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1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5화
관병의 말에 호현이 중년인을 상대로 물건을 떠안기듯 팔고 있는 장사치들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팔아도 되는 겁니까?”
호현의 물음에 관병이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파는 지전과 향의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닌데 잡아낼 이유가 없지요. 조금 장삿속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 가도 이 정도는 봐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관병의 말에 호현이 장사치들을 바라보았다. 장사치들은 여전히 먹잇감을 노리는 매들처럼 등봉현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강제로 파는 것도 아니고 불법이라고 하기도 그렇겠구나.’
“그런데 많이 사셨군요. 빌 것이 많은가 봅니다.”
관병의 말에 호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양손에 들린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이왕 샀으니 스승님과 사형들의 건강이나 빌어야겠구나.’
어떻게 샀건 어차피 소림사에 가면 향과 지전은 쓸 일은 있는 것이다.
좋게 생각하기로 한 호현은 장사치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등봉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과 번화한 거리를 보니 역시 천하불문의 성지 소림사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향 파는 가게가 무척 많구나.’
향 파는 상점들이 거리 곳곳에 보이는 것에 호현이 물었다.
“향 파는 곳이 무척 많군요.”
“사람으로 태어나면 한 번은 가 봐야 할 몇 곳이 있다고 하지요. 황제 폐하께서 사시는 북경, 천하 영산의 으뜸이라고 하는 장백산 등등 그리고 소림사가 있는 숭산.”
관병의 목소리에는 소림사에 대한 자부심이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저희 등봉현에는 저희 현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소림사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일입니다. 자그마치 일 년에 십만 이상의 외인들이 소림사를 보기 위해 오니까요.”
십만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렇게 많이 말입니까?”
놀라는 호현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 보던 관병이 등봉현과 소림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씩 하기 시작했다.
호현이 관병을 따라가는 것을 멀리서 칠과 팔이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호현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거리였지만 칠과 팔은 그 모습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팔이 중얼거렸다.
“관병이 왜 무당학사를 데리고 가는 거지?”
칠의 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팔이 입맛을 다셨다.
‘목석과 같이 다니는 것이 차라리 낫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팔이 입을 열려는 순간 칠이 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관에 들어간다.”
말과 함께 복면을 쓰는 칠호의 모습에 팔호도 품에서 복면을 꺼내서는 얼굴에 뒤집어썼다.
그들이 쓴 복면에는 칠과 팔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
*
*
등봉현 관아에 도착한 호현은 지현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자 하는 분이 있다는 말을 하며 안내를 하는 지현을 호현이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대체 누가 나를 보자고 하는 거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를 보고자 하는 분이 누구십니까?”
호현의 말에 지현이 슬며시 그를 바라보았다.
“듣고 놀라지 마시게. 자네를 보고자 하시는 분은 도찰원 수장이신 유표 대인이시네.”
지현의 말에 호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어사 유 대인 말씀입니까?”
“그렇네.”
말을 하던 지현이 슬며시 물었다.
“혹시 자네 유 대인과 친분이 있나? 그렇다면 유 대인께 내 이야기 좀 잘 해 주면…….”
“어릴 적 몇 번 뵌 적은 있지만 친분은 없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유 대인께서 자네를 찾는 것이지?”
유표와 같은 거물이 왜 이런 백면서생을 찾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현 역시 그것이 의문이었다.
‘도찰원의 수장이 왜 나를?’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의 얼굴에 순간 걱정이 어렸다.
‘설마 사형들에게 일이 생긴 것인가?’
도찰원에서 일하는 사형들에게서 일이 생겨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긴 것이다.
사형들 문제가 아니라면 도찰원 수장인 유표가 자신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형들에 대한 걱정에 얼굴이 굳어진 호현은 한 방으로 안내가 되었다.
“호현 학사가 왔습니다.”
지현의 말에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이 열리는 것에 지현이 호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중년인이 지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현께서는 이만 돌아가셔도 좋다 하십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축객령을 내리는 중년인의 말에 지현이 감히 불만을 표시하지도 못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지현이 사라지는 것을 보던 중년인이 몸을 돌려 호현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길을 터 주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중년인이 열어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선 호현은 서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들을 볼 수 있었다.
사면을 감싸고 있는 서가들의 중심에는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앞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책을 보고 있었다.
백발노인의 모습에서 어릴 때 봤던 유표의 모습을 떠올린 호현이 정중하게 포권을 해 보였다.
“호현이 유 대인께 예를 올립니다.”
호현이 문곡성을 개안한 상태라면 유표가 북경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복면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곡성을 늘 개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호현은 유표가 복면인과 같은 기운을 가졌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호현을 지그시 보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이리 와 앉으시게.”
유표의 말에 탁자에 다가가던 호현이 문득 그를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유표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것이다. 하지만 곧 호현은 그것을 납득했다.
어릴 때이기는 하지만 유표를 만난 적이 있으니 그 목소리가 귀에 익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머리가 좋기는 한 모양이네. 그 어릴 때 들은 목소리가 귀에 익은 것을 보니 말이야.’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유표가 입을 열었다.
“죽대는 잘 지내고 있는가?”
“스승님께서는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거 다행이군. 내 나이 정도 되면 옛 친구 하나가 아쉽거든.”
“저를 보자 하셨다 들었습니다.”
호현의 말에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옛 지인의 제자가 근방에 있다 하여 얼굴이나 보자고 부른 것이다. 듣자하니 무림에 너에 대한 소문이 진동을 하더구나.”
유표의 말에 호현이 무안한 듯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과장된 소문일 뿐입니다.”
“도찰원 수장에게 들어오는 소문이 과하다면…… 도찰원 아이들이 일을 잘못하는 모양이구나. 북경에 돌아가면 아이들부터 몇 해고해야겠어.”
유표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농으로 한 말이다. 그래, 호북에서 많은 일이 있던 모양이던데 죽대는 괜찮으냐?”
“무사하십니다.”
“그거 다행이군.”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 유표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입관은 할 건가?”
“때가 되면 하려고 합니다.”
“때라…….”
잠시 호현을 바라보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무공에 대해서 알고 싶군.”
“제 무공을 말입니까?”
“그렇네.”
유표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왜입니까?”
“자네의 능력을 볼 때 입관을 하게 된다면 분명 중요한 대임을 맡게 될 것이네.”
자신을 높게 말하는 유표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과찬이십니다.”
“아니네. 자네 사형들만 보아도 자네의 능력은 짐작을 할 수 있네. 자네가 사형들 능력의 반만 되어도 대임을 맡기에 충분하지. 그래서 자네의 무공에 대해 묻는 것이네.”
“대임을 맡는 것과 무공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입니까?”
“대임을 맡게 되면 황궁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네. 그 말은 가까운 곳에서 황제 폐하를 모시게 된다는 말이니…… 황궁 경호 문제 때문에라도 자네의 무공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네.”
유표의 설명에도 호현의 얼굴에 어린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예전 한림원에서 있을 때 이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의아해하는 호현의 얼굴을 보며 유표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무공 수위를 알아야 하네. 무공 수위도 모르는 자네를 황제 폐하 곁으로 가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유표의 말에 호현이 생각을 해 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었다. 자신과 같은 무공을 익힌 관리가 황제 폐하의 곁에서 그를 해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듣고 보니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유표가 무공에 대해 묻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 호현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무공을 보여 주어야 하는 건가요?”
“그럴 필요는 없네. 그저 자네 무위에 관한 것과 그 무공의 출처들만 알려주면 되네.”
유표가 간단한 듯 이야기했지만 무림인들이 들으면 사생결단을 할 내용이었다.
그 어떤 무림인이 자신의 무위를 타인에게 알려주려 하겠는가? 하지만 호현은 유표의 물음을 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현이 생각을 해 봐도 자신과 같은 무공을 가진 사람이 황제 폐하 인근에 있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에 호현은 자신이 무공을 익히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위야 정확하게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니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는 것 정도였지만 말이다.
호현이 하는 말을 들으며 유표의 얼굴에는 적잖은 놀람이 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고 자연지기를 사용한다? 허! 이 내용만을 생각한다면 천하제일인은 바로 이 무당학사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유표는 호현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아직 그가 원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바로 북두신공에 대한 이야기가 말이다. 하지만 대놓고 물을 수 없기에 호현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호현의 입에서 그가 원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저는 자연과 사람들의 기운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곡성!’
호현이 한 것이 문곡성이라는 것을 안 유표가 호기심이 이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것은 신기한 무공이군. 무슨 무공인가?”
“그야 무당파에서 배운 무공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왜 물으십니까?”
“자연과 사람들의 기운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황상께 닥쳐 올 수 있는 자객의 위협을 막기 더 쉽지 않겠나?”
유표의 말에 호현이 생각을 해 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과연…… 그렇구나. 문곡성을 통해 황상의 주위를 살핀다면 자객이 나타나도 잡기 쉬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호현은 문곡성이 황궁에 꼭 필요한 무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10-4장 소림사
문곡성에 대한 이야기를 유표에게 해 주려던 호현은 곧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서는 문곡성을 황궁 호위 무사들이 익힐 수 있도록 유표에게 넘기고 싶었지만 그것은 북두신공의 무공이다.
호현이 북두신공을 익혔다는 것은 운학이 비밀로 하라고 당부를 했다.
게다가 북두신공을 익히려면 지독한, 그야말로 생살이 찢어지고 온몸의 신경이 끊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북두신공에 대한 설명에서도 그 고통을 버티지 못하면 죽거나 병신이 된다고 적혀 있었으니 말이다.
호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표가 말을 이었다.
“무공을 타인에게 전수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자네가 그 무공을 황상을 위해 넘겨주었으면 좋겠는데…….”
무공을 넘기라는 유표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인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넘어서야 합니다.”
극심한 고통이라는 말에 유표의 눈빛이 반짝였다. 일월교에 남아 있는 북두신공 후반부에도 고통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