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1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4화
풍운삼객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몇 번을 더 풍운권을 시전하던 호현이 몸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막대일을 손짓해 불렀다.
그에 막대일이 냉큼 다가오자 호현이 말했다.
“몸에 힘을 빼십시오.”
말과 함께 호현이 막대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우웅!
호현의 손에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막대일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호현의 기운에 의해 막대일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며 풍운권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대일의 얼굴에 경악과 감동 등의 복잡한 심정이 어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던 내공의 흐름이 사지백해로 노도처럼 흐르며 풍운권 권초를 따라 자유롭게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제10-3장 호현, 등봉현에 들어서다
소림사가 있는 숭산의 등봉현…….
그 등봉현 관아의 한 내실에서 한 문사차림의 노인에게 지현이 오체투지하고 있었다.
그런 지현을 가만히 보던 노인이 손을 저었다.
“그만 나가보시게.”
노인의 말에 지현이 감히 얼굴을 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서는 밖으로 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필요한 것이라도 있느냐고 묻고 싶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와 같은 호의도 걸기 어려운 사람인 것이다.
상대는 바로 도찰원의 수장인 도어사 유표인 것이다.
지현이 조심스럽게 나가자 유표가 턱을 쓰다듬었다. 무슨 생각인가를 하듯 잠시 말이 없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들어오시게.”
유표의 중얼거림에 문이 열리며 흑의 무복을 입은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일월교의 호법인 오륜법왕이었다.
오륜법왕은 유표의 호위무사로 분한 채 그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월교의 호교법왕 중 하나인 오륜법왕이기는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개 드시게. 명색이 호교법왕이나 되는 자가 그리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보기 좋지 않네.”
유표의 말에 오륜법왕이 급히 무릎을 꿇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쿵!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찧는 오륜법왕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유표가 고개를 저었다.
“성녀는 찾았는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오륜법왕을 보며 유표가 그에게 다가갔다.
“본교의 구심점은 나도 아니고 자네들 사대법왕도 아니네. 일월교의 구심점은 바로 신녀네. 내 그동안 힘이 없어 신녀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겠는가?”
“송구합니다.”
“빨리 신녀를 찾아 보호하게. 그것만이 교가 살아남는 길이니.”
“알겠습니다.”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오륜법왕을 보며 유표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할수록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쳐 죽이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교에 넷밖에 없는 무력 단체의 수장인 오륜법왕을 죽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오륜법왕은 자신의 강력한 지지자 중 한 명이기도 하고 말이다.
입맛을 다시며 유표가 고개를 저을 때 문이 열리며 월신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당학사가 삼십 리 안에 접근했습니다.”
“속도가 느리군.”
“숭산 백 리부터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월신사자의 답에 잠시 생각을 하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일행이 있다고 했던가?”
“풍운삼객이라고 하는 이류 무인 셋이 동행을 하고 있습니다.”
“무당학사와의 관계는?”
“무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역을 하던 자들입니다. 무당학사와는 별다른 관계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이냐?”
“보고에 의하면 무당학사가 그들에게 무공을 알려 주는 듯했다 합니다.”
무공을 전수한다는 말에 유표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어떤 것이라 하더냐?”
“풍운권입니다.”
“풍운권?”
풍운권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유표가 월신사자를 바라보았다.
“풍운권협 마흔의 독문무공으로 아는데 그것을 어찌 무당학사가 알고 전수를?”
“풍운삼객이 풍운권협의 풍운권을 얻었다 들었습니다.”
그 말에 유표가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풍운삼객의 무위는 이류라고 하지 않았더냐?”
풍운권협과 같은 전대 기인의 무공을 이은 자들이 고작 이류 무인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유표의 의문을 안 월신사자가 설명을 했다.
“풍운권의 외형만이 전해졌을 뿐 심법과 권의 운기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았다 들었습니다.”
“그럼 그 심법을 무당학사가 전수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확인을 할까요?”
“됐다. 무당학사 주변은?”
“문곡성을 개안한 문도 셋이 살펴본 바에 의하면 무당학사의 주변에 고강한 내력을 가진 자가 있었다 합니다.”
“수위는?”
유표의 물음에 월신사자가 고개를 저었다.
“문곡성이 겨우 열린 그들의 눈으로는 거기까지 확인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역시 꼬리가 달려 있는 모양이군.”
“어디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월신사자의 물음에 유표가 턱을 쓰다듬었다. 어디인지 대략 짐작이 가는 것이다.
“아마도 동창일 것이다.”
“동창?”
“내가 조금 말실수를 했거든.”
황궁의 극비인 호천무공이자 암살무공인 적황공을 들먹였으니 동창에서 혈안이 되어 자신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로 무당학사를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어쨌든 이리로 오고 있다니 볼 수는 있겠군.”
작게 중얼거린 유표가 월신사자를 바라보았다.
“그만 나가보거라.”
고개를 숙인 월신사자가 밖으로 나가자 유표가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전진도해〉
방헌학관에서 훔쳐온 전진도해를 바라보던 유표가 그것을 품에 넣고는 정좌를 했다.
화아악!
순간 유표의 머리에서 하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곧 그 몸을 자욱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
*
*
등봉현으로 향하는 관도의 한쪽에서 풍운삼객이 풍운권을 연습하고 있었다.
붕! 붕! 휙! 휙!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으로 가는 길이기에 관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관도에서 권법을 펼치고 있는 풍운삼객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삼객은 그들의 시선을 의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권을 시전할 때마다 주먹에서 은은하게 권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는 전력으로 내공을 끌어올려야 겨우 맺히던 권기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맺히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은 이들은 이제 이류 고수가 아닌 어디 가도 무림인으로 취급받기에 충분한 일류 고수의 반열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평생 이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에게 일류의 경지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꿈이 단 며칠 만에 현실로 다가왔으니 그들로서는 주변의 시선 따위를 신경 쓰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지금의 이 감각에 익숙해지려 하는 것이다.
그런 풍운삼객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호현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풍운삼객의 권에서 흐르는 기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것을 보며 호현이 걸음을 멈추었다.
호현이 멈추자 그것을 안 풍운삼객들이 모두 권을 멈추었다. 혹시 자신들이 풍운권을 잘못되게 펼쳤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저희가 무슨 잘못을 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열심히 하셔서 그런지 기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무인이 된 기분인 것이다.
그런 셋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알려 준 것을 가지고 악행을 한다면…… 제가 어떻게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이 침을 삼켰다. 그동안 곁에서 본 호현이라면 자신들이 그가 알려준 무공을 가지고 악행을 한다면…… 그들은 정말 처절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었다.
“앞으로 절대 악행을 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충과 의, 그리고 효를 명심하시고 사십시오.”
호현의 말에 막대일이 정중히 포권을 해 보였다. 호현의 말 속에서 지금이 이별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안 것이다.
“호 대협께서 저희에게 주신 이 은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양민들을 도우며 사신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포권을 해 보인 호현이 풍운삼객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자신들을 스치듯 지나가는 호현을 물끄러미 보던 풍운삼객들이 정중하게 그 등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호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굳은 듯 포권을 해 보이던 풍운삼객들이 서로를 보고는 등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풍운삼객과 헤어진 호현은 서두를 이유가 없기에 천천히 등봉현이 있는 북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천하 불문의 중심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으로 향하는 관도라 그런지 간간히 표국의 행렬로 보이는 마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도를 따라 움직이는 마차들을 구경하며 걸음을 옮기던 호현의 눈에 드디어 큰 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숭산.”
전에 태을 표국과 같이 갈 때에는 그저 멀리서 보고 돌아서야 했던 그 아쉬운 숭산이 바로 지척에 있는 것이다.
소림사에 간다는 마음에 들뜬 호현이 걸음을 재촉했다. 마음 같아서는 하늘을 날아 바로 소림사로 향하고 싶었지만 호현은 애써 그 마음을 다독였다.
소림사도 보고 싶었지만 소림사 인근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싶기도 한 것이다.
‘균현에 사는 사람들은 순박하고 선했는데 이곳 등봉현은 어떨지 모르겠구나.’
등봉현과 소림사에 대한 기대를 가지며 걸음을 옮기던 호현은 곧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가보고 싶었던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에 말이다.
그리고 등봉현의 첫인상은 호현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등봉현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장사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소림사에 오르기 전에 향 사세요!”
“지전 팝니다!”
“돈 많이 벌게 해 주는 만전향 사세요!”
향과 지전을 사라고 소리치며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호현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호현이 물러나는 만큼 장사꾼들은 그에게 다가들었다.
“소림사에서 설마 향 한 대 피우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죠?”
“소림사에서 설마 지전 하나 태우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죠?”
똑같은 말을 파는 물건에 따라 바꾸며 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에 정신이 팔린 호현은 어느새 지전과 향을 양손 가득히 들고 있었다.
우루루!
호현이 지전과 향을 사자 언제 왔냐는 듯 장사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고는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등봉현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한 중년인에게 벌떼처럼 모여들어서는 호현에게 했던 것처럼 지전과 향을 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호현이 멍하고 보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현 학사십니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호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호현의 뒤에는 관병 하나가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관병의 모습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만.”
“지현 대인께서 호현 학사를 뵙길 원하십니다.”
지현이 자신을 보길 원한다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현께서?”
“그렇습니다. 따르시지요.”
관병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 보고자 한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관병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호현이 문득 양손에 든 지전과 향을 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것을 팔던데?”
호현의 물음에 관병이 그가 든 지전과 향을 바라보았다.
“저희 현에는 처음이십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저에게 소림사에서 필요할 것이라고 향을 팔더군요.”
호현의 말에 관병이 웃었다.
“향과 지전을 파는 장사치들은 등봉현에 처음 오는 사람들을 귀신처럼 알아내죠. 그리고 등보현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림사를 구경하려고 온답니다. 저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거지요.”