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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2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27화

그리고 그들도 혜성 대사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그에게 모여들었다.

 

“사형!”

 

혜망이 큰 소리로 그를 부르며 다가오는 것에 혜성 대사가 중얼거렸다.

 

‘아직 납득을 하지 못한 모양이군.’

 

승려들의 모습에 혜성 대사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

 

*

 

*

 

새로이 마련된 방장실에서 혜성 대사는 수십 권의 책을 옆에 두고 홍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북의 청가장은 하북에 있는 소림 문하들의 중심인 격이니 청가장 장주는 신경을 좀 써 줘야 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어디 보자.”

 

소림사 속가 문도들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을 훑어보며 홍명에게 주의를 줘야 할 인물들을 살피던 혜성 대사가 입을 열었다.

 

“무당학사는 잘 지내고 있느냐?”

 

혜성 대사의 말에 들여다보던 책에서 눈을 뗀 홍명이 입을 열었다.

 

“요즘에는 계속 천불전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아직도 무당학사를 아이들이 따라다니느냐?”

 

혜성 대사가 깨달음을 얻은 이후 소림사의 많은 승려들이 호현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중에는 나한전 전주인 혜망도 포함이 되어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승려들이 그 뒤를 따라다니는지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쯔쯔쯔!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무엇이 말씀입니까?”

 

“깨달음을 얻겠다고 무당학사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 말이다. 쓸데없는 일이라 그리 말했거늘…….”

 

“그래도…… 본사의 제자가 한 명이라도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홍명의 물음에 혜성 대사가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기에 쓸데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무당학사 뒤를 따라다니는 제자들 중에는 그 누구도 깨달음을 얻거나 무아에 드는 자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왜입니까?”

 

“그들이 가르침을 얻고자 무당학사의 뒤를 따르기 때문이다.”

 

“무슨 말씀인지?”

 

“얻으려 하면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혜성 대사의 말에 홍명이 가만히 그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요즘 들어 선문답 같은 애매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혜성 대사였다.

 

혜성 대사를 물끄러미 보던 홍명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 그나저나 무당학사에 관한 내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구나.’

 

홍명의 계획대로라면 호현의 주위에 이렇게 많은 승려들이 따라다니면 안 되었다.

 

홍 자 배까지는 어떻게 자신이 막을 수 있었지만, 혜 자 배인 사숙들까지 그가 명을 내릴 수 없는 일이니 그들이 호현의 곁에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혜 자 배가 호현에게 다가가자 홍 자 배도 자신의 명을 어기고 그에게 다가가 버린 것이다.

 

그 덕에 홍명의 계획은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황이었다.

 

*

 

*

 

*

 

유표는 노인 둘과 함께 책 하나를 펼쳐 놓고 보고 있었다. 전진도해의 내용 중 유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을 옮겨 놓은 전진도해 사본이었다.

 

그것을 노인 둘과 보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표의 말에 노인 중 한 명이 말했다.

 

“어떠한 내공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천라심법이라면 저희 신도들이 익히기 적당한 듯합니다.”

 

“내 생각도 그렇네. 그렇다면 천라심법을 기본으로 삼고 속성으로 익힐 수 있는 무공을 만들어 보세.”

 

“알겠습니다.”

 

품에서 종이를 꺼낸 노인이 전진도해 사본을 보며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표가 피곤한지 미간을 손으로 주물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전진도해를 연구한 결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이다.

 

“대수.”

 

미간을 주무르던 유표는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에게 익숙한 월신사자가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보고해.”

 

유표의 명에 월신사자가 입을 열었다.

 

“소림사의 봉문에 관한 배경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혜성 대사가 깨달음을 얻어 무아에 들었다고 합니다.”

 

쿵!

 

월신사자의 말에 유표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무아? 깨달음?”

 

“그렇습니다. 당시 소림사에 유하고 있던 무인들 중 몇이 그 기운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 철혼검객 유담이 소림사 방장이 무아에 들었다고 했답니다.”

 

철혼검객 유담이라면 하남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고수 중의 고수였다. 그런 고수가 방장이 무아에 들었다고 말을 했다면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허…… 소림사가 천여…….”

 

말을 하던 유표가 문득 월신사자를 바라보았다.

 

“호현이 소림사에 들고 난 다음 날 소림이 봉문을 하지 않았더냐?”

 

“맞습니다. 그래서 일각에 무당학사가 소림의 방장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소림사에서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그 소문이 사실인 듯합니다.”

 

“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린 유표를 보며 월신사자가 입을 열었다.

 

“더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려 했으나 소림사가 봉문한 이후 외인을 받지 않고 있으며, 있던 외인들도 밖으로 내보낸 상태라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무당학사는 어디에 있느냐?”

 

“하산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내보내고 무당학사만 내보내지 않는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소림사에서 무당학사를 내보내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천하의 고수라는 소림사 혜성 대사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말은 다른 소림사 고수들도 그와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승려들 주제에 욕심도 많군. 무욕이라는 말은 불가에서 가르치지 않는 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투덜거리는 유표에게 월신사자가 말했다.

 

“신녀의 행방이 파악이 되었습니다.”

 

“어디에 있나? 아니, 누가 데리러 갔지?”

 

“오륜법왕께서 수하들을 이끌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신녀가 향하는 곳이…… 조현인 듯합니다.”

 

월신사자의 말에 유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산동성 조현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곳입니다.”

 

쾅! 꽈직!

 

유표의 장에 책상이 그대로 박살이 나며 흩어졌다. 그에 글을 적던 노인들이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신녀가 미친 것인가! 오륜법왕에게 전서구를 날려라! 신녀가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

 

“존명!”

 

월신사자가 밖으로 몸을 날리는 것을 보며 유표가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내 인내심을 언제까지 시험할 것이냐!”

 

산동성 조현…… 그곳에는 전대 대수이자 유표의 스승이 은거를 하고 있는 곳이다.

 

*

 

*

 

*

 

어느 이름 모를 한 야산에 칠과 팔이라 적힌 흑의 복면을 쓴 두 인영이 서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듯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던 팔이 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간 되었습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칠과 팔 주위로 흑의 복면인 수십 명이 일제히 내려섰다.

 

타타타탓!

 

작은 소리만을 내며 내려선 복면인들이 일제히 부복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누가 장이냐?”

 

팔의 물음에 복면인 중 한 명이 공손히 몸을 일으켰다.

 

“너냐?”

 

복면인이 고개를 숙여 보이자 팔이 그들을 훑어보았다.

 

‘육십칠 명이라…….’

 

“이들이 전부인가?”

 

“각성 경계에 배치된 자들은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습니다.”

 

“분명 오늘 이 시각까지 도착하라 명을 하였는데? 명이 우스웠나?”

 

“거리가 너무 멀…….”

 

퍽! 우당탕탕!

 

흑의인이 자신의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흑의인을 한 주먹에 날려 버린 팔이 칠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송구합니다.”

 

칠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팔이 자신이 날려 버린 흑의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쓰러져 있던 흑의인이 언제 날아갔냐는 듯 다시 그 앞에 부복했다.

 

“도착하지 않은 자들까지 내일 다시 모인다.”

 

“존명!”

 

말과 함께 흑의인이 몸을 날리자 그 뒤를 따라 다른 흑의인들이 따라 사라졌다.

 

모든 흑의인들이 사라지자 팔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북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팔의 중얼거림에 칠이 그를 바라보았다.

 

“장이라는 자가 네게 구명지은을 입었군.”

 

“힘쓰는 것은 하급자가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팔의 말에 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장의 변명에 칠은 그를 죽이려 했다.

 

상명하복, 동창을 움직이는 철칙이다. 그것을 어긴 장을 죽이는 것이 당연하다 여긴 것이다.

 

그런데 팔이 대신 나서 벌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덕에 장은 살 수 있었다.

 

타탓!

 

가벼운 착지음과 함께 흑의인 둘이 그들 옆에 내려섰다.

 

구(九)

 

십삼(十三)

 

“호! 어르신께서 지원을 해 준다는 게…… 바로 너희 둘이었냐?”

 

팔의 말에 구가 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칠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어르신께서 지원을 하라 하였습니다. 상대는 누구입니까? 십대 고수입니까?”

 

“명에 대해서는 듣지 못한 모양이지?”

 

팔의 말에 구가 입을 다물었다. 팔과는 대화를 나누기 싫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십삼이 슬며시 나섰다.

 

“칠과 팔을 지원하라는 명만을 받았습니다.”

 

십삼의 말에 팔이 구를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엄연히 내가 서열이 위인데 상급자 질문에 답 좀 하지.”

 

팔의 말에도 구는 입을 다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역시 구는 놀리는 재미가 있단 말이야.’

 

팔과 구의 무공의 차이는 비등, 서로 겨루게 되면 누가 이기고 질지는 싸워 봐야 알 정도였다.

 

다만 팔이 구보다 높은 지위를 받은 이유는 단 하나…… 팔의 일처리 능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팔의 생각일 뿐 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구는 자신이 팔보다 못하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구는 팔을 위라 여기지 않았고 그를 상종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구를 보며 웃은 팔이 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칠과 저, 부족하지만 구와 십삼이 왔으니 굳이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오늘이라도 칠까요?”

 

팔의 말에 칠이 고개를 저었다.

 

“잔당까지 한 번에 잡는다. 내일 저녁에 친다.”

 

“존명.”

 

*

 

*

 

*

 

천불전의 한쪽에서 호현은 나한도를 보고 있었다. 소림사에 머문 지 오늘로 칠 일, 그동안 하루에 한 번은 꼭 천불전에 들러 나한도를 보는 것이 호현의 일상이었다.

 

나한도를 보던 호현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백염과 백미가 길게 드리운 고승들이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반장을 해 보이며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소림사 혜 자 배 고승들인 것이다.

 

‘휴! 오늘도 오셨군.’

 

속으로 한숨을 쉰 호현이 이번에는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닿은 천불전의 구석에는 중년의 승려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소림사 홍 자 배 승려들이었다.

 

‘휴! 오늘도 시달리겠구나.’

 

늘 만나고 싶었던 소림사의 승려들이었다. 하지만 소림사에 머무는 칠 일간 호현은 너무나 많은 승려들을 만나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호현에게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해 달라 청을 했다. 하지만 호현은 그 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간혹 아는 음양이라든지 사상 등에 관한 물음이 나오면 호현은 성심성의껏 아는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호현의 설명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새로운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 멈추지 않는 질문 공세에 호현은 당혹스럽고 아주 많이 불편했다.

 

다행이라면 호현이 나한도를 볼 때만큼은 승려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호현은 몰랐지만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호현이 천불전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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