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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3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32화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송구합니다.”

 

“흥! 알기는 아는 모양이군.”

 

툴툴거리는 허학진인의 모습에 호현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사제가 네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제가 언제 저놈 이야기를 하였다고 그러십니까?”

 

“많이 했지 않느냐? 방헌에 일이 있을 때도 직접 나서려고까지 했지 않더냐.”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그랬냐는 듯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 허학진인이 헛기침을 했다.

 

“험! 그야…… 무당과 연이 있는 사람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그런 것이지, 저 녀석 때문만은 아닙니다.”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감동이 어렸다.

 

‘스승님이 위험에 처했을 때 허학진인이 도와주려 하셨구나.’

 

나서지는 않았다 해도 그 마음이 감사한 호현이 합장을 했다.

 

“감사드립니다.”

 

“험! 알면 되었다.”

 

호현과 허학진인이 하는 모습을 보던 허명진인이 신상에 다가왔다.

 

“그래, 무엇이 비슷하다는 것인가?”

 

허명진인이 화제를 그림으로 돌리자 호현이 슬며시 허학진인의 눈치를 보았다.

 

자신이 말을 해도 되는지 그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그 모습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호현이 신상에 다가가서는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속은 편하게 앉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무척 행복해 보였다.

 

‘신선 어르신의 눈에는 내가 이렇게 보였던 건가?’

 

그림을 통해 운학진인의 마음이 느껴진 호현은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자네 괜찮은가?”

 

허명진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그림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디서 봤다고는 말을 드리지 못하지만…… 이런 그림과 비슷한 것을 보았습니다.”

 

“비슷하다?”

 

“제 생각에 이 선의 굵기는 힘의 강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그림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았군.”

 

“아셨습니까?”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나와 내 사제는 전 무림을 통틀어도 스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네. 그리고 그 중 우리를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채 다섯이 되지 않고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자는…… 아마 둘 정도일 것이네. 그런 우리가 얼마 전까지 무공 하나 모르던 학사가 찾은 것을 모르겠는가?”

 

“아! 그렇군요.”

 

호현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자 허학진인이 다가와 말했다.

 

“일종의 동공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네.”

 

“동공?”

 

“태극호신공과 같이 몸을 움직여 기를 움직이는 것이지. 지금이야 동공으로 기를 움직이는 방식의 무공을 그저 그렇게 보지만 옛날 무공의 시작이 바로 동공이었네. 자네가 알지 모르지만 소림사의 달마대사가 면벽을 통해 역근경과 세수경을 만드셨네.”

 

줄여서 역근세수경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역근경과 세수경이라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역근경은 일종의 동공으로 근육과 경락을 움직여 기를 움직이고, 세수경은 정신을 단련시키는 일종의 정공이다.

 

그 중 역근경을 보면 승려가 몸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지금 그들이 보는 운학진인이 남긴 그림처럼 말이다.

 

허학진인의 설명에 호현이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것이 동공을 표현한 것입니까?”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데…… 나와 사형이 연구를 하며 익혀 보았지만 별다른 것이 없는 것 같더군. 기운이 강해지는 것 같지도 않고 몸이 단련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허학진인의 중얼거림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동공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동공의 특성상 몇 번 시전하고 익힌다고 해도 무언가 얻기 어려울 것이다.”

 

동공은 익히기 안전하고 배우기도 쉬우나 성과를 얻기 어렵다.

 

태극호신공조차도 무당의 태극의 무리를 안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평생 수련해도 건강과 단전의 형성 정도만을 얻는 효능인 것이다.

 

말과 함께 허명진인이 그림을 바라보았다.

 

“아마…… 이것으로 뭔가를 얻으려면 족히 이십 년은 수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림을 보며 중얼거린 허명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너라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

 

“제가요?”

 

“동공이라는 것은 신체를 움직여 자연의 기운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를 모으기 때문에 그것이 나타나는 데 몇십 년이 걸리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

 

허명진인이 말하는 틈을 허학진인이 끼어들었다.

 

“칠십이종절예 중 가장 강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소림사에서 더 이상 역근경을 익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연이 닿지 않은 자가 익히면 공을 이룰 수 없고, 공을 이룬다 하여 그 성취가 칠십이종절예보다 낫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왕년의 천하제일무공이 지금은 이름뿐인 것이지.”

 

두 사람의 말에 호현이 생각을 하다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는 왜 다르다는 것입니까?”

 

“너는 이미 자연지기를 호흡과 같이 편하게 사용하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공을 이미 자연과 하나가 된 이가 사용하니 다른 자와 같을 수는 없겠지.”

 

“밥을 먹을 수 있는 자가 죽도 잘 먹는 법이지.”

 

허학진인이 자신의 비유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허명진인은 눈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은 호현에게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고 있었다.

 

“그래서 무인들을 잡아다 관아에 넘겼다는 말이냐?”

 

운학의 그림을 따라 정좌를 하고 있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렇습니다.”

 

“허! 역시 너는 생각하는 것이 다르구나. 그래서 관에서는 어찌 하더냐?”

 

그림에 그려진 걷는 모양을 따라 걸으며 설명을 하던 호현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합장을 해 보였다.

 

“청운진인을 뵙습니다.”

 

천불전 입구에서 청운진인이 명백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사숙을 뵙습니다.”

 

“사조를 뵙습니다.”

 

청운진인과 명백이 합장을 하며 허명진인들에게 예를 표하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현 학사가 안 오기에 직접 와 보았는데 사숙들과 있을 줄은 몰랐군.”

 

호현에게서 허명진인으로 고개를 돌린 청운진인이 합장을 했다.

 

“제가 방해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네. 우리는 스승님께서 남기신 유지를 보고 있었네.”

 

유지라는 말에 청운진인이 신상의 바닥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찾으신 것이 계십니까?”

 

“전에 이야기한 것과 다를 것이 없지.”

 

허명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의 얼굴에 작은 아쉬움이 어렸다. 청운진인으로서는 검선 운학진인의 유지에서 무언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호현 학사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게.”

 

청운진인이 눈짓을 주자 호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자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더군.”

 

“과장된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 청운진인이 입을 열었다.

 

“명백 사질에게서 일월교가 자네를 공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일월교?”

 

“지금 일월교라 한 것이냐?”

 

일월교라는 말에 잔뜩 굳어진 얼굴을 한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이때까지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얼굴에 호현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꿀꺽!”

 

유난히 크게 들리는 침 삼키는 소리에 호현이 당황스러워할 때 허명진인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일월교에 관한 모든 것을 당장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거라.”

 

“저기 그것이…….”

 

“당장이라 하였다!”

 

허명진인의 고성에 호현이 북경에서 자신이 당한 공격과 비밀지부에 관한 내용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말이다.

 

그 말을 듣던 허명진인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눈에서 녹광이 나오는 자가 있었다고?”

 

“네, 저를 공격했던 자가 눈에서 이상한 녹광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지?”

 

“그게…… 그 후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러다 깨어났는데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이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녹존성?

 

-공격한 일월교 놈의 눈에서 녹광이 나왔다면 그것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호현이 그 뒤에 정신을 잃었다 하지 않습니까.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월교가 북두신공을 부활시켰구나.’

 

제10-13장 소림의 기연이 무당에서 꽃을 피우다

 

호현은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에게 끌려가듯 그들의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호현과 대화를 더 나누려던 청운진인도 따돌리고 호현을 데리고 동굴로 돌아온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호현이 일월교에 공격을 당한 것이 가장 처음인 듯합니다.

 

-맞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들이 호현을 노렸을까요? 그 전까지만 해도 호현은 무공으로 유명하다기보다는 본문과의 일로 유명해졌으니 숨어 있던 일월교에서 그를 노릴 이유가 없을 텐데?

 

-아마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첫째는 본문이 얻은 기연을 그들도 얻고자 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전진도해 때문이겠지.

 

-전진도해?

 

-무림에 전진도해를 죽대선생이 가지고 있었다 소문이 났으니 호현이 무언가 알고 있는지 알려고 한 것일 것이다.

 

-멸문한 문파의 무공을 일월교에서 왜?

 

전진도해라는 기보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허학진인을 허명진인이 바라보았다.

 

-힘이 필요해서겠지. 그리고 지금은 두 번째 공격은…… 호현이 북두신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일월교가 북두신공을 얻기 위해 호현을 노리겠군요.

 

허학진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허명진인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무슨 연유인지 모르는 호현은 멍하니 그들을 보고 있었다.

 

“저기, 왜 그러시는지?”

 

호현의 물음에 잠시 말이 없던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네가 북두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아닙니다.”

 

“스승님이 만들었다는 태극호신공이 북두신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스승님이 북두신공을 태극호신공으로 위장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혹 운학진인께서 말씀을 하고 등선하신 것입니까?”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에 북두신공을 겪은 적이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우리를 속이지 말고 묻는 것에 답하면 되는 것이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입맛을 다셨다.

 

“속이려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승님께서 말을 하지 말라 하셨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다른 무당파 도사들에게도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호현이 내려가려 하자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안 되겠구나.”

 

“네?”

 

“일월교에서 너를 노리고 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네가 익힌 북두신공을 일월교에서 노리고 있으니 네가 무당을 내려가는 것은 위험하다.”

 

“제 몸은 제가 지킬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호현의 말에 허학진인이 피식 웃었다.

 

“지금 네 실력으로 그게 말이 되는 소리더냐?”

 

허학진인의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사제의 말이 맞다. 네가 일월교에 잡혀 북두신공을 누설하게 된다면, 너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는 제 몸을 지킬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나가서 백성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일월교가 무섭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기다리거라. 일월교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으니 해결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호현의 말을 끊고 허학진인이 나섰다.

 

“네가 내 백 초를 견딜 수 있다면 하산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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