 호현은 제갈세가 무인으로부터 한 통의 서신을 받을 수 있었다.
현아 보아라.
융중으로 오고 있다 들었다. 여행을 마치지 않고 지금 돌아오는 것을 볼 때 아마 네 사형들이 동창에 구금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듯하구나.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네 사형들이 잡힌 이유는 바로 유표 때문이니 그를 잡아 동창에 넘기는 것이 우선이다.
융중으로 오지 말고 유표를 잡도록 해라. 아마 며칠 이내에 동창에서 나를 구금하러 올 것이나,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전 한림원 대학사인 나를 증거도 없이 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네가 해야 할 일을 해라.
서신을 보는 호현의 손이 떨려 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처럼 격동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술을 깨문 호현이 무인을 바라보았다.
“스…… 스승님은…… 무사하십니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죽대 선생께서는 잘 계십니다.”
“별일…… 없는 것입니까?”
“제가 출발하기 전에는 별일 없었습니다.”
무인의 말에 호현이 힐끗 융중 방향 쪽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죽대 선생의 곁에 있고 싶었다.
사형들이 일을 당한 것을 알고 불편할 죽대 선생을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죽대 선생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간다고 좋아하실 분도 아니고 말이다.
사형들은 위기에 처하고 스승님께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되자 호현은 유표에 대한 원망이 솟구쳤다.
‘유 대인……, 일단 유 대인을 잡는다.’
입술을 깨문 호현이 무인을 바라보았다.
“도어사 유 대인의 행적에 대해 알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소가주께서 유표에 대한 조사를 명하셨습니다. 지금 본가의 조직들이 그 뒤를 쫓고 있으니 곧 그에 대한 정보가 들어올 것입니다.”
“그럼 그 정보를 제가 어떻게 받을 수 있습니까?”
“정보가 나오는 대로 저희가 전갈을 하겠습니다.”
전갈을 하겠다는 말에 옆에 있던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허학진인의 말에 무인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허학진인께서 하명하실 것이 계시면 가르침을 주십시오.”
“나를 아는군?”
“무당쌍선이신 허학진인을 그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량수불……. 아직도 내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니 기분이 좋군.”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허학진인이 무인을 바라보았다.
“어쨌건 너희가 우리에게 전갈을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저희 세가의 정보망은 중원을 망라합니다.”
“제갈세가의 정보망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우리의 이동속도를 너희가 따르기 어려울 것이다.”
잠시 말을 멈춘 허학진인이 말을 이었다.
“이동하는 곳마다 개방에 들르겠다. 우리에게 전할 내용이 있다면 그쪽을 통해 전갈을 보내게.”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어디로 움직이실 것입니까?”
“일단…… 개방부터 들러야겠군.”
개방이라는 말에 무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됐다. 나도 개방에는 아는 늙은이들이 있다.”
“알겠습니다.”
무인이 고개를 숙이자 허학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세나.”
말과 함께 허학진인이 몸을 날리자 호현이 무인을 바라보았다.
“융중으로 돌아가실 것입니까?”
“유표에 대한 것을 알아봐야 하니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세가에 보내실 전언이 계시면 말씀하십시오. 전서구를 통해 보내겠습니다.”
“그럼 스승님께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 전해주십시오. 제가 유 대인을 반드시 잡겠다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무인의 답에 호현이 포권을 해 보이고는 저 멀리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허학진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호현이 달려오는 것을 본 허학진인은 몸을 돌려서는 다시 몸을 날렸다.
*
*
*
호현은 허학진인과 함께 하남에 들어서고 있었다. 빠르게 몸을 날리는 호현의 뒤를 따르던 허학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내가 나이를 먹은 것인가 아니면 호현 저 아이가 괴물인 것인가?’
호북 융중에서 하남 이곳까지 나흘을 쉬지 않고 경공을 시전해 달려온 것이다. 아마 말을 타고 달려도 이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었다.
아무리 허학진인이 세상에서 보기 힘든 고수 중의 고수라고 하여도 이런 거리를 이동하면 피곤한 것이다.
그런데 호현은 달리면 달릴수록 더욱 기운이 나는 듯 멈춤이 없고 거리낌이 없었다.
아니 달리면 달릴수록 힘이 나는 듯 조금씩 땅에 발을 대는 횟수와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신선이 날아가는 듯 말이다. 사실 호현은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자연지기를 과도하게 끌어 사용하면 노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해운의 말도 떠올리지 못할 만큼 말이다.
그래서 호현의 몸에서는 자연지기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에 호현의 몸에는 한 점 피곤함도 있지 않았다.
자연지기 생명의 기운이 그의 몸에 깃드는 피곤함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호현의 몸을 점점 하늘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몸은 가볍고 땅을 딛는 힘은 강하니 그의 몸이 절로 하늘을 향해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호현!”
몸을 날리던 호현은 허학진인의 벼락같은 고성에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 몸이 오 장 이상 되는 하늘로 솟구친 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급히 몸을 멈춘 호현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보며 다가온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갈 곳은 알고 그리 혼자 가는 것이냐?”
“마음이 급해서……. 그런데 조금 더 빨리 가면 안 되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나 때문에 더 빨리 달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허! 검선이라 불리던 내가…… 이런 망신이라.’
인생무상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은 허학진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빨리 간다 하여 선이 아니니라. 가고자 하는 곳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선이니라.”
“저희가 가는 곳이 어디입니까?”
“그래서 지금 살피고 있지 않느냐.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더니……. 십여 년을 무당에만 있었더니 관도도 변하였구나.”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지금 길을 잃으신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무안한 듯 합장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만류귀종이라.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하게 되어 있으니…….”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닌 듯합니다.”
질책이 담긴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기다려보라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